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3화 세상에서 가장 비싼 마차
월령안이 변경에서 여러 해 동안 장사를 하면서 쓸 만한 사람이 부족하지 않았다. 서 선생이 육장봉의 행방을 알아보는 것은 비록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해내지 못할 일도 아니었다. 기껏해야 시간이 좀 필요할 뿐이었다.
그러나 마음 아프게도 그녀는 지금 명월산장에 있었고 황제의 감시를 받고 있었다.
황제는 줄곧 의심이 많았다. 그녀를 쓰려고 하면서도 경계했다. 승상을 임명하는 일에서 황제는 타협하고 그녀의 뜻대로 최 대학사를 승상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월령안은 천진난만하게 황제가 자기를 믿고 있으며 다시는 자기를 의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황제가 타협한 것은 그녀를 쓰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그녀가 전심으로 황실을 위해 청주에서 목숨을 걸기 바랐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황제는 예전보다 더욱 그녀를 경계했다.
그러나 단지 그녀가 전에 최일을 구할 때, 드러난 실력이 황제의 거리낌을 산 것이었다.
그녀가 염명경 귀시로 가서 거래를 했을 때, 사용한 것은 월령안 그녀의 실력이었다. 월씨 가문이 남긴 인맥과 재산을 건드린 것은 전혀 아니었다.
비록 월령안이 진작에 월씨 가문의 선조가 남긴 재산을 탕진했지만 그것을 솔직하게 말해도 황제는 믿지 않을 것이다.
같은 일을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다 해도 월령안은 하면 안 되었다.
출신이 바로 죄였다.
그녀는 청주 월씨 출신의 월씨였다. 이 이유 하나만으로도 황제는 영원히 그녀를 믿지 않을 것이다. 월령안은 황제가 그녀를 의심하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그녀는 황제가 노인을 의심하는 것이 두려웠다.
노인이 아무리 대단하고 재주가 뛰어나도 결국에는 이미 늙었다. 그녀는 노인이 늙어서도 전전긍긍하면서 내일이 없이 오늘만 사는 게 싫었다.
그래서 그녀는 아무리 초조해도, 아무리 서 선생과 육장봉이 뭘 하러 갔는지 알고 싶어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기만 했다.
그녀는 서 선생이 그녀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반드시 그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서 선생을 믿고 있으면 되었다.
월령안은 억지로 인내심을 가진 채 기다렸다. 그러나 뜻밖에도 최씨 가문의 설개연이 열릴 때까지도 육장봉이나 서 선생의 소식을 받지 못했다.
월령안은 몇 일 전에 육장봉이 보내온 편지가 떠올라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육 대장군은 역시 신용을 지키는구나. 나와 함께 설개연에 참가할 수 없다더니 정말 설개연 전에 오지 못했군. 내가 처음부터 당신한테 기대를 걸지 않아서 다행이야."
* * *
설개연 날, 월령안은 아침 일찍 일어나 화장을 했다.
월령안은 비색(绯色) 긴 치마를 골랐다. 색깔이나 치마의 모양새로나 모두 눈에 띄지 않는 것이었다.
설개연은 춘일연보다 목적성이 더욱 명확했다. 설개연은 툭, 까놓고 보면 최씨 가문이 며느릿감을 보려고 준비한 연회였다.
과거 최씨 가문은 설개연에 최씨 가문이 좋게 본 낭자 열몇 명에서 스무 명 정도만 초대했었다.
가끔 최씨 가문과 가까운 가문에서도 설개연의 기회를 빌려 며느릿감을 고르려고 설개연에 참가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이 연회의 본 목적이 바로 맞선인 것만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마치 오늘처럼, 비록 최 대학사가 승상으로 상승했고 설개연의 규모도 확대되었지만 초대된 비빈들은 여전히 꽃다운 나이에 들어서 시집가고 장가들기를 준비하는 젊은 남녀들이었다. 기껏해야 그의 부모 정도가 더 있을 뿐이었다.
버림받은 여인으로서, 또 재가를 할 계획이 없는 버림받은 여인으로서 월령안은 자기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검소하게 꾸미지는 않았다. 하지만 평범하게 치장하려고 애썼다. 사람들 틈에 끼어 있어도 발견되지 않게 애써 치장했다.
