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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594)화 (594/1,004)

594화 월령안의 요리

사의 문수는 강호에서 이름을 떨친 악마였다.

그는 의술이 뛰어났고 약왕곡 손불사하고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았다. 그도 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구했다. 심지어 손불사보다 모시기도 쉬웠다.

하지만 그에게 치료받으려면 먼저 온전하고 신선한 시체 세 구를 준비해야 했다.

그는 그 시체가 어떻게 왔든지 상관하지 않았다. 사람을 죽이든지 아니면 신선한 시체를 파서 훔치든지 관계치 않았다. 아무튼 사의 문수에게 병을 보이려면 먼저 온전하고 신선한 시체를 바쳐야 했다.

사의 문수는 의술이 높고 손불사처럼 청하기 어렵지도 않고 치료비도 높지 않았다. 그냥 시신 세 구만 있으면 되었다. 그래서 강호에서 그를 찾아 병을 보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가져다 바치는 시체는 대부분 보통 사람들을 죽인 것이었다. 그러니 남의 목숨으로 자기 목숨을 바꾸는 것이었다. 사의 문수는 이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고 시체를 받기만 하면 사람을 치료해 주었다. 그야말로 신용이 높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의 이런 요구 때문에 강호의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찾아가 병을 보이기 위해 제멋대로 살인했다.

사의 문수는 사람을 죽이지 않고 적지 않은 사람들을 치료해 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강호의 정도(正道)에서는 멸시를 받았다. 강호에서 많은 사람을 붙잡아 죽이려는 악마가 되었다.

사의 문수가 강호를 떠돌아다닐 때, 때때로 죄 없는 사람이 횡사하는 경우가 있었다. 남상권이 천목신교를 세우고 사의 문수를 받아들인 다음에 사태는 호전되었다.

육장봉이 이번에 사의 문수를 데리고 온 것은 월령안을 진찰하고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육장봉이 그에게 병을 치료하라고 하면 시체 세 구 필요 없이 그냥 명령만 하면 되었다.

육장봉의 부름을 받은 사의 문수는 감히 소홀하지 못했다. 수횡천의 쌀쌀한 눈초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커다란 의료함을 메고 산장으로 달려가서 월령안을 진맥했다.

"걱정이 많고 심신이 지쳤으며 기혈이 모두 허하군. 그리고…… 과로해서 몸이 물고기조차도 받아들이지 못하는구먼. 아가씨, 열일곱 살이 확실한가? 이 변변찮은 몸을 봐서는 사십 넘는 노부인이 아가씨 거죽만 걸쳤다고 해도 믿겠는데."

사의 문수는 월령안을 바라보며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열여덟이에요."

월령안은 손을 거두어들이고 차갑게 말했다.

"허허."

사의 문수는 어이가 없어서 조금 웃었다.

'열일곱과 열여덟이 뭐 큰 차이가 나나.'

"젊은 나이에 몸이 이렇게 변변찮다니. 아가씨, 무척이나 죽고 싶은 모양이야?"

사의 문수는 빙글거리며 물었다. 그는 검고도 야윈 데다가 얼굴에 살도 별반 없었다. 웃으면 옹졸한 기운이 흘렀다.

"저는 당신이 죽는 모습을 보고 싶군요."

월령안도 웃고 있었다. 눈매가 곱게 휜 것이 환하고도 따뜻했다.

사의 문수는 가슴을 움켜잡고 슬픈 표정을 지었다.

"계집애가 참 심보가 나쁘구먼. 난 너의 병을 봐 주러 왔단 말이야."

"저는 병이 없어요."

그녀는 단지 몸이 좋지 않을 뿐이었다.

"너는 아파."

몸이 이렇게 허한데 병이 아니면 무엇이라는 말인가.

"제가 병이 있으면 당신한테 약이 있나요?"

월령안이 되물었다.

"이건……."

사의 문수는 몸을 돌려 의료함을 뒤졌다. 한참이 지나서야 빈손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 신교에는 너처럼 이렇게 약한 사람이 없어."

"약도 없으면서 무슨 쓸데없는 소리가 그렇게 많아요."

월령안은 일어서서 밖으로 나가며 높이 외쳤다.

"수 오라버니, 날이 어두워졌어요. 우리 뒷산에 고기 잡으러 가요."

월령안이 부르자마자 수횡천이 나왔다.

"월 누님, 저도 갈래요."

