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8화 내 아들의 안목은 역시 뛰어나군
월령안을 바라보는 최 대학사의 눈빛은 감출 수 없이 흐뭇했다.
'내 아들의 안목은 역시 뛰어나군. 올해의 설개연은 부인과 잘 상의를 해서 성대하게 해야겠어.'
최 대학사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는 월령안의 권유로 격식을 차리지 않고 바로 객원으로 가서 휴식을 취했다.
월령안도 기분이 아주 좋았다.
최 대학사는 역시 진정한 선비로서 말과 행동이 일치하였다. 그녀를 진심으로 손아랫사람으로 대하였다. 특히 그녀가 입을 열어 최 대학사더러 이 작은 부탁을 한 뒤로 최 대학사가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친절해졌다.
최씨 가문의 땅이 주나라 곳곳에 분포되어 있었고 강남에서도 세력이 꽤 넓었다. 최 대학사의 눈에 든 것은 그녀에게 좋은 일이었다.
최 대학사를 잘 모신 뒤, 월령안은 바로 장군왕 세자에게 편지를 썼다.
그더러 얼른 술을 가지고 최씨 저택으로 가서 설개연에 술을 공급하는 거래를 논하라고 했다. 손해를 보더라도 반드시 거래를 따내라고 했다!
최씨 가문은 백 년 된 세가로서 관직에서의 힘은 비록 조정의 중요 대신들에 미치지 못했지만 가족의 자제들은 모두 하나같이 고상한 인물들이었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문인이 추구하는 풍향이었다.
만약 최씨 가문의 설개연에 장군왕 세자 가게의 술을 쓴다면 다른 세가, 심지어 문인들이 개최하는 연회에서도 장군왕 세자 가게의 술을 먼저 고를 것이다.
장군왕 세자가 이 거래를 따낸다면 앞으로 가게의 술이 팔리지 않을 걱정은 없었다.
무슨 장사를 하든지 먼저 기회를 잡는 것이 아주 중요했다. 월령안은 편지를 다 쓰고 하인더러 편지를 장군왕부로 가져가라고 했다.
편지를 다 쓴 월령안은 요기를 좀 하고 서쪽 뜰로 최일을 보러 갔다. 가는 길에 옆방에 묵고 있는 육장봉도 겸사겸사 보았다.
육장봉이 명월 산장에 들어온 뒤로, 그녀는 주인이 되어서 한 번도 그를 보러 간 적이 없었다.
생각해 보니 이것은 그녀가 실례를 범한 것이었다.
월령안이 도착했을 때, 육장봉과 최일은 마당 밖에서 바둑을 두고 있었다.
육장봉이 먼저 월령안을 보았다. 그는 손에 바둑을 든 채 허공에 두고, 한참을 내려놓지 못했다.
최일은 육장봉의 이상함을 눈치채고 고개를 돌렸다. 월령안이 종이 우산을 들고 천천히 걸어오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령안이 왔어요?"
"전 당신이 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최일은 육 대장군처럼 도도하게 굴지 않고 월령안을 보는 순간, 바로 일어나 월령안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월령안이 손에 든 종이 우산을 받아 그녀에게 우산을 씌워 주었다.
"제가 할게요."
육 대장군의 시선이 차가워지더니 손에 든 옥석 바둑이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동강 났다.
그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동강 난 바둑을 나무 아래로 던지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했다.
"무겁지 않아요."
월령안은 피했지만 피해지지 않았다. 또 최일과 실랑이를 하기 불편해 최일이 종이 우산을 빼앗도록 내버려 두었다. 다만 속으로 반드시 빨리 최일과 말을 똑바로 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최일이 보인 행동은 그녀에게 다른 생각이 들게 했다.
종이 우산은 워낙 크지도 않고 월령안을 햇빛을 가리려고 쓴 것이었다. 최일이 비록 군자여도 우산을 들고 있으니 두 사람은 가까이 다가설 수밖에 없었다.