시간이 대충 된 것 같자 월령안은 마차에 앉아 낙원으로 갔다. 그녀를 따라 나선 사람들로는 월씨 가문의 호원 말고도 상처가 회복된 소육자와 공숙무의 제자 소갑이 있었다.
소갑은 공숙무가 억지로 밀어 넣은 것이었다. 공숙무는 소갑더러 세상 돌아가는 것을 좀 보라고 했다.
월령안은 의견도 없었고 감히 의견을 가지지도 못했다.
그녀는 공숙무가 앞으로도 그녀의 목숨을 지킬 암기를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입장이었다.
별수 없었다. 그녀는 죽음을 두려워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믿지도 않았다. 그녀는 목숨을 지킬 암기가 너무나 필요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뒤, 월령안은 호원, 시녀를 데리고 기세 좋게 낙원으로 향했다.
길에서 월령안 일행은 거만하고 장식이 화려한 마차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이 가는 방향도 낙원이었다. 월씨 가문의 마차는 그중에서 전혀 시선을 끌지 못했다.
소육자는 오늘 마부가 되었다. 그는 사방에서 끊임없이 나다니는 마차를 보면서 신기해했다.
"전 예전에 월 누님이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 너무 많은 줄 알았어요. 이제 보니 우리가 거느린 사람이 가장 적네요. 저들의 마차를 보세요. 차 바퀴에도 모두 보석을 붙였네요. 저게 다 얼마예요?"
소육자는 자기의 두 눈만으로 부족한 것 같았다.
"변경의 사람들은 참 돈이 많아요. 저 사실 예전에 처음 변경에 도착했을 때, 제 자신이 가난뱅이로 느껴졌어요. 나중에 월 누님이 저한테 급여도 주시고 상도 주셔서 전 제가 그래도 돈 좀 있는 사람이 된 줄 알았죠. 이제 보니 우리 집안 전 재산으로 저 사람들의 마차 바퀴 하나 못 사겠어요."
소갑도 마차 옆에 앉아 있었는데 소육자의 말을 듣고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앉은 이 마차가 바로 세상에서 가장 비싼 마차야. 넌 자기 자신을 부러워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다니. 넌 너무 웃겨."
"뭐? 월 누님의 마차가 아주 귀한 거야? 난 왜 몰랐지? 아주 평범하게 생겼잖아."
소육자는 두리번거렸지만 보면 볼수록 평범해 보였다.
"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거지. 월 누님의 이 마차는 우리 천궁각에서 백 명이 넘는 장인이 함께 삼 년을 공들여서 만들어 낸 거야. 얼마 전에야 가져왔는걸."
소갑은 숫자를 말하더니 또 과장해서 말했다.
"이 마차가 눈에 띄지는 않아도 이 마차의 크기만 한 황금으로도 이 마차를 절반밖에 사지 못해."
"세, 세상에, 세상에……! 그럼 내가 지금 금산에 앉아 있는 거잖아?"
소육자가 과장되게 소리를 질렀다.
소갑은 세게 머리를 끄덕였다.
소육자는 바로 좌불안석해졌다.
"월 누님, 큰일 났어요, 큰일 났어요. 전 아무래도 이 마차에 감히 타면 안 될 거 같아요. 제가 타서 망가지기라도 하면 어떡하죠?"
"소갑이 허튼소리 하는 것을 듣지 마세요. 마차 한 대일 뿐이에요."
월령안은 마차 밖에서 두 사람의 우쭐거리는 소리를 듣자 기분이 좋아졌다.
소갑도 따라서 소육자를 다독이며 으쓱한 얼굴로 말했다.
"마음껏 앉아. 망가지지 않아. 앉는다고 망가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창칼로 뚫고 불을 질러도 안 망가져."
"그럼 좀 시름이 놓이네."
소육자는 이 말을 듣고 홀가분해졌다.
바로 이때, 장엄하고 대범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화려하고, 크고 풍채가 좋은 말 네 필이 끄는 마차가 월씨 가문의 마차 앞을 지나갔다.
마차를 모는 마부는 경멸의 시선으로 소육자와 소갑을 바라보며 목청을 높였다.
"상인 집안 여인은 역시 상인 집안 여인이지. 비싸고 돈을 많이 쓴 것밖에 자랑할 줄 몰라. 역시 세상 물정을 모르니 무엇이나 돈으로 잰다니까. 정말 저속하기 짝이 없군."