소육자도 뒤따라 나왔다. 손에는 어망과 물통을 들고 있는 것이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세 사람은 뒷산으로 걸어갔다.

방 안에는 귀신 가면을 한 육장봉과 사의 문수만 남게 되었다.

사의 문수는 육장봉이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자 낮은 목소리로 귀띔했다.

"교주……!"

'저희는 안 가나요?'

"멍하니 뭐 하고 있는 거냐?"

육장봉은 사의 문수에게 차갑게 눈총을 쏘았다.

"썩 물러가지 못할까!"

"네. 소인도 당장 가겠습니다."

사의 문수는 두 눈을 반짝이며 다리를 들어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문턱을 넘자마자 교주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료함을 메고 꺼지라고 했다."

'꺼져'라는 말에는 뼈를 에는 듯한 차가움이 서려 있었다.

사의 문수는 벌벌 떨며 말했다.

"교, 교주…… 물고기! 물고기입니다!"

무림맹의 한담 물고기는 강호에서 이름을 날렸다. 듣건대 아주 좋은 보약으로 상처에도 대단한 효용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시체를 연구하지 않고 물고기를 연구할 생각이었다.

사의 문수는 눈을 끔벅거리며 조용히 자신의 요구를 드러냈다.

육장봉은 차가운 눈초리로 사의 문수를 쓸어보았다.

"쓸모없잖아. 너를 남겨 어디에 쓸 건데?"

사의 문수는 순간 멍해졌다. 그는 지금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다만 어서 꺼지고 싶었다.

사의 문수는 재빨리 달아났다.

육장봉은 측청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이윽고 월령안 등 세 사람은 물고기를 한 통 가득 잡아 돌아왔다.

월령안은 기분이 무척 좋은 듯했다. 육장봉은 멀리서부터 그녀의 유쾌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수 오라버니, 소육자. 오늘은 제가 만든 음식을 드셔 보세요. 제가 생선으로 요리를 해 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제가 또 제법 잘 배웠거든요. 그때 저를 가르쳐 준 주방장께서는 제가 재능을 타고났다고 했어요. 제가 장사를 하지 않으면 요리사로 일해도 된다고 했어요."

"월 누님, 요리도 할 줄 아세요? 부자들은 모두 하인을 시키는 거 아니었어요? 스스로 해야 하나요?"

소육자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월령안은 더 즐겁게 웃었다.

"우리 부자들도 가끔 제 손으로 밥이랑 해요. 그런 걸 생활의 재미라고 하죠. 하지만 제가 물고기 잡는 건 좀 힘들어요. 조금 있다가 저를 도와 물고기를 손질해 주세요."

"좋아요."

소육자는 흔쾌히 대답했다.

세 사람은 부엌 쪽으로 갔다. 누구도 측청에 앉아 있는 육장봉을 관계치 않았다.

측청 안, 육장봉은 한쪽 손을 뒷짐 지고 입구에 서서 세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눈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수횡천은 홍예문을 지날 때 잠시 되돌아보았다.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으나 아주 차분했다. 곧 다시 차분하게 눈길을 돌렸다.

저녁 밥상은 월령안이 차렸다.

재료가 제한되어 월령안은 솜씨를 다 펼치지는 못했다. 그녀는 생선찜, 물고기 완자, 물고기 토막 튀김 그리고 밀가루를 덧씌워 어편소(魚片酥)를 만들었다.

월령안이 요리할 때 소육자는 줄곧 그녀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녔다. 시도 때도 없이 언제 먹을 수 있냐 등 두어 마디씩 물었다.

너무나 향기로웠다.

월령안은 군침을 흘리는 소육자의 모습에 가끔 고기 조각이나 물고기 완자를 건넸다.

소육자는 처음에는 거절했다. 하지만 월령안이 맛을 좀 봐 달라고 하자 곧장 원칙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맛을 보았다.

요리를 다 했는데도 물고기가 아직 많이 남았다. 월령안은 성인 남자 셋의 식성을 떠올리고 또 양념장 한 그릇을 만든 다음 생선회도 만들었다.

주식은 여전히 월령안과 소육자가 가져온 건빵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살짝 덥혀서 별로 딱딱하지 않았다.

비록 전부 물고기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상다리가 부러지게 한 상 챙겼다. 향긋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수횡천은 형상에 구애받지 않았다면 진작 육장봉을 내버리고 주방으로 달려가서 월령안에게 두어 입 달라고 했을 것이다.

