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9화 령안이 제안한 건가요?
최일도 육장봉과 처음 교류하는 것이 아닌지라 육장봉이 성가신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비록 약간 불쾌했지만 그는 정말로 육장봉을 어찌할 수 없었다.
육장봉은 그냥 미치광이가 아니라 고집스럽고 똑똑한 미치광이였다.
최일은 마음속의 의아함을 내려놓고 찾아온 의도를 밝혔다.
"제가 길에서 관졸들이 유씨 저택을 몰수하러 가는 것을 보고 호위를 시켜 알아보게 했었습니다. 그제서야 조례 때 벌어진 일을 알게 되었지요. 전 이 일이 심상치 않다고 느껴집니다."
"당연히 심상치 않지. 그자들이 얼마나 멍청해야 조계안에게 손을 쓸 생각을 했겠나? 폐하께서 얼마나 조계안을 중히 여기시고 믿으시는지 눈이 있는 사람은 다 알 텐데. 조계안이 일을 저지르지 않은 것은 둘째 치더라도, 설사 조계안이 폐하 앞에서 살인을 했다 하더라도 폐하께서는 죽어야 할 사람이 조계안의 검에 부딪혔다고 말씀하실 거네."
육장봉은 비웃으며 조롱했다.
누구도 멍청이가 아니었다. 배후에서 계획한 사람이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최일은 오늘 조례에 참가하지 않아 알고 있는 정보가 많지 않았다. 그는 원래 추측만 할 뿐이었으나 육장봉의 말을 듣고 자기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최일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의 목표는 령안이에요! 그들은 칠 년 전의 사건을 들쑤셔 내어 령안의 몸에 구정물을 퍼부으려는 거예요. 령안과 당신 사이, 또 우리의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거지요. 맞나요?"
육장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빛에는 살의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하지만 최일은 웃음을 지었다.
"그들은 당신과 저를 너무 낮잡아 보았네요. 또 월령안도요. 칠 년 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든, 또 칠 년 전에 령안이 무슨 일을 겪었든, 그녀는 여전히 월령안이에요."
월령안이 칠 년 전에 겪은 일을 알고 나서 그는 월령안을 더욱 아끼고 존중했었다.
"이것뿐만 아니라……."
육장봉은 최일을 바라보다가 약간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칠 년 전, 폐하께서 아직 태자일 때, 몰래 궁을 빠져나갔다가 습격당하셨네. 그러다가 구리파 아래의 투수장에 잘못 들어갔고 월령안은 폐하가 귀족 자제들 중 한 사람이라고 오해하고 함께 남풍관에 팔아 버렸지."
최일은 경악스러운 얼굴로 육장봉을 바라보았다.
"폐하께서……."
육장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께서는 비록 월령안에게 편견을 가지고 계셨지만 그녀를 죽이지는 않으셨어. 그리고 결국 수치스러운 일이라 폐하께서는 줄곧 그 일을 없었던 일로 여기셨지. 월령안을 만나기조차 싫어하셨네. 나중에 사건의 전말을 알고 폐하께서는 보복할 생각을 더욱 가지지 않으셨어. 그러나……."
육장봉은 말을 멈추고 냉소를 하였다.
"이 일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폐하만 따지지 않으시면 되는 일이네. 그러나 소란이 생겨 이 일이 공개되었는데도 폐하께서 월령안을 없애지 않으신다면 세상 사람들이 폐하를 어떻게 생각하겠나?"
최일은 눈을 감고 천천히 말했다.
"어엿한 제왕이 한 여 상인에게 팔려 남풍관에 들어갔다라. 만약 그 여 상인을 죽이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폐하가 아량이 넓다고 찬사를 보내는 게 아니라 폐하가 멍청하고 무능하여 주나라의 체면을 깎고, 제왕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겠네요.
제왕의 존엄과 체면을 위해서라도 폐하께서는 령안을 처형할 수밖에 없게 될 거고요. 령안이 죽지 않는다면 제왕의 존엄은 어디에 둘 수 있겠어요?"
"음."
육장봉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최일은 잠깐 마음을 가다듬은 뒤에야 눈을 떴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계획한 사람이 청주의 조운충이라는 거네요!"
