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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501)화 (501/1,004)

501화 부탁할 사람을 잘못 찾았군

육장봉은 독약을 손에 넣은 뒤, 바로 쓰지 않고 다른 일을 먼저 처리했다.

그는 직접 개인 창고로 가서 두 눈으로 집사가 월령안을 위해 준비한 옷과 장신구에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사람을 시켜 상자를 봉하게 했다. 그제서야 월 삼낭을 그의 앞으로 데려오게 했다.

월 삼낭이 달아나지 못하게 하려고 강한 약을 쓴 탓에 오늘에서야 깨났다.

하인이 월 삼낭을 데려왔을 때 그녀는 아직도 혼절한 상태였다.

육장봉은 월 삼낭의 몸에 손을 대고 싶지 않아 육삼더러 월 삼낭의 입을 벌리게 했다. 그리고 독약을 먹였다.

아포는 독약 쪽으로 정말 타고났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독약을 먹고 나서 일주향(一炷香 - 향 한 대가 다 탈 정도의 시간, 약 30~40분)의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월 삼낭이 갑자기 큰소리를 지르며 고통에 못 이겨 깨났다.

“아파…… 너무 아파!”

월삼낭이 혼절한 최근 며칠 동안, 줄곧 아포가 음식을 먹여 줬기 때문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지금 그녀는 매우 허약했다.

그녀가 깬 뒤에도 머리는 여전히 무거웠다. 그녀는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녀는 아프다는 것밖에 느낄 수 없었다. 마치 뼈 하나 하나에 바늘을 꽂는 듯한 고통이었다.

그녀는 고통에 몸을 웅크리고 무기력하게 소리를 질렀다.

“살려 줘! 제발 살려 주세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살려 줘요. 살려 줘……. 으흑! 아파!”

월삼낭은 아픈 나머지 손을 입에 넣고 물고 있었다. 열 손가락 모두 피투성이가 되도록 깨물면서도 손을 빼지 않았다.

“아파…… 안 그럴게요. 정말 안 그럴게요! 하라는 대로 다 할게요. 말을 잘 들을게요…… 정말 말을 잘 들을게요.”

월삼낭은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질렀다. 온 얼굴에 피가 묻고 회충처럼 땅에 웅크린 채로 꿈틀거리는 모습이 말할 수 없이 가여웠다.

하지만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안색이 바뀌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월 삼낭은 월령안을 죽이려 했고, 그녀를 평생 요양해야 하는 몸으로 만든 사람이었다.

* * *

아포는 몸에 좋은 약재를 한가득 넣고 정성껏 끓인 약죽을 들고 앞마당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는 그의 어린 신부가 그가 직접 끓인 죽을 보고 좋아해 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했다.

바로 그때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그의 환상을 깨 버렸다.

“이 소리는…….”

아포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약죽을 쏟을 뻔했다.

“아니야. 내 어린 신부는 아닐 거야. 육장봉이 말했어. 말하기를…….”

‘육장봉은 이 약을 나한테 쓰지 않겠다고만 했다. 이 약을 어린 신부에게 쓰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어. 또 육장봉의 속임수에 빠졌군!’

아포는 당황해서 비명이 들리는 방향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쨍그랑!

땅바닥에서 몸을 웅크리고 애처롭게 소리치며 애원하는 월 삼낭을 본 아포는 손이 떨려서 결국 정성 들여 끓인 약죽을 쏟고 말았다. 뜨거운 죽이 발에 튄 줄도 몰랐다.

“낭자!”

아포는 소리를 지르며 화청으로 달려 들어갔다. 육삼이 막으려는데 육장봉이 저지했다.

“내버려 둬.”

이제 겨우 시작이었다. 아포는 이 모습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낭자……!”

아포는 달려 들어가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월 삼낭을 품에 안았다. 피범벅이 된 월 삼낭의 얼굴을 보고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낭자, 낭자. 괜찮아? 이럴 수가…….”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너무 아파요!”

월 삼낭은 아포의 팔을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듯이 필사적으로 부여잡고 놓지 않으려 했다. 자기의 아름다운 옆얼굴을 드러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말 아파요. 저를 구해 주세요. 구해 주세요…… 제발!”

월 삼낭은 매우 아름다웠다. 규방 여인들이 교태를 띠며 수줍어할 때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눈썹을 찌푸리는 동작이나 눈빛 하나도 모두 남달리 매혹적이었다.

