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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522)화 (522/1,004)

522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

육장봉은 크게 다쳤지만 손불사가 말한 것만큼 위험하지는 않았다. 손불사는 일부러 황제 앞에서 위험을 크게 말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일은 그녀만 알고 있으면 되었다. 손불사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 일은 밝힐 필요가 없었다.

월령안은 조계안이 음침한 눈빛을 하고 한기를 내뿜는 걸 느꼈다. 그가 또 무엇이 언짢은지 알 수 없었으나 생각을 거쳐 한마디 덧붙였다.

"폐하와 이반반은 대장군이 부상당한 일이 밖에 전해지면 안 된다고 했어요. 대외적으로 제가 상하고 대장군께서 난각에 머물며 저를 지키는 거로 말하기로 했어요."

조계안은 냉랭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육장봉이 쓰러질 때 너도 난각에 있었던 것이냐?"

"네."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왜 난각에 온 것이냐?"

조계안이 또 물었다.

"후궁의 일 때문이에요. 태후와 폐위된 황후에 관련된 일이라 감히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폐하께 물어보려고 했어요."

월령안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대충 얼버무렸다.

조계안도 더 흥미를 가지지 않고 다시 물었다.

"육장봉은 네 다음에 온 것이냐?"

"네."

월령안이 대답했다.

"됐다. 알았다."

조계안의 온몸의 침울하던 기운이 반쯤 누그러들었다. 그는 월령안을 노려보던 눈빛을 거둬들이고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육장봉 이 짐승이 스스로 만들어 낸 기회였군! 참 화가 나네!'

조계안은 두 사람의 손깍지를 가리키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육장봉이 쓰러졌는데 왜 그 손을 잡고 있느냐. 어서 손을 놓거라."

"손을 풀 수가 없어요."

월령안은 조계안이 더욱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한 걸음 물러섰다.

분명 아까는 그녀가 육장봉의 손을 먼저 쥐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도권이 육장봉의 손에 있었다.

이제 손을 놓을지 말지, 언제 놓을지는 그녀가 아닌 육장봉이 결정할 수 있었다.

"육장봉이 미쳤군. 줄곧 네 손을 잡고 있으면 너는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시고, 쉬지도 말라는 거냐?"

조계안은 말하면서 성큼성큼 다가서더니 거칠게 육장봉의 손을 떼어 내려 했다. 하지만 육장봉의 손가락이 다치는 순간 월령안이 제지했다.

"대인, 대장군의 가슴에 칼로 낸 상처가 있어서 움직이면 안 됩니다."

"걱정하지 마. 이놈은 목숨이 질겨 죽지 않을 거야!"

조계안은 월령안을 힐끗 노려봤다.

"왜? 그냥 이놈에게 손을 잡힌 채로 있고 싶어? 그냥 그렇게 계속 피범벅이 된 옷을 입고 가련하게 땅바닥에 앉아 있을래?

내가 듣기로는 너 전에 월 삼낭에게 해코지를 당해 몸이 약해졌고 그 때문에 몸을 차갑게 하면 안 된다고 아는데. 지금 날이 덥지만 난각의 벽돌은 한기를 띠고 있어. 이렇게 젖은 옷을 입고 땅바닥에 앉아 있으면 너의 그 약한 몸이 견뎌 낼 수 있을 거 같으냐?"

"폐하께서 대장군이 좋아지기 전에는 저더러 그냥 난각에만 있으라고 하셨어요."

그러므로 육장봉은 더는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되며 될 수록 빨리 회복되어야 했다.

"폐하께서는 너를 난각에 있으라고 했지 육장봉에게 계속 잡혀 있으라고 했겠느냐. 너 이러다가는 육장봉이 낫기 전에 네가 먼저 몸져눕고 말겠어."

조계안은 월령안을 가리키며 싫은 티를 팍팍 냈다.

'월령안은 지금 온몸에 냄새가 진동하고 있는데 좀 몸을 정돈하고 싶지는 않은 건가? 여자는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단장한다고 하잖아. 월령안은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건가?'

"대장군의 손을 억지로 떼어 내다가 다시 다치면 저는 죄인이 됩니다. 폐하께서는 저를 가만두시지 않을 거예요."

육장봉의 손에 잡혀 겨우 한 팔 정도의 거리밖에는 못 움직였다. 당연히 그녀도 힘들었다.

