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8화 월령안의 사망 소식
암위는 내내 월령안을 따라왔다. 그는 소육자의 말에 귀를 곤두세우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도 알고 싶었다.
그는 호기심이 생겼다는걸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다만 장군을 대신해 궁금한 것이다.
장군도 당연히 알고 싶어 할 것이다.
월령안은 마음속 잔잔한 아픔을 외면하고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말했다.
"육장봉 외에 또 누가 있겠어요?"
육장봉을 제외하고 그녀가 또 누구를 위해 그렇게 신경을 쓸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이 마차를 선물할 기회가 없었다.
월령안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가볍게 소리 내어 웃었다.
"유, 육 대장군요? 육 대장군은 참 행복하시겠어요."
소육자는 건빵을 안은 채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
암위 역시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우리 장군이었어. 이럴 줄 알았지.'
암위는 혼자만 있어서 자랑할 수 없는 것을 한스러워하면서 몰래 기뻐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암위는 웃을 수 없었다.
월령안이 한마디 던졌다.
"부러워할 것 없어요. 육 대장군은 이제 이걸 받을 수 없을 테니까요."
암위는 아연실색했다.
'끝장이다! 황금당이 끝장나겠군!'
암위는 월령안을 보호하기 위해 파견되었지만 그의 주인은 육 대장군이었다. 월령안과 소육자가 쉬는 사이에 암위는 묵묵히 소식을 전했다.
마차는 이미 황금당의 손에 들어갔으니 그의 재간으로는 빼앗아 올 수 없었다.
그가 대장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었다.
암위가 소식을 다 전했을 때, 월령안과 소육자도 마침 다 쉬었다.
월령안이 먼저 일어나서 소육자에게 곧 출발해야 하니 어서 정리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소육자는 어제 하루 종일 마차를 몰아 월령안보다 더 많이 피로했다. 하지만 아직 젊어서 두 시진 동안 눈을 붙이자 거의 회복했다.
월령안이 부르자 소육자는 잉어처럼 펄떡 뛰어올랐다. 얼굴을 힘껏 문지르자 금세 기운이 솟아 한가하게 물었다.
"공자, 이제 우리 어디로 갈까요? 직접 변방으로 갈까요? 우리 둘이서 변방으로 가면 그냥 머리를 가져다 바치는 것 같지 않나요?"
소육자는 진심으로 제안했다.
"아니면 우리 먼저 우리 집에 한 번 가 봅시다. 형님 다섯에다 사제 열여덟 명을 모두 부르면 어때요? 사람이 많으면 좀 기세가 있어 보이잖아요."
"바보 아니에요? 우리가 변방으로 가서 뭐 해요. 목숨 줄이 긴 게 싫은 건가요?"
월령안은 소육자에게 눈총을 주고는 못마땅해하며 말했다.
"제가 육장봉의 아내였을 때도, 그가 변방에서 위험에 부닥치고 부상을 입어도, 변방에 찾아간 적이 없어요. 제가 지금 변방에 가서 그 사람을 찾아 뭐 하게요? 천 리 길을 달려……."
월령안을 문득 멈추고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천 리 길을 달려…… 뭐예요? 월 누님."
소육자는 눈을 깜빡이며 호기심 어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안 공자라고 부르세요."
월령안은 손 가는 대로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 소육자에게 던졌다.
"어린애는 어른 일에 참견하지 마세요!"
소육자는 나뭇가지에 맞아도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면서 건빵을 받아 입에 넣었다.
암위는 답답하기만 했다.
'말을 하다가 마는 게 제일 싫어.'
그 역시 월 낭자가 변방으로 가서 대장군에게 천 리 길을 달려 무엇을 선사할지 궁금했다.
'따뜻함? 아니면 진심? 월 낭자는 왜 말을 똑똑히 하지 않지?'
암위는 애잔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말 등에 앉아 있던 월령안은 영문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왠지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우리 좀 더 빨리 달려요. 요 며칠은 적게 쉬고 길을 재촉해요."
