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8화 장 부승상을 추천합니다
오공자는 말을 부드럽고 가벼운 말투로 빨리했다. 마치 한담을 하는 것 같았지만 단어 사용은 극히 악독했다.
그러나 월령안의 안색은 달라지지 않았다.
"조운충?"
진왕비가 갑자기 궁문 입구에서 부딪혀 자결했을 때 그녀는 다음 목표가 자기라는 것을 짐작했다.
오공자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대장군께서 승리를 거두시고 돌아오셨을 때, 경중에서는 육 대장군을 연모하고 숭배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어요. 특히 무장들 그 무식쟁이들은 더욱 육 대장군을 신, 전신으로 모셨지요. 이 소식이 변경에 퍼지자 다른 마음을 품은 사람들은 머리를 쓸 줄은 모르고 손밖에 쓸 줄 모르는 무식한 무장들을 재차 부추겼어요.
월 가주, 당신에게는 어떤 결과가 있었을 것 같나요?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숭배자들의 신임을 저버리고 모든 무장들과 대립하게 된다면 육 대장군은 또 어떻게 스스로 처신해야 하겠어요?"
"청주의 그 노친네들은 일을 좀 크게 벌였네요."
월령안은 놀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조적으로 농담을 했다.
"월 가주의 원수는 청주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오공자는 입을 오므리고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월령안은 만난 뒤, 처음으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원수요?"
월령안은 잠깐 멈칫, 하더니 곧 말을 이었다.
"그럼 태후겠네요."
오공자 얼굴의 미소는 굳어졌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는 낭자에게 진 게 억울하지 않아요."
월령안은 말을 잇지 않고 옅은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오공자의 성의는 저도 알고 있어요. 오공자께서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으신 건가요?"
오공자는 바로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
"월 낭자, 우리 집안의 상황을 낭자께서도 아실 겁니다. 우리 가문은 강남에 세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서남에도 체면이 좀 서는 편입니다. 서남의 몇몇 토사와 모두 교분이 있지요. 다른 것은 몰라도 낭자께서 문제 없이 살아서 청주로 들어가셨다가 살아서 나오실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어요."
"오공자께서는 뭘 원하시나요?"
월령안은 장씨 가문의 세력으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난 장씨 가문은커녕 육장봉조차 믿지 않아. 난 내 자신만 믿어.'
장 오공자는 빙빙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수상의 자리를 원합니다!"
"저의 무능력함을 용서해 주세요."
월령안은 장 오공자가 오늘 그녀의 트집을 잡으러 온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면 저는 믿겠지만, 낭자의 이 말씀을 누가 믿을까요?"
오공자는 타오르는 눈빛으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소 승상이 그때 어떻게 자리에 오른 것인지 제가 말할 필요가 없겠죠? 그게 아니면 낭자의 어머니도 그때 자기의 목숨을 소 승상에게 맡기지 않았을 테니까요. 아닌가요?"
월령안은 오공자와 더 맞춰 줄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
"장씨 가문은 역시 소식이 빠르네요. 대장군께서 최 대학사를 수상의 자리에 추천한 것을 알았으니 말이죠."
오공자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깜짝 놀랐다.
"대장군께서 최 대학사를 추천하셨어요? 어떻게 이럴 수가? 대장군께서는 언제부터 최씨 가문과 이토록 가깝게 지내셨는데요?"
"허!"
월령안은 비웃고 차갑게 비꼬았다.
"공명정대한 사람은 뒤에서 공론을 하지 않는 법이죠. 오공자, 공자의 그 수법은 저도 속일 수 없는데 폐하께서는 공자가 소 승상이 예전에 자리에 오른 것은 월씨 가문이 힘쓴 탓이라고 말한다 해서 저와 사이가 좋은 최 대학사를 경계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장씨 가문은 소식에 빠를 뿐만 아니라 아는 것도 많았다.
