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7화 월령안에게 상을 주거라!
월령안은 이반반의 시선을 눈치챘지만 반응하지 않고 눈을 감으며 휴식을 취했다. 가마가 땅에 닿고 나서야 그녀는 눈을 떴다.
그녀는 이반반의 안내에 따라 난각에 도착했다. 예를 올리자 황제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육씨 가문 냇째 집안의 일에 대한 것이었다.
길에서 월령안은 황제가 그녀를 부른 이유에 대해 수많은 추측을 했다.
하지만 그중에서 육씨 가문 넷째 집안의 일은 없었다.
말을 다 듣고 난 월령안은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부인했다.
“폐하, 저는 육씨 가문 넷째 집안의 일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증거가 없는 일은, 모든 사람들이 그녀가 했다고 여겨도 그녀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월령안, 변명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 너한테 좋은 점도 없고. 황성사에서 육씨 가문 사부인이 저택을 저당한 것에 네가 개입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황제는 월령안이 모르쇠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의 안색은 바로 어두워졌다.
‘감히 내 앞에서 시치미를 떼다니. 월령안 정말 간도 크군! 월령안이 육장봉 때문에 화가 나 쓰러졌었다 하기에 좋게 얘기했더니 정말 염치도 없이 기어올라.’
월령안은 여전히 부인했다.
“폐하, 전 정말 모릅니다. 저와 육씨 가문의 사부인은…….”
“네가 육씨 가문 사부인과 원한이 없다고 우기지 말거라!”
황제는 차가운 목소리로 월령안의 말을 잘랐다.
“육비우가 네 약을 써서 네가 걔한테 앙심을 품고 일부러 복수하려는 것이 아니냐?”
“폐하, 오해하셨습니다. 제가 하려는 말은 저와 육씨 가문의 사부인은 큰 원수를 졌으니 제가 이런 이도 저도 아닌 방법으로 보복하지는 않았을 거란 얘기입니다.”
황제의 분노를 무시하며 월령안은 순한 얼굴을 했다.
“뭐라고?”
황제는 자기가 잘못 들었나 의심이 들었다.
‘내 앞에서 육씨 가문의 사부인과 큰 원수를 졌다고 말하다니. 월령안은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 아닌가?’
월령안은 아주 차분하게 다시 반복했다.
“폐하, 저와 육씨 가문의 사부인은 큰 원한 관계를 가졌습니다. 제가 사부인에게 복수하려면 절대 그녀가 저택을 담보로 내놓도록 교사하는 데 그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였다면 그녀가 대장군부에 가서 땅문서를 훔쳐 함께 담보로 내놓으라고 꼬드겼겠죠. 저택의 소유권이 있어봐야 땅문서가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까요.”
“땅문서?”
조계안은 눈앞이 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어떻게 야율융진 그 천한 녀석을 해결할지 알 것 같았다.
“조왕 전하께서는 모르셨나요? 육씨 가문에서 분가한 적계(嫡系)가 묵는 저택의 집문서는 땅문서와는 분리된 거예요. 육씨 가문 넷째 집안이 묵는 저택은 분가 전에 노태군께서 분배했던 것입니다.
노태군이 저택을 그들에게 나눠 주면서 집문서도 주었어요. 하지만 땅문서는 줄곧 대장군부에 두고 있었지요. 분가한 뒤, 적계에서 나쁜 마음 먹은 자제가 나와 집안을 말아먹을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어요.”
월령안은 억울한 얼굴로 조계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맑고 전혀 피하는 기색이 없었으며 자신감이 가득했다.
육씨 가문의 사부인이 집을 판 데 월령안이 암암리에 한 교사도 포함되었다는 것을 조계안이 직접 조사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깜빡 속았을 것이다.
조계안은 월령안에게 눈을 깜박여 보였다. 그리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야율융진은 위의 저택만 샀지 그 땅은 여전히 육씨 가문의 것이라는 말이지. 육씨 가문은 야율융진에게 육씨 가문의 땅을 차지하지 말고 집을 옮기라고 할 수도 있겠군. 맞느냐?”
