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585)화 (585/1,004)

585화 그의 안위가 제일 중요해요

이반반은 불현듯 왔다가 황급히 사라졌다.

월령안은 올 때도 맞이하지 않고 갈 때도 배웅하지 않았다.

이반반이 사람을 데리고 간 다음, 월령안은 화청의 하인들을 모두 내보냈다.

그런 다음 수중의 성지를 탁자 위에 내던졌다. 눈동자에서는 사람을 씹어 삼킬 듯한 폭풍이 일기 시작했다.

그녀는 산장 안의 하인은 오늘 밖으로 소문을 전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를 감시하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황제의 반응은 어떻게 이렇게 빠를 수 있는가.

황제는 도대체 어떻게 성밖에 있는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게 되었는가.

황제가 그녀를 감시한다는 것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명월산장에서 그녀가 한 말, 그녀가 한 일을 황제가 속속들이 다 안다고 생각하자 모골이 송연할 뿐이었다.

그녀는 이전에 줄곧 황제가 그녀의 주위에 사람을 심었다고 생각했다.

지금 보니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사람이 아니면 무엇일까?"

월령안은 혼잣소리로 중얼거렸다.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다가 문득 화청의 벽에 눈길이 갔다.

갑자기 그녀의 뇌리에는 변경 월씨 저택의 밀실이 떠올랐다.

"밀실!"

머릿속에서 번쩍 생각이 떠오르는 동시에 그녀는 두 눈을 반짝였다. 그녀는 성큼성큼 다 보각 앞에 걸어가서 구리로 된 장식품을 들어 화청의 담벼락을 내리쳤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구리 장식품은 벽면에 부딪히면서 굉음을 내었다. 이어 땅바닥에 떨어지며 쿵, 하는 소리를 내었지만 좀 전의 소리와는 전혀 달랐다.

"알고 보니…… 여기 있었군."

월령안은 구리 장식품에 의해 흔적이 생긴 벽면을 보면서 울음보다도 더 보기 흉한 미소를 떠올렸다.

'구리 관!'

황실의 사람들은 명월산장을 지을 때 벽면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구리 관을 묻었다. 그들은 구리 관을 통해 산장의 일거일동을 감청할 수 있었다.

그녀는 황제가 자신을 감시하는 비밀을 알아내었다.

하지만 그녀는 기쁘지 않았다.

그녀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이 산장은 노인이 자신의 노년을 위해 지은 것이었다.

그녀는 노인이 명월산장에서 살면서 이곳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면 얼마나 속상해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월령안은 명월산장의 비밀을 발견한 다음 모든 하인들을 돌려보냈다. 성지를 들고 서재에 오랫동안 홀로 앉아 있다가 집사가 와서 서 선생이 깨어났다고 보고하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그녀는 서 선생을 급히 찾아가지 않고 집사더러 막대 숯을 찾아오라고 하는 동시에 또 백지를 얼마간 재단하여 서 선생을 찾아갔다.

손불사의 의술은 월령안의 씀씀이에 해당하는 값을 톡톡히 했다. 하루 사이에 서 선생은 기운을 많이 차린 상태였다.

서 선생은 깨어나자마자 황제가 특별히 성지를 내려 월령안을 꾸짖은 일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가 황제를 비난하기도 어려웠다. 월령안이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 근심에 잠긴 모습을 하고 있자 그는 위로해 줄 뿐이었다.

"꼬마 령안,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폐하께서는 정말로 너를 탓하는 게 아니야. 그분은 다만 육 대장군을 너무나 걱정하셔서 그런 걸 거야."

월령안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알고 있어요. 저도 육 대장군이 걱정됩니다. 다만 야율헌일 앞에서는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을 뿐이에요."

월령안은 말하면서 서 선생에게 백지 한 장을 건넸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써져 있었다.

'명월산장 안팎에 모두 구리 관이 묻혀 있어요. 명월산장 안에서 우리가 하는 말들을 폐하께서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다 들을 수 있어요.'

서 선생은 안색이 바뀌면서 깜짝 놀라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정말이냐?"

"정말이고말고요."

월령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두운 표정이지만 부드럽게 말했다.