오공자는 특별히 명월산장으로 그녀를 찾으러 와서 소 승상이 수상이 된 것은 월씨 가문의 공로라고 말한 것은 아마도 명월산장에 황제의 첩자가 있는 것을 알아서 일 것이다. 첩자의 입을 빌려 월씨 가문의 야망과 힘을 황제에게 일깨워 줘서 최 대학사가 수상 자리에 오르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월령안에게 단번에 들킨 오공자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얼굴의 가짜 당혹감을 거두고 말했다.
"그때, 소 승상이 수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확실히 당신네 월씨 가문이 돈을 써서 길을 터 주었기 때문이었죠. 아닌가요? 월씨 가문이 장사를 조정에까지 한 것이 처음도 아니고요. 애초에 당신네 월씨 가문의 그 능력자는 군왕의 머리 꼭대기에서 나라를 도모하는 사업까지 했었지요."
"지금은 예전과 달라요. 월씨 가문에는 돈이 없어요. 전 또 거액의 빚까지 졌고요. 오공자께서 절 높이 보셨네요."
오공자의 이 수가 아주 좋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왕은 의심이 많고 월씨 가문은 또 좋지 않은 과거까지도 있었다.
그녀도 지금 황제가 이 말을 듣고 최 대학사를 수상으로 임명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장씨 가문의 이 계략은 아주 독했다.
오공자는 안색을 바꾸지 않고 또 한 방을 날렸다.
"월 가주께서 돈 한 푼 없는 상황에서 황실도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내셨으니 제가 어찌 감히 월 가주를 낮잡아 보겠습니까?"
월령안은 가볍게 웃고 반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오공자께서 재능이 뛰어나시니 저 월령안은 진심으로 탄복합니다."
'이렇게 패배를 인정한다고?'
오공자의 금방 풀어졌던 미간이 다시 찌푸려졌다. 그는 의아한 얼굴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그는 월령안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오공자는 모든 일은 과유불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오늘 한 말은 충분히 많았다. 심지어 지나치게 많았다. 황제가 이 일로 월령안을 경계한다 해도 그 또한 마찬가지로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말을 많이 할수록 저지르는 실수도 많아질 것이다.
오공자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일어서서 작별했다.
"오늘 제가 월 가주를 번잡스럽게 만들었네요. 월 가주께서 최씨 가문의 설개연에 참가하신다고 들었는데, 설개연에서 다시 만납시다."
오늘 이것은 그와 월령안이 처음으로 겨루는 정면 승부였다.
설개연에서는 두 번째 될 것이다.
오공자는 지금 그녀에게 선전 포고를 던지는 것이었다.
월령안은 가볍게 웃으면서 느긋하게 일어나 시원하게 대답했다.
"저 월령안이 끝까지 모시겠습니다."
"그럼 이만."
오공자는 떠나기 전에 그윽한 눈빛으로 월령안을 힐끗 보고 그다음에야 몸을 돌려 성큼성큼, 떠나갔다.
월령안은 오공자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어두운 시선을 했다.
수상 자리의 다툼은 이미 수면 위로 끌어올려져 있었다. 그녀든, 최씨 가문이든 이미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많이 행동할수록 저지르는 실수도 많아질 테니까.
명월산장에서 벌어진 일은 황제를 속일 수 없었다. 그날 저녁, 오공자와 월령안의 대화는 황제의 앞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황제는 첩자가 전해온 소식을 보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최씨 가문이 아쉽게 되었군."
황제는 묵묵히 마음속에서 최 대학사를 수상의 후보자에서 없애 버렸다.
오공자의 그 말에는 다른 뜻이 있었지만 도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황제가 결심을 하자마자 이튿날 아침 조례에서 최 대학사는 황제를 어쩔 수 없게 만들었다.
최 대학사는 조례에서 장 부승상을 수상으로 추천했던 것이다.
말을 하자마자 대전은 잠깐 동안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심지어 상석에 서 있던 장 부승상도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최 대학사가 좋은 마음으로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러나 황제가 수상을 임명하는 일을 자꾸 미루고만 있어 그의 사람들은 이 일을 꺼내기 쉽지 않았다. 그는 그의 문하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먼저 황제와 수상 임명에 관한 일을 꺼내는 것이 필요했다.
