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화 바라시는 바가 아니었나요?
월령안은 육 노부인을 위해 상복도 입었었다.
사실 그녀가 육 노부인을 위해 상복을 입은 것만으로 육 대장군은 그녀와 이혼해서는 안 되었다.
월령안은 이혼장을 들고 관아에 가서 육 대장군을 고발하는 한편 관아에서 이혼장을 무효로 판결하고 계속 대장군 부인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월령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육씨 저택에서 내쳐지자 이혼장을 들고 그냥 가 버렸다.
그러므로 문제는 반드시 월령안에게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마치 직접 보기라도 한 듯이 너무나 실감 나게 말해 믿지 않기가 더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어떤 이들이 월령안과 직접 운우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월령안이나 대장군부의 사람들이나 누구도 나와서 해명하지 않았다. 유언비어는 점점 더 거세졌고 이를 믿는 사람도 점점 많아졌다.
최일은 관졸을 파견해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을 잡아들였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유언비어라는 게 본래 이러했다. 금지할수록 믿는 사람도 더욱 많았다.
물론, 최일은 월령안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 주지 않았다.
그는 월령안이 이런 말들을 들으면 슬퍼할까 두려웠다.
월령안은 설개연에서 돌아온 후 줄곧 명월산장에서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성안의 소식을 아는 게 별반 없었다. 하지만 유언비어가 점점 더 거세지면서 그녀도 얼마간 듣게 되었다.
화나지 않고 분노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누구든 그런 뜬소문을 듣는다면 받아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월령안은 이런 일에 분노하거나 화를 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바보들과 대질하며 해명하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짓이었다.
세상은 여인에게 너무나 불공평하고 가혹했다.
애당초 그녀가 여인의 몸으로 상업계에 뛰어들 때도 이와 비슷한 소문을 수없이 들었다.
무릇 그녀가 장사를 성사시키거나 가게를 하나 살 때마다 누군가는 그녀가 미모와 몸을 희생해서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일을 수군대기 좋아하는 것도 여인들이었다.
처음에는 그녀도 해명을 했다. 심지어 유언비어 때문에 장사를 중지하거나 양보하며 이미 얻은 이익을 양도하는 것으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많은 일을 겪으면서 알게 되었다.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사람은 절대 해명을 듣지 않았다. 그들은 진상에 대해 전혀 무관심하며 자기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자기들이 듣고 싶은 것만 들었다.
그녀가 나서서 반박하지 않으면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은 그녀가 제 발이 저려서 저런다고 했다.
반면 나서서 반박하면 그들은 또 그녀가 두려워서, 진실이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워서 저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구역질 나는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하든지 다 잘못이었다.
유언비어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것이 해명하는 것보다 실용적이었다.
물론 만약 충분히 능력이 있어서 모든 것을 압도할 수 있다면 유언비어를 겁낼 필요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그녀는 아직 모든 것을 짓밟을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경성의 그런 악의에 찬 중상모략에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무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해도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녀의 이름이 그런 선정적인 일에 연루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특히 노인은 더했다.
황궁 밖의 소문을 들은 노인은 주저 없이 손을 쓰기로 결정했다. 직접 황성사에 나가 지휘했다.
월령안은 노인의 몸이 얼마나 안 좋은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서 선생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괴로워했다.
"이렇게 될 것을 알았으면 영감님이 걱정하시지 않게 제가 더 큰 소문을 만들어 이 일을 덮어 버릴 걸 그랬어요."
"꼬마 령안, 주인님을 너무 얕보는구나. 주인님은 이런 사소한 일 같은 건 손만 들면 해결할 수 있어. 별로 정력을 소모하지 않을 거야."
서 선생은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너 알고 있느냐. 사실 황성사의 악명은 주인님이 만든 거야. 그분이 황성사를 통솔할 때에 그분이 꺾지 않으려는 사람만 있을 뿐, 그분이 꺾지 못하는 사람은 없었다. 또 어떤 죄명을 요구해도 주인님은 증거를 완벽하게 만들어 놓아 입이 백 개라도 변명할 수 없게 만들었지."