육장봉이 대답하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최일은 침착하게 분석했다.
"내가 중독된 것도 그중의 한 고리일 거예요. 만약 령안이 염명경 귀시에 가서 제때 약재를 구해오지 못했더라면 제 아버지는 약재를 찾던 도중 돌아가셨을 거예요.
제가 중독되어 죽는 것은 제 자신이 신중하지 못한 것이니 죽기 전에 모든 것을 잘 배치했을 거예요. 절대 최씨 가문과 저희 부모가 령안을 원망하거나 복수하는 일은 더 없게 말이죠. 하지만 제 아버지도 이 일로 사고가 났다면 일은 완전히 달라지게 되죠."
최일은 피식, 비웃었다. 그의 눈에는 한기가 흘렀다.
"최씨 가문이 조정에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아버지밖에 없어요. 최씨 가문이 동시에 우리 부자 두 사람을 잃으면 최씨 가문도 절반은 무너진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최씨 가문과 월령안은 철천지원수를 지게 될 것이고 최씨 가문은 월령안을 죽이지 않고서는 복수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 가능성을 생각하자 최일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는 몰래 숨을 들이키고 나서야 자신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만약 정말 거기까지 가게 된다면 제가 죽기 전에 어떻게 당부하고, 가문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하든지 최씨 가문 사람들은 절대 령안을 가만 놔두지 않고 반드시 복수할 거예요. 심지어 제가 설득할수록 최씨 가문 전체는 령안을 더욱 증오하고 더욱 놔두지 않을 거예요."
최일은 두 손으로 팔걸이를 꽉 움켜쥐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조운충은 정말 계략에 뛰어나네요! 다행히 령안이 염명경 귀시에서 약재를 구해왔기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우리는 그의 계략에 빠진 것을 알면서도 억울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겠어요."
"좌절을 한 번 당하고 나면 지혜가 하나 늘어나는 법이지."
육장봉은 무덤덤했다.
"예전에는 조운충이 어두운 곳에 있고 우리는 밝은 곳에 있었지. 우리는 그가 손을 쓰기만 기다렸다가 반격할 수밖에 없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가 드러났으니 우리가 손을 쓰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네."
"계획이 있으신가요?"
최일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육장봉은 그와 달랐다. 그는 방금 전에야 배후의 일들을 알아챘지만 육장봉은 이미 하루 종일 생각했을 것이다.
육장봉은 비록 미치광이지만 총명한 미치광이였다. 총명한 미치광이가 보복할라 치면 그들 같은 정상인보다 더욱 잔혹하고 정확할 것이다.
육장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느긋하게 말했다.
"먼저 옥당상사부터 손을 쓸 생각이네. 옥당상사의 배후는 바로 청주의 그 몇몇 노친네이니까. 청주의 그 몇몇 노친네들이 변경에서 사람을 매수하여 첩자를 심을 수 있는 데에는 옥당상사의 공로도 있었을 거야.
조운충이 자유롭게 변경에 드나들고 변경에서 행적을 남기지 않고 움직일 수 있은 것도 옥당상사가 감춰 줬을 것이 분명하네. 곽씨 가문이 다른 마음을 품은 것도 옥당상사의 부추김이 반드시 있었을 것이고. 옥당상사는 이 몇 년간, 청주을 위해 참 큰 공로를 세웠을 것이네."
육장봉의 손은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 톡톡, 침착하고 규칙적인 그 소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집중하고, 그의 말과 그 말의 뜻에 따라 생각하게 만들었다.
'육장봉은 참…… 교활한 사람이군.'
그러나 육장봉의 속셈을 뻔히 알면서도 최일은 까발리지 않았다.
그는 머리가 좋았다. 그는 스스로 판단할 줄 알고, 스스로 생각할 줄 알았다.
최일이 육장봉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육장봉도 최일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만약 월씨 가문을 대신해 은상이 된 범씨 가문이 그들의 드러난 돈주머니라면 옥당상사는 그들의 숨은 돈주머니지. 만약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들이 진정으로 신경 쓰는 것은 옥당상사일 거네. 범씨 가문은 그 노친네들이 세운 과녁일 뿐이지. 물론, 이건 단지 내 추측일 뿐이야. 자세한 상황은 옥당상사를 조사해야 확신할 수 있지."
