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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567)화 (567/1,004)

567화 고마워하지 않을 거예요

"아버지! 알아보는 사람이 말하기를 대장군이 그들을 잡아들이는 것은 칠 년 전, 구리파의 사건과 연관 있대요! 칠 년 전, 구리파요! 다른 사람들이 거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아버지도 모르세요?"

장군왕 세자는 장군왕의 옷자락을 잡으며 콧물을 닦고 가련하게 흐느꼈다.

그때 구리파의 일은, 귀족 자제들 중 한 명으로서 장군왕 세자도 알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그를 불러 함께 가서 놀자고 했다.

그의 사촌형인 진왕 세자는 그에게 함께 가자고 여러 번 권유했었다.

그는 그때…….

그래, 그때 그는 확실히 마음이 동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막았다.

그의 아버지는 구리파 지하 투수장의 일을 안 뒤, 그를 한 바탕 두드려 팼다. 어찌나 심하게 때렸는지 그는 한 달 동안 침대에서 내려올 수조차 없었다. 그가 침대에서 내려오자 구리파에 일이 생겼다.

그때 그는 아버지가 지나치게 조심스럽다고, 그의 견식을 넓힐 기회를 잃게 했다고 원망했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아버지에게 고맙기만 했다. 아버지가 잘 때린 것이다. 아주 잘 때린 것이다.

"칠 년 전, 구리파의 사건? 육 대장군, 뭘 하려고?"

장군왕은 미간을 찌푸리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자기의 옷소매에 멍청한 아들이 발라 놓은 콧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일을 이렇게 크게 벌이다니. 육장봉, 원하는 게 뭐야?"

육장봉은 병사들을 거느리고 성으로 들어와 또 길을 봉쇄하고 사람을 잡아들였다. 이 기세는 대단히 커서 월령안은 명월산장에서도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손에 든 편지를 만지작거리며 입꼬리를 살짝 올려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

서 선생은 월령안 손에 든 편지를 보고 농담을 건넸다.

"어쩌면 너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겠어. 마치 이른 아침부터 헐레벌떡 뛰어와 너한테 편지를 건네던 것처럼."

"잘 보이려면 이렇게 하면 안 되죠."

월령안은 손에 든 편지를 힐끗 보고 비꼬았다.

"아까 저는 영감님의 편지를 보고 너무 기뻐서 사소한 부분은 소홀히 넘겼을지도 몰라요. 육장봉은 이런 수법으로 언제까지 절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월령안은 손에 든 편지를 책상 위로 던졌다.

"제가 그의 속임수에 화를 내는 게 무섭지도 않은 걸까요?"

"먼젓번에 대장군이 너에게 편지를 썼을 때, 넌 한 눈으로만 보고 찢어 버렸지 않느냐. 이 편지는 그래도 보기는 했으니 그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다. 그러니 이번 판은 대장군이 이긴 것이야."

서 선생은 탁자 위의 편지를 보자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육장봉은 그래도 어느 정도 능력이 있었다. 이 편지는 그의 주인이 쓴 것과 정말로 똑같았다. 그라 해도 진위를 가릴 수 없을 정도였다.

"봤으면 뭘 하겠어요? 제가 시집이라도 갈까 봐요?"

월령안은 일부러 홀가분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말속의 씁쓸함은 감추기 힘들었다.

"앞으로의 일을 누가 알겠니? 애초에 네가 육씨 가문을 떠날 때, 육 대장군이 이토록 너한테 매달릴 줄 알았겠니?"

월령안이 최일을 거절한 뒤로, 서 선생은 더는 생각하지 않고 기회가 있으면 육장봉의 편에 서서 좋은 말을 몇 마디씩 했다.

령안이 최일을 거절했으니 최일에게는 이제 기회가 없었다.

최일은 육장봉이 아니었다. 황제는 육장봉의 광기를 포용하고, 육장봉이 제멋대로 뜻을 무시하고 성격대로 소란을 피우게 내버려 두었다. 그러나 황제는 최일을 포용하고 최일이 제멋대로 황제의 뜻을 무시하고 소란을 피우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가 자기의 체면을 구겨도 이렇게 사정없이 구길 줄 몰랐죠."

