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1화 월령안을 믿으셔야 합니다
"내가 뭘 어쨌는데? 육장봉, 함부로 사람을 모함하지 마."
조계안은 육장봉에게 옷깃을 잡히자 목이 졸리는 느낌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옷깃이 너무 조여서 그는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조계안은 발버둥치지 않았다. 그는 마치 뼈가 없는 것처럼 육장봉이 잡아당기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사악한 기운을 풍기며 말했다.
"월령안이 네 부인인 그 삼 년간, 난 그녀를 본 적조차 없다. 형제로서도, 친구로서도 충분하지."
육장봉은 조계안을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아무런 감정이 실리지 않은 그윽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 대신 이혼장까지 쓰고 말인가? 그것참 참 형제답고 친구다운 일이군."
말을 마친 육장봉은 주먹을 조계안이 쓴 가면에 내리꽂았다.
"이건 너에게 주는 사례다! 친구답게!"
육장봉의 이 주먹은 강하고도 빨랐다.
그가 손찌검까지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조계안은 뻣뻣하게 한 대 맞았다.
조계안은 아픈데다가 화가 나서 욕을 퍼부었다.
"육장봉, 이 망할 자식, 진짜로 손을 써!"
그러나 모든 것은 이미 늦었다.
육장봉에게 한 대 세게 맞은 조계안은 몸의 중심을 잃고 황제를 들이받았다.
"조심하세요!"
황제는 일어나서 육장봉과 조계안을 뜯어말리려고 했다. 그러나 바로 서지도 못했는데 조계안이 다시 그를 들이받았다.
둘은 일제히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넘어졌다. 황제는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냈다.
문 밖에서 이반반은 소리를 듣고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
만약 예전이었다면 그는 반드시 가장 빨리 쳐들어와 황제를 보호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반반은 감히 그러지 못했다.
"폐하, 조심하십시오."
조계안과 황제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육장봉은 앞으로 다가와 단번에 조계안을 차 버리고 황제를 부축했다.
그러나 쓰러질 대로 쓰러져 몸의 곳곳이 아프던 황제는 마냥 기뻐하지 않았다.
황제는 몰래 부딪혀서 아픈 허리를 문지르며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장봉아, 다음에 손 쓸 때는 무공을 연마하지 못한 짐을 생각해 줄 수는 없느냐? 짐은 젊지 않아 너희들이 이렇게 밀치고 때리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신은 폐하와 조왕 전하가 한데 뒤엉켜 싸우는 것을 보고 폐하께서 아주 좋아하시는 줄 알았지요. 신이 오해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육장봉이 정색하고 허튼소리를 했다. 엄숙할 대로 엄숙하고 냉정할 대로 냉정했다.
"퉷! 네가 날 때릴 때 그 두 마디가 없었다면 나는 정말 네 헛소리를 믿었을 것이다!"
조계안은 몸을 돌리더니 휘청거리면서 일어나 바닥에 앉았다.
그는 육장봉에게 맞아 구겨진 가면을 벗고 핏물을 뱉었다.
조계안은 퍼렇게 부은 얼굴을 문지르고 험악하게 육장봉을 노려보았다.
"육장봉, 목을 깨끗이 씻고 기다려."
"기다리지."
육장봉은 전혀 약한 내색을 하지 않고 도발에 맞섰다.
"너희 둘……."
황제는 타이르려고 했다. 그러나 황제가 입을 여는 순간, 육장봉과 조계안은 암묵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화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자세였다.
황제는 한숨을 내쉬고 이쪽을 봤다가 또 저쪽을 보았다. 그는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육장봉을 불러 앉으라고 했다.
"장봉, 무슨 일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입궁한 것이냐?"
"네."
황제 앞에서 조계안을 한 대 때리고 또 황제까지 낭패를 보게 했다.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육장봉도 선을 지켜 더 이상 조계안과 싸우지 않았다, 그는 순순히 황제의 옆에 앉았다.