‘월령안의 이 속셈은 참 깊군. 육씨 가문의 사부인을 함정에 빠뜨린 것은 맞지만 모든 게 자기 손바닥 위에 있으니 말이야. 그녀가 휘두른 주먹은 언제든지 다시 거두어들일 수 있는 것이었어. 육씨 가문의 사부인이 월령안에게 대적하면 얻어맞기밖에 더 못하겠군.’
“조왕 전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해도 문제가 없어요.”
월령안은 조계안의 암시를 무시하며 조리 있게 말했다. 조계안과 쓸데없는 교류를 조금도 더 하지 않았다.
월령안은 그의 인정을 받아 주지 않았다.
조계안은 삽시간에 흥미가 떨어졌다. 그는 풀이 죽어 축, 늘어진 채로 시선을 거두었다.
조계안이 말을 하지 않고 황제도 입을 열지 않자 월령안도 말을 하지 않았다. 난각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황제는 어이가 없어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갑자기 이렇게 조용해지다니.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황제는 조계안을 바라보다가 또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육씨 가문의 사부인이 저택을 파는 데 월령안이 분명 손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월령안은 인정하지 않았고 또 은근슬쩍 육씨 가문을 도와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니 그는 월령안을 탓할 수 없었다.
하지만 월령안에게 상을 내리려니 그것도 불가능했다.
분명 공로는 있었지만 상을 내리기 싫었다. 그래서 황제는 월령안에게 트집을 잡아 이 공로를 무마하려고 했다.
황제는 목을 가다듬고 정색해서 말했다.
“월령안, 짐은 네가 육장봉 때문에 화가 나서 기절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된 것이냐?”
‘이 일은 정말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건가?’
월령안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녀는 억지로 눈을 희번덕거리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황제에게 읍했다.
“폐하께 아룁니다. 소인은 육 대장군 때문에 화가 나서 쓰러진 것이 아닙니다. 그건 오해입니다. 소인은 단지 연이어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하다 보니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해 쓰러진 것입니다. 다행히 대장군께서 부축해 주셔서 소인은 다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절대 화가 나서 쓰러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고작 남자 하나일 뿐이잖아. 나 월령안이 어떻게 남자 하나 때문에 화가 나 기절까지 하겠어? 그럴 리가 없어!’
“이 며칠 잠을 잘 자지 못했느냐?”
황제는 월령안더러 고개를 들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황제는 그제서야 월령안의 안색이 놀라울 정도로 창백하고 눈 밑도 심하게 검푸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정말 잘 쉬지 못했잖아. 아까 태후 궁전에서의 월령안은 아주 기운이 넘쳤는데. 얼마나 지났다고 안색이 왜 이토록 못해졌지?’
월령안은 쓴웃음을 지었다.
“폐하, 후궁 내관과 궁녀는 거의 만 명에 달합니다. 소인이 명부만 보고 모든 사람의 직급만 파악해도 적지 않은 시간이 듭니다. 얼마나 많은 내관과 궁녀가 있어야 후궁 각 마마의 생활에 지장이 없을지 계산하기만 해도 마찬가지고요.”
‘폐하는 내가 태후 앞에서 나이가 스물다섯 살 된 궁녀와 마흔 살 된 내관을 궁 밖으로 내보내겠다고 한 말이 그냥 한 말인 줄로 아는 건 아니겠지?’
아니었다!
이 나이 경계는 그녀가 심혈을 기울여 계산해 낸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안색이 이렇게 창백한 게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황제를 만나러 오기 전에 일부러 얼굴의 화장을 지웠다.
그녀는 묵묵히 희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가 일을 했다. 황제가 그녀에게 상을 내리지 않더라도 그녀는 황제가 알게 해야 했다.
월령안의 창백한 얼굴, 검푸른 눈두덩이, 핏줄이 보이는 눈동자. 하나같이 황제에게 그녀가 이 이틀 동안 정말 쉬지 않고 일했다고 말해 주고 있었다. 몸에 걸친 옷도 약간 헐렁해진 것 같았다.
한순간, 황제는 마음이 불편해졌다.
‘내가 월령안을 죽어라 부리는 것을 황숙이 알게되면 날 혼내지 않을까?’
