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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473)화 (473/1,004)

473화 대황자의 사망 소식

대황자는 올해 다섯 살이었다. 하지만 궁에서 자란 아이는 다섯 살이라 할지라도 순진하지 않았다.

곽 황후의 말을 들은 대황자는 바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았다.

“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부황을 찾아갈게요. 부황께서는 저를 가장 좋아하시는걸요. 또 제 말을 가장 잘 들으세요.”

그는 황후의 품에서 빠져나와 탁탁탁, 밖으로 뛰어갔다.

곽 황후는 몸을 일으켜 한걸음 따라갔다. 일부러 당황한 듯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들, 가지 말거라. 너의 부황은 우리가 궁전을 나서기를 바라지 않는단다.”

“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께서는 저를 벌하지 않으실 거예요.”

대황자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밖으로 뛰어갔다. 그의 목소리는 기운이 넘쳤다.

곽 황후는 얼굴의 눈물을 닦고 입꼬리를 올렸다.

‘폐하는 그 두 내관이 내가 보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내지 못할 거야. 알아낸다 해도 대황자가 있는데 무서워할 것 없다.

폐하는 성품이 온화하고 줄곧 대황자를 아꼈으니까. 대황자를 위해서라도 폐하는 날 내치지 않을 거야. 기껏해야 한동안 날 냉대하는 정도겠지.

이 일이 지나서 내가 다시 폐하께 잘 사죄한다면 나에게 더 이상 따지지 않을 거야.’

곽 황후는 얼굴의 눈물을 닦고 궁녀더러 다시 화장을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만만하게 궁전에 앉아 대황자가 좋은 소식을 가져오기만 기다렸다.

하지만 곽 황후가 받은 것은 대황자가 가져온 소식이 아니라 대황자의 사망 소식이었다.

대황자가 죽었다.

대황자가 너무 빨리 뛰다가 발이 미끄러지면서 그만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불운하게도 그때 목이 꺾이는 바람에 손쓸 틈도 없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곽 황후는 이 소식을 듣고 정신이 나갈 뻔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다고! 내 아들은 괜찮다. 너희 이 고얀 것들, 허튼소리 할 생각 하지 마!”

곽 황후는 소식을 전한 내관을 발로 힘껏 차고 미친 듯이 밖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궁문 입구를 지키고 있던 금위군에게 가로막혔다.

“폐하께서 아무도 궁문을 나서지 못하게 하라고 명하셨습니다.”

“비키거라!”

곽 황후는 금위군의 칼과 창을 무시하고 밖으로 힘껏 뛰쳐나갔다.

그녀는 지금 당장 황제를 만나야만 했다. 만나서 반드시 황제의 동정을 사고 용서를 받아야 했다.

방금 아들을 잃었는데 신분마저 잃을 수 없었다. 아들은 다시 낳을 수 있지만 황후의 신분은 잃으면 되찾을 수 없었다.

곽 황후는 목숨을 내던지듯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녀가 그렇게까지 하자 금위군도 그녀를 어떻게 하지 못했다. 다만 사람을 시켜 황후를 따를 뿐이었다.

결국 곽 황후는 대황자가 사고 난 곳으로 갔다.

계단 주변은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금위군들이 지키고 있었다. 곽 황후도 그 금위군들을 뚫고 현장을 살펴볼 생각은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황제를 만나고 싶을 뿐이었다.

“폐하께서는 어디 계시냐? 내 아들은 어디 있느냐?”

곽 황후는 미친 듯이 금군을 다그쳤다. 금군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어의들이 드나드는 편전으로 달려갔다.

“아들, 아들, 내 아들…….”

하지만 그녀가 미처 들어가기도 전에 대전 안에서 황제의 냉혹한 목소리가 들렸다.

“끌어내거라! 짐은 그녀를 만나고 싶지 않다!”

금위군은 명령을 받고 곽 황후를 제재했다. 곽 황후는 기를 쓰고 발악했다.

“폐하, 폐하, 우리 아들을 만나게 해 주세요. 그 애는 겁이 많아서 어두운 것을 무서워해요. 폐하…….”

퍽!

