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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543)화 (543/1,004)

543화 먼지투성이 월령안

평소에 중요하지 않던 서역 약재가 지금은 목숨을 살리는 약이 되었다. 두 곳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 서역에서 약재가 운반되어 오기를 기다릴 수 없었다.

셋째 날의 태양이 떠올랐다.

최 대학사는 약을 구하는 길 위에 있었다. 그는 태양이 솟은 것을 보고 정신이 붕괴 직전까지 갔다. 그는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손 신의가 약을 찾으라고 준 기한은 이틀이었다. 그 제약대로라면 어젯밤이 마지막 날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들은 아무 소득이 없었다.

'내 아들은 일찍 세상을 떠날 운명인 건가?'

최 대학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차라리 죽는 사람이 자신이기를 바랐다!

최 대학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처럼 황제와 조계안도 똑같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들은 이틀 밤낮 동안 찾았지만 주나라 안에서 두 사람을 찾지 못했다.

"형부와 대리시의 사람들은 똥을 먹고 자란 것이라는 말이냐? 누가 사형은 반드시 점심 때에 집행하라고 했더냐? 어제 오후에 집행했으면 되지 않았느냐? 살인도 시간을 골라야 한다니. 그들은 나보다도 더욱 따지는구나!"

조계안은 두 눈이 벌게져서 아주 난폭하게 굴었다.

독왕 아포는 그가 생각한 것보다 더욱 잘 숨었고 더욱 간이 컸다. 그와 육장봉의 협박을 안중에 두지 않을 줄이야.

"하나같이 멍하니 뭐 하는 것이냐? 아직 반나절의 시간이 있다. 찾아……. 모두 찾아내! 땅을 삼 척 파든지 해서도 찾아내란 말이다. 알겠느냐?"

조계안은 황성사에서 화를 버럭, 냈다. 그는 누구를 보아도 탐탁지 않았고 황성사를 부수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따름이었다.

그는 최일이 걱정스러웠고 월령안이 걱정스러웠다.

그는 월령안이 염명경 귀시에 간 일을 모르고 있었다. 명월 산장의 사람들은 이 일을 꼭꼭 숨기고 있었다. 괜히 말이 새어 나가 월령안의 일을 그르칠까 두려워 했던 것이다.

황제는 화를 내지 않고 홀로 난각에 앉아 있었다. 그는 손에 최일이 장원 급제했을 때 썼던 문장을 들고 있었다.

최일이 중독되고 죽게 된 화근은 월령안이 아니라 바로 황제 자신이었다!

황제는 초점 없는 눈으로 손에 든 글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 * *

연복궁.

노인은 평소대로 못가에 앉아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성 밖을 바라보며 깊은 수심에 잠겨 있었다.

노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염명경 귀시! 오랫동안 가지 못했지. 거기의 술이 아직도 탁한지 모르겠군."

월령안이 최일을 위해 염명경 귀시에 갔다는 것을 알게 된 노인은 최일 대신 월령안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염명경 귀시!

감당 못 할 가격만 있을 뿐, 염명경 귀시가 못 해낼 일은 없었다.

월령안이 필요하다면 평소에 사람을 서역에 보내면 되는 일이었다. 천 냥 정도 쓰면 해결될 일이었다. 하지만 최일이 갑자기 독에 당해, 평소에는 값어치가 나가지 않던 약재가 지금은 엄청난 가치를 자랑했다.

염명경 귀시의 사람들은 항상 불 난 틈에 도둑질하는 것처럼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령안이가 이번에 막대한 대가를 지불해야겠구먼.'

하지만 노인은 걱정에만 그쳤을 뿐, 나서서 저지하지 않았다.

어떤 일은 반드시 혼자서 해야 했고 어떤 싸움은 반드시 혼자서 치러야 했다.

청주로 가기 전에 발톱을 드러내 사람들이 업신여기지 못 하게 하는 일이었다.

그는 그의 꼬마 령안이 자기가 뭘 하는지 알 거라고 생각했다.

