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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479)화 (479/1,004)

479화 나는 월령안을 꼭 죽여야겠다

“월 낭자, 조심하세요!”

암위는 앞으로 달려가 월령안을 밀었다. 그리고 검을 휘둘러 은색 빛을 막았다. 하지만 그 은색 빛이 갑자기 낮아지면서 암위의 검을 피했다.

‘살아 있는 것인가?’

암위는 당황했지만 급히 다가가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두 눈 뻔히 뜨고 그 은색 빛이 월령안에게 날아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비켜!”

바로 그 은색 빛이 월령안에게 닿으려는 순간, 비도가 갑자기 날아왔다. 거세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그 은색 빛을 막았다.

“씁…….”

은색 빛은 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몸을 돌려 돌아갔다.

하지만 다음 순간, 또다시 날아왔다.

그제서야 암위는 은색 빛이 은색의 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쪽으로 가서 서 있거라.”

비도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육장봉이 달빛을 등지고 도착했다. 그는 월령안을 안고 몸을 돌려 그녀를 한쪽 옆으로 밀었다. 그리고 동시에 은뱀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은뱀은 영민하여 곧잘 육장봉의 검을 피했다.

“독왕 아포!”

뱀은 육장봉의 검을 피했지만 육장봉의 방어를 뚫지는 못했다.

“육! 장! 봉! 네가 왜 나를 막는 것이냐?”

온몸에 흑의를 두른 독왕 아포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의 말투는 어딘가 괴이했다. 퍽이나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

“월령안을 공격하는 건 나를 공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전 조사가 부족하군.”

육장봉의 손목이 움직이더니 은색 뱀이 튕겨 나갔다.

“소은아, 돌아와.”

독왕 아포는 창백한 손을 내밀었다. 은뱀은 부름을 듣고 바로 날아서 돌아가 독왕 아포의 손을 감쌌다.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 마치 은색 팔찌 같았다.

“왜 주나라에 왔지?”

육장봉은 검을 거두었다. 하지만 여전히 월령안의 앞을 막고 있었다.

“사람을 찾으러 왔다. 그들이 나더러 사람을 둘만 죽여 주면 그 사람을 나한테 주겠다고 하더군.”

독왕 아포는 제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와 육장봉은 수십 걸음을 사이 두고 있었다. 은근한 살기가 두 사람 사이에서 일렁였다.

“그 두 사람이 월령안과 조왕인가?”

육장봉이 되물었다.

“맞다. 그러니 나는 월령안을 꼭 죽여야겠다.”

독왕 아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한어를 잘 말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아주 천천히 말했지만 한 글자 한 글자를 아주 분명하게 발음했다.

“육장봉, 난 너를 이기지 못해. 하지만 너도 날 이기지 못하지. 네가 오늘은 그녀를 구할 수 있었지만 내일은? 모레는? 네가 영원히 그녀와 함께 있지 않는 이상, 나는 언젠가 그녀를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누구를 찾는 것이냐?”

육장봉은 시선을 약간 내리깔고 차갑게 독왕 아포를 바라보았다.

그는 독왕 아포를 죽일 수 있었다. 다만 대가가 좀 클 뿐이었다.

예전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독왕 아포는 물러서지 않았다. 또 일정한 대가를 치르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난 그녀가 누군지 모른다. 그녀는 아름다운 낭자지. 내 신부가 될 사람이다. 그녀의 오라버니가 나더러 조왕과 월령안을 죽이면 그녀를 나한테 시집보내겠다고 했다.”

독왕 아포는 묻는 말에 꼬박꼬박 대답했다. 또 아주 상세하게 대답했다. 그는 성격이 아주 단순한 사람임이 틀림없었다.

이런 사람들은 고지식해서 한 가지에 꽂히면 절대 고치는 법이 없었다.

육장봉은 독왕 아포의 고지식한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은 뒤, 검을 들고 독왕 아포와 물었다.

“그냥 가겠나 아니면 나와 겨루겠나?”

“난 너를 이기지 못해. 하지만 당신네 그 조왕이 당한 독은 나만 해독할 수 있다. 너는 날 찾아오게 될 거다. 그때, 난 네가 해독약을 저 여인의 목숨으로 바꿔 가기를 바란다.”