다른 건 제쳐 두고라도 조계안이 말한 것처럼 그녀의 몸에 걸친 옷은 피가 흠뻑 묻었을 뿐만 아니라 마비산까지 스며들었다.

약과 피가 섞여 냄새가 지독할 뿐만 아니라 몸에 달라붙어 무척이나 괴로웠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옷이 더러워져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녀 자신도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정말 슬픈 일이었다.

조계안은 황형의 자기 식구를 감싸는 성격과 월령안에 대한 편견을 떠올리자 월령안이 얼마나 난감한가를 알 수 있었다.

그는 화가 나서 육장봉의 손을 뿌리치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기다려."

그는 월령안을 괴롭히지 않기로 했다. 장본인을 찾아가기로 했다.

조계안은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졌다.

나갈 때, 잊지 않고 난각 문을 닫았다.

난각의 문의 이음매가 그의 발에 부서졌기에 잠그지는 못하고 그냥 닫아 두기만 했다.

조계안은 누가 들어갈까 걱정하지 않았다. 난각 밖 금군 앞으로 다가가 도도하게 명령했다.

"폐하와 나를 제외하고 누구도 난각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억지로 쳐들어가려는 사람은 누구든 이유를 불문하고 사살한다. 알겠느냐?"

"네, 전하!"

금군은 묵묵히 조계안을 흘끔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감히 난각에 쳐들어가는 이가 조왕 전하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조왕 말고는 육 대장군 정도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육 대장군은 이미 난각에 있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아마 내일의 태양을 볼 수 없지도 모른다.

육 대장군의 무공은 이 세상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것이다. 육 대장군이 억지로 쳐들어가려고 하면 사살은 고사하고 잠깐 막아낼 수조차 없었다.

조계안은 거만하게 돌아서서 떠나갔다. 차가운 달빛이 그의 몸에 쏟아지며 신비로운 면사포를 씌운 듯이 그를 모든 이들과 동떨어져 보이게 했다.

금군은 엄숙한 표정으로 조계안이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가 멀리 가서 더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어서야 금군들은 긴장을 풀고 묵묵히 땀을 닦았다.

'이 빌어먹을 날씨가 정말 덥군!'

조계안은 먼저 황제를 찾아갔다. 태후가 앓아누워 황제가 태후를 만나보러 갔다는 사실을 알고 피식 웃고 말았다.

"후궁의 여인들은 역시나 다 똑같군. 무슨 일이 생기면 병이 나지. 태후 마마도 예외가 아니잖아."

조계안은 태후를 보러 갈 의향이 없었다. 몸을 돌려 태의서에 가서 자고 있던 손불사를 침대에서 끌어냈다.

"환자가 깨지도 않았는데 의원이라는 사람이 어찌 잠을 잘 수가 있느냐?"

끌어내는 데는 조금도 사정이 없었다.

손불사는 멀쩡하게 자다가 갑자기 침대에서 끌려 내려와 혼비백산할 뻔했다. 겨우 숨을 고르고 몸을 채 가누지도 못한 채 또 조계안에게 끌려 밖으로 나갔다.

손불사는 제대로 걸을 수 없어 비틀거렸다. 속세를 벗어난 고수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울화통이 터져 발을 구르며 조계안의 팔을 내리쳤다.

"손 놔! 손을 놓으라고! 나쁜 녀석. 어른을 존경하고 어린이를 사랑해야 한다는 거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 나를 좀 놓으라고. 나는 스스로 걸을 수 있어!"

"흥."

조계안은 콧방귀를 뀌며 손을 놓지 않았다.

손불사는 이를 악물었다.

"한밤중에 나를 끌어내다니. 무슨 환자를 보라는 것이냐?"

"흥!"

조계안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밖으로 나와 곧장 태의서 문 앞까지 손불사를 끌고 갔다.

손불사는 화를 낼 기운도 없었다.

"어쨌든 환자를 보러 가는 거면 내가 좀 겉옷이라도 걸치고 의료함을 가져가야 할 거 아닌가?"

이번에 조계안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지 않고 손가락으로 소리를 내었다.

"가서 손 신의의 옷을 한 벌 찾아 주고, 의료함도 가져오너라."

"네, 대인."

문밖의 어두운 곳에 있던 내관이 명을 받고 빠른 걸음으로 태의서에 뛰어 들어가서 재빨리 의료함과 옷을 가지고 나왔다.