월령안은 채찍질하여 속도를 내어 달렸다.
소육자는 허둥지둥 따라갔다.
"월…… 안 도련님, 우리 어디로 갈지 아직 얘기 안 했는데요?"
"저를 따라오면 돼요. 제가 이렇게 돈이 많은데 무슨 걱정이에요? 소육자를 팔기라도 하겠어요?"
월령안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우스개가 섞인 농을 던진 것이다.
소육자는 웃겨서 박장대소하며 월령안이 영명하고 안목이 있다고 외쳤다.
암위는 뒤쫓아 가며 두 사람이 함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자 왠지 부러웠다.
물론, 암위는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조금은 샘이 났다. 그는 뛰쳐나가 월령안에게 주의를 주고 싶었다. 비록 황금당이 그녀를 도와 연기를 했지만, 정말로 그녀가 죽었다고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여정은 여전히 위험했다. 여정 내내 이렇게 유쾌히 보내는 것은 좋지 않았다.
특히 그처럼 어두운 곳에 숨어서 웃고 떠들기는커녕 큰 소리로 숨을 쉴 수도 없는 암위에게는 아주 힘든 일이었다.
* * *
황금당의 일 처리는 매우 빨랐다. 월령안이 떠나간 뒤 그들은 십자파에서 그럴싸한 습격 장면을 연출했다. 곧이어 그들은 대외적으로 조운충의 의뢰를 완수하고 월령안의 목을 베었다고 선포했다.
무릇 십자파에 도착해 현장을 확인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 간밤 십자파에서 한차례 치열한 싸움이 발생했음을 알아낼 수 있었다.
현장에는 이곳저곳에 싸움의 흔적이 있었다. 또한 진흙도 가리지 못한 피 흔적이 있었다.
하지만 월령안이 죽었다고 믿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황제의 금군은 가장 먼저 월령안이 성을 떠났음을 알고 가장 빠르게 쫓아갔다.
다만 그들은 재수가 없었다. 앞서 길을 잘못 쫓다가 반나절의 시간을 들여서야 비로소 정확한 길을 찾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십자파에 이르렀을 때 그곳에서의 '전투'는 이미 끝나 있었다. 그들은 급급히 달려와 황금당이 현장을 수습하고 월씨 가문 마차를 가지고 떠나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금군은 물론 황금당의 살수들이 떠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하지만 금군은 하루 밤낮을 달려 사람이고 말이고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었다. 또한 인원수도 우세를 차지하지 못했기에 황금당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만약 황금당에 조정의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규칙이 없었더라면 월령안을 뒤쫓던 금군 몇몇은 아마 십자파에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금군은 월령안의 '사망 소식'을 가지고 볼품없이 돌아왔다.
이반반은 금군의 보고를 듣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한시도 지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황제에게 소식을 보고했다.
"월령안이 죽었다고?"
황제는 이반반보다 더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 자리에 굳어진 채 얼굴의 핏기가 순식간에 가셨다. 수중의 상주서가 발에 떨어졌지만 전혀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이반반은 깜짝 놀라 무릎을 꿇고 황제의 발이 괜찮은지 확인하려 했다. 이때 갑자기 황제가 벌떡 일어서며 높은 목소리로 부인했다.
"아니야. 절대 불가능해. 월령안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죽을 수 있겠느냐? 이건 분명 월령안의 음모일 거야. 화근은 오래오래 산다잖아. 월령안이 그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어.
월령안은 아직 짐이 분부한 임무를 완성하지 못했어. 그리고 아직 다른 월씨 가문 사람을 되찾지도 못했다. 어떻게 죽을 수가 있겠느냐? 짐은 믿을 수가 없다!"
황제는 탁자에 올려놓은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손등에 핏줄이 툭 튀어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황제는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목소리는 스스로도 감지하지 못한 두려움과 걱정을 띠고 있었다.
'폐하께서는…….'
이반반이 별안간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황제는 눈동자가 살짝 불그스름해졌고 눈에는 미처 감추지 못한 당황이 서려 있었다.
