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5화 전 아내가 고생하는 꼴을 못 봅니다
하인도 깜짝 놀라서 감사를 표하려고 하는 순간, 손불사가 하는 말을 들었다.
"사람은 괜찮아도 손에 든 약재가 망가지면 너와 날 팔아도 배상하지 못해!"
하인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날 왜 봐? 내가 널 놀리는 것 같아? 사실이야. 이 약재들은 황금보다도 비싸."
만사천 냥의 황금은 마차 세 대를 짓누르고도 남았다. 하지만 이건 단지 운송비였다.
월령안이 만약 이 황금을 그에게 준다면 그는 월령안에게 약재를 산 하나에 가득 심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의술이 부족하여 최일의 그 고귀한 생명은 약재를 심을 때까지 버티지 못했다.
손불사는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그는 하인이 조심하지 않을까 걱정되어 계속해서 지켜보며 하인들이 조금도 낭비하지 못하게 했다.
사정을 모르는 하인들은 이 약재가 정말 황금보다 비싼 줄로 알게 되었다. 월씨 가문의 급여가 넉넉하고 하인들의 품행에 요구가 아주 높은 것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하마터면 참지 못하고 몰래 약재 한 줌을 숨길 뻔했다.
배가 아파 약재를 숨기고 싶은 사람은 또 있었는데 바로 최 대학사였다.
비록 손불사가 약속한 시간은 진작에 지났지만 최 대학사는 낙심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최일을 위해 약재를 구할 방법을 생각했다.
교외의 한 농갓집에서 전에 서역에 가 보았던 상인을 접대한 적이 있다는 말을 듣고 최 대학사는 진위도 가리지 않은 채, 호위를 데리고 교외로 떠났다.
성을 나가자마자, 최일이 보낸 하인과 마주쳤다.
최일의 하인은 흥분되어 소리를 질렀다.
"나리, 공자의 편지입니다! 월 가주가 공자를 위해 서역의 약재를 세 마차나 구했습니다. 우리 공자께서는 이제 사실 수 있습니다!"
"뭐라고? 월 가주가 약재를 찾았다고? 그것도 무려 세 마차나?"
최 대학사는 흥분되어 하마터면 말 등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 다행히 호위의 반응이 빨라서 그를 부축했기에 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하인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나리, 소인이 직접 보았습니다. 무려 마차 세 대였습니다. 손 신의가 우리 공자께서 살았다고 말했습니다."
"좋아, 좋아! 좋아! 월 가주의 이 인정을 우리 최씨 가문은 마음에 새겼다."
최 대학사는 흥분되어 어쩔 줄 몰랐다. 순간 기운이 펄쩍, 나서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호위의 부축도 필요 없이 멋지고 깔끔하게 마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최일의 편지를 펼친 후 최 대학사는 순간 웃을 수 없게 되었다.
최씨 가문에는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 심지어 재산이 넉넉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만 냥이 넘는 황금은 그들 최씨 가문이 정말 내놓을 수 없었다!
누가 이유 없이 그렇게 많은 황금을 집에 쌓아 두고 있겠는가?
최씨 가문은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주 부유하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부유한 집이라도 하루 새에 만 냥이 넘는 황금을 내놓을 수는 없었다.
그들의 집이 국고도 아니고 어떻게 황금 더미를 두겠는가!
최일이 편지에 쓴 것을 읽고 최 대학사는 기쁜 와중에도 골치가 아팠다.
"염치불구하고 빌리러 갈 수밖에."
주나라에는 금과 은이 부족했다. 특히 금이 부족했다.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은 대부분 동전과 은자였다. 은장에서도 은만 보관하지 황금을 보관하는 경우가 극히 적었다. 하루 안에 만 냥이 넘는 황금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국고밖에 없었다.
최 대학사는 전혀 지체하지 않고 최일의 편지를 들고 채찍질하여 궁에 들어가 황제에게 금을 빌리러 갔다.
최 대학사는 검은 옷을 입은 살수들이 교외의 농갓집에서 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줄 모르고 있었다.