비록 지금 얼굴이 눈물로 얼룩져 있어도 아름다운 용모와 사람을 유혹하는 기색은 감출 수 없었다. 심지어 얼굴에 흐르는 핏물마저 가학성을 자극했다.

육삼은 한눈에 왜 월삼낭이 청주 늙은이들의 독점물이 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평범한 집안 출신 여자에게 미모는 날카로운 무기이자 동시에 슬픔이기도 했다. 그럴 만한 권세가 없이 남다른 미모를 보호할 수가 없었다. 소수의 행운아 외에 대다수 미모의 여자들은 그저 노리개로 전락되고 말았다.

육삼은 고개를 저었다. 속으로 탄식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월삼낭은 슬프고도 안타까운 사람이었다. 노리개로 된 것은 슬픈 일이지만 더욱 슬픈 것은 그녀가 곤경에 처한 후 반항하지 않고 도리어 그 늙은이들의 하수인이 되었던 것이다.

“육장봉, 내 어린 신부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아포는 허겁지겁 월 삼낭을 살폈다. 결국 품속의 어린 신부가 자신이 만든 독약에 중독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포는 마음속으로 이미 짐작했지만 여전히 요행을 바라며 육장봉에게 소리를 질렀다.

“독약을 시험하려면 나를 가지고 시험해. 내 어린 신부를 괴롭히지 말라고.”

하지만 육장봉은 냉혹하게 그의 희망을 깨 버렸다.

“독약을 시험한 것이 아니다.”

아포는 월 삼낭을 안은 채 흠칫하더니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이 여자를 놓아주면 안 될까? 이렇게 빌게.”

아포는 육장봉과 한 번만 거래한 게 아니었다. 육장봉의 인간성과 수단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육장봉은 무고한 사람에게 손대지 않고 약자를 업신여기지도 않았다. 쓸모없는 사람에게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지 않았다.

육장봉은 특별히 그를 찾아 독약을 요구했다. 게다가 달마다 한 번씩 독을 쓰는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어린 신부가 틀림없이 무슨 짓을 해 육장봉에게 밉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에게는 육장봉을 힘으로 억누를 능력이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부탁뿐이었다.

“사람을 잘못 찾았어. 저 여자를 용서해 줄 자격이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야.”

육장봉은 아포를 부여잡고 마냥 애걸하며 그를 생명의 지푸라기로 여기는 월 삼낭을 보면서 눈가에 실망이 스쳐 지나갔다.

월령안의 이 언니는 본성이 이기적이었다. 이 위기의 순간에도 그녀는 자신의 미모로 남자를 유혹해 도움을 받아 내려고만 했다. 그녀는 아포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아포의 일인 만큼 그와는 상관이 없었다.

“그게 누군데!”

아포는 자신이 만든 독약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은 물론,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주기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사람을 미치게 만들 것이다.

“네 신부가 깨어나면 직접 물어봐라. 뭘 했었냐고.”

육장봉은 그저 이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 그는 굳이 아포와 실랑이를 하지 않았다.

아포는 그를 쫓아가서 분명하게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품속에 월 삼낭이 그를 필사적으로 붙잡고서 고통스럽게 애원하고 있어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아포는 하는 수 없이 먼저 월 삼낭을 위로했다.

“두려워하지 마. 겁내지 마…… 내가 얼른 해독약을 만들게. 낭자 겁내지 마, 내가 보호할 테니까.”

그는 독약은 잘 만들었지만 해독약을 만드는 데는 능하지 못했다. 특히 육장봉이 그에게 요구한 이 독약은 심지어 독약이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이 약을 복용하고 나서 하루 뒤면 통증이 사라졌다.

이런 독약은 전혀 해독할 필요가 없었다. 어디 가서 해독약을 만든단 말인가.

하지만 그의 품속에서 얼굴이 피 범벅인 채, 가련하고도 무기력하게 울고 있는 월삼낭을 보자 아포는 연거푸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월삼낭은 아파서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도 아포가 해독약을 만들어 준다고 하자 그녀는 눈을 반짝였다

“그럼 제발, 저를 데리고 여기서 떠나요. 우리 가요. 우리 가자고요. 너무 무서워요!”

“갈 수 없어, 낭자. 당신은 육장봉을 잘 몰라. 그 사람은 아주 옹졸한 사람이야. 그가 보복하려고 하면 우리가 세상 끝까지 가더라도 찾아낼 수 있을 거야. 내가 당신을 데리고 갔다가 그가 우리를 찾으면 그때는 당신…… 당신 더 비참해질 거야.”

