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3화 스스로의 발등을 찍은 격이군
쿵!
그때, 마차가 갑자기 휘청거렸다. 월령안도 따라서 휘청거리며 육장봉의 어깨에 부딪혔다. 하지만 바로 떨어졌다. 마차는 금방 다시 원래의 평온함을 회복했다.
하지만 마차가 갑자기 흔들리는 바람에 차 안의 애틋한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월령안은 이상한 분위기가 사라지자 편안함을 느꼈다.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육장봉에게 말했다.
"죄송해요, 대장군. 저는 언제나 정정당당하게 장사합니다. 뇌물로 상대를 매수하지 않아요!"
"예외는 있을 수 있는 거 아니오? 난 아주 쉽게 매수할 수 있소."
육 대장군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굴었다.
월령안은 굳세게 고개를 저었다.
"저는 대장군과 반대로 의지가 아주 강하거든요!"
"알겠소."
육장봉은 월령안을 한참 쳐다보더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시선에는 은근한 원망이 드리웠다.
"당신은 아포가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하겠소?"
'분위기를 깨뜨리다니. 육이! 기억해두겠다. 돌아가면 육이를 청주로 보내고 육십이를 다시 데려와야겠군.'
"대장군께서 입을 여셨으니 저도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부르지 않을게요. 이렇게 하죠. 목숨으로 목숨을 바꿔요! 우선 그에게 일 년의 시간을 주겠어요. 일 년 안에 그가 청주의 관리와 장령들을 죽이는 만큼 계산하여 포리 황실과 서역 독종의 사람들을 그만큼 구하겠어요.
두 번째 해에는 배가 되어야 해요. 두 사람 목숨으로 한 사람을 바꾸는 것이지요. 세 번째 해는 세 사람의 목숨으로 한 사람을 바꾸는 거예요……. 이렇게 그가 포리 황실과 서역 독종 사람들을 모두 구하거나 그가 죽을 때까지 지속될 거예요. 만약 도중에 포리 황실과 서역 독종에 새로 아이가 태어난다면 그것도 계산해야 해요."
"물론, 그가 만약 청주의 그 괴물 노친네 세 명을 전부 독살한다면 전 아예 거래를 다시 회수할 거예요."
월령안은 육장봉의 체면을 살려 주며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는 냉담한 모습을 보였다.
만약 독왕 아포가 그녀를 찾아와 협상했다면 그녀는 아포를 끝까지 착취할 생각이었다. 아포가 평생 다시는 독을 쓰지 못하게.
"듣기로는 그나마 공평하군."
육장봉의 입가가 올라갔다. 그의 시선에는 감출 수 없는 기쁨과 찬사가 들어 있었다.
'월령안은 역시 아주 훌륭하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거군!'
청주의 그 몇몇 노친네들은 서역 독왕을 이용해 월령안을 해치려고 했지만 서역 독왕이 월령안의 손에 놓여 거꾸로 청주를 겨누는 예리한 무기가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그 노친네들이 스스로의 발등을 찍은 격이군.'
그는 월령안과의 청주행이 조금 기대되었다.
월령안은 조건을 말하고 협상을 거절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싶었다.
'이것이 내 최저 조건이다. 당신이 육장봉인 것을 봐서 한계를 말한 것일 뿐이지 난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고 양보하지도 않을 것이다!'
육장봉은 이것이 절대 월령안의 최저선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월령안이 말한 조건에는 협상할 여지가 적지 않게 있었다. 하지만 육장봉은 협상할 마음이 없었다.
월령안은 비록 그를 매수하지 않았겠다고 했지만 그는 이미 이치를 따르지 않고 자기 사람을 도우며 외부인은 돕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사람인 월령안이 있는 이상, 그는 당연히 월령안의 편을 들 것이다!
아포의 일에서 두 사람은 신속히 의견 일치를 보았다.
월령안은 육장봉이 더 이상 트집을 잡지 않는 것을 보고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상냥하게 육장봉과 한담을 나누었다.
한담은 그래도 협상보다 나았다.
그녀는 이 이틀 동안 너무 힘들었다. 몸이 힘든 건 둘째 치더라도 심리적 압박이 너무 컸었다.