다행히, 월령안이 제때 돌아왔고 최일의 편지도 제때 보내졌기에 망정이지 최 대학사가 그대로 앞뒤 가리지 않고 무모하게 약을 구하러 갔더라면 죽었을 것이다.
만약 최 대학사가 횡사한다면 최일 몸의 독이 해독되든 말든 최씨 가문과 월령안은 원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시는 사이 좋게 지낼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배후에서 음모를 꾸민 사람의 악독한 속셈을 엿볼 수 있었다.
최 대학사는 멈추지 않고 달려서 황궁으로 곧장 가 황제를 만났다.
황제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반반과 독왕 아포의 소식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최씨 가문에서는 손 신의가 요구하던 약재를 찾았나?'
찾지 못했다는 말을 들은 황제는 하루 종일 공무를 처리할 기분조차 나지 않았다.
이때, 최 대학사가 뵙기를 청한다는 말을 듣자 황제는 최 대학사가 반드시 원하는 것이 있을 거라고 여겼다. 그는 한숨을 쉬고 이반반더러 들이라고 했다.
황제는 많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 심지어 최 대학사가 어쩌면 최일이 죽기 전에 그에게 봉호를 상으로 달라고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짐작도 했다.
하지만 최 대학사가 그에게서 금을 빌려 달라고 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대학사, 다시 말해 보시게. 짐에게 뭘 빌리겠다고?"
황제는 자기도 미인향에 당해 환청과 환각이 나타난 게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심지어 그는 최 대학사가 웃는 것을 보았다!
'최 대학사는 미친 것이 아닌가?'
"폐하께서 잘못 들으시지 않으셨습니다. 신은 폐하께 황금 만사천 냥을 빌리려 합니다."
말을 마친 최 대학사는 문득, 폐하가 육 대장군의 도움에 기댈 정도로 가난하다는 것을 떠올리고 다급히 말했다.
"폐하, 신은 폐하께 빌리는 것이 아니라 국고에서 빌리려는 것입니다. 신은 반드시 한 달 안에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겠습니다."
황제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의아하게 물어볼 뿐이었다.
"이렇게 많은 황금을 해서 어디에 쓰겠나?"
"신의 아들 때문입니다. 그의 독이 드디어 해독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월 가주가 오늘 아침, 약재를 가지고 돌아왔는데 운송비가 좀 비쌉니다. 또 아주 급합니다. 그리고 상대는 황금만 고집하는데 신의 집에서는 도저히 하루 안에 이렇게 많은 황금을 내놓을 수 없습니다."
최 대학사는 난감한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혹시 국고도 아주 가난하여 황금 만 냥도 못 꺼내는 게 아닐까?'
"월령안이 약재를 찾았고 오늘 가지고 돌아왔다고? 어디서 찾은 것인가? 그리고 운송비는 어찌 된 일인가?"
황제는 깜짝 놀라 제대로 앉지도 못 할 뻔했다.
'황제인 내가 전국의 힘을 빌려도 이틀 안에 손 신의가 필요한 서역의 약재를 찾지 못했는데 월령안은 도대체 어떻게 해낸 것이지?'
"이건 신……."
최 대학사는 입을 열자마자 조계안에게 말이 잘렸다.
"이건 제가 내막을 알아요! 황형, 이반반더러 최 대학사를 데리고 가서 필요한 황금을 가져가게 하라고 하세요."
"전하!"
최 대학사는 다급히 조계안에게 예를 올렸다.
"예를 올릴 필요 없어."
조계안은 성큼성큼, 난각으로 들어오면서 손을 저었다.
최 대학사는 뒤로 물러서지 않고 다시 조계안에게 읍했다. 그리고 감격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아들 녀석의 일로 전하께 폐를 끼쳤습니다. 전하의 은혜를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아들 녀석의 독이 해독되면 소관은 반드시 아들 녀석을 데리고 감사를 표하러 방문하겠습니다."
"나와 최일은 친구야. 그리고 난 도움도 못 되었다고."