"저와 육 대장군은 그래도 부부간이었어요. 그분이 위험에 빠졌는데 제가 어찌 걱정하지 않을 수 있나요. 폐하께서 어명을 내려 저를 여상인 출신이라 눈에는 오직 이익뿐이고 정이라고는 없다고 하면서 냉정하고 무정하길 이를 데 없다고 질책하시니 정말 속상해요.

서 아저씨, 얘기해 보세요. 육 대장군에 대한 저의 감정을 증명하려면 제가 모든 걸 버리고 변방 지대에 가서 육 대장군을 찾아가야 하는 걸까요? 찾아가서 그에게 제가 정말 걱정했다고 말해 줘야 했던 게 아닐까요?."

"네가 가서 무슨 도움이 되겠니? 너는 무예도 모르고, 병사를 거느릴 줄도 모르잖아. 너는 전선에 가서 육 대장군에게 누를 끼치려는 것이냐 아니면 육 대장군의 발목을 잡으려는 것이냐?"

서 선생은 무심하게 대답하면서 눈빛은 방안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곧 몸을 일으켜 인기척 없이 벽 앞에 다가섰다.

명월산장은 염 황숙을 위해 지은 것이었다. 많은 인력과 물자를 소모했고 창문과 처마뿐만 아니라 나무토막과 벽돌에도 장인이 정성껏 조각한 무늬가 있었다. 정교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섬세하게 꽃이 조각되어 있는 벽면의 한 벽돌을 보면서 그저 웃고만 싶었다.

월령안은 재빨리 앞으로 다가가 서 선생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소리 없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모른 척하는 게 최선책이었다.

월령안은 서 선생이 실수할까 두려워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폐하께서는 저에게 갈대처럼 이리저리 휘둘린다고 얘기하세요. 최일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홀로 염명경 귀시를 찾아가면서 지금 육 대장군에게 일이 생겼는데도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하세요. 무정하고 이익만 추구하는 게 사람도 아니고 짐승 같다고 하시네요."

서 선생은 벽면을 뚫어지게 노려보면서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폐하의 뜻이 그러하다면 폐하께서는 네가 육 대장군을 위해 청주 일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너를 탓하지 않으시려는 모양이구나. 꼬마 령안, 가고 싶으면 가거라. 나 말리지 않을 거다."

"그럼 제가 안배할게요. 날이 밝으면 곧 출발할 겁니다. 수도에서의 일은…… 다른 것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가 없는 동안 공숙무와 의논해 원 저택 자리에 제 집 한 채를 지어 달라고 하세요."

월령안은 송취 골목의 집이 불타 버린 후 그곳에 다시 지을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나중에 변경에서 오래 거주하지 않을 것이다. 돌아와도 명월산장에 머무르면 되었다.

명월산장은 어쨌든 황실 별장이고 수비가 삼엄하여 일반 사람들은 들어올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명월산장에 함정이 많다는 것을 알자 그녀는 한시도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명월산장에 한시라도 더 머물면 그녀는 노인 때문에 한층 더 마음이 아팠다.

황실에는 역시 가족의 정이라는 게 없었다.

"꼬마 령안, 걱정하지 마. 서 아저씨가 있잖아."

서 선생은 눈길을 거두고 월령안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 아저씨가 있으면 전 당연히 마음이 놓이죠."

월령안은 탄식하며 조용히 말했다.

"서 아저씨, 집 짓는 일 말고도 수고스러운 대로 소씨 가문도 많이 살펴봐 주세요. 소씨 가문과 원수지간이지만 그래도 일찍 소 승상이 저를 도와주었잖아요. 그리고 그의 장남도 이미 죽었어요. 지나간 것은 모두 그런 대로 내버려 두어야죠."

서 선생은 월령안의 말을 듣고 꼼짝 않고 멍해 있었다.

'꼬마 령안이 언제 이렇게 '자비롭게' 변했지. 소씨 가문을 놔주다니.'

하지만 다음 순간 월령안이 말을 이었다.

"소 승상은 어디까지나 저의 손윗사람이에요. 저를 낳아 키운 은혜는 없어도 그때 저를 보호한 것은 분명하거든요. 그분이 말년에 처량하게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 서 아저씨, 날이 밝으면 사람을 보내 소 승상을 명월산장으로 모셔 오세요. 소 승상을 명월산장에서 요양시키세요. 손불사가 있으면 소 승상도 덜 힘들 거예요."

