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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562)화 (562/1,004)

562화 이건 분명 가짜 황형일 거야

황제는 조계안을 매섭게 노려보고 경고했다.

"입을 닥치거라!"

조계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황제가 뭐라고 꾸짖던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자세를 취했다.

육장봉은 조계안이 그를 곤경에서 풀어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는 황제를 곤경에서 풀어 준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그들 군신 두 사람이 또 그날처럼 싸움이 나 누구도 양보하지 않아 나중에 둘 다 난감해지는 상황을 면하기 위한 것이었다.

육장봉은 비록 황제와 충돌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계안의 호의를 받아들여 더 이상 월령안의 일을 꺼내지 않았다. 그는 염 황숙이 쓴 편지를 꺼내 황제에게 전했다.

"폐하, 이건 염 황숙께서 신더러 폐하께 전하라고 하신 편지입니다. 염 황숙은 노여워하시며 당분간 폐하를 뵙고 싶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황숙……."

황제는 잠깐 멍해지더니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짐이 황숙께 잘못을 한 거지."

"염 황숙께서는 폐하께서 큰 국면을 헤아리셨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다."

육장봉은 감정이 실리지 않은 말투로 염 황숙을 대신해 한마디 변명했다. 그러나 염 황숙이 황제에게 화가 나지 않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조계안은 비꼬는 의도가 다분하게 피식, 비웃었다. 황제와 육장봉은 약속이나 한 듯 모른 척했다.

황제는 편지를 펼쳐 들고 읽은 뒤, 놀란 표정으로 육장봉을 바라보았다.

"이건 황숙의 뜻이냐?"

"네……."

육장봉은 어쩐지 좀 부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그의 얼굴은 살짝 빨개졌다.

황제는 갑자기 기분이 많이 좋아져 활짝 웃었다. 육장봉의 안색은 더욱 부자연스러워졌다.

조계안은 의아한 시선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황형, 황숙이 돈이라도 주었어요?"

"말할 줄 모르면 입을 다물고 있거라. 입만 열면 돈돈 거리고. 짐이 너한테 먹을 것을 적게 줬느냐 아니면 마실 것을 적게 줬느냐?"

황제는 퉁명스럽게 조계안을 호통쳤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리 위협적이지 않아 조계안은 신경 쓰지 않았다.

"폐하, 시간이 늦었습니다. 신은 명월산장으로 가야 하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육장봉은 부자연스럽게 몸을 일으키고 황제에게 예를 올렸다.

황제는 손에 든 종이를 보고 기분 좋게 말했다.

"몸을 조심하거라. 너무 무리하지 말고."

"야심한 밤에 명월산장에 가서 뭘 하려고?"

조계안은 펄쩍, 뛰었다. 그는 화가 나 눈이 다 빨개졌다.

'왜? 왜 황형은 육장봉은 명월산장에 간다고 해도 막지 않으면서 나는 막는 거지? 황형은 날 겨냥하는 건가?'

"약을 바꾸러 간다."

육장봉은 일어서서 옷에 있지도 않는 먼지를 털었다. 그리고 도발하듯 되물었다.

"조왕 전하께서 또 무슨 문제가 있으십니까?"

"넌…… 정말 치사해!"

조계안은 화가 나 얼굴도 파래졌다.

'방금 전 육장봉이 날 때릴 때, 썼던 힘을 봐라. 어디가 다친 사람이라는 거야? 그리고 무슨 상처가 매일 약을 바꿔야 하는데?'

그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으면 육장봉은 오늘에야 명월산장에서 돌아왔었다.

그러나 이것이 조계안을 가장 화나게 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가 가장 화가 난 것은 이것을 바로 떠올리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가 정신이 들어 이것을 말하려고 하는 순간, 황형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육장봉을 더 괴롭히지 말라는 것이었다.

"제가 육장봉을 괴롭혔다고요?"

조계안은 바로 언짢아졌다. 그는 자기를 가리키며 하마터면 기가 막혀 숨이 넘어갈 뻔했다.

"황형, 언제 눈이 멀었어요? 제가 그걸 왜 몰랐죠?"

황제는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기분을 드러냈다.

