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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474)화 (474/1,004)

474화 기적의 군대

다른 사람들은 조 대인처럼 흥분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직도 인수를 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십팔, 이십구…….”

“하나, 둘, 셋…… 여덟, 아홉, 열…….”

“열씩 서른 줄이야. 정말로 하나도 줄지 않았어. 내가 잘못 센 것이 아니지?”

“틀리지 않아! 나도 세어 봤는데 삼백 명이었어! 삼백 명 모두 돌아왔다고. 한 명도 줄지 않았어.”

“조 대인의 말씀이 맞소. 이건 기적의 군대고 제왕의 오른팔이오. 좋소! 좋소! 좋소! 나도 이 장병들을 위해 공을 청하겠소. 이자들은 이 나라의 영웅이오! 우리 주나라를 위해 기적같은 승리를 했소!”

주나라의 관리들은 흥분해서 수십 번 세어 보았다. 그들이 어떻게 세어도 결국 모두 삼백 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한 명도 줄지 않았다.

북요의 사신들은 안그래도 삼차전 비무의 참패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 대인의 말을 듣자 북요 사신들은 분개하며 몸을 일으켰다. 주나라의 정연한 대열을 보자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

“나는 믿을 수 없어! 이건 분명 음모야. 당신들이 계략을 꾸며 우리 북요의 용사를 해친 것 아니오!”

다른 한 사신도 일어섰다.

“당신네 주나라인들은 너무 염치가 없소! 비열한 수단으로 승리를 거두려면 좀 그럴듯하게나 할 것이지. 삼백 대 삼백인데 당신들 군사는 하나도 죽지 않았다니. 소문이 난다면 누가 믿겠소?”

“당신네 주나라는 반드시 우리에게 해명을 해야할 것이네. 안 그러면 이 일은 끝나지 않을 걸세!”

북요의 사신은 주나라의 약점을 잡았다 싶어 하나같이 집요하고 난폭하게 나왔다.

조 대인은 못마땅히 여겨 가장 먼저 나섰다.

“허튼소리! 다들 능력으로 비무를 한 것이오. 우리가 이겼소. 그것도 아주 멋지게 이겼는데 왜 당신들한테 해명을 해야 한다는 거요?”

“음모라고? 무슨 음모가 있었다는 말인가? 말 좀 해 보시게. 다들 똑같은 밀림 속에서 비무를 한 것이고 보름 전에 당신네 북요인도 사람을 시켜 살펴보지 않았나? 그리고 줄곧 병사들이 밀림에서 지키고 있어 비무가 시작하기 전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가 없었지.

비무가 시작되기 전에도 검사를 두 번이나 하여 당신네 북요인도 밀림에 인위적인 위험이 없다고 확신하였잖나. 우리 주나라가 도대체 무슨 음모를 꾸몄다는 말인가?”

본래 주나라는 무관과 문관의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북요와 싸우기 시작하자 그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

“아무튼 당신들은 꼼수를 쓴 것이오.”

북요 사신은 이유를 댈 수 없자 난폭하게 우겼다.

“당신네 주나라인을 낮잡아 보아서 하는 말은 아니오. 하지만 당신들이 꼼수를 쓴 것이 아니라면 그 작은 몸집으로 우리 북요 용사를 다치게 할 수 있나? 게다가 죽은 사람이 하나도 없이?”

“하!”

문관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들 혹시 신 아무개라고 하는 대원수가 어떻게 죽은 건지 잊었나? 우리가 다시 자세하게 읊어 줘야겠나?”

주나라의 문관들은 일제히 크게 비웃었다.

북요 사신들은 안색이 급변해서 말했다.

“그건 예외요! 당신네 주나라인이 염치가 없는 것이네!”

“당신들이 염치가 없는 것이지.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어디 우리 대장군과 한 번 겨루어 보시게.”

조 대인은 옆으로 한걸음 물러서며 육장봉을 소개하듯이 손을 들었다.

북요 사신은 부끄러움과 울화가 교차했다.

“너…….”

“그럴 용기도 없으면 순순히 인정하시게.”

조 대인은 도도하게 아래턱을 쳐들고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북요 사신은 코웃음을 치고 조 대인과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공손하게 육장봉과 말했다.

“대장군, 우리는 비무의 진실을 알 권리가 있습니다. 아닙니까?”

북요의 사신들은 주나라의 이 무리들 중에 가장 이치를 따질 만한 사람은 오히려 주먹 쓰기를 좋아하는 육장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육장봉이 그들과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착각이었다. 육장봉은 이치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가 원하는 것을 이치에 맞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이치를 따지는 육장봉은 북요의 사신들을 난감하게 굴지 않았다. 그는 차갑게 육이 이름을 호명한 뒤 말했다.

