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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541)화 (541/1,004)

541화 새것처럼 깨끗이 만들 것이다!

황제는 화가 나 온몸을 떨었다.

"너…… 당장 궁 밖으로 꺼져! 짐은 널 보고 싶지 않다!"

지금 황제가 느끼는 갑갑함은 어젯밤 육장봉이 그의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한 번, 또 한 번 월령안으로 그를 핍박할 때의 기분에 버금갔다.

'월령안이 정말 독이 있는 게 아닐까? 계안이는 말할 것도 없지. 항상 월령안을 좋아했으니. 월령안 때문에 나에게 수도 없이 대들었지. 육장봉도 함정에 빠뜨리고 말이야.

하지만 육장봉은?

그리고 최일은?

이 둘은 왜 미친 것처럼 하나같이 월령안에게 중독된 것처럼 구는 거지?

이들은 월령안을 위해 목숨도 불사하고 있어.

방금 전에 이반반이 뭐라고 했었지?

오, 최일이 깨어난다면 바로 최 대학사를 만나 최일이 중독된 일은 월령안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하겠다고 했지. 최일 옆의 첩자가 몰래 그에게 독을 쓴 거라고. 월령안이 없더라도 최일 몸의 미인향은 언젠가 발작하게 될 것이라고.

반대로 그가 월령안을 만났기에 손 신의의 치료를 받을 수 있어 오히려 목숨을 건진 것이라고.

최일은 최 대학사와 그가 미인향 때문에 죽어도 월령안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말만 안 했을 뿐이군. 아무튼, 그의 몸에 있는 독이 해독된다면 최씨 가문은 월령안에게 크게 인정을 빚지는 셈이야. 정말 화나 죽겠군!'

황제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육장봉과 최일이 하나는 중상을 입고 다른 하나는 중독되어 죽네 사네 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그는 둘을 궁으로 불러들여 실컷 두드려 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여인 하나일 뿐이었다. 월령안이 도대체 무슨 무슨 매력이 있어 육장봉과 최일,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던 이 오만한 자들이 남다르게 대하는 것일까?

그날 밤, 편히 잠든 사람은 많지 않았다.

조계안뿐만 아니라 최씨 가문, 대장군부, 월령안의 사람들, 그리고 노인의 사람들도 모두 파견되었다.

명월 산장에서 요양하고 있던 소육자와 천궁각의 공숙무도 가장 빨리 그들이 아는 강호 사람들을 전부 찾아냈다.

그들의 목적은 오직 하나였다. 바로 독왕 아포를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독왕 아포와 월 삼낭은 마치 세상에서 증발한 것 같았다. 밝은 곳, 어두운 곳, 흐린 곳, 조장, 강호, 세가의 세력들을 전부 동원하여 하룻밤을 찾았지만 사람은커녕 단서 하나도 찾지 못했다.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

노인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날이 밝자마자 수하들이 밤새도록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시선도 들지 않은 채, 느긋하게 말했다.

"사람을 불러들이고 더는 찾지 말거라. 사람을 보내 최근 이틀 동안 육 대장군부에 어떤 사람들이 드나들었는지 알아보거라. 그리고 그 기간에 어느 대갓집에서 이상한 낌새를 보였는지 알아내거라."

노인은 느긋하게 말을 마친 뒤, 또 천천히 손을 들었다.

"됐다. 알아보지 말거라. 귀찮게! 가서 조계안과 그 육씨 녀석에게 말을 전하거라. 이 노친네가 경성의 길이 너무 더럽다고 생각하니까 깨끗이 닦으라고. 이 노친네는 빨간색을 좋아하니 감옥에 있는 사람들의 피로 씻으라고 하거라!"

노인은 가볍게 한담하듯 말했다. 사람의 생사를 가름할 정도의 악랄함과 호들갑은 조금도 없는 것이 마치 더없이 평범한 일을 논하는 거 같았다.

노인 옆의 사람도 조금도 놀라지 않고 평소대로 대답했다.

