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7화 최 아저씨
서 선생은 자기가 원하는 답을 얻었다. 하지만 월령안의 감추지 못한 슬픈 얼굴을 보자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아가씨의 잘못이 아닙니다."
"알아요, 이건 월씨 가문 사람들의 운명이죠. 서 아저씨, 걱정하지 마세요. 전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월 삼낭을 죽이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마음속으로 좀 괴로울 뿐이었다. 월 삼낭 때문도, 자신 때문도 아닌, 월씨 성을 가진 모든 사람들 때문에 괴로웠다.
월령안은 몰래 숨을 들이쉬고 말로 할 수 없는 씁쓸함과 무력감을 눌렀다. 그리고 서 선생을 향해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최 대학사를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되죠. 서 아저씨, 전 먼저 최 대학사를 만나러 갈게요."
"네."
서 선생은 가볍게 대답하고 묵묵히 옆으로 물러섰다.
그는 사람을 잘 위로하지 못했다. 그는 월령안에게 위로가 필요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서 선생은 월령안이 떠나가는 것을 보고 침착하게 몸을 돌렸다.
월 삼낭이 그 기회를 받아들이든 말든, 그는 월 삼낭을 죽일 생각이었다.
* * *
최 대학사는 돈을 빌리자마자 말을 쉬지 않고 몰아 명월 산장에 도착했다. 길에서 쉬기는커녕 물도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
명월 산장에 도착하여 최일을 만나고, 최일의 독을 해독할 수 있다는 확신을 받고 나서야 최 대학사는 자기가 지쳤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최 대학사는 그래도 억지로 버티며 직접 월령안에게 감사를 표하겠다고 했다.
최 대학사가 찾아오면 월령안은 집안의 주인으로서 얼굴을 내비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최 대학사가 오자마자 명월 산장의 집사는 하인을 시켜 월령안을 깨웠다.
최 대학사는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고 월령안은 아주 빨리 화청에 나타났다.
최 대학사가 일어나기 전에 월령안이 먼저 예를 올렸다.
"대학사를 뵙습니다."
"월 가주, 별말씀을요! 제가 갑자기 찾아뵈어 월 가주께 폐를 끼쳤습니다."
최 대학사는 월령안의 예를 받지 않고 바로 일어서서 맞이했다.
그는 몰래 월령안을 힐끗 훑어보고 마음속으로 찬사를 보냈다.
'그 멍청한 아들의 마음이야 불 보듯 뻔한 것이지.'
만약 가능하다면, 그는 아들을 돕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가주 부인의 출신을 신경 쓴다 하지만 그들 최씨 가문은 개의치 않았다.
상인 집안이든 말든 상관이 없었다. 시집간 적이 있다 해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의 아들이 좋아하고, 인품이 나쁘지만 않으면 되었다.
"대학사, 별말씀을요. 앉으시지요."
월령안은 최 대학사더러 앉으라고 하고 하인이 다시 차를 들고 오기를 기다리며 먼저 물었다.
"대학사께서는 최 공자를 만나 보셨나요? 제가 급히 돌아오느라 아직 최 공자를 보지 못했습니다. 최 공자께서는 지금 어떠하신지요?"
"아들 녀석의 안색이 아주 좋습니다. 월 가주의 보살핌에 감사드립니다. 손 신의는 날이 저물기 전에 해독약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들 녀석이 그 약을 마시면 괜찮아질 거라고요."
손불사의 확답을 들은 최 대학사는 마음속에 남은 마지막 걱정도 내려놓았다.
"최 공자께서 괜찮으시다니 저도 시름이 놓입니다."
월령안 마음속의 그늘이 말끔히 사라졌다.
최일이 괜찮다면 월 삼낭의 모든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을 것이다.
이제, 그녀가 반격할 때가 되었다.
"아들 녀석의 독이 해독될 수 있고 평안할 수 있는 것은 월 가주의 덕분입니다."
최 대학사는 다시 일어섰다. 그는 정중하게 진심을 담아 월령안에게 감사를 표했다.
"월 가주, 감사하다는 말은 저도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월 가주께서 제 아들 녀석을 위해 약재를 구하느라 많은 대가를 치른 것을 알고 있습니다.