독왕 아포는 월령안을 가리키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동작이 아주 빨랐다. 마치 조금만 늦어도 육장봉이 손을 쓸 것처럼 말이다.

사실, 육장봉은 이미 손을 쓰기 시작했다.

독왕 아포가 몸을 돌리는 순간, 육장봉은 훌쩍, 뛰어올라 독왕 아포에게 검을 휘둘렀다.

“육장봉, 너는 비열해!”

허공에서 독왕 아포의 씩씩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육장봉은 검을 한 번 휘두르고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월령안 옆으로 물러서서 한 손으로 그녀를 안았다.

“두려워하지 마시오! 내가 있는 한, 저자는 당신을 다치게 할 수 없소.”

월령안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나는 지금 겁을 먹지 않았는데…….’

이 상황이 두렵지 않은 것이 아니라 겁을 먹을 시간이 없었다.

월령안은 손을 들어 육장봉을 밀치려고 했다. 하지만 곁눈질로 아직도 피가 떨어지는 검을 보고는 침묵했다.

‘며칠 안 본 새에 이 남자는 또 더 잔혹해졌네!’

* * *

육장봉은 손 신의를 데려왔다. 월령안도 다시 한번 다녀올 필요가 없었다.

“궁으로 돌아가 잘 쉬시오. 다른 일은 내가 잘 처리할 테니.”

육장봉은 월령안을 어화원까지 배웅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앞으로 더 가면 후궁이었다. 황제가 그를 탓하지 않는다 해도 외부인인 육장봉이 심야에 후궁에 가는 것은 썩 좋지 못한 일이었다.

“대장군께 감사드립니다.”

월령안은 육장봉이 배웅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직접적으로도 간접적으로도 그의 배웅을 사양했지만, 육장봉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기어코 그녀를 어화원까지 배웅했다. 그것도 아주 느릿느릿 걸어서.

육장봉이 그렇게 나오자 월령안도 별다른 수가 없었다.

난감하지만 같이 걷는 수밖에

어화원 입구까지 배웅한 뒤에도 육장봉은 바로 떠나지 않았다. 그는 아주 인내심이 있게 당부했다.

“당신이 궁에서 무슨 일을 겪게 된다면 사람을 보내 이반반을 찾으시오. 무엇이든 괴로운 일을 참을 필요는 없소.”

“네, 대장군.”

월령안은 거절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기뻐하지도 않았다.

아무튼, 육장봉이 뭐라고 하든지 그녀는 모두 응할 것이다. 아주 협조적이었다.

“지금 궁은 아주 혼란스러워 폐하께서 당신더러 공무를 맡으라고 하신 거니 대충 하면 되오. 지치지 말고. 지친다면 나한테 말하시오. 내가 폐하를 찾아가겠소.”

달빛 아래에 서서 그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월령안을 보자 육장봉은 여러 날 지속되었던 우울감이 전부 날아가는 듯했다. 목소리도 평소와 다르게 다정다감해졌다.

“그러죠, 대장군.”

월령안은 아주 협조적이었다. 그리고 마치 그에게 화답하듯이 미소를 보였다.

육장봉의 차갑게 굳은 입꼬리가 참지 못하고 올라갔다.

“날이 추우니 밤에 외출할 때, 꼭 옷 한 벌 더 입으시오. 감기에 걸리지 말고.”

“네.”

한참 동안 육장봉과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말을 하면서도 월령안은 전혀 귀찮아하지 않았다. 얼굴의 미소도 예뻤다. 부드럽고 달콤한 것이 조금도 미워할 수가 없었다.

의, 식, 주, 행까지 반복해서 당부한 육장봉은 월령안에게 더 당부할 것이 떠오르지 않자 마지막에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당신을 집에 데려가고 싶소.”

월령안은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육장봉은 손을 내밀어 월령안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이 늦었으니 돌아가서 쉬시오.”

월령안은 피하지 않고 육장봉이 만지게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두어 걸음 물러서서 육장봉에게 예를 올렸다.

“대장군, 살펴 가세요.”

“당신이 먼저 가시오.”

항상 월령안이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고, 항상 그녀가 그의 뒤를 따라갔다. 이제부터는 그가 월령안의 뒷모습을 바라볼 것이고 그가 그녀를 뒤따를 것이다.