최일의 독이 발작하고 손불사에게도 해독약이 없어 최일이 사흘밖에 살지 못한다고 했을 때부터 그녀의 머리는 신경이 곤두선 상태로 조금도 숨을 돌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모두들 그녀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것은 믿는 구석이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녀가 얼마나 신경이 곤두서고 마음속으로 큰 압력을 느꼈는지는 하늘만 알 것이다.
최일이 중독되어서 위기에 처해 있었다. 아무리 그녀라도 당연히 당황했었고, 또 무척 두려웠었다. 진작부터 대책이 있었던 것은 더욱 아니었다. 그녀는 당황할 시간도, 두려움을 느낄 시간도 없었던 것뿐이었다.
짧디짧은 사흘밖에 없었다. 그녀는 반드시 일 분 일 초도 허비하지 말고 서둘러야 했다.
다행히 모든 것이 끝났다.
월령안은 육장봉과 한담을 하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의 일종이었다.
육장봉은 정말 대화를 잘했는데 특히 그녀가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한담을 하더라도 일부 정사를 그중에 녹여 잡담을 하듯 알려 주고는 했다.
예를 들어, 태후가 강녕부로 가게 되는 것 같은 일을 말이다.
황제는 등요 공주를 서남 나씨 가문에 시집보내어 서남의 네 토사를 끌어들이고 서남 사대 가족과 청주의 관계를 이간질하려고 했다.
하지만 월령안은 등요 공주를 높이 보지 않았다.
등요 공주는 너무 멍청했다. 황제가 등요 공주를 서남 나씨 가문에 시집보낸다면 그것은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척을 지는 것이었다.
등요 공주의 그 멍청한 모습으로는 서남 나씨 가문은 등요 공주의 행동이 바로 황제의 뜻을 받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황제가 그들에게 극도로 불만을 가지고 일부러 이 오만하고 멍청한 공주를 보내 자기들을 모욕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아주 컸다.
"당신도 탐탁지 않다고 여기오?"
육장봉은 한담에 능할 뿐만 아니라 월령안을 아주 잘 알았다. 종종 월령안의 표정만 보거나 그녀가 말하는 두세 음절만 들어도 육장봉은 그녀의 뜻을 알아챘다.
예를 들어 지금 월령안이 단지 웃기만 했을 뿐인데 육장봉은 등요 공주가 서남에 시집가는 일을 월령안이 반대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사실 육장봉은 한담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다른 사람들의 기분이나 생각을 신경 쓰는 사람은 더욱 아니었다.
육 대장군이 평소에 하지도 않을뿐더러 경멸하기까지 하는 일을 하게 하는 사람은 월령안밖에 없었다.
월령안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전 단지 폐하께서 진심으로 등요 공주를 아끼시고 좋아하시는 것에 대해 감탄하고 있었어요.
'폐하께서 등요 공주를 얼마나 좋아하셔야 등요 공주의 멍청함을 보지 못하시고 그녀가 서남 토사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일까?'
"폐하께서는 확실히 등요 공주를 아끼시지."
육장봉은 뭔가 생각난 듯 비아냥거렸다.
"그렇다면 폐하께서 어찌 등요 공주가 서남에 시집보낼 수 있으시겠어요? 서남 나씨 가문은 등요 공주에게 썩 좋은 선택지가 아니잖아요."
서남 일대는 황제의 통제를 받지 않았고 조정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황제도 안중에 두지 않는 서남 나씨 가문이 공주 하나를 잘 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황실에는 혼인 적령기에 들어선 공주는 등요 한 명밖에 없소. 폐하는 먼저 주나라의 황제이고 그다음에야 등요 공주의 오라버니오. 폐하께서는 먼저 주나라의 이익을 생각하셔야 하오."
말을 마친 육장봉은 뭔가를 느낀 듯 또 한마디 덧붙였다.
"폐하께서 조왕도 아주 아끼시오."
월령안은 잠깐 말을 멈췄다가 한마디 했다.
"폐하께서는 영명하십니다."