월령안은 단언하지 않고 비웃었다. 그리고 조금 피곤한 듯 미간을 문질렀다.

"서 아저씨, 잘 좀 지켜봐 주세요. 육장봉 그 인간이 미친다 싶으면 진짜 미치광이 같이 구니까요. 폐하께서는 그를 봐주셔도 절 봐주시지는 않으실 거예요. 전 곧 변경을 떠날 거예요. 떠나기 전에 또 일이 생기는 것을 바라지 않아요. 성안에서 또 무슨 기척이 들리면 반드시 미리 저한테 알려 주세요."

서 선생은 대답하고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독왕 아포가 널 만나고 싶어 하는데 만날 거냐?"

"셋째 언니 때문인가요?"

월령안이 조롱하는 말투로 물었다.

"맞아."

서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치정에 사로잡힌 사람 같으니라고."

월령안은 비꼬았다.

"그가 우리 셋째 언니에게 목을 매는 것을 보아 기회를 한번 주죠. 만약 그가 조운충의 머리를 가지고 온다면 월 삼낭을 그에게 준다고 하세요. 가져오지 못한다면 할 일을 하라고 그러세요. 제 인내심은 한계가 있으니 그의 쓸데없는 소리를 들을 여유가 없어요."

서 선생은 더 이상 설득하지 않고 월령안더러 건강을 조심하라고 한 뒤, 물러갔다.

서 선생이 나가고 월령안은 홀로 책상 앞에 잠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책상 위의 편지에 떨어졌다. 그녀는 고민을 거친 뒤, 끝내 다시 책상 위의 편지를 들고 펼쳤다.

처음 몇 줄의 글자는 눈물로 희미해져서 칠흑같이 검은 글씨가 되었다. 뭘 썼는지 알아볼 수조차 없었지만 월령안은 여전히 열심히 읽었다.

그녀는 이 편지가 노인이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노인은 그녀를 한 번 만나지도 않을 정도로 조심스러운 사람인데 또 어찌 몰래 편지를 써서 그녀에게 주겠는가.

만약 쓴다면 노인은 진작에 썼을 것이다. 진작에 서 아저씨를 시켜 그녀에게 전해 줬을 것이다. 육장봉이 아부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월령안도 잘 알고 있었다. 이 편지는 비록 노인이 친필로 쓴 것이 아니라도 육장봉이 그녀에게 주는 것을 노인이 묵인했다는 것을.

그렇지 않으면 육장봉은 노인이 편지를 쓸 때의 작은 습관들을 가짜 편지에서도 똑같이 꾸미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그녀와 서 선생도 처음에는 속아 넘어갔다.

노인은 줄곧 고집스러웠고 육장봉을 좋아하지 않았다. 육장봉이 노인을 설득하려 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편지를 위해서 육장봉은 많은 정성을 쏟았을 것이다.

"난 당신한테 고마워하지 않을 거예요!"

월령안은 편지의 먹물 자국을 가볍게 만지며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당신이 저한테 매달리지 않았더라면 폐하께서도 영감님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하셨을 것이고 영감님도 절 떠나지 않았을 거예요. 육장봉, 이건 당신이 저한테 빚진 거예요!"

"아가씨!"

문밖에서, 집사가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월령안은 잠깐 멈칫, 하더니 손을 들어 얼굴을 훔치고 물었다.

"무슨 일이냐?"

"아가씨, 장씨 오공자가 뵙기를 청합니다."

월령안의 분부가 없이 집사는 감히 서재로 들어가지 못했다.

"장씨 오공자? 그래, 지금 가겠다."

월령안은 잠깐 멍해졌다가 곧 편지를 잘 접어서 거두었다. 그리고 일어서서 서재를 나갔다.

"내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장씨 오공자는 지금 부모상을 당했을 텐데 무슨 일인지 말을 하더냐?"

"아가씨, 장씨 오공자는 상복을 입지 않고 있었고 무슨 일인지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바로 찾아와서는 아가씨를 뵙고 싶다고만 했습니다."

집사는 공손하게 월령안의 뒤를 따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복을 입지 않았다고?"

월령안은 눈살을 찌푸리고 발걸음을 빨리하여 화청으로 걸어갔다.