선남선녀가 움직이는 빛에 싸여 천천히 걸어왔다. 등 뒤로는 명월 산장의 아름다운 자연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 아름다운 광경은 보는 사람을 흠뻑 취하게 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이 장면을 본 사람으로서 육장봉은 거슬리게만 느낄 뿐이었다.
이 구간의 길은 매우 짧아서 육 대장군이 막 일어나려 할 때, 두 사람은 바로 그의 앞에 다가섰다.
'거슬리는 자식.'
육장봉은 최일을 차갑게 흘겨보았지만 최일은 담담하게 웃으며 무시했다.
"대장군."
월령안은 육장봉에게 예를 보이며 한 걸음 나아가 최일과의 거리를 벌렸다.
"음."
육장봉의 굳은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아주 기분이 나쁜' 도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월령안은 육장봉이 왜 이러는지 알지 못했다. 또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예를 올린 뒤, 한걸음 다시 물러섰다. 임무를 마친 셈이었다.
육장봉의 풀어진 안색이 순간 또 굳어졌다. 그는 차갑게 월령안을 바라보며 언짢게 말했다.
"이게 바로 월 가주가 손님을 접대하는 방식이오?"
'내가 명월 산장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요양했는데 월령안은 한마디 묻지도 않는 건가?'
월령안은 발걸음을 멈추고 웃으며 읍했다.
"최근 이틀 동안 대접이 소홀했는데, 대장군께서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장군의 건강은 회복이 잘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소홀한 것을 알았다면 이제라도 잘 접대해야지 않겠소?"
육장봉은 말하면서 일어섰다.
최일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육장봉에게 가로막혔다.
"최 대인은 해독약을 시험해 봐야지 않겠나? 난 그러면 최 대인이 해독약을 시험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겠네. 월 가주, 갑시다. 날 잘 접대하시오."
말을 마친 육장봉은 긴 다리로 성큼 내디뎌 월령안의 옆을 지나 걸어갔다. 한쪽에 있던 최일을 완전히 무시했다.
두어 걸음 걸은 뒤, 월령안이 따라오지 않는 것을 보자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경고했다.
"뭐 하고 있소? 어서 따라오지 않고. 내가 직접 안아서 가야겠소?"
월령안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육장봉은 또 무슨 미친 짓을 하는 거야?'
월령안은 화가 나 어쩔 줄 몰랐다. 하지만 육장봉의 염치없는 경고를 생각하자 마음속의 울화를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육장봉은 원래부터 이치를 따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육장봉이 말한 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육 대장군을 제대로 '접대'해야 할 것이다.
월령안은 미안한 얼굴로 최일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아무래도 공자와 얘기를 나누지 못할 것 같네요. 육 대장군께서 저의 접대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셔서 제가 먼저 대장군께 사죄를 해야 해요. 나중에 해독약이 나오면 다시 얘기를 나누죠."
"전 괜찮습니다. 육 대장군께서는 귀한 손님이시니 손님 접대를 소홀히 하면 안 되지요."
최일은 상냥하게 말하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육장봉의 청력으로는 자기가 한 말을 분명 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육장봉은 최일의 말을 들었을 뿐만 아니라 월령안이 반박하지 않고 쓴웃음을 지으며 최일의 말을 묵인하는 것을 보았다.
'화가 나는군!'
그는 최일이 일부러 그를 화나게 하려고 한 말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도 어쩔 수 없이 최일이 성공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최일이 일부러 그랬다는 것을 알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개운치 않다.
'책을 읽는 자들은 역시 마음속에 심술이 가득 차 있군. 그중에서도 최일이 단연 으뜸이야.'
육장봉도 속이 언짢아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월령안은 두어 걸음 쫓아갔지만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자 바로 포기했다.
마침 햇빛이 강할 때라 그녀는 햇빛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몸도 아직 회복이 채 되지 않았는데 그녀가 미쳤다고 육장봉을 쫓아가겠는가.
육장봉은 한참을 걸었지만 뒤에서 발걸음 소리를 듣지 못하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월령안은 그와 무려 한참이나 떨어져 있으면서도 급하게 굴지 않고 느릿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안색은 저도 모르게 어두워졌다.