"서 아저씨, 그건 별로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닌 거 같네요."
월령안이 조용히 말했다.
서 선생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확고하게 말했다.
"아니야. 이건 자랑스러운 일이야. 넌 알고 있어야 해. 주인님은 그때 고종 황제 수중의 칼이었어. 만약 그분이 잘하지 못했다면 오늘까지 살 수가 없단다. 더더군다나 천자께서 그분을 위해 일부러 만든 명월산장도 없었을 거야!"
월령안은 입을 벌름거리다 결국 탄식만 하고 말았다.
* * *
변경에는 사실 월령안이 꼭 남아서 해야 할 일이 없었다.
황제는 그녀와 야율헌일, 소함연과의 거래를 다 들었다.
황제가 그녀를 꾸짖지 않는 것을 보았다는 것은 묵인한 것이었다. 그러면 그 일은 순리대로 따르고 그녀가 특별히 끼어들 필요가 없었다.
그녀와 소씨 가문 사이의 재판은 소함연이 찾아와서 도움을 청했기에 더 진행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소씨 가문에서는 그녀가 제출한 요구를 모두 수락할 것이다.
그들도 어쩔 수 없었다. 재물보다는 소 승상의 목숨이 더 중요했다.
구리파 사건은?
처음부터 그 일은 그녀와 관계가 없었다. 변경에서 유언비어가 파다하게 퍼져도 그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그리고 서 선생이 말해 준 것처럼 그 일을 노인이 맡게 된다면 그냥 손을 들기만 해도 일을 처리할 수 있기에 그녀는 근심할 필요가 없었다.
월령안은 별로 걱정거리가 없게 되자 이튿날 아침 날이 밝자마자 소육자를 데리고 떠났다.
그녀는 마차를 타고 떠났다. 호위라고는 말을 타고 마차를 따라가는 소육자와 눈에 띄지 않게 보호 중인 육장봉의 암위 뻬고는 아무도 없었다. 지금의 월령안은 매우 눈에 띄는 표적이었다.
황제는 이른 아침, 월령안과 서 선생의 대화를 듣고 화가 나서 얼굴이 일그러졌다.
"월령안은 고의로 짐과 맞서는 것이냐? 짐을 난감하게 하려고? 짐은 그녀가 차갑고 무정하다고만 말했지 홀로 변방 지대로 가란 말은 하지 않았단 말이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모른단 말이냐? 서 선생이 말한 것처럼 그녀가 변방 지대에 가는 것은 바로 장봉에게 누를 끼치고 장봉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 시기에 변방으로 달려간다는 건, 아예 지금 패배를 인정하고 범씨 가문에 은상의 자리를 그저 내주겠다는 말이냐? 도대체 경중을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 시간 개념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지금 변경에서 출발해 청주로 가려 해도 시간이 매우 빠듯하단 말이다. 그런데 이 결정적인 시각에 국경 쪽으로 갔다고? 미친 거 아니냐?
월령안, 이 미친 여인네! 정말 미쳤어! 짐은 이런 여인은 본 적이 없어. 바깥에서 그렇게 듣기 힘든 유언비어는 못 들은 척하더니 짐이 두어 마디 욕했다고 지금 엇나가는 거야?!"
황제는 검푸른 얼굴로 난각에서 한참 동안 악담을 퍼부었다. 그러고 나서야 호되게 명령을 내렸다.
"이반반, 당장 짐의 뜻을 전해라. 월령안더러 당장 황궁으로 튀어 오라고 해!'
"네, 폐하!"
이반반은 울상을 한 채 명령을 받들고 황궁을 나섰다.
이반반이 박차를 가해 명월산장에 도착했지만 그래도 한걸음 늦고 말았다.