"지금…… 저더러 옥당상사를 조사하라는 건가요?"
최일은 육장봉이 이렇게 말을 많이 한 것은 일부러 그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미끼를 물었다.
하는 수 없었다. 조운충이 그의 목숨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목숨까지 노린 것을 알게 된 이상, 그는 조운충과 끝장을 볼 수밖에 없었다.
육장봉이 사용한 것은 공개적인 계획이었다. 모든 것을 드러내고 최일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 최일은 육장봉이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는 것을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육장봉은 최일의 이 말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몸을 앞으로 기울여 팔꿈치를 탁자 위에 기댔다. 그리고 열 손가락을 교차하고 사악하게 웃었다.
"곽씨 가문이 일이 난 뒤, 옥당상사는 신속하게 변경을 떠났네. 옥당상사의 거점은 강남에 있지. 자네 강남 아래의 강녕부에 가서 부윤을 맡아 볼 텐가?"
최일이 대답하기도 전에 육장봉이 또 말했다.
"령안이 자네와 말했는지 모르겠군. 령안은 최 대학사를 아주 존경하더군. 그녀는 최 대학사가 이름뿐인 자리에 있는 것은 그의 재능을 썩히는 일이라고 생각하네. 그리고 나는…… 집안일에서는 늘 발언권이 약했으니, 령안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칠 거야. 난 최 대학사를 승상으로 추천할 것이네."
최일은 얼굴을 굳히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
"대장군, 단어 사용을 조심하시죠. 당신의 집은 대장군부입니다."
'육장봉은 함정을 하나만 판 것이 아니라 한번에 두 개나 파 놓고 내가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군.'
"대충 뜻만 통하면 되는 거지."
육장봉은 자신의 뜻을 한 번 슬쩍 내비치고 다시 돌아와 물었다.
"생각해 보았나?"
'최일은 치사하게 내가 명월산장에 없는 틈을 타 몰래 월령안에게 청혼을 했지. 하지만 그가 월령안에게 매정하게 거절당한 것을 봐서 따지지 말아야겠군. 실의에 빠진 사람을 괴롭혀서 무얼 하겠나?'
"령안이 제안한 건가요? 아니면 그녀는 단지 알고만 있을 뿐인가요?"
최일은 대답하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분명 전에도 령안의 이름을 꺼낸 적이 있었지만 지금 령안의 이름을 꺼내는 최일은 가슴이 절로 빠르게 뛰는 감이 들었다.
"진실을 듣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거짓을 듣고 싶은 것인가?"
육장봉은 손을 내려놓고 오른손 엄지로 왼손 엄지손가락에 낀 옥반지를 매만졌다.
"전 당신이 아주 나쁘다는 것은 알아요."
최일은 웃고 싶었지만 또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령안은 줄곧……. 그래요, 그녀는 날 단지 친구로만 보는데 어찌 남처럼 생각하지 않고 절 대신해 미래까지 계획했겠어요?"
최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곧 그는 내려놓았다.
"반드시 당신이 일부러 령안을 이쪽으로 생각하게 이끈 것이겠지요. 또 월령안도 그저 생각만 했을 뿐일 거고요. 그녀의 성격으로는 절대 그 누구를 대신해 결정을 내리지 않을 거예요."
더군다나, 그들은 단지 친구 사이일 뿐이었다.
"음."
육장봉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할 뿐, 반박하지 않았다.
월령안은 절대 그 누구를 대신해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또 다른 사람들의 생활에 함부로 개입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남의 인생을 계획하지도 않았다. 염 황숙만 빼고 말이다!
월령안은 오직 염 황숙에 한해서만 그의 뜻을 대신하여 결정을 내렸고 생활에 개입했으며 그의 미래를 계획했다.
아마 그동안 잃기만 하고, 너무 많은 사별을 경험한 탓에 월령안의 뼛속으로부터 안정감이 깊이 결여되었을 것이다. 염 황숙과 자신을 제외하고 그녀는 그 누구도 자신과 줄곧 함께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이 사람에는 그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