월 가주께서 앞으로 고난을 겪으신다면 그것이 어떤 것이든 저희 최씨 가문은 절대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
최 대학사는 오자마자 최일을 만났다. 그는 이미 최일로 부터 월령안이 약재를 구하고 독왕 아포를 반격하기 위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는지 전해듣게 되었다.
그 대가는 너무 커서 최씨 가문이 감당할 수 없었다. 동시에 그는 눈앞의 이 소녀에 패기에 깊이 탄복했다!
만약 그였다면 그렇게까지 할 용기가 없었을 수도 있었다.
월령안은 일어서서 부축했다.
"대학사, 별말씀을요. 저와 최 공자는 좋은 친구입니다. 그가 기이한 독에 당해 생명의 위험이 생겼는데 제가 어찌 가만히 앉아 있겠습니까? 더구나 최 공자의 독이 발작한 것도 저와 연관되어 있었죠."
"이 일은 결국 제 아들 녀석아 신중하지 못해 다른 사람의 함정에 빠진 것인데 월 가주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최 대학사는 처음 아들이 독에 당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도 월령안을 탓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월령안이 아니라면 독왕 아포가 어떻게 그의 아들에게 독을 썼겠는가?
하지만 그는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 일에 대해서는 월령안도 무고했다.
월령안이 어찌 월 삼낭과 독왕 아포가 그의 아들에게 독을 쓸 줄 알았겠는가?
줄곧 그의 아들이 먼저 월령안과 친분을 맺었던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월령안은 최씨 가문에 기어오른 적도, 기어오르려는 마음을 품은 적도 없었다.
"대학사께서 저를 위로하실 필요가 없으십니다. 예로부터 천 일 동안 도둑질을 하는 사람은 있어도 천 일 동안 도둑을 방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습니다. 최 공자가 독에 당한 것도 신중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저 때문에 악독한 사람의 술수에 휘말린 것입니다."
최 대학사가 최일이 신중하지 못하다고 말해도 월령안은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자기 아들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겸손함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특히 최일이 이처럼 뛰어날 때 말이다.
그녀가 최일이 부족하다고 말한다면 최 대인은 그녀에게 앙심을 품을 수도 있었다.
"대학사께서 제가 최 공자를 해쳐서 중독되었다고 탓하지 않으시는 것만으로도 저는 매우 기쁩니다. 고맙다고까지 하시니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월령안은 진심을 담아 얘기했다. 그녀는 전혀 공로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저와 최 공자는 좋은 벗입니다. 친구끼리는 원래 서로 돕는 거지요.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너무 내외하시는 겁니다."
최씨 가문에서 그녀의 인정을 받아 주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다 해도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일부러 자기가 뭘 했는지 떠벌리면서 최씨 가문이 그녀의 인정을 받아들이라고 핍박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바꿔 온 인정은 최씨 가문이 인정을 한다 해도 썩 내키지 않을 것이다.
최 대학사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 소녀로군. 얼굴이 얇고 생각이 단순하여 얼굴이 두껍지도, 속이 시커멓지도 못해. 잘못을 자기 탓으로만 돌리면서 자신이 최일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는 입에 담지도 않는군.'
만약 낯이 두꺼운 사람이었다면 자기가 최일을 위해 해독약을 찾는 데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는지 극구 떠들면서 최씨 가문더러 이 은혜를 기억하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월령안이 말하지 않아도 최 대학사는 그녀가 손해 보게 할 생각은 없었기에 먼저 입을 열었다.
"월 가주의 말씀이 맞네요. 가주와 제 아들은 좋은 친구이고 또 서신언(徐慎言) 그 친구가 중히 여기는 아이이니 우리 두 집안도 내외할 게 없겠어요. 제 괜찮으시다면 제가 월 가주를 조카라고 부르는 것을 허락하시겠습니까? 제가 과하다고 탓하지 않으신다면 저를 서신언 그 친구를 서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처럼 최 아저씨라고 불러 주세요."
"최 아저씨!"
최 대학사가 얼굴이 얇고, 속셈이 없다고 생각한 소녀 월령안은 내외하지 않고 바로 달콤하게 불렀다.