그리고 월령안이 나서서 태후를 압박해 궁인을 내보내는 데 앞장서게 했다. 이것 또한 큰 공로였다. 그는 월령안에게 상을 내리는 것을 잊은 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하니 황제는 약간 머쓱했다.
월령안이 공을 세웠는데 그가 만약 후하게 상을 내리지 않는다면 그녀가 적극적으로 일하기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더 심하게는 궁의 다른 사람들도 마음이 식을 것이다. 제왕인 그가 어리석고 덕이 부족하여 공로와 재능이 있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여겨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무슨 상을 내리지?’
월령안은 후궁의 여인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하게 직급을 올려 주는 포상을 할 수는 없었다.
‘어휴, 황제 하기 참 힘드네.’
황제는 머리가 아팠다. 갑자기 월령안의 산뜻한 얼굴과 머리 위에 꽂은 꽃 두 송이가 보이자 황제는 눈앞이 환해졌다.
그는 뭘 하사해야 할지 알 것 같았다!
“이반반, 짐이 강남 쪽에서 해외의 두면을 몇 벌 보내온 것으로 기억하는데, 네가 가서 가져와 월령안에게 상으로 주거라!”
월령안은 몸에 아무것도 지니지 않고 입궁했다. 그가 전에 하사한 두면 두 벌만 바꿔 쓰면서 질렸을 것이다. 월령안에게 보석, 장신구를 선물하는 것이 가장 적합했다.
월씨 저택이 불에 타고 월령안의 예전 장신구들도 다 없어졌을 거라는 생각을 하자 황제는 또 이반반에게 당부했다.
“이반반, 몇 상자 더 가져오너라! 해외에서 보석도 몇 함 보내온 기억이 있는데 그것도 함께 월령안에게 주거라. 월령안이 좋아하는 장신구가 없다면 직접 만들라고 하거라.”
‘나 이 황제는 쩨쩨하지 않다고!’
조계안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뭐라고? 황형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황형이 또 월령안에게 장신구를 선물한다고? 지금 확 뒤엎어 버릴까? 나도 아직 월령안에게 아무것도 선물하지 못했는데. 황형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조계안은 화가 나서 황제를 노려보았다. 그는 계속해서 얼른 명령을 거두라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황제는 그를 보고 있지도 않았다. 설사 봤어도 황제는 대꾸하지 않았을 것이다.
천자가 한 번 내뱉은 말이었다. 금방 상으로 내린 물건을 다시 거두어들이다니. 황제의 체면은 어떻게 할 것인가?
월령안이 그걸 듣고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황숙은 또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궁 안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월령안이 또 어떻게 궁에서 지낼 수 있겠는가? 또 어떻게 황제를 위해 목숨을 걸겠는가?
조계안도 이 도리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소리를 내 저지하지 않고 혼자 토라져 있을 뿐이었다.
궁은 이 점이 좋지 않았다. 그가 뭘 해도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을 추측했다.
오늘 이 일도 그러했다. 그가 입을 열었다면, 이 일이 되든, 안 되든, 월령안뿐만 아니라 궁 전체의 사람들은 전부 그가 월령안을 싫어하고 혐오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에게 잘 보이고 싶은 사람들은 죽어라 월령안을 짓밟을 것이 분명했다.
화가 나지만 그는 여전히 미소를 유지해야 했다!
이반반은 흔한 일이라고 생각되어 침착하게 대답했다.
황제는 월령안을 비로 봉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월령안에게 벼슬자리를 줄 수는 더욱 없었다. 보석을 상으로 내리는 것이 가장 적합했다.
월령안은 처음 느꼈던 긴장감과 울렁거림이 사라진 뒤, 정신이 들어 대범하게 감사를 표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녀는 역시 육장봉의 말에 마음이 상했다. 황제가 상을 내린다는 말을 들은 순간, 그녀는 당황했다.
다행히도 그녀는 곧 정신이 들었다.
이는 황제가 그녀에게 상으로 내리는 것이었다. 무슨 다른 남자가 선물한 것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능력으로 번 것이었다. 그녀는 떳떳하게 받을 수도 있었고 또 떳떳하게 쓸 자격도 있었다.
육장봉은 그녀를 구속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