"폐하, 최일이 오후에 성으로 돌아와 황성사에서 신을 찾았습니다. 그도 이 모든 것이 조운충의 짓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래서 강녕부로 가서 옥당상사와 청주의 관계를 조사하겠다는 의향을 밝혔습니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미리 처리하겠다고 했습니다."
육장봉은 침착하게 최일을 꺼내면서 모든 '공로'를 그에게 밀었다.
"최일이 강녕부로 가고 싶다고? 이런 시기에…… 쉽지 않은데!"
황제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부가 방금 유칙더러 강릉부의 부윤을 맡게 전근 명령을 내렸다. 이런 시기에 또 최일도 전근해 간다면 장 부승상 등 사람들이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았다.
강남 일대는 장 부승상 등 대세가들의 지역이었다. 그가 유칙을 파견해 간 것은 이미 그들 손에서 세력을 나눈 것이었다. 또 최일마저 파견하면 장 부승상파의 사람들은 황제가 뭔가를 꾸미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폐하, 최일도 세가 출신입니다. 최씨 가문과 강남의 관계도 나쁘지 않아 최일을 강남에 보내는 것이 유 대인을 보내는 것보다 더 적합합니다. 유 대인은 강남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기껏해야 강남에서 삼 년 동안 버티면서 정치적 업적이나 쌓겠죠.
최일은 다릅니다. 그는 강남에서 지장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강남 지역 관리의 도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는 마음껏 팔을 걷고 뭔가를 해낼 수 있습니다. 신은 유 대인이 강남으로 가서 경력을 쌓기보다 호부에 가서 관직을 하는 것을 더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육장봉은 도리에 맞게 설득을 하여 사사건건 유칙을 위해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황제는 육장봉을 묵묵히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애초에 네가 유칙이 바르고 정직하나 융통성이 없으니 지방으로 가서 단련하고 강남 벼슬자리의 험악함을 느끼는 게 앞으로 그의 발전에 좋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때 신은 변경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유 대인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육장봉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진지하게 해명했다.
황제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짐을 바보로 아는 것이냐?'
황제는 퉁명스럽게 육장봉을 흘겨보았다.
"넌 유 대인과 별로 교류도 없었으면서 지금은 유 대인을 잘 안다는 것이냐?"
"폐하께서 유 대인을 잘 아시면 됩니다."
육장봉은 문제를 황제에게 넘겼다.
"폐하, 수상의 후보자를 정하셔야 합니다. 장 부승상은 세가 출신에 조정에서의 위엄도 충분합니다. 이 시간 동안, 장씨 가문은 비록 빈번하게 사고가 났지만 장 부승상의 처리 방식은 아주 적합했습니다. 그의 벼슬 명성도 영향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한층 더 좋아졌지요.
사람들이 그를 공정무사하고 백관들의 모범이라고 칭찬합니다. 폐하께서 장 부승상에게 눌리지 않고 이름뿐이 아닌 진짜 수상이 될만한 사람을 찾으시려면 쉽지 않으실 겁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좋은 후보자가 있다는 거야?"
조계안은 여전히 바닥에 앉아 온몸으로 음울하고 언짢은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육장봉의 말을 듣고 조계안은 마지못해 입을 열어 육장봉을 도왔다.
그러나 육장봉은 그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지어 조계안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마치 아무 생각 없이 툭, 내뱉는 것처럼 말했다.
"폐하, 최 대학사는 출신으로나 학문으로나, 경력까지도 모두 충분합니다. 폐하께서 더 좋은 후보자가 없다면 최 대학사를 한번 고려해 보시는 것이 어떠시겠습니까?"
"최 대학사?"
황제가 최 대학사를 중용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조계안은 바닥을 치며 즐거워했다.
"육장봉, 넌 너무 염치가 없어! 넌 지금 최일이 월령안을 맞이할 가능성을 철저하게 끊어 버리려는 것이잖아! 강남에 가는 것이 최일의 뜻이라고 말하다니. 최일은 네가 이렇게 자기를 함정에 빠뜨리는 것을 알고 있어?"
육장봉은 조계안을 싸늘하게 흘겨보았다.