“저자들이 감복하도록 만들어라.”

“네, 대장군!”

육이는 대열에서 나와 육장봉에게 예를 올렸다. 그리고 사람들 뒤에 있는 말 무리 쪽으로 걸어갔다.

정연하게 줄을 선 병사들은 육이가 걸어오자 바로 뒤로 한 걸음씩 물러서며 육이에게 길을 내어 주었다.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육이에게 모였다.

“이게 뭐 하는 것이지?”

주나라의 관리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육이를 바라보았다.

“대장군께서 북요 사신과 도리를 말하라고 하지 않으셨나? 왜 뒤로 가는 거지?”

하지만 육장봉이 있으니 주나라의 관리들은 아무리 의문스러워도 제멋대로 떠들지 않았다. 다만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육이는 사람들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았다. 그는 뒤쪽의 말 무리로 걸어가 말 등에서 한 사람을 들고 내렸다.

육이는 보기에는 건장하지 않았지만 힘이 아주 셌다. 사람을 드는 것이 꼭 마치 병아리를 드는 것처럼 쉬워 보였다.

육이는 사람을 들고 걸어오더니 들고 있던 사람을 바닥에 내평개 쳤다.

“당신네 북요가 지고도 모르쇠를 댈 줄 알고 특별히 가장 높은 관리를 남겨 두었습니다. 묻고 싶은 게 있다면 직접 물으시지요.”

북요의 사신들은 언제인지 모르게 걸어왔다. 그들은 땅에 쓰러져서 혼절한 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소영화를 바라보자 안색이 아주 나빠졌다.

‘주나라인은 너무 염치가 없군. 증인을 남겨 두다니! 정말 후안무치하군!’

“우리한테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있네. 그렇다면 더더욱 우리는 지지 않았다오!”

북요 사신은 소영화를 깨우지 않고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당신네 상장군은 이미 투항했다오. 여기 당신네 북요의 ‘영기(令旗 - 군대 내 명령을 전하는 데 쓰이는 깃발)’가 있소.”

육이가 손을 들자 병사가 북요의 영기를 가져왔다.

양국에는 모두 영기가 각각 하나씩 있었다. 영기를 내놓는 것은 투항을 설명했다.

“분명 우리 상장군이 건네준 것이 아닐 거네. 우리 상장군은 절대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니.”

북요의 사신은 더 우기려고 했다. 하지만 육이가 영기를 그들의 얼굴에 휘둘렀다.

“괜찮네, 우리는 죽는 사람이 한 사람 더 늘어나는 걸 신경 쓰지 않으니.”

북요 사신은 순식간에 휘둘러진 영기의 깃대를 미처 피하지 못했다. 그는 얼굴을 맞았는데, 맞은 곳에 선명하게 붉은 흔적이 남았다.

북요 사신은 부끄럽고 분한 기색으로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당신…….”

육이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육장봉에게 예를 올렸다.

“대장군, 우리가 이겼습니다.”

“군영으로 돌아가라. 공로로 상을 하사하겠다.”

이기면 이긴 것이었다. 북요인과 쓸데없는 소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육장봉은 침착하게 명령을 내리고 먼저 말을 탔다.

모든 병사들은 이를 보고 분분히 돌아서서 군마 옆에 가서 일제히 말을 탔다. 그리고 육장봉과 함께 군영으로 돌아갔다.

“탁탁탁…….”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삼백 명의 전사들은 먼지바람을 내며 말을 타고 사라졌다.

“콜록콜록…….”

주나라의 관리는 먼지바람에 사레가 심하게 들었다. 그들은 분분히 뒷걸음질 쳤다. 대장군 일행이 멀리 떠난 뒤, 먼지가 잠잠해져서야 누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 이렇게 간다고? 아직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는데?”

‘대장군은 우리의 체면을 조금이라도 봐줄 수는 없는 건가?’

“돌아가지 않고 뭐 하겠나? 장사들이 모두 피곤한 게 보이지 않았나? 그들은 우리처럼 밤이 되면 가서 쉬지 않았네. 육 대장군이든, 비무에 참가한 장사들이든 모두 이박 삼일을 꼬박 새었단 말이네. 저들의 눈이 하나같이 토끼 눈처럼 빨갛지 않았나? 일찍 돌아가서 쉬지 않고 여기서 뭘 하겠나? 당신들과 함께 쓸데없이 수다를 떨겠나?”

조 대인은 철저하게 무장의 편에 선 것처럼 수시로 무장들의 편을 들어 말을 했다.