조계안은 밖에서 하룻밤을 찾느라 밤을 새워서 눈이 빨갛게 되었다. 그래도 찾지 못하자 그는 누군가 독왕 아포와 월 삼낭을 도와 종적을 감춰 주는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들에게는 사흘의 시간밖에 없었다. 이미 하룻밤을 허비했으니 이렇게 찾는다면 갈피를 잡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조계안은 차가운 얼굴로 대오를 혈의위(血衣衛)로 돌려보내라고 명을 내렸다.

"찾을 수 없다면 너희들이 먼저 나오게 만들 것이다!"

혈의위에 도착하자마자 회색 옷을 입은 사람이 앞으로 다가와 염 황숙의 말을 전했다.

말을 들은 조계안은 크게 웃었다.

"황숙께서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셨군. 황숙께 걱정 마시라고 전하거라. 내가 반드시 경성의 길을 새것처럼 깨끗이 만들 것이다!"

마지막 한마디를 할 때, 조계안을 이를 악물며 얼굴을 찡그렸다.

염 황숙의 사람을 보내고 조계안은 더 이상 뜸을 들이지 않았다. 그는 정서의 사건을 마무리하라고 명을 내리고 범인과 증거까지 모두 형부에 넘겼다.

"기억하라! 난 오늘 그들의 판결을 보아야겠다. 하루라도 늦는다면 판결서에 이름 몇 개 더 올라도 난 상관없다.“

형부의 사람은 갑자기 범죄자들을 한 무리 인수받고 정서를 비롯한 사람들을 어떻게 가둬둘지 몰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사위가 전한 말을 듣자 형부의 사람들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어떻게 가둬둘 건지 생각할 것도 없었다. 이틀 뒤면 죽을 것이었다.

형부 사람들의 효율은 아주 높았다. 그날 바로 황성사에서 넘긴 문건대로 정서를 비롯한 사람들을 단죄했다.

정서의 가문 모두와 주범은 참수에 처해지고 주범의 가족과 방조범은 서북으로 유배되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그날 추밀원이 대리시에게 곽씨 가문이 반역을 도모한다는 증거들을 보내왔다.

대리시의 사람들은 추밀원의 도움에 감사를 표할 틈도 없이 추밀원의 사람이 하는 말을 들었다.

"우리 대장군께서 날이 저물기 전에 곽씨 가문과 관련된 사람들의 판결을 보겠다고 하십니다. 대인께서는 우리 대장군의 뜻을 아시겠지요?"

대리시경 직책을 잠시 맡는 중인 주 대인은 전임 대리시경이 황성사에 끌려가 죽을 운명에 놓인 것을 떠올렸다. 또 전임 소경이 추밀원에 끌려간 뒤, 생사를 알 수 없는 것을 떠올리자 잠깐 침묵하더니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응했다.

곽씨 가문의 사건은 매우 광범위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추밀원이 보내온 증거가 있어도 원래라면 몇 달은 족히 필요했다.

하지만 대장군이 오늘 바로 결과를 보기 원했다. 그러면 그는 반드시 대장군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꺼내야 했다.

반역은 죽을 죄였다. 대리시경은 곽씨 가문의 변명을 듣지도 않았고 관련된 인사가 찾아와 사정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율법에 의하여 모두 과감히 처형에 처하고 가족들은 유배 보냈으며 영원히 사면받지 못한다고 했다.

단죄를 마친 주 대인은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상주서를 든 채, 입궁했다.

편전에서 형부상서를 만난 주 대인은 그에게 고개만 끄덕이고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난각으로 들어가 상주서를 이반반에게 넘겼다. 이반반더러 반드시 바로 황제의 앞에 올리기를 부탁했다.

이반반이 최선을 다하지 못할까 걱정되어 주 대인은 또 한마디 덧붙였다.

"이건 대장군이 감독, 관리하는 사건입니다."

"소인, 알겠습니다."

이반반은 잠시 멍해졌다가 상주서를 들고 들어갔다.

주 대인은 편전에서 기다리고 있던 형부상서가 떠올라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 은과에 참가하는 학자들은 운이 좋았다. 자리가 많이 비워져 많은 이들이 뽑히게 될 것이었으니 말이다.

황제는 형부상서가 올린 상주서를 보고 멍해졌다가 곧 한숨을 내쉬고 허락했다.