말을 마친 상대방은 우쭐거리며 채찍을 휘둘렀다. 말 네 필이 마차를 끌고 날 듯이 빨리 달리며 먼지바람을 일구었다. 눈 깜짝할 새에 월씨 가문의 마차는 뒤로 처졌다.
"퉤퉤퉤……."
소육자와 소갑은 무방비 상태로 흙을 잔뜩 먹었다.
상대 마부의 비웃음 소리가 작지 않아 월령안은 마차 안에서도 들었다.
월령안은 소육자더러 마차를 옆에 세우고 먼저 가서 세수와 양치를 하라고 했다. 그리고 호원을 보내 방금 전의 마차가 어느 가문의 것인지 알아보게 했다.
변경에 이토록 오래 있으면서 그녀는 이렇게 나대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청희 장공주와 등요 공주도 이렇게 미치광이 같지는 않았다!
가문마다 마차에 소속된 곳 고유의 표지가 있었다. 호원은 말을 타고 앞의 마차를 뒤쫓아가 마차의 표지를 보고 되돌아왔다.
경성 각 가문의 휘장을 익히 아는 것은 호원들이 구비해야 할 기본 소양이었다. 그래야만 밖에서 부딪치지 말아야 할 사람을 피할 수 있었다.
호원은 퍼뜩 보고는 곧 되돌아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가씨, 마차의 표지는 일문삼공(一門三公)으로 불리는 허국공(許國公) 가문의 휘장입니다."
"허국공?"
월령안은 장군왕 세자가 보내온 명단을 곰곰이 되새겼다. 최씨 가문의 초대 명단에 허국공부의 낭자가 없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초대받지 못한 손님인가?'
월령안은 알겠다는 의미로 머리를 끄덕이고 호원을 제자리로 돌려보냈다.
소육자와 소갑은 먼지를 가득 들이키고도 호원의 말을 듣자 불안해서 옷자락을 비비 꼬았다.
"월 누님, 저희가 괜히 번거롭게 해 드린 건 아니죠."
"무슨 생각을 하세요? 물론 아니죠!"
월령안은 두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두 사람이 여전히 먼지투성이인 것을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두 분 괜찮으세요? 먼지에 사레가 든 건 아니에요?"
소육자와 소갑은 급히 괜찮다고 말했다. 그냥 경계하지 않다가 먼지가 입에 들어가 사레들린 것뿐이니 입을 행구기만 하면 아무 문제도 없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월령안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둘은 일부러 기쁜 척하며 장난질했다.
월령안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죄송해요. 미안하게 되었네요."
"아니, 아니, 아니에요. 월 누님, 우린 서운하지 않아요. 조금도 서운하지 않아요. 정말이에요!"
소육자는 손을 들고 맹세했다.
소갑도 진심을 담아 말했다.
"정말이에요. 저희가 마차를 몰겠다고 한 거잖아요. 월 가주께 화를 부른 게 아니면 좋겠어요."
"물론 아니에요! 됐어요. 시간이 늦었어요. 두 분이 문제가 없다면 계속 가요. 제가 낙원의 주인이에요. 제가 늦으면 실례가 돼요."
월령안은 입꼬리를 가볍게 올렸다. 눈동자에는 순간적으로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원한을 새기는 사람이었다.
그녀를 모욕하는 건 참을 수 있지만 그녀 곁의 사람들을 모욕하면 안 되었다.
"월 누님, 누님, 괜찮으시죠?"
소육자와 소갑은 왠지 뭔가 잘못된 것 같았으나 콕 집어 얘기할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멍해졌다.
'우리가 눈을 깜빡하는 사이 만 년이 흐른 건가?'
두 사람이 서로 멀뚱하게 마주 보는 모습은 말할 수 없이 멍해 보였다. 월령안은 두 사람의 멍한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는 두 사람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됐어요. 갑시다."
"네, 네, 네. 갑시다. 갑시다, 가자고요……."
소육자와 소갑은 멍하니 대답했다. 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마부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고분고분 마차나 몰자. 월 누님께 폐를 끼치지 말고."
두 사람은 말채찍을 잡고서 약속이나 한 듯이 서로에게 눈빛으로 경고하고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