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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557)화 (557/1,004)

557화 가장 다정한 사람이 가장 매정하다

월령안은 최일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월씨는 대대로 장사를 해왔어요. 월씨 가문의 사람은 가르칠 필요가 없어요. 천성적으로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팔아 중간 이윤을 벌지요. 월씨 가문 사람들의 눈에는 모든 것이 가격이 있어요. 사고팔 수 없는 것은 없고 합법적이고 합법적이지 않은 것만 있지요.

제 눈에도 마찬가지예요. 제 눈에도 모든 것은 다 가격이 있어 모두 거래를 할 수 있죠. 오로지 마음만 빼고요! 마음은 제 한계예요. 그것은 정말로 팔 수가 없는 것이에요. 전 마음은 거래하지는 않아요. 마음을 의지할 조건으로 삼는 일은 더욱 없을 거고요."

월령안은 숨을 들이쉬고 계속해서 말했다.

"만약 제가 이번 생에 재혼을 한다면, 절대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집가지 않을 거예요. 전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야만 혼인할 거예요."

최일은 아주 훌륭했다. 최일에게 시집가는 것도 아주 좋을 것이다. 그녀는 아주 빨리 평온하고 홀가분한 생활을 보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설득하고 최일에게 시집갈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이유가 없다면……."

최일의 목소리는 너무 떨려 말을 이루지 못했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죠. 맞나요?"

월령안에게 허가 찔린 최일은 당황하지도 어색해하지도 않았다. 다만 쓸쓸하고 허탈할 뿐이었다.

월령안에게 또 한 번 거절당하고 확실하고 철저하게, 일말의 여지도 없이 거절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거절한 것은 출신의 차이거나 서로의 처지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그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그를 거절할 수 있었다. 그에게 아무리 아주 큰 가치가 있다해도 그녀는 그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금 그는 오히려 월령안이 '상인'처럼, '중매인'처럼, 그의 '가치'를 봐 주길 바랐다. 또 그의 '가치' 때문에 그를 중요하게 보고 차라리 그를 속이고 시집오길 바랐다.

하지만 월령안은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신분이 맞지 않은 것도, 지금 혼인하고 싶지 않은 것도, 육장봉을 잊을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에게 남녀의 정을 느끼지 못할 뿐이었다.

월령안의 확답을 들은 최일은 슬프고 실망스러운 와중에 또 은근히 기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했다.

월령안은 신분 때문에 그를 거절한 것도 아니고 마음속에 육장봉이 있어 그를 거절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지금 그에게는 남녀간의 정을 느끼지 못할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그렇다는 것은 아니었다.

'난 아직 기회가 있어. 그렇지?'

순식간에, 최일의 마음은 바로 먹구름으로 가득 차서 답답하고 침울한 것에서, 약간은 억압된 흐린 날씨로 바뀌었다.

그는 비록 아까처럼 실망하고 괴롭지는 않았지만 결국 방금 전에 월령안에게서 매정하게 거절당한지라 일시적으로 평온하게 월령안을 대할 수 없었다.

그는 몰래 숨을 들이쉬고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자조적으로, 또 약간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제 생각에는 당신에게 망가진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아마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요."

월령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최일을 더 바라보지도 않았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서서 바로 떠나갔다. 마치 방금 전, 최일을 거절한 사람이 그녀가 아닌 것처럼 행동했다.

최일은 점차 멀어지는 월령안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눈을 감고 시선에 드리운 씁쓸함을 감췄다.

"역시,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사람이 가장 매정하군."

'월령안은 참 매정하군!'

최일은 홀로 화청에 하루 종일 앉아 있었다. 석양이 지고 나서야 그는 천천히 일어났다. 손에 든 옥패를 꼭 움켜쥐고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는 온몸으로 감출 수 없는 쓸쓸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최일은 명월산장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마당 밖으로 나간 그는 하인을 찾았다. 그는 하인더러 집사에게 그가 귀성할 마차를 준비하게 하라고 말했다.

최일은 성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집사는 당연히 월령안에게 보고했다. 월령안은 가볍게 응수하고 집사에게 최일을 안전하게 입성하게 할 호위를 배치하라고 일렀다.

"만약 최 대인이 소씨 가문 하인이 월씨 저택을 불 지른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물으신다면 이렇게 말씀드리거라. 나는 그 범인을 때리고 죽이는 데 관심이 없다. 그자가 내 저택을 불태웠으니 그 가격대로 나한테 배상하게 하기만 하면 된다.

불 지른 범인이 배상할 돈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괜찮아. 난 그를 염전에 팔아서 달마다 버는 돈으로 나한테 배상하게 할 것이다. 그가 버는 돈만으로 부족하니 그의 처자식, 자손들이 모두 아버지의 빚을 갚게 할 것이다.

그들 가족이 돈을 다 갚아야 자유가 있을 것이다. 만약 그의 처자식, 자손들이 평생 동안 번 돈이 배상하기에 부족하다면 계속할 것이다. 대대손손…… 그들이 돈을 다 물거나 그들 가족이 모조리 죽어서야 이 일은 매듭을 짓게 될 것이다!

아 참, 그리고 잊지 말고 최 대인께 귀띔을 하거라. 만약 그의 처자식이 소씨 가문의 하인이고 소씨 가문과 노비 계약을 맺었다면 나는 소씨 가문이 배상하게 할 것이다.

하인은 주인의 소유물이지. 하인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주인도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그에게 묻거라. 그는 소씨 가문을 위해 우리 월씨 저택을 태웠는데 소씨 가문은 그들 가족을 위해 몇십 냥을 내놓을 수 있냐고.