주나라의 관리들은 그 말을 듣자 속으로 조금 불만스럽게 여겼더라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밤마다 잠을 자러 갔으니 육 대장군이 잘못했다고 말할 자격이나 입장이 없었다.

조 대인이 말한 것처럼 육장봉이 병사들을 데리고 간 것은 병사들이 군영으로 돌아가 잘 쉬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밀림 속에서 사흘이나 싸우고 죽였으니 무쇠로 만든 사람이라도 견디기 힘들 것이다.

이번 비무에서 주나라의 삼백 명 장사는 모두 살아서 돌아왔지만 아무도 부상을 입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말하면, 그들은 모두 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있었다. 그것도 어떤 상처는 가볍게 여길 만한 것이 아니었다.

육장봉은 본래 수하를 아꼈다. 그에게 있어 북요와 주나라의 관리들은 그가 수하들을 내버려 두고 대접할 정도로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육장봉은 모두를 내버려 두고 그의 병사들을 거느린 채 위풍당당하게 떠났다.

병사들은 확실히 지쳐 있었다. 그들은 군영에 도착하자 씻기는커녕 말에서 내리자마자 쓰러져 잠이 들었다.

이박 삼일 동안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다 보니 그들은 정말 너무 지쳤다. 그래도 북요인이 있는 곳에서는 안심할 수 없어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그들은 익숙한 군영에 들어서자 비로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었다. 더 이상 억지로 버티지 않았다.

“쓰러져 잠이 든 자들을 막사 안으로 옮겨 제대로 쉬게 해라. 또한 군의는 가서 부상자들의 상처를 자세히 살피도록.”

육장봉은 명령을 내린 뒤, 성큼성큼, 막사로 걸어갔다.

똑같이 이박 삼일을 자지 못했지만 육장봉의 모습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눈이 살짝 붉어진 것 말고는 육장봉이 피곤하다는 것을 눈치챌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 해도 육장봉도 피곤했을 테지만 다른 이들처럼 바로 쉬지 않았다. 그는 목욕을 하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후 탁자 앞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암위가 나왔다.

“대장군.”

“보고해라.”

육장봉은 가볍게 탁자를 두드렸다.

암위는 솔직하게 말했다.

“대장군께서 비무를 진행하시는 동안 조왕 전하가 사위를 움직여 관리를 수십 명 잡아들였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 성안 사람들의 인심이 흉흉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조왕 전하가 장악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습니다.

염 황숙은 궁으로 돌아가서 동궁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장 승상을 비롯한 관리들은 이미 궁을 나갔고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폐하께서 궁에서 암살당할 뻔하였는데, 그때 월 낭자가 구해 드린 일이 있었습니다.”

“월령안이 입궁했나?”

육장봉이 갑자기 암위의 말을 잘랐다.

“네! 형부 위 시랑과 대리시 제 소경이 월령안이 적과 내통하여 나라를 배반한 죄를 물으러 사람을 데리고 순천부로 쳐들어갔습니다. 최 대인을 핍박해 사람을 내놓으라고 했지요. 최 대인은 조왕에게 구원을 청했고, 조왕은 그때 월 낭자를 궁으로 들여보냈습니다.”

암위는 대장군이 물어볼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에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육장봉은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하다는 듯이 물었다.

“수횡천은?”

육장봉은 사람을 시켜 수횡천에게 말을 전했었다. 그 내용은 그가 명월 산장으로 가 월령안을 보호하였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저희는 수 맹주에게 말을 전했고 수 맹주는 그 후에 군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는 월 낭자의 곁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암위는 솔직하게 보고했다.

“수횡천의 행방은?”

육장봉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죄송합니다.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암위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목소리는 갑자기 작아졌다.

수 맹주가 마음 먹고 따돌린다면 그들로서는 그를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육장봉은 암위를 힐끔 보고 차갑게 말했다.

“계속해.”

“네.”

암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목소리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월 낭자는 입궁한 뒤, 숙 태비의 궁전에 묵게 되었습니다. 또, 그 후 폐하께서 월 낭자에게 두면을 두 벌 하사하였습니다.”

육장봉의 미간이 다시 찌푸려졌지만 이번에는 암위의 말을 자르지 않았다.

암위는 잠시 멈췄다가 육장봉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계속해서 말했다.

“또 대황자가 사망하신 일이 있었습니다. 황후가 대황자를 궁전 밖으로 보내었고, 그때 틈을 노린 자에 의해 암습을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폐하께서는 황후를 궁에 가두고 후궁의 공무를 숙 태비에게 넘겼습니다.”

“공무를 숙 태비에게 맡겼다고?”

육장봉은 끝내 참지 못하고 다시 한번 암위의 말을 잘랐다.

‘폐하께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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