월령안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황제에게 육장봉의 생사를 걱정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그녀는 날이 밝자마자 소육자 하나만 거느리고 혼자서 육장봉을 찾으러 변방으로 갔다.
이반반은 월령안이 이미 가 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생각 보다 일이 커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월령안이 이렇게 떠나면 마치 새가 숲으로 돌아가고 물고기가 바다에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이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황제가 이전처럼 월령안의 종적을 완전히 장악하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속속들이 아는 것은 전혀 불가능했다.
"역시 월씨 가문의 후손이군!"
이반반은 황제가 분부한 임무를 완성하지 못해 불쾌했다. 하지만 그는 저도 모르게 한마디 칭찬했다.
"남들이 미처 반응도 하지 못했는데 월령안은 벌써 기회를 잡았군. 시류에 따라 행동하고 기회를 틈타 도망치다니. 그래 맞다. 폐하께서 말 못 할 손해를 입으셨군. 폐하께서는 아무리 불만이 있다고 해도 참을 수밖에 없을걸. 대단해. 참 대단하단 말이야."
칭찬은 칭찬이고 이반반은 자신의 임무를 잊지 않았다.
그는 과단성 있게 금위더러 월령안을 뒤쫓으라고 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월 낭자를 데리고 귀성해야 한다. 월 낭자가 싫다고 해도 너희들은 묶어서라도 데리고 와야 한다. 알겠느냐?"
황제의 심복으로서 이반반은 잘 알고 있었다. 황제는 월령안이 자신의 손바닥에서 벗어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설령 월령안이 청주에 가더라도 그녀의 행동은 황제의 시야에서 모두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네."
금군은 명령을 받고 마차가 남긴 흔적을 따라 말에 채찍질하여 맹렬히 달렸다.
월령안은 마차를 타고 금군은 말을 탔다. 월령안이 한 시진을 먼저 떠났다 해도 마차라 그리 먼 길을 가지 못했을 것이다. 금군이든 이반반이든 모두 능히 월령안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월령안을 쫓아가서 그녀를 변경에 데려오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반반은 금군에게 분부하고 나서 말을 몰아 황궁으로 돌아와 복명했다.
황제는 월령안이 먼저 가 버렸다는 것을 알고 화가 나 어쩔 줄을 몰랐다.
"월령안은 고의야. 분명 고의로 이러는 거야! 짐은 월령안이 진심으로 장봉의 안위를 걱정한다고 믿을 수 없어! 월령안이 얼마나 멍청해야 홀로 길을 떠나겠느냐. 짐은 그녀가 얼마나 죽음을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어. 어찌 장봉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모험을 할 수 있겠어. 이건 전혀 월령안이 할 행동이 아니지!"
황제는 탁자를 두드리기도 하고 상주서를 내던지기도 하면서 한참 동안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고개를 들자 조계안이 과일 쟁반을 안고서 이것저것 고르며 과일마다 한입만 먹고 던져 버리고는 또 꺼리는 표정을 짓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저도 모르게 더욱 화가 났다.
"탁!"
황제는 탁자 위에 상주서를 조계안의 발치에 내던졌다.
"짐이 너하고 말하고 있잖아. 좀 찍 소리라도 내란 말이야."
"찍!"
조계안은 고개를 들지도 않고 찍, 하는 소리를 내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황제는 어이가 없었다.
"조계안!"
황제는 화가 나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짐이 찍 소리 내라 했다고 진짜 찍 한마디 하는 것이냐?"
"아니면요? 황형께서는 저더러 뭘 말하라는 거예요?"
조계안은 과일 쟁반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황제를 올려다보았다. 가면을 쓰지 않은 얼굴은 창백하고 핏기가 없었다. 눈가에서 콧등까지 이어진 칼자국은 지네처럼 그의 얼굴에 붙어서 추하고 험상궂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 사악하게 황제를 쓸어보았다.
"월령안이 급히 변방으로 육장봉을 쫓아갔어요. 황형이 먼저 요구하신 거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