조계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반반과 함께 가서 황금을 가져가. 얼른 명월 산장에 가져가라고. 황금당의 보수는 그리 쉽게 시간을 끌 수 있는 게 아니야."
"전하, 감사합니다."
최 대학사는 진작부터 명월 산장에 가서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조계안의 말을 듣자 최 대학사는 급히 황제에게 사죄하고 떠났다.
난각 안에는 황제와 조계안 둘만 남았다. 조계안도 긴장을 풀고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는 오만한 분위기를 풍기며 말했다.
"황형, 일이 해결되었어요. 최일도 괜찮을 거예요. 앞으로 누구도 감히 월령안 주변의 사람에게 독을 쓰지 못할 거예요. 독왕 아포는 끝났어요!"
"너희는 무슨 일을 했느냐? 곽씨 가문과 정씨 가문 사람들을 미리 죽인 것이냐?"
황제는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우리가 아니죠. 월령안이에요. 월령안이 범씨 가문 사람들과 거래를 했어요."
조계안은 그가 방금 전에 입수한 소식을 떠올리자 입가가 말을 듣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
'월령안은 날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다니까!'
"청주 범씨 가문? 월령안이 어찌 청주 범씨 가문과 거래를 했다는 거냐? 그녀는 범씨 가문과 척을 진 사이가 아니더냐?"
황제는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 * *
명월 산장 안에서, 육장봉도 월령안이 염명경 귀시에서 한 거래가 뭔지 알고 나서 참지 못하고 같은 질문을 했다.
"당연히 저 때문이죠."
최일은 육장봉 맞은 편에 앉아서 활짝 핀 꽃처럼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눈가에는 기쁨으로 가득했다.
최일은 육장봉이 반드시 사람을 보내 월령안이 귀시에서 어떤 거래를 했는지 알아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육장봉의 방에서 죽치고 앉아 있었다. 육장봉이 아무리 드러내고 암시해도 최일은 버티고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흥!"
육장봉은 냉소를 지었다.
"내가 거울을 들어 자네에게 비춰 줘야 되겠나? 얼굴에 금을 얼마나 붙였기에 이렇게 두터운지?"
"당연히 황금 만사천 냥이지요."
최일은 육장봉의 야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빙긋이 웃으며 반격했다.
육장봉은 그만 말문이 막혀 버렸다.
'얄밉기로는 역시 최일이지.'
"황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대장군께서 저를 일깨워 주셨습니다. 곽씨, 정씨 두 가문이 척결되었으니 많은 재산들을 처분해야 할 겁니다. 적당한 때를 봐서 그걸 좀 사들여야겠네요.
나중에 혼인을 하고 처자식을 먹여 살리지 못해 아내에게 돈을 벌어 집을 부양하라고 하면 안 되니까요. 전 제 미래의 아내가 고생하는 꼴을 못 봅니다."
최일은 빙긋이 웃으며 말을 마친 뒤, 육장봉에게 화를 낼 기회를 주지 않고 유유히 떠나갔다.
육장봉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
'최일 저 빌어먹을 녀석이 지금 날 두고 비꼬았군.'
월령안은 육씨 가문 전체를 부양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수하까지도 부양했다!
"곽, 정씨 가문의 재산들을 잘 지켜보라고 하거라!"
육장봉은 한기를 내뿜으며 굳은 얼굴로 말했다.
육일은 속으로 자신의 불운을 탓했다. 그는 벌벌 떨며 입을 열었다.
"대장군, 재산을 파는 것은 호부가 관리합니다. 이것은 문관들의 영역이에요. 우리는 아마도 사지 못할 것입니다."
말을 마친 육일은 대장군이 이 어려운 문제를 자기에게 던져 줄까 두려웠다. 그는 강한 생존 욕구를 드러내며 한마디 덧붙였다.
"대장군, 걱정하지 마세요. 대장군 명의 하에 사업들이 아주 많아서 마님을 부양하시기에는 넉넉합니다!"
"부족해!"
월령안의 씀씀이를 생각하면 그의 재산들이 정말 부족했다.
'어떻게 해야 월령안이 마음껏 돈을 쓸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