금방 정씨 가문의 사건을 검열하고 황제의 기분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데 이반반이 또 상주서를 건넸다. 열어 보니, 저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곽씨 가문의 사건이 이렇게 마무리되었다고?"

"폐하께 아룁니다. 곽씨 가문이 반역한 사건은 추밀원이 독촉하여 처리한 것입니다. 추밀원은 모든 증거를 전부 수집했습니다."

이반반은 낮은 소리로 말하면서 속으로는 어젯밤에 월령안의 편에 서서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월령안은 정말 능력자군. 황성사와 추밀원이 모두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하도록 하는 능력자야.'

"추밀원이라고? 장봉이가 깨어났느냐?"

황제의 손에 든 빨간 붓이 허공에 걸렸다. 황제는 손을 내려놓지도 않고 그렇다고 붓을 대지도 않았다.

그가 붓을 한번 움직이면 또 백 명이 넘는 목숨이 스러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정의 좀 벌레와 반역자는 죽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이렇게 큰 사건이 며칠 만에 정해졌다면 심사한 사람이 주도면밀하게 했을 리가 없었다.

그는 무고한 사람들이 죽을까 걱정되었다.

"소인이 듣기로는 대장군이 어젯밤에 깼지만 침대에서 내려올 수 없었답니다. 대장군이 깬 후, 최 대인이 다른 사람의 계략에 빠진 것을 보고 즉석에서 친위대 심복을 파견해 추밀원으로 가서 곽씨 가문의 사건을 독촉했다고 합니다."

이반반은 낮은 소리로 말하면서 마음속의 전율을 억지로 눌렀다.

큰 인물은 역시 큰 인물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위협하고 협박한다고 해도 겨우 독한 말을 하는 데 그치는 것에 비해 조왕과 대장군은 바로 수백, 수천 명의 머리를 가지고 협박했다.

실제 행동으로 독왕 아포와 월 삼낭에게, 그리고 그들을 도와준 사람과 자기들을 화나게 한 결과를 알려 주고 있었다.

"됐다. 이 사건은 그럼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거라."

황제는 상주서의 익숙하고도 낯선 이름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상주서에 주홍색 '준(准)'자를 새겼다.

황제로 오랫동안 지내면서 그는 진작부터 때로는 도리를 따지는 것보다 죽이는 것이 소용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쉽게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특히 조정의 대신들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재능이 있는 사람은 하나를 죽이면 하나가 그대로 줄어들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 자신이 자질이 천부적으로 뛰어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재능은 제한적이었고 그의 강산, 백성들은 재능이 있는 사람들의 관리가 필요했다.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조정으로 들어오고 그의 앞까지 올 수 있었던 사람은 하나같이 남달리 뛰어난 점이 있었다.

장 부승상만 해도 그랬다. 그는 농업, 세금 징수, 수리(水利) 및 바다에 관한 일에 능했다.

최근 몇 년간, 장 부승상의 추진으로 강남의 수재는 매번 앞당겨 통제될 수 있었다. 하늘이 무심해도 공부의 사람들은 장 부승상의 지휘로 미리 대응책을 찾아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리고 농업, 곡식 가격, 해외에서 운수해 온 보석, 황금도 그러했다.

수십 년 동안 곡식 가격은 줄곧 안정되었지만, 백성들의 집은 오히려 갈수록 풍요로워졌다. 이것들은 모두 장 부승상과 소 승상의 관리 덕분이었다.

장 부승상이든, 소 승상이든, 그들은 모두 아주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정무에 능하고 민생을 잘 알며 매번 시행하는 정책과 정령은 모두 백성들과 조정에 유리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들은 다른 관리들이 대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겨우 한다 해도 장 부승상과 소 승상처럼 빈틈이 없게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조정의 정무를 처리하고 조정의 정책 방향을 제어하는 데는 총명함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또 주나라를 잘 알고, 주나라의 백성들을 잘 알며, 주나라의 적과 주나라 밖의 세계를 잘 알아야 했다.

이것들은 아직 최일에게는 부족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정 대신이 용서할 수 없는, 종묘사직에 해가 되거나 백성을 위태롭게 하는 큰 죄가 아닌 이상, 황제는 절대 조정의 대신, 특히 원로 대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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