장씨 오공자는 상복을 입지 않고 소박한 흰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햇빛이 비추지 않는 왼쪽에 앉아 있었는데 얼굴에는 약간의 우울감이 드리워 있었다. 그는 총체적으로 예전보다 소년의 쾌활함이 사라지고 듬직해졌다.

월령안은 화청으로 들어가 한번 훑어보고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녀 특유의 미소를 짓고 오공자에게 예를 올렸다.

"오공자를 뵙습니다."

"오기 전에 제 집안사람들이 낭자가 저를 만나지 않을 거라고 하더군요. 전 믿지 않았어요. 역시, 제가 이겼네요."

장 오공자는 일어서지 않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월령안을 훑어보았다.

"장 오공자께서 행차하셨는데 소인이 어찌 감히 뵙지 않겠어요?"

월령안은 예를 올린 뒤, 상석에 앉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오공자께서 무슨 분부가 있어서 행차하셨나요?"

오공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월령안을 숨김없이 훑어보았다. 그리고 잠깐 뒤에 물었다.

"제가 왜 상복을 입지 않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오공자, 우리는 처음 만나는 거죠?"

월령안 얼굴의 미소는 변하지 않았다.

오공자는 잠깐 멍해지더니 침묵했다가 말했다.

"제가 잠깐 예의를 잊었네요."

그와 월령안은 여러 번을 겨룬 적이 있으니 '신교(神交 - 정신적 사귐)'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월령안이 평생 겪은 모든 일을 알고 있었고 최근의 동향 또한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월령안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월령안은 그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었으며 그것을 전혀 감추지도 않았다.

오공자는 눈을 내리깔며 시선에 담긴 깊이와 쓸쓸함을 숨겼다.

그러나 월령안이 묻지 않아도 오공자는 여전히 입을 열었다.

"전 입양 보내졌어요."

월령안은 안색을 바꾸지 않고 말했다.

"오공자 축하드려요. 올해의 은과에 참가할 수 있겠네요."

월령안은 그를 비웃고 있었다!

월령안이 진심 어린 얼굴로 비꼬는 말투가 전혀 없이 말했지만 오공자는 월령안의 이 말이 자기를 비웃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러나 오공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할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여 입양 가기로 한 순간, 그는 맞서야 할 것이 뭔지 알고 있었다.

월령안은 처음도,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오공자는 침착하게 월령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전 지금 장씨 가문 첫째 집안의 공자가 아니니 우리가 얘기를 잘해 볼 수 있을까요?"

"오공자께서는 무슨 얘기를 하시고 싶으신 거예요?"

'장씨 가문의 첫째 집안의 공자가 아니라고 우리 사이의 원수가 없는 일이 되는 것인가?이 말을 내가 믿는다 해도 오공자 자신은 믿을까?'

월령안은 오공자를 믿지 않았지만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에 찬 얼굴로 오공자를 바라보았다.

만약 예전이라면 오공자는 분명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월령안은 일개 여 상인에 불과했으니. 그들 장씨 가문이 먼저 호의를 보이면 월령안이 황공하고 감격하기도 부족한데 감히 무슨 간으로 앞뒤가 다르게 놀겠냐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번 월령안과 겨루고 월령안이 움직일 수 있는 힘과 그녀의 담력을 경험하고 나니 오공자는 월령안을 낮잡아 보지 못했다.

그는 월령안의 행위에 의아해하지도 않고 자세를 더욱 낮추었다.

"전 월 가주께서 제 말을 믿지 않으시는 것을 압니다. 성의를 표시하기 위해 제가 먼저 월 가주께 정보를 알려 드리지요. 우리 집에서 방금 전에 입수한 소식인데 누군가 칠 년 전 구리파의 일을 가지고 월 가주를 망가뜨리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육 대장군께서 제때 손을 쓰셔서 장본인을 잡아들이지 않으셨더라면 오늘 월 가주께서는 아마 다른 사람들의 입에 이렇게 오르내리셨을 것입니다. 신분을 올리기 위해 어린 나이에 다른 사람에게 몸을 맡기고, 음탕하며, 결백은 잃은 지 오래 되었고, 육 대장군을 사기 쳐서 혼인을 하고 황제를 속인 비천한 여 상인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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