"좋아, 좋아, 좋아! 이 아저씨를 불렀으니 앞으로 무슨 일이 있거든 령안 너는 언제든지 이 최 아저씨에게 와서 말하거라. 최 아저씨가 못하는 일은 최일 그 녀석이 있으니. 내가 최일 그 녀석더러 널 위해 심부름을 하라고 할게."
친구와 다시 만나고, 아끼던 아들이 화를 당할 뻔했지만 전화위복이 되었으니 최 대학사의 기분은 무척이나 좋았다. 월령안의 이 아저씨 소리가 진정으로 그를 마음 편하게 만들어 줬다.
최 대학사의 눈에 얼굴이 아직 덜 두껍고, 속셈이 아직 많지 않은 소녀 월령안은 부끄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최 아저씨, 그럼 제가 정말 아저씨께 부탁드릴 일이 있어요."
말을 마친 월령안은 또 부끄러운 듯이 한마디 덧붙였다.
"최 아저씨, 제가…… 너무 내외를 안 하는 건가요?"
최 대학사는 잠깐 멍해졌다가 곧 기뻐하며 말했다.
"령안이 아주 잘했어. 날 최 아저씨라고 부르면 된다. 나와 내외할 필요가 없어.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절대 사양하지 말고 마음껏 말하거라."
월령안은 바로 사양하지 않고 말했다.
"최 아저씨, 집에서 설개연에 쓸 술을 사기로 정해 둔 집이 있나요? 만약 없으시다면 저한테 기회를 한번 주실 수 있나요?"
연회에서 어느 집의 술을 쓰든지 작은 일이었다. 이는 최 대학사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최일을 찾아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녀가 일부러 최 대학사 앞에서 말을 꺼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최 대학사가 그녀를 자기 집 손아랫사람으로 여긴다고 말한 것이 진정으로 내외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인사치레인지 떠보고 싶었다.
잘 알아 두어야 앞으로 어떻게 최씨 가문과 왕래할지 알 것이다.
연회에서 무슨 술을 쓰고, 어느 집의 술을 쓰는지는 아주 작디작은 일이었다. 최일뿐만 아니라 최씨 가문에서 연회를 담당하는 집사도 결정할 수 있는 일이었다.
월령안이 이렇게 작디작은 일로 최 대학사에게 사정했다.
최 대학사는 잠시 놀랐다. 그는 속으로 은근히 내키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월령안은 입을 열자마자 거래를 논했다. 비록 그와 남처럼 대하지는 않았지만, 너무 현실적이지 않은가? 너무 쩨쩨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최 대학사가 불만을 가지기 전에 월령안이 장군왕 세자를 위해 기회를 얻는 것뿐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장군왕 세자의 술 가게가 곧 열리게 된다. 하지만 줄곧 변경의 판로를 어떻게 열지 몰랐다. 만약 최씨 가문의 설개연에 술을 공급할 수 있다면 장군왕 세자는 앞으로 변경에서 자리를 잡지 못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 말을 들은 최 대학사의 불편한 마음은 순식간에 눈 녹듯 사라졌다.
'그럼 그렇지. 내 아들의 마음에 든 사람이 어찌 그렇게 쩨쩨하겠나.'
최 대학사는 기쁜 마음으로 찬사를 보냈다.
"장군왕 세자가 너와 친구가 된 것은 그의 천운이구나."
월령안은 민망하다는 듯이 말했다.
"최 아저씨, 제가 이렇게 하는 것도 제 자신을 돕기 위해서예요. 장군왕 세자가 들인 첫 번째 술은 제가 공급한 거예요. 장군왕 세자의 술 가게가 순조롭게 변경의 시장을 연다면 저한테도 이득이에요."
"령안, 겸손할 것 없다. 너는 장군왕 세자가 네 인정을 빚졌다고 느끼는 게 싫은 거지. 그러나 어떤 일은 하면 남에게 알려야지, 공연히 남이 이익을 가로채게 해서는 안 된다. 네가 이렇게 장사를 하면 너무 성실해서 손해를 볼 것이다. 이렇게 하지. 네가 장군왕 세자에게 편지를 써서 그더러 최씨 저택으로 가서 날 찾으라고 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