“그럼 대장군, 저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월령안은 바로 돌아서서 떠나갔다.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돌아서는 순간, 얼굴의 미소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육장봉은 제자리에 서서 월령안이 떠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눈에 드리운 따뜻함도 월령안이 점차 멀어지자 차츰 옅어졌다. 월령안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자 육장봉 시선의 따뜻함은 냉기로 변했다.

“오늘, 궁에 무슨 일이 생겼느냐?”

몸을 돌린 육장봉의 몸에는 온기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어화원을 나가 입구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옆에서 지키고 있는 금위에게 물었다.

육장봉에게 걸린 금위는 몰래 자신의 불운을 탓했다. 하지만 감히 그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대장군께 아룁니다. 대략 한 시진 전에 폐하께서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 월 가주를 찾아오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소인도 모릅니다.”

그는 알아도 말할 수 없었다. 그는 황제에게 녹봉을 받는 사람이었다.

“그래.”

육장봉도 더 이상 추궁하지 않고 한마디 응한 뒤, 성큼성큼 떠나갔다.

육장봉이 태의원에 도착했을 때, 손 신의는 옆방에서 조계안을 치료하고 있었다. 황제와 이반반은 방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폐하.”

육장봉은 들어와서 황제에게 예를 올렸다.

“조왕은 어떻습니까?”

황제는 이미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초조함과 불안함으로 가득했다.

황제는 육장봉을 힐끗 보고 차갑게 대꾸했다.

“대장군 덕분에 죽지는 않게 되었다.”

육장봉은 황제의 괴상한 말투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황제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왕 전하가 괜찮다면 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너…… 꺼져!”

황제는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그는 난폭하게 욕을 했다.

만약 월령안이었다면 반드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황제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육장봉이었다. 육장봉은 마치 황제의 분노를 보지 못한 것처럼 시선도 들지 않았다.

“신은 물러가겠습니다.”

말을 마치자 돌아서서 떠나갔다.

황제는 제자리에 멍해졌다. 그의 눈에는 온통 놀라움뿐이었다.

“정말로 이렇게 간다고? 장봉이는 계안이의 생사가 조금도 걱정되지 않는 건가??”

이반반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폐하, 대장군께서 조왕이 습격당했다는 말을 들으시고는 가장 먼저 손 신의를 모셔오셨습니다.”

‘만약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조왕께서 궁에 들어오시자마자 손 신의를 성에 모셔오셨겠어?’

“하지만 장봉이는 궁에 들어오자마자 가장 먼저 월령안을 배웅하러 갔단 말이다! 지금 자기한테는 계안이의 생사보다 월령안이 더 중요하다는 거 아니냐?”

황제는 화가 나 안색이 변했다. 육장봉이 사라진 방향을 손가락질하며 이를 갈았다.

그는 누구든 붙잡고 두드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폐하, 손 신의가 계시는 한, 전하께서는 반드시 무사하실 겁니다. 대장군께서 태의서에 계셔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대장군이 한가한 사람도 아니고 태의서에 남아서 무턱대고 기다리실 여유가 어디 있겠어? 이 시간에 뭘 하셔도 되잖아?’

“너희들은 모두 그의 편만 드는구나.”

황제는 이반반의 달램을 듣고 마음속의 불쾌감이 어느 정도 사그라졌다.

“폐하께서 오해하신 걸 겁니다. 두위가 보고하기를 대장군이 궁문 입구에서 전하를 찔렀던 자객과 겨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대장군께서 방금 전에 월 낭자를 찾아가신 것은 아마도 자객에 관해 미리 눈치채고 쫓아 가셨던 것 같습니다.”

이반반은 속으로 한탄했다.

‘하나같이 내 속을 썩이는군……. 나는 언제쯤이면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

“그 서역 독왕이라는 작자의 배후는 누구냐? 누가 그를 움직인 것이냐?”

황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건…… 소인도 모릅니다.”

이반반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

“방금 전, 장봉이에게 물어보는 것을 잊었구나.”

황제는 후회하듯이 중얼거렸다.

이반반은 옆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황제가 육장봉과 싸우지만 않는다면 우선 괜찮았다.

육장봉은 태의서에서 나온 뒤, 바로 궁을 떠나지 않고 노인이 묵는 궁전으로 향했다.

노인은 차를 끓이고 있었다. 마치 육장봉이 올 것을 미리 예상하기라도 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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