"신이 사심이 있었다면 조왕 전하를 보내자고 했겠지요!"
"어……."
조계안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조계안은 어떤 인물인가?
그는 바로 혼세 마왕이었다. 도리가 없는 것도 그는 그럴듯하게 말했다. 더구나 이번 일에서는 육장봉이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
조계안은 두 손을 바닥에 짚고 벌떡 일어나 천천히 걸어오면서 얼굴에 사악한 웃음을 띠었다.
"육장봉, 네가 최 대학사를 추천한 데 사심이 없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느냐?"
최씨 가문이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 황형의 중용을 얻는 신하가 된다면 최일은 최씨 가문 전체를 적으로 삼거나 최씨 가문을 끌어들여 함께 망할 생각이 없는 한, 월령안을 아내로 맞이할 수 없었다.
그의 황형도 월령안이 최씨 가문에 시집가서 최씨 가문의 종부가 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청주의 일이 마무리되기 전에는 그의 황형은 절대 월령안 이 바둑알이 제어에서 벗어나게 하지 않을 것이다.
"폐하의 걱정을 덜어 드리는 것이 사심이냐?"
육장봉은 조계안의 말에 담긴 암시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가 사심이 있으면? 거절을 해도 폐하께서 하시거나 최일이 하겠지.'
"쳇, 이렇게 나오면 재미가 없지."
조계안은 퉁명스럽게 육장봉을 흘겨보고는 육장봉과 황제에게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옆에 있던 연탑에 쓰러졌다.
조계안은 연탑에서도 제대로 눕지 않았다. 옷을 풀어헤치고 발은 탁자 위에 걸쳐두고 어르신처럼 거드름을 피웠다.
육장봉은 힐끗 훑어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
"폐하, 최일은 월령안이 자기를 거절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주 깔끔하고 일말의 희망도 남기지 않고요."
"짐도 이미 알고 있다."
황제의 안색이 가라앉더니 불쾌하게 말했다.
"최일은 짐을 너무 실망시키는구나. 그는 하마터면 짐의 일을 그르칠 뻔했다!"
"폐하, 월령안을 믿으셔야 합니다."
육장봉은 시선을 내리깔고 눈의 한기를 감추었다.
황제의 이 말은 보기에는 최일을 나무라는 것 같았지만 실은 그를 향한 것이었다.
그는 그의 최근 행보가 황제를 매우 불만스럽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누가 신경 쓰겠는가?
"짐도 그녀를 믿고 싶지만 그녀가 한 짓을 보거라! 짐의 허락도 받지 않고 일 할의 이익을 범씨 가문에게 내놓다니. 그녀가 어찌 감히? 제멋대로 일 할의 이윤을 내놓은 것이냐? 그녀는 만약 진다면 결과가 어떤지 아는 것이냐?"
염명경 귀시의 일은 황제의 체면을 사정없이 깎았다.
어엿한 황제인 그도 해낼 수 없는 일을 여 상인인 월령안이 해냈다. 돈이 있으면 마귀도 부릴 수 있다는 말이 꼭 맞았다.
"폐하, 월령안에게는 자기가 번 돈을 스스로 관리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녀가 일 할의 이익을 내놓기로 한 것도 당연히 그 대가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육장봉은 황제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고 바로 대들었다.
황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황제는 육장봉을 혼내려는데 조계안이 무례하게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황형, 난 비록 육장봉을 아주 싫어하지만 육장봉의 이 말은 아주 옳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월령안이 번 돈은 황형과 무슨 상관이에요? 황형의 쌀을 먹은 것도 아니고 황형의 황금을 쓴 것도 아닌데. 월령안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면서 무슨 자신감으로 월령안이 자기 돈을 쓰는 것까지 간섭하세요?"
조계안은 비웃는 얼굴을 했다. 너무 의기양양하게 웃은 탓에 입가의 상처가 벌어지면서 아팠던 나머지 그는 입을 벌리고 이를 드러냈다.
하지만 황제는 그런 그를 보고 마음 아파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