최 대학사는 비록 좋은 의도는 아니었으나 이 일을 꺼내서 황제를 피하지 못하게 했다. 이것 또한 지금의 상황을 깨뜨린 것이었다.
'앞으로의 일은? 그건 최 대학사의 뜻대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잠깐 새에 장 부승상은 이미 머리를 여러 차례 굴렸다.
마찬가지로 용의에 앉은 황제는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생각을 했다.
황제는 안색을 바꾸지 않고 물었다.
"대학사, 장 부승상을 추천한 이유가 무엇인가?"
"벼슬 자리 하나일 뿐입니다.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습니까. 장 부승상께서 별의별 궁리를 다하시며 원하시는데 신이 추천하면 그만이지요. 그가 벼슬 자리 때문에 또 우리 집 꼬맹이를 괴롭히러 달려가지 않도록 말입니다."
최 대학사는 대전 중간에 서 있었다. 풍류적인 명사의 풍채로 기품을 나타낸 채, 고상하고 오만하며 또 약간의 광기를 드러냈다.
'어…….'
대신들은 저도 모르게 입가를 씰룩거렸다.
그들은 줄곧 최 대학사가 거침없이 말하는 사람인 줄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까지 말할 줄은 몰랐다.
'최 대학사는 장씨 가문과 척을 지려는 건가?'
장 부승상이 진작에 최 대학사가 좋은 의도로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최 대학사의 말을 듣자 단단히 화가 났다.
그러나 그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한걸음 나서서 몸을 돌린 뒤, 최 대학사에게 공수하며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최 대학사, 여기에 무슨 오해라도 있는 게 아닐까요?"
"오해는 없습니다! 장 부승상, 걱정하지 마시지요. 일개 수상 자리는 제가 우리 집 꼬맹이를 희생시키면서까지 부승상과 다툴 가치가 없습니다. 가지고 싶으시면 가지세요."
최 대학사는 장 부승상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고 대중들 앞에서 비꼬았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최 대학사는 장 부승상을 들이받고 또 사직하겠다는 상주서를 올렸다.
"사직이라고?"
최 대학사에게 크게 두 방 먹은 황제는 어리둥절해졌다.
"네, 폐하, 신은 사직하겠습니다. 폐하께서 허락해 주십시오!"
최 대학사는 옷자락을 들고 대전 안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손에 든 상주서를 높이 쳐들었다. 그리고 소리 없이 사람들에게 그의 진지함을 알리고 있었다.
그가 말한 것처럼 벼슬 자리일 뿐이었다. 그는 개의치 않았다!
대전의 대신들은 다시 소리 없이, 묵묵히 최 대학사를 바라보았다. 장 부승상은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에는 입만 달싹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만 내쉬었다.
그는 졌다!
최 대학사의 박력에 졌다.
최 대학사의 추천과 사직은 모두 너무 갑작스러웠다. 대전의 대신들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랐다. 황제도 바로 결정하지 않고 최 대학사의 사직 상주서만 사람을 시켜 받게 했다. 그는 생각을 해보겠다고만 하고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최 대학사는 일어서서 문관들의 줄로 돌아간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후 조례는 계속되었다.
그러나 최 대학사가 연속 이 두 가지 큰 수를 내보낸 뒤라서 조정 대신들은 정사를 논할 정신이 없어졌다.
조례가 급히 끝나고 황제는 일을 논의할 대신을 남기지 않았다. 그는 최 대학사의 상주서를 들고 난각으로 돌아왔다.
난각에 도착한 황제는 더 이상 기분을 감추지 않고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이반반, 대장군을 불러 입궁하라고 하거라. 그리고 어제 월령안이 최씨 가문에 편지를 전한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거라!"
"네, 폐하."
이반반은 감히 더는 말하지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