잠깐 기다렸지만 여전히 월령안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지 않자 육장봉은 차가운 얼굴로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갔다.
"밥을 안 먹었소?"
"잘 자지 못했어요. 접대를 소홀히 한 점은 대장군께서 양해해 주세요."
월령안은 피곤한 기색에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 너무 졸렸다!
그녀는 원래도 잘 자지 못했는데 최 대학사를 접대하기 위해 억지로 일어났다.
일어난 뒤에, 비록 기운을 차렸지만 한참 길을 걷고, 햇볕을 쪼이니 또 자고 싶어졌다.
육장봉 앞에서 추태를 부리지 않기 위해서 월령안은 막 나오려던 하품을 억지로 눌러 버렸다. 그 탓에 눈물이 찔끔 나와 눈가가 빨개졌다.
햇볕에 쪼여 새빨개진 얼굴과 기운이 없는 기색은 심하게 구박당한 듯 애처로운 모습이 역력했다.
순간, 육장봉의 울화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심지어 마음속으로 미안함과 자책감마저 들었다.
물론 아주 약간이었지만.
하지만 이 약간의 미안함과 자책감은 충분히 육장봉을 투항하게 만들었다.
육장봉의 굳은 얼굴은 조금도 버티지 못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달랬다.
"자러 갑시다, 내가 데려다주겠소."
"괜찮아요."
월령안은 얼굴을 비비고 그 틈을 타 몰래 입을 막고 하품을 했다. 그리고 억지로 기운을 차리고 말했다.
"좀 걸으면 괜찮아져요. 대장군께서 저와 함께 가시고 싶은 곳이 어딘가요?"
육장봉이 그녀에게서 접대를 바랐는데 그녀가 오늘 그를 만족시키지 않으면, 내일도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빨리 죽으나, 늦게 죽으나 다 죽는 것인데 일찍 접대를 끝내는 것이 더 좋았다.
육장봉이 핑계를 대서 명월 산장을 나가지 않는 일이 벌어지지 않게 말이다.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한동안 줄곧 명월 산장에 있을 테니 날 접대할 기회는 많을 것이오."
육장봉은 퉁명스럽게 월령안을 노려보았다.
월령안이 온 얼굴로 귀찮은 기분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더러 얼른 가라고 대놓고 말하지만 않았을 뿐이었다.
하필 월령안이 졸린 얼굴에 멍한 표정을 하고 있어 그는 아무리 화가 나도 화를 내지 못했다.
육장봉은 화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여 월령안의 멍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가 반응하기 전에 월령안의 손을 잡고 뒤로 돌아갔다.
"당신이 편히 자도록 데려다주겠소."
"그러죠. 대장군께서 좋으시기만 하면 됩니다."
월령안은 너무 졸려 육장봉을 상대할 정신이 남아 있지 않았다. 또 육장봉에게 반항할 힘도 없었다. 몸부림을 쳐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또 육장봉에게 또 움직이면 안고 가겠다는 경고를 들은 월령안은 자포자기 상태로 육장봉에게 끌려갔다.
비록 그녀는 아주 피곤했지만 아직 이성은 남아 있었다. 육장봉에게 끌려가는 것이 안겨서 방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나은 것을 알고 있었다.
육장봉은 염치가 없지만 그녀는 있었다.
월령안은 심하게 졸려 육장봉을 더 이상 상대하지 않게 된 후, 억지로 정신을 차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는 원래도 흐리멍덩했던 머리에 졸음이 덮치도록 내버려 두었다.
마지막에 월령안은 그녀가 어떻게 돌아간 것인지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그녀는 방에 돌아가자마자 침대에 누운 것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그녀는 신발을 벗고 옷을 벗은 기억이 전혀 없었다.
월령안은 이렇게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잤다. 그녀는 한동안 상황도 모른 채 이불을 껴안고 앉아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월령안이 느릿하게 부르자 문밖에서 시녀가 소리를 듣고 바로 불을 들고 들어왔다. 시녀는 월령안의 머리를 빗겨 주었다.
"손불사가 약을 지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