"그래 너 대단하다! 죽을 뻔한 걸 겨우 살려놨더니 은혜를 이렇게 갚아? 나중에 또 중독되면 그때는 나 없이 잘해 보든지!"

손불사가 이를 갈며 사납게 한마디 쏘아붙였다. 자포자기한 채로 조계안이 그를 끌고 가게 내버려 두었다.

그는 의원이며 그것도 제일의 실력을 가진 신의이다. 이 사람들은 거의 날마다 싸우고 칼에 피를 묻히며 다닌다. 이 조왕 전하가 이후에 그를 한 번도 찾지 않을 거라고 그는 믿지 않았다.

그때가 되면…… 흐흐 …… 결코 진통약을 황련(黃蓮)으로 바꾸는 정도가 아닐 것이다.

그는 두 배, 열 배, 백 배의 황련을 더할 것이다.

"다음 일은 다음에 말하지? 내가 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타협하겠어?"

조계안은 갑자기 손불사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달빛 아래서 그의 얼굴에 쓴 험상궂은 가면은 차갑게 번쩍였다. 그는 분명히 웃으면서 말했지만 손불사는 왠지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밤의 날씨는 너무 추웠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손불사는 자신의 팔을 만져 보고 억울함을 느꼈다.

조계안은 곧장 손불사를 육장봉의 곁에 끌고 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놈을 깨우든가 아니면 월령안의 손을 놓게 해라. 그러지 못하면 험하게 대한다고 탓하지 말거라."

월령안은 잠자코 있었다. 조계안이든 육장봉이든 그녀에게는 익숙했다. 조계안이 이럴지도 모른다고 예상하고 있었다.

손불사가 해결할 수 있다면 그녀는 진작 손불사더러 처리하라고 했을 것이다.

손불사는 한숨을 내쉬며 조계안을 바라보더니 진지하게 제안했다.

"나를 한바탕 때리든가 아니면 나를 졸도시키게나."

육장봉은 의학적인 상식으로 판단할 수 없는 남자였다. 그는 도저히 해낼 수가 없었다.

"의술이 천하제일이잖느냐. 재간이 그 정도뿐인가?"

조계안은 눈살을 찌푸리고 얼굴빛을 흐렸다.

손불사는 육장봉을 가리키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저 사람은…… 천하제일을 넘어서는 고집불통이네."

"당신은 신의잖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서 육장봉이 월령안을 놓아 주게 하란 말이야."

조계안은 냉담한 표정을 짓고 혐오감을 드러내며 월령안을 가리켰다.

"좀 냄새를 맡아 봐. 월령안의 몸에서 얼마나 지독한 냄새가 나는가."

손불사는 그제야 비로소 월령안이 여전히 대낮에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옷은 이미 피와 약물에 절어 있었다.

지금 옷에 묻은 피와 약물은 말라 버리고 보기 흉측한 색상과 이상한 냄새만 남아 있었다.

손불사는 월령안을 바라보고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

"시도해 볼게."

월령안은 손불사를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라고 말하려다 조계안을 힐끗 보고는 생각을 접고 손 신의에게 부탁한다고만 말했다.

손불사는 도도하게 한마디 중얼거리고는 의료함에서 금침 한 틀을 꺼냈다. 육장봉의 몸에 덮은 얇은 이불을 젖히고 그의 팔에 침 세 개를 꽂았다.

금침을 꽂자 육장봉의 손이 미약하게 떨렸다. 월령안은 그의 손가락이 느슨해짐을 분명히 느꼈다. 하지만 여전히 놓아 주지 않았다.

손불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양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사나운 눈초리로 육장봉을 지켜보다가 답답해하며 금침을 뽑아내었다. 다시 한번 깨끗이 닦은 후 이번에는 그의 머리에 꽂았다.

단침 한 대에 월령안은 육장봉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월령안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저지하려다가 조계안을 흘끔 쳐다보고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침을 꽂자 육장봉은 눈을 떴다. 다만 눈빛이 망연한 것을 보아 완전히 깬 것은 아니었다.

세 번째 침을 꽂는 순간, 육장봉의 눈동자가 점차 밝아졌다. 그의 시선은 월령안에게 닿았고 입을 벌려 힘겹게 내뱉었다.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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