사실은 형상 문제가 아니라 육장봉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육장봉이 맘대로 하게 놔둘 수 없었다.

육장봉도 무슨 일로 화가 났는지, 월령안이 직접 밥을 하겠다고 한 다음부터 끊임없이 밖으로 냉기를 뿜기 시작했다.

산장 안은 본래부터 음산했다. 거기에 더해 시시때때로 냉랭한 분위기를 만드는 육장봉까지 있다 보니 수횡천은 이 산장에 있는 것이 고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필이면 육장봉은 죽치고 앉아서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가 직접적으로 눈치를 주든, 암시를 하든 모두 소용이 없었다.

그가 실제로 손쓰면 결국 쌍방이 모두 상하게 되고 월령안이 청주로 가는 큰일을 지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않으면 그는 폭력을 써서라도 육장봉을 쫓아내고 싶었다.

육장봉은 정말 밉상이었다.

'혹시 한사코 산장에 눌러앉아 가지 않는 게 령안이 자기를 위해 한 끼 차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유치하기는!'

월령안은 분명 육장봉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오직 육장봉만이 눈이 멀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육장봉은 냉기를 끊임없이 내뿜었다. 수횡천도 사정을 봐주지 않고 시시때때로 육장봉을 흘겨보며 눈총을 쏘았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육장봉은 여전히 가지 않았다.

월령안이 밥 먹으라고 소리칠 때까지 두 사람은 이렇게 대치하고 있었다.

수횡천은 향긋한 요리 냄새를 맡고 진작 배고팠다. 월령안이 소리치자마자 더는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육장봉이 무슨 광기를 부리든지 상관하지 않고 긴 다리를 뻗어 밖으로 나갔다.

그는 이 향기를 맡고 있자니 정말 배고팠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빠른 사람이 있었다.

월령안은 수저를 들고 들어왔다. 상석에 앉은 육장봉을 보고 의아해하며 눈썹을 치켜세웠다.

"남 교주께서는 아직 안 가셨나요?"

육장봉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소육자는 건빵을 들고 들어오다가 귀신 가면을 쓴 육장봉을 보고 역시 의아해했다.

"남 교주께서는 어찌 아직도 계신 건가요?"

육장봉은 못 들은 척했다.

수횡천은 들어오면서 월령안과 소육자의 말을 듣고 육장봉을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육장봉은 상석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월 누님, 남 교주께서는 지금 공짜로 식사하려는 것 아닌가요?"

소육자는 건빵을 안은 채 경계하는 눈초리로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수횡천은 소육자의 어깨를 다독였다.

"남 교주는 지금 손님이야. 예의를 지켜야지."

육장봉은 그를 이길 수 없으므로 그를 어찌할 수 없었다. 하지만 소육자를 손보는 것은 손만 들면 되는 일이었다.

"네."

소육자는 의기소침해서 대답하고는 억울한 듯이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월령안은 소육자의 어깨를 다독이며 조용히 말했다.

"우리 셋이니까 저 사람보다 많이 먹을 거예요."

소육자는 눈이 번쩍 뜨였다. 육장봉을 살짝 훔쳐보고는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가면을 쓰고 어떻게 식사하는지 좀 보고 싶군요."

그 목소리는 너무 컸다.

육장봉은 못 들은 척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귀머거리가 아니었다.

소육자는 앉자마자 마구 먹기 시작했다. 혼자서 탁자 위 음식을 다 먹지 못하는 게 한스러웠다. 하지만 슬픈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고수는 역시 고수였다. 가면을 쓰고 있어도 소육자 같은 조무래기가 견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한 끼 식사를 하고 나자 소육자, 수횡천과 월령안 세 사람이 합해도 육장봉 한 사람만큼 먹지 못했다.

소육자는 육장봉 앞에 두둑하게 쌓인 물고기 뼈를 보며 열등감을 느꼈다.

먹는 것조차 남하고 견주지 못하다니. 그에게는 무슨 쓸모가 있는 걸까.

소육자는 자포자기 상태로 묵묵히 주방에 쭈그리고 앉아 설거지를 했다.

그는 좀 조용히 있고 싶었다.

월령안은 육장봉을 의미심장하게 한번 바라보고 나서는 씻을 그릇과 젓가락을 들고 소육자를 뒤따라갔다.

그녀는 이 물고기가 대단한 보약이라고 육장봉에게 주의를 주었었다.

육장봉의 몸이 받아 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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