"좋아."

서 선생은 곧바로 대답했다.

명월산장은 소 승상에게 아주 적합했다. 마침 황제더러 소 승상의 위선적인 모습도 보게 하고 말이다.

"뭐, 일단 여기까지예요. 다른 건…… 모두 육 대장군의 안위보다는 중요하지 않죠. 육 대장군이 무사한 걸 확인한 다음 다시 얘기해요."

월령안은 이 말을 하면서 조소가 담긴 눈길로 벽면을 쓸어보았다.

그녀는 황제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황제가 그녀가 청주의 일을 상관하지 않고 모든 걸 나 몰라라 한 후 오로지 육장봉만을 찾아가게 내버려 둘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

월령안은 떠나기 전에 문득 생각이 떠오른 듯이 서 선생에게 신중하게 말했다.

"서 아저씨, 영감님께는 알려 주지 마세요. 그분이…… 걱정하게 하지 마세요."

월령안은 '걱정'이라는 두 글자에 특별히 힘을 주었다.

그녀는 명월산장의 일을 노인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노인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서 선생이 자신의 생각을 알 거라고 믿었다.

과연 서 선생은 멍하게 있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 주인님께서는 구리파 사건을 넘겨받으셨어. 바쁘게 보내고 계신다."

월령안은 자리를 뜨려다가 서 선생의 말에 걸음을 멈추었다. 다시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영감님은 몸을 돌보시지 않고 왜 그런 하찮은 일을 상관한대요. 그냥 시정잡배들이 세 치 혀를 놀리는 거잖아요. 저 곧 경성을 떠날 거예요. 전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설개연 이후 시정에서는 구리파 지하 투수장과 관련된 소문이 나돌았다.

그곳은 무슨 사교의 지부가 아니라 어떤 부유한 상인이 지은 고비용 초호화 매음굴로 오직 지체 높은 가문의 공자들만 접대했다는 것이었다.

구리파 지하에는 가장 사나운 야수와 가장 앳된 소녀가 있어 부잣집 도련님들이 마음대로 희롱할 수 있었다고 한다.

월령안은 그중 한 명으로 자발적으로 몸을 내놓은 사람이라고 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를 꾸몄다.

월령안은 당시 비록 나이가 어렸지만 타고난 춤 솜씨가 있고 몸이 유연한 데다가 특별히 강남 기녀의 가르침을 받아 독특한 방중술을 읽혔다고 한다. 그리하여 허다한 공자들과 소년들이 그녀에게 빠졌다. 설령 그녀가 나이가 어리다고 해도 그녀를 찾는 손님들은 부지기수였다고 말이다.

바로 구리파를 빌려서 월령안은 적지 않은 부잣집 도련님들과 각별한 친분을 쌓게 되었다 한다. 때문에 그녀가 상업계에 진출한 뒤 모든 일이 순조롭고 무슨 장사를 하든 귀인들은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위해 편리를 도모해 주었다 말했다.

꿍꿍이속을 품은 사람들이 일부러 유도하는 바람에 변경에서는 월령안이 가장 능한 것은 장사가 아니라 남자들을 섬기는 것이고 그것도 노소를 불문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그렇지 않으면 어린 아가씨가 무슨 재간으로 짧디짧은 삼 년 안에 그렇게 큰돈을 벌 수 있겠는가.

이 세상에는 혼란한 틈을 타 한몫 챙기고 자빠진 놈의 뒤통수를 차는 자가 적지 않다.

유언비어가 전해진 지 며칠 되지 않아 야비한 몇몇 부잣집 도련님과 부자들이 나서서 월령안의 풍류사를 세세하게 떠벌였다.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그들은 육 대장군을 들먹였다.

육 대장군이 입성하기 전에 이혼장을 보내고 사촌 동생을 보내 대장군부에서 월령안을 내쫓은 것은 곧 월령안이 깨끗하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육 대장군처럼 당당한 사내대장부가 어찌 일개 연약한 여인을 괴롭힐 수 있겠는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