노인은 월령안을 믿었다. 육장봉과 최일도 월령안을 믿었다. 월령안이 반드시 약재를 가지고 돌아올 것이고, 최일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이틀간 요양한 육장봉은 이제 간신히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셋째 날 아침, 육장봉과 최일 둘은 서쪽 뜰의 용 나무 아래에 앉아 어제 마치지 못한 바둑을 계속 두었다.

어제, 최일은 월령안이 염명경 귀시에 간 것을 알고 걱정을 많이 덜었다.

마침 그가 약욕을 해야 하는 시간이 되자 최일은 멋지게 절반쯤 둔 바둑판을 내버려 두고 약욕을 하러 돌아갔다. 그는 육장봉더러 그가 약욕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육장봉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

그가 뭘 어찌하겠나?

중독으로 곧 죽게 된 사람이 가장 중요한데 그가 기다리는 것 말고 뭘 할 수 있을까?

특히, 그는 아직 자유로이 침대에서 내려올 수가 없어 최일을 잡아 올 수도 없었다.

손불사가 최일에게 지은 약욕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었다. 약욕을 마친 최일은 잠이 와서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잤다.

이렇게 자니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야 깨어났다. 그는 옆방에 바둑 친구와 채 끝나지 못한 바둑판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 버렸다.

육장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아침에 바둑판을 마당 안의 돌 탁자 위에 두고 최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최일이 그를 반 수 이기고 평생의 여한을 덜고 싶다고 했던가?

'미안한데, 난 최일이 이 여한을 안고 평생 살아가도록 해야겠군.'

육장봉과 최일의 기억력은 아주 좋았다. 하루가 지났어도 둘은 여전히 바둑을 조금도 틀리지 않게 원상태로 복구했다. 그리고 계속 두었다.

하지만 둘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다른 변수가 없다면 월령안은 오늘 오전에 돌아올 것이다.

그들은 월령안을 믿었다.

하지만 직접 보지 못하니 걱정도 되고 불안하기도 했다.

염명경 귀시의 모든 거래는 빛을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것은 어둠과 욕망이 키워 낸 사악한 세력이었다. 귀시는 안에서 거래하는 사람의 생명은 보호했지만 밖에서의 안전은 보장하지 않았다.

월령안이 귀시에 간 것은 분명 충분한 준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 월령안과 황금당은 금전적 교분도 가지고 있었다. 황금당이 있는 한, 월령안은 귀시 안에서든, 밖에서든 생명의 위험은 없을 것이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월령안이 치르는 대가였다!

염명경 귀시는 악명이 정말 높았다. 만약 벼랑에 몰리지 않았고, 다른 수가 없지 않았더라면 염명경 귀시에 가서 거래를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둘은 건성건성 바둑을 두고 있었다. 바둑판의 흑, 백 바둑이 이미 절반을 넘었지만 살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긴장감도 전혀 없었다. 마치 둘은 바둑을 두는 것이 아니라 바둑을 가지고 노는 것 같았다.

손불사가 와서 둘이 느긋하게 바둑을 두고 차를 마시는 것을 보더니 화가 나서는 달려들어 바둑판을 엎질렀다.

그는 마음이 급해서 입가에 물집까지 생겼는데 이 둘은 한가하게 바둑이나 두다니. 정말 황제가 급하지 않은데 내관이 급한 셈이었다.

손불사는 속이 갑갑해져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너희 둘 말이야……."

"무슨 일인가요?"

육장봉이 차갑게 훑어보았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너희 계속, 계속해!"

손불사는 바로 겁을 먹었다.

그는 육장봉이 이제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다는 것을 깜빡했다.

그는 이제는 육장봉을 괴롭힐 수 없었다.

'억울해!'

손불사는 속에 울분이 가득했지만 육장봉과 최일에게 화풀이를 할 수 없었다. 특히 최일에게는 더욱 그랬다.

그는 지금 최일을 보기만 해도 참을 수 없이 짜증이 났다. 막 사람을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

그는 최일보다 더 말이 안 되는 환자를 본 적이 없었다. 그는 가끔 독에 당한 것이 자기인지 최일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최일은 해독약을 구하지 못하면 오늘 자기의 목숨이 끝난다는 것을 모르는 건가! 그는 조금도 급하지 않은가? 조금도 무섭지 않아?'