"장봉이는 상처가 아직 낫지도 않았는데 널 도와 황성사를 지휘해야 하지, 또 너의 결백을 증명할 증거를 찾아야지. 그는 아주 바쁘고도 힘들단다. 넌 조용히 궁에 있으면서 더 이상 사고를 치지 말거라. 알겠느냐?"

조계안의 굳은 얼굴을 무시하며 황제는 또 한숨을 내쉬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계안아, 넌 그토록 많은 고관의 자제를 불구로 만들었다. 일을 아주 깔끔하게 처리해서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 일은 우리가 조정 대신들에게 답을 주어야 한다."

황제가 말을 하지 않았을 때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말을 꺼내자 조계안은 더욱 화를 냈다.

"제가 말했잖아! 진왕 세자 그들을 불구로 만든 사람은 제가 아니라 육장봉이라고요! 육장봉이 한 거예요! 전 육장봉 대신 뒤집어쓴 것이라고요. 죄를 뒤집어쓴 것만으로 부족해 일만 생겼다 하면 이 일로 절 나무라시는군요. 전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죄를 뒤집어쓰고. 저야말로 억울하다고요. 좀 염치를 챙기시면 안 되나요?"

조계안은 그렇게 소리치고 난 뒤, 마치 김이 빠진 것처럼 씩씩거리며 앉아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됐어요. 좋을 게 없죠. 말해도 믿지 않을 거니까요. 아무튼 당신들에게도 증거가 없으니 내가 한 짓이라 한들 어떡하겠어요? 재주가 있다면 절 죽이세요!"

그는 황형에게 이 일을 설명한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그의 황형은 전혀 믿지 않았다. 그가 만약 너무 화가 나 하면 황형은 대충 믿는 척하는 말로 넘겼다. 그러나 돌아서면 또 이걸로 그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

죄를 뒤집어쓴 것이라면 그나마 괜찮았다. 그를 어떻게 할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장봉 이 치사한 인간은 그에게 죄를 뒤집어씌웠을 뿐만 아니라 또 이 일로 그를 자꾸 짓밟았다. 정말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는 너무 화가 나서 복어처럼 볼록해질 것 같았다!

육장봉은 가려다가 황제와 조계안의 대화를 듣고 또 멈추었다. 그는 의미심장하게 조계안을 바라보았다.

조계안이 이렇게 자기를 함정에 빠뜨려 주십사 기회를 손수 가져다 바치는데 그가 이 기회를 잡아 조계안을 함정에 잘 빠뜨리고 또 밟아 주지 않는다면 조계안의 '보살핌'에 미안할 지경이었다. 또 오늘의 이 좋은 기회에도 미안한 일이었다.

조계안이 노기등등하여 분풀이를 마치자마자 육장봉은 황제가 조계안을 위로하기 전에 앞으로 다가가 먼저 인정했다.

"폐하, 조왕 전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진왕 세자 그들을 불구로 만든 사람은 조왕 전하가 아니라 신입니다. 조왕 전하는 신을 대신해 죄를 뒤집어쓴 것입니다. 조왕 전하는 아주 억울합니다. 폐하께서 더 이상 조왕 전하를 탓하시지 마십시오. 신의 잘못입니다."

"짐이 알겠노라."

황제는 대답하고 웃으면서 농담하듯 말을 건넸다.

"계안이 억울했겠구나."

조계안은 이 말을 듣고 황형이 여전히 믿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화가 나 이를 악물고 말했다.

"궁을 나가려고 하지 않았어? 왜 쓸데없는 말이 이렇게 많아!"

"그러죠, 조왕 전하."

육장봉은 고분고분하게 대답하고 황제에게 읍했다.

"폐하, 신은 물러가겠습니다."

"야, 정말 가게?"

조계안은 벌떡, 일어나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육장봉을 불러 세웠다.

"육장봉, 너 말 똑바로 해. 황형의 앞에서 말 좀 제대로 할 수는 없어?"

"그러죠, 조왕 전하."

육장봉은 발걸음을 멈추고 조계안의 요구대로 황제와 해명했다.

"폐하, 이렇게 된 일입니다. 그날 밤에 신은 병사를 거느리고 성 밖 밀림에서 북요인과 비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신은 대역을 하나 세워서 밀림에서 신호와 싸우게 하고 저는 기회를 틈타 호위병들을 데리고 성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호위병을 데리고 진왕 세자 등 사람들을 불구로 만들었습니다."