이반반은 월령안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와 비견되는 놀라움을 느꼈다.
'제발, 제발 폐하께서 알아채서는 안 되는데.'
이반반은 고개를 푹 숙이고 눈 속의 놀라움을 재빨리 거두고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한 척했다.
이반반이 살짝 정신을 판 사이 황제는 목이 쉰 채 울부짖었다.
"조사해, 이반반. 즉각 사람을 보내 조사하거라. 짐은……."
이반반이 대답하기도 전에 황제는 또 말을 바꾸었다.
"아니다. 조사할 필요 없어. 짐이 황숙에게 물을 거야. 황숙은 분명히 알고 있을 거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황제는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이반반은 이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황제의 뒤를 재빨리 따라갔다.
가는 내내 이반반은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황제로 하여금 월령안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영원히 알아채지 못하게 만들까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난각에서 연복궁을 가려면 반 시진쯤 걸어야 하므로 가마를 타고 가시는 게 좋겠다고 귀띔하는 것마저 잊어버리고 말았다.
황제는 마음이 급해서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두 사람은 한번 멈추지도 않고 연복궁까지 내내 걸어갔다.
이반반이 이를 알아챘을 때 마음속으로 저도 모르게 한마디 했다.
'끝장이다.'
황제의 월령안에 대한 관심은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황제가 영원히 알아채지 못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과연 어떤 수라장이 벌어질지 이반반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노인은 황제보다 먼저 월령안의 '사망 소식'을 받았다. 월령안이 황금당 살수의 손에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노인은 눈꺼풀도 들지 않고 평소처럼 물고기에게 먹이를 먹이고 꽃구경을 하며 아침 식사를 했다.
황제가 연복궁에 이르렀을 때, 노인은 친왕 망포(蟒袍 - 황금색 이무기가 수놓인 예복)로 갈아입고 내관이 미는 바퀴 의자에 앉아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황제는 통보 없이 곧장 들이닥치다가 외출하려는 노인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황숙!"
"폐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노인의 바퀴 의자가 먼저 멈추었다. 그는 담담하게 황제를 힐끗 쳐다보았다. 황제의 빨갛게 된 눈동자, 당황한 얼굴을 보는 순간, 어두운 눈동자에 한 가닥의 비웃음이 스쳐 지났다.
황제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짐은 이제 막 소식을 들었습니다. 월령안, 그녀가……."
"죽었어요!"
노인이 냉담하게 말을 이었다.
황제는 순간 마음이 급해졌다.
"황숙, 월령안은 도대체……."
"죽었습니다!"
노인은 또다시 대답했다.
"짐에게 그녀가 죽었다고 말씀하지 마세요. 짐은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월령안 같은 여자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그것도 이렇게 허망하게 죽을 수 있겠습니까!"
황제는 안색이 순식간에 차가워지더니 쌀쌀하게 말했다.
"황숙, 짐은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폐하께서는 무슨 사실을 알고 싶습니까?"
노인은 냉랭하게 되물었다.
"폐하, 신은 입궁한 뒤 월령안을 만나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폐하께서는 신이 무엇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황제는 서슬이 퍼런 눈빛으로 노인을 주시하며 온몸의 위압감으로 노인을 짓누르려 했다.
"황숙은 월령안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전혀 슬퍼하거나 괴로워하시지 않았습니다. 황숙, 정말로 모르십니까?"
황제는 만약 이 세상에 오직 한 사람만 월령안 '사망 소식'의 진실을 안다면 그 사람은 틀림없이 염 황숙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폐하께서는 제가 얼마나 냉혹한지를 모르십니까?"
노인은 황제의 위압감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느긋하게 말했다.
"월령안이 살아 있으면 평생 즐겁게 살아갈 수 있게 보호하고, 죽으면 그 애를 위해 원수를 다 죽일 것입니다. 이보다 더 깊은 감정은 저에게 없습니다. 폐하께서는 제가 어떻게 슬퍼하고 어떻게 괴로워하기를 바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