그는 하나같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 사람들이 어떻게 월령안처럼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과 친구가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나같이 월령안처럼 괴짜들이야!"

손불사는 이 두 어르신을 차마 건드리지 못하고 몰래 둘을 향해 눈을 희번덕거렸다. 그리고 문 입구로 가서 서 선생을 찾았다.

서 선생은 어젯밤부터 입구에 서 있었다.

그는 월령안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는 월령안이 반드시 손불사가 요구한 시간 안에 돌아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월령안은 그 누구보다 죽음을 두려워했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 주변의 가족과 친구가 죽는 것을 두려워했다.

주변의 친구와 가족이 죽지 않게 하기 위해 월령안은 목숨을 걸 것이고 모든 것을 내걸 것이다.

월령안은 절대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월령안은 그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최일이 중독된 셋째 날 오전에 그녀는 돌아왔다.

그녀는 약재를 마차 세 대에 싣고 돌아왔다!

길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건지 온몸이 먼지투성이였다. 마치 먼지에서 뒹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돌아왔다. 살아서 돌아왔다. 황제와 최씨 가문도 사흘 안에 찾지 못한 약재를 가지고 돌아왔다.

"령안아!"

돌아온 월령안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서 선생이었다. 그는 심지어 자신의 신분도 잊고 사람이 없을 때, 기분이 아주 좋을 때만 부르던 이름으로 불렀다.

서 선생은 월령안을 본 순간, 활에서 떠난 화살처럼 슉, 하고 날아갔다.

"서 아저씨!"

월령안은 서 선생이 나타난 순간, 비로소 팽팽했던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손을 풀고 말이 달리는 대로 몸이 나가떨어지게 내버려 두었다.

이 이틀 동안, 그녀는 너무나 힘들었다!

서 아저씨가 왔으니 그녀는 더 이상 버틸 필요가 없었다.

월령안이 떨어지려는 순간, 서 선생은 월령안을 받았다. 꼬질꼬질하고 여간 야윈 것이 아닌 월령안을 안은 서 선생은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넌 날 놀라게 해 죽일 셈이냐. 만약 내가 널 받지 않았다면 어떡할 뻔했니?"

월령안은 억지로 눈을 뜨며 말했다.

"아저씨는 저의 서 아저씨잖아요!"

그녀가 위험에 처했을 때, 영원히 노인처럼 가장 빠른 속도로 뛰쳐나와 그녀를 보호할 서 아저씨였다.

그녀의 서 아저씨가 어찌 그녀를 받지 않겠는가.

"서 아저씨, 약, 가져왔어요. 너무 힘들어요. 쉬고……."

월령안은 말을 채 마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서 선생은 그녀를 살펴보고 단지 피곤해서 쓰러진 것이라는걸 확인한 뒤에야 시름을 놓았다.

"서 선생!"

마차를 몰던 세 사람은 마차를 멈추고 뛰어내려 서 선생에게 예를 올렸다. 비록 차가웠으나 그들의 행동에서는 공손함을 보아낼 수 있었다.

서 선생은 그들의 허리춤에 걸린 황금 장식을 힐끔 보고 차갑게 말했다.

"황금당의 사람들이냐? 너희는 정말 무슨 거래든 다 하는구나."

"아닙니다. 우리는 사람을 죽이는 거래만 합니다. 월 가주가 우리더러 약재를 강탈하는 사람을 죽이라고 했습니다."

우두머리 살수가 침착하게 해명했다.

말을 마친 그는 계약서 한 장을 꺼내 서 선생 앞으로 건네주었다.

"길에서 우리는 모두 마흔아홉 명을 죽였고 형제를 여덟 명 손해 보았습니다. 월 가주가 우리와 체결한 계약대로면 사람 한 명을 죽일 때마다 황금을 백 냥씩 지불하고 우리 사람이 하나씩 죽을 때마다 인당 황금 천 냥을 배상합니다.

그리고 월 가주는 계약금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보수를 더 지불해야 합니다. 모두 만사천백구십 냥입니다. 잔돈을 떼 내면 만사천 냥입니다. 서 선생께서 보수를 대신 지불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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