육장봉은 침착한 얼굴로 서술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도 없는 듯했다. 그러나 바로 이때, 육장봉은 조계안을 바라보며 물었다.

"조왕 전하, 그날 밤의 상황이 이랬던 것이 맞습니까? 신이 요즘 피를 많이 흘려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습니다. 빠뜨린 것이 있다면 조왕 전하께서 한두 마디 보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육장봉, 너 이 교활한 자식!"

조계안은 화가 나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그는 육장봉이 믿을 게 못 될 줄 알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많이 당했는데 왜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았을까?

육장봉은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

"신은 조왕 전하께서 원하신 대로 제대로 말했습니다. 조왕 전하께서 다른 분부가 있으십니까? 만약 없으시면 신은 이만 약을…… 콜록콜록…… 바꾸러 가야겠습니다."

육장봉은 기침을 심하게 했다. 그의 입가로 핏자국이 흘러나왔다. 그는 아주 허약하고 무력해 보였다.

황제는 몰래 조계안을 흘겨보고 일어서서 육장봉더러 빨리 가라고 재촉했다.

"장봉아, 조계안의 허튼 짓에 맞춰 주지 말거라. 네 상처가 중요하니 어서 명월산장으로 가서 손 신의를 찾거라. 아니다, 짐이 사람을 시켜 손 신의를 궁으로 데려올까? 아니면 송 원정을 찾으러 가는 것이 더 빠르겠나?"

"폐하의 배려에 감사합니다. 신이 손 신의를 찾아가면 됩니다. 명월산장에 약재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육장봉은 뒤로 한걸음 물러서서 황제에게 예를 올리고 돌아서서 떠나갔다.

조계안은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다. 하지만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황제는 경고의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면서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했다.

조계안은 억울해 미칠 것 같았다.

"황형, 육장봉이 절 괴롭히는 거라고요!"

"짐은 알고 있다."

황제는 평소와 같은 안색으로 대답했다.

조계안은 눈을 커다랗게 떴다.

"황형, 육장봉이 한 짓이라는 것을 줄곧 알고 계셨어요?"

"짐은 모른다, 또 알고 싶지도 않아. 그 일은 아무튼 너희 둘 중 하나가 한 짓인데 네가 했든, 장봉이가 했든, 짐한테는 모두 똑같단다. 모두 짐을 기분이 안 좋고 불만스럽게 만들지."

황제는 차갑게 조계안의 환상을 깨뜨렸다.

"만약 정말 장봉이 한 것인데 너한테 죄를 단단히 뒤집어씌우고 또 네가 혐의를 벗지 못하게 한 것이라면 너도 억울해할 것 없다. 네가 한 수 아래인 것이니."

"황형, 황형…… 황형은 줄곧 알고 있었으면서 왜 매번 절 못 믿는 것처럼 구셨어요?"

조계안은 기분이 확, 나빠졌다. 그는 조용히 있을 시간이 필요했다.

황제는 조계안이 멍한 눈빛을 하자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먼저 아내를 내치는 일에서 장봉이를 한 번 골탕 먹였잖느냐. 세상 사람들, 심지어 월령안도 그녀를 내친 게 육장봉이라고 생각하고 있단다. 장봉이는 여태껏 이 죄를 뒤집어쓴 채, 아무런 해명을 할 수도 없었고 하지도 않았지.

그도 인정하지 않았느냐. 지금 장봉이가 자기의 능력으로 널 골탕 먹이고, 또 자기의 능력으로 상황을 돌이킨 것인데 뭐가 잘못 되었느냐? 그리고……."

황제는 손을 내밀어 조계안의 들뜬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네가 노발대발하고 울적하고 무기력하며 억울하지만 굽힐 수 없고 또 짐을 어쩌지 못해 그저 발만 동동 구르는 꼴을 보는 게 꽤 재미있더구나. 짐이 아직 실컷 보지 못했는데 왜 말을 해야 하냐?"

"당신은…… 분명 가짜 황형일 거예요!"

조계안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황제를 바라보면서 그의 손을 분노에 차서 탁, 쳤다. 그리고 화가 나서 제자리에서 팽팽, 돌았다.

'이건 분명 내 황형이 아닐 거야. 우리 황형은 이렇게 속이 시커멓지 않아. 이건 분명 가짜 황형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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