또 만약 소씨 가문에서 나에게 돈을 물어주지 않으려고 한다면 난 얼마든지 소씨 가문이 사람을 내놓게 할 것이고 또 얼마든지 그들 가족이 영원히 평온한 나날을 보내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월령안은 시선에 드리운 살기를 감추지 못했다. 소씨 가문이 월씨 저택을 불사른 일이 월령안의 심기를 단단히 거스른 것이 분명했다. 다만 소씨 가문이 너무 깔끔하게 처리하는 바람에 그녀는 당당하게 소씨 가문이 대가를 치르게 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

그녀도 악랄한 수법으로 소씨 가문을 상대할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소여방이 죽은 시기가 너무 공교로웠을 뿐이다!

세상 사람들은 항상 약자를 동정했다.

소 승상 그 노친네가 온갖 악행을 저지른 악당이 아닌 데다가, 설사 그가 온갖 악행을 저지른 악당이었어도 늘그막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었는데 이런 시기에 그녀가 또 손을 쓴다면 이치가 있어도 없는 것이 되고 마는 것이었다. 그녀는 당분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집사는 월령안을 오랫동안 따른 탓에 월령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월령안이 하는 말은 홧김에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물론, 그의 아가씨는 상대방에게 돈을 배상하게 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나서서 죄를 뒤집어쓰려는 하인과 소씨 가문의 관계를 이간질하는 것이었다.

소씨 가문의 그 하인이 나와서 죄를 뒤집어쓰고 월씨 저택을 불사른 사람이 자기라고 인정한 것은 자기의 비천한 목숨으로 자손 후대의 운명을 바꾸려는 것이었다.

그 하인은 잘못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운이 없이 그의 아가씨를 만나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게 되었다.

집사는 대답한 뒤, 월령안이 다른 분부를 하지 않자 물러갔다.

집사는 한시도 쉬지 않고 마차와 호위가 안배된 것을 재차 확신한 뒤에야 최일을 모시러 갔다.

이때 최일은 이미 자신의 감정을 추스른 뒤였다. 적어도 집사는 그가 방금 전에 월령안에게 거절당한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집사는 최일을 문밖까지 바래다주었다. 최일이 마차에 오를 때까지 월씨 저택이 불탄 일을 꺼내지 않았다. 집사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먼저 말을 꺼냈다.

최일은 얼떨결에 대답했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이를 본 집사는 더 이상 말도 못하고 호위더러 최 대인을 무사히 최씨 저택으로 모셔가라고 당부했다.

최일은 감사를 표한 뒤, 마차에 오르기 전에 명월산장을 힐끗 돌아보았다.

산장의 대문은 열리지 않았다. 측문도 사람 하나 없었다.

'난 뭘 기대하는 거지? 월령안의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녀는 거절을 결정하고 나면 한치의 희망도 주지 않고 철저하게 거절했다.

이것이 바로 그가 주저하며 월령안에게 빨리 고백하지 못했던 이유였다.

그는 줄곧 더 기다리고 싶었다. 월령안이 그에게 남녀간의 정을 느낀 다음에야 입을 열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 일은 사람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마차에 들어가 앉은 최일은 머리가 아팠다. 그는 차에 기대 흐리멍덩하게 잠이 들었다. 마차가 멈춰서야 깨어났다.

창문을 열고 보니 이미 성문에 도착했다.

때는 이미 성문이 닫히는 시간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성을 드나드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마차가 잠깐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마차는 성안으로 들어간 뒤 점차 속도를 늦추었다. 최일도 성안에서의 속도에 익숙해져 마차에 기대 눈을 감고 다음 일정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동안, 조정은 계속해서 소란스러웠다.

몇몇 고위 대신들은 연루되지 않았지만 형부상서와 대리시경은 끝장났다. 그리고 소 승상 쪽의 몇몇 관리도 이번 소란에서 처참하게 패배했다.

벼슬길의 자리는 사람마다 각자 맡은 자리가 있었다. 두 자리가 비었으니 당연히 누군가 올라가야 하고 올라간 사람이 또 새로운 자리를 비우는 것이었다.

벼슬의 자리는 항상 이랬다. 보기에는 두 자리밖에 없어 보이지만 실은 일련의 조절과 연관되었다. 심지어 수십 명이 이 때문에 승직할 수 있었다.

다만 이런 기회가 아주 적었다.

그래서 이런 인사 이동은 총성 없는 전쟁이었고 피가 보이지 않는 도박이었다. 최씨 가문도 조정에 몸을 담그고 있는 이상 예외는 아니었다.

예전에 최일은 이런 것을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고민한다 해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런 지루하고 재미없고 번거로운 조정의 일로 주의를 돌려야 했다.

그러나 막 흥미가 동하려는 순간, 마차가 갑자기 멈춰 섰다. 최일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마차 문에 부딪혔다.

월씨 가문의 마차는 내부가 푹신푹신한 천으로 둘러싸여 있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최일의 이마에 십중팔구는 혹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최일은 정신을 못 차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가다듬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는 순간, 호위가 마차에서 내려 마차 밖에서 보고했다.

"최 대인, 용서하십시오. 앞에 관졸 무리가 갑자기 모퉁이에서 뛰어나와 피하느라 갑자기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관졸? 어느 관아의 관졸들이냐?"

최일은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그는 변경의 부윤이었다. 관졸이 성안에서 경거망동한다면 당연히 최일이 참견해야 했다.

이 변경의 치안은 그가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호위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몰랐다. 최일이 물어보자 호위는 앞으로 다가가 알아보았다.

호위는 운이 좋았다. 이 관졸 무리의 우두머리는 마침 추밀원의 사람이었다.

대오를 이끄는 추밀원 관리는 호위가 월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대외적으로 말하지 않은 정보를 몰래 호위에게 말해 주었다.

호위는 거듭 감사를 표하고 관례대로 추밀원 관리에게 돈을 쥐여 주려고 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거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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