아포는 육장봉의 보복 수단을 떠올리자 저도 모르게 흠칫 떨었다.

하지만 품속의 무기력하고 가련한 낭자를 보자 아포는 또다시 마음을 굳혔다.

“낭자,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내가 당신을 보호할 거야. 겁내지 마. 육장봉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내가 찾아갈게. 정 안 되면…… 내가, 내가 나를 팔아서라도 당신을 지킬 거야.”

월 삼낭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아포의 허리를 껴안으며 얼굴을 그의 품에 묻었다. 상처 입은 작은 짐승처럼 아포에게 기대어 작은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아포는 가슴이 아파 연신 월 삼낭을 달랬다. 그녀가 조금이나마 안정된 후, 고통스러워 울부짖는 그녀를 안고서 비틀거리며 객원으로 돌아갔다. 그녀를 내려놓고 다시 약죽을 끓여 그녀의 고통을 덜어 주려 했다.

하지만 월 삼낭이 그를 꽉 껴안고 있어 도저히 몸을 뺄 수가 없었다.

육삼은 명을 받고 남아서 월 삼낭과 아포를 '보호'했다. 월 삼낭이 죽기 살기로 아포에게 매달리고 아포 또한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그는 몰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들 대장군의 안목이 좋아 다행이고, 그들 마님이 월 삼낭 이 언니 같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 같은 수하들이 아마 무척이나 비참했을 것이다.

“쿨럭쿨럭……!”

육장봉은 대장군부를 나서는 순간 갑자기 간지러운 느낌이 들어 살짝 기침을 했다. 목구멍에서 달짝지근하고 비릿한 것이 울컥 솟아올랐다.

그의 상처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한동안 잘 휴식해야 했다.

육장봉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목구멍에 올라온 비릿한 것을 도로 삼키고 말에 올라타려 했다.

"허!"

육장봉은 발걸음을 멈추고 맞은편 길모퉁이를 바라봤다. 그 속에서 얼핏 섬뜩한 빛이 반짝였다.

그와 수횡천 사이 접전은 비밀이 아니었다. 암암리에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부상 여부를 추측하고 있을 것이다.

대낮에 손을 써 부상 여부를 떠보려 하다니 그의 원수들도 참 악착같았다.

“육이! 한 사람도 남기지 말아라.”

육장봉은 이상한 움직임을 발견했지만 직접 손을 쓰지는 않았다. 제자리에 서서 느긋하게 육이에게 명령을 내렸다.

육이를 비롯한 친위대들은 그 골목에서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육장봉이 명령을 내리자 그 즉시 칼을 빼 들고 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육이는 친위대들을 거느리고 맞은편 거리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갑자기 흑의인 수십 명이 뛰쳐나왔지만 육이와 친위대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대장군은 부상당해도 이런 빈대들따위가 경시할 수 있는 분이 아니었다.

“죽여라!”

육이가 칼을 들고 정면으로 돌진해 오는 흑의인을 내리찍었다.

“대장군의 명령이다. 한 명도 남기지 마라!”

“네!”

육이, 육사, 육오가 앞장서서 막아 냈다. 육육, 육칠, 육팔, 육구는 신속하게 허리춤의 연사 쇠뇌를 끌어 양쪽에서 포위망을 뚫으려고 시도하는 흑의인에게 활을 쏘았다. 그들에게 달려들 기회를 주지 않았다.

육십과 육십일은 뒤쪽을 지키면서 빠져나가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경계했다. 또한 주변을 경계하여 암습을 방지했다

친위대 아홉 명은 호흡이 척척 맞았다. 육육, 육칠이 활을 다 쏴 화살을 바꿔야 할 때가 되자 육십, 육십일이 신속하게 앞으로 움직여 그들을 바꿔 주었다.

친위대의 모든 동작은 물 샐 틈 없이 완벽하게 맞물려서 흑의인들이 방어선을 돌파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

육장봉은 제자리에 서서 친위대들이 호흡이 척척 맞아 공격하는 동시에 후방 방어를 빈틈없이 하는 것을 보고 대견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양국 비무가 좋은 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그의 수하 친위대들은 전쟁터에서 돌아온 후 실력이 한층 진일보되었다.

또다시 북요와 전쟁을 벌인다면 그들은 더 쉽게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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