황제는 대황자도 아주 아꼈다. 하지만 대황자가 죽은 뒤, 황제는 그날 밤만 슬퍼하고는 바로 다시 무거운 정무에 정신을 쏟았다.
이토록 사직을 중히 여기고 사리사욕을 경시하는 황제를 둔 것은 주나라 백성의 복이었다.
이 '영명하다'는 말은 비꼬는 뜻을 담고 있지 않았다. 월령안은 진정으로 황제가 아주 영명하다고 느꼈다.
그녀는 황제처럼 이렇게 이지적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그녀와 가족들이 가장 중요했다. 다른 모든 사람과 일들은 그다음이었다.
"폐하께서도 쉽지 않으실 거요."
육장봉은 황제가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곽씨 가문과 정서의 사건을 허락한 일을 떠올리고 황제와 실랑이를 하기 싫어졌다. 그는 가볍게 말했다.
"내가 폐하께 다른 사람을 서남에 시집보내라고 하겠소. 등요 공주는…… 강녕부에 가서 태후와 함께하며 폐하를 대신해 효도를 하라고 해야겠소."
월령안은 웃으며 말을 더 하지 않았다.
육장봉도 여기에서 멈추었다. 그는 화제를 돌려 조정에서 일어난 몇 가지 재미있는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호부상서가 또 누구와 싸우기 시작했는데 바로 손을 쓰다가 얼굴을 다친 등 일이었다.
얼핏 대신들의 창피한 일들을 말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예리한 월령안은 특수한 정보를 알아챘다.
예를 들어, 국고는 가난하고 호부는 돈이 없지만 조정에서 돈을 쓸 곳은 아주 많다는 것이었다.
강남에서 받아들이는 세금은 큰 몫을 차지했으나 이 몇 년간 강남에서 해마다 재해가 일어나며 세금이 해마다 줄어들었다. 이렇게 가다가는 국고는 버티지 못하고 군비를 축소해야 할 수도 있었다.
또 예를 들면, 수상의 보조가 없고 각 부의 사무를 조절하는 수상이 없으니 모든 일은 황제에게 떨어졌다. 황제는 최근 정무가 바빠서 새로운 수상이 될 사람을 물색하고 있었다.
황제는 전에 소씨 가문의 대유를 불러 수상을 맡기려고 했다. 하지만 소여방이 죽은 뒤, 황제는 이 생각을 지웠다. 또 마찬가지로 장 부승상을 수상으로 임명할 생각도 없었다.
월령안은 육장봉이 일부러 이런 말을 그녀에게 들려주는 걸 알고 있었다.
이것들은 모두 기회였다. 그녀가 어쩔 수는 없지만 그녀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는 가능한 사람이 있었다.
예를 들면 최 아저씨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수상이 될 자격이 있었다.
최일은 강남 일대의 강릉부에 갈 수 있었다. 또 강릉부에서 지부(知府)를 맡을 수도 있었다.
지방에서 정치 공적을 이뤄낸다면 다른 사람이 최일이 승진하는 것을 막는다 해도 어려울 것이다. 또 최일이 밖으로 나가야 최 대학사가 경중에서 실권을 잡기 편할 것이다.
월령안은 생각할수록 딱 맞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서글프게도 금방 비운 머리가 또다시 일로 꽉 찼다는 것을 발견했다.
육장봉은 말하면서 항상 월령안의 반응을 주목했다. 월령안이 그의 말을 알아듣는 것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최일은 월령안의 제안을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강남에 가서 관직에 오르는 것이 최일에게도 확실히 유리했다.
최일은 강남에 가서 잠자코 있으면 되었다. 청주의 포정사(布政使) 이 직무는 너무 위험해 그의 사람을 보내 모험하게 하는 편이 나았다.
다행히, 돌아오는 길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곧 명월 산장에 도착했기 때문에 월령안의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마차가 멈추자 육장봉이 먼저 마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팔을 살짝 들어 월령안에 마차에서 내리기 편하게 했다. 하지만 직접 손을 움직여 월령안이 마차에서 내리는 것을 부축한 것은 아니어서 월령안은 거절하기도 난처했다.
육장봉의 어깨를 잡고 마차에서 내린 월령안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육장봉에게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