그런 소리와 함께 굳게 닫힌 문이 열리고 어두운 얼굴을 한 황제가 걸어 나왔다. 그는 손을 들어 곽 황후의 따귀를 때렸다.

“혁(奕)이가 겁이 많다는 것을 알고도 그랬느냐! 너는 사람을 시켜 짐을 암살할 생각은 했으면서 다른 사람이 혁이에게 손을 쓸 거라는 생각은 못한 것이냐? 이런 시기에, 혁이가 혼자 밖을 나가게 하다니. 너의 마음은 도대체 무엇으로 되어 있는 것이냐?”

“아니, 아닙니다……. 폐하, 신첩은 모릅니다, 신첩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곽 황후는 따귀를 맞아 뒤로 연신 몇 걸음 물러서더니 땅에 주저앉았다.

“이전까지 짐은 혁이를 봐서 너의 자잘한 꼼수들을 따지지 않았다. 헌데 너는 진정으로 짐을 바보로 여긴 것이었느냐? 네가 숙 태비 궁의 내관을 매수하여 무슨 짓을 꾸밀 생각이었는지 짐이 이미 알고 있다.”

황제는 실망한 얼굴로 곽 황후를 바라보았다.

이제서야 황제는 그의 황후가 정말로 멍청하고 악독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에 그는 월령안을 낮잡아 보았다. 하지만 결국 그의 황후가 월령안보다도 못한 사람이었다.

월령안은 숙 태비 궁에서 그 내관이 뭔가를 하는 것을 보고 가장 빨리 이반반에게 말했다. 궁에 소란이 생길 것이라고 완곡하게 알려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반반은 황제의 안전밖에 신경 쓰지 못했다. 그도 곽 황후가 이토록 멍청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시기에 대황자더러 외출하게 하여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었다.

“아니, 아닙니다……. 신첩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폐하, 신첩을 믿어 주십시오. 신첩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곽 황후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는 앞으로 몸을 날려 황제의 다리를 부둥켜안고 끊임없이 애걸했다.

“지금도 짐에게 거짓을 말하는군. 짐은 너에게 아주 실망했다.”

황제는 곽 황후를 발로 차고 금군더러 끌어내라고 명령을 내렸다.

곽 황후는 더 사정하려고 했지만 금위군은 빠른 속도로 그녀를 끌어냈다.

황제는 계단 위에 서서 곽 황후가 끌려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 눈에 살며시 물기가 맺혔다.

이를 본 이반반은 마음이 너무 아팠다.

“폐하,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이반반, 짐은 정말 후회되는구나.”

황제는 눈을 감고 눈에 맺힌 눈물을 억지로 삼켰다.

이반반은 한숨을 내쉬었다.

“폐하, 이건 폐하의 잘못이 아닙니다.”

“짐은 예전에 영리한 여인을 아주 싫어했다. 마치 월령안처럼, 일을 원만하게 처리하고 냉정하고 이지적이며 영원히 화를 내지 않을 것 같은 여인은 보기만 해도 싫었지. 짐은 그런 여인들이 가식적이고 무섭다고 생각했단다. 그런 여인들은 진심이 없으니.

하지만 이제 와서야 위험한 시기에 한 여인이 평정을 잃지 않고 영리하게 처신할 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구나. 황후가 조금이라도 머리를 쓸 줄 알았더라면 혁이를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황후는 청주 사람들의 도움만 있다면 모든 것이 순조로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미처 더 깊게는 생각하지 못했다. 청주의 사람이 그녀를 도울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을 돕지는 않겠는가?

후궁에서 황후에게만 아들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황위도 반드시 그의 아들이 올라야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반반은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

‘이 후궁에 어디 멍청한 여인이 있겠어? 멍청한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영리한 것이지.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것뿐이야.’

다행히, 황제도 이반반의 위로가 필요하지 않았다. 짧은 아픔을 딛고 황제는 곧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반반, 황후가 큰 병에 걸려서 후궁의 사무를 처리할 수가 없다. 숙 태비더러 상황을 정리하시라고 하거라.”

“네, 폐하.”

이반반은 황제에게 이렇게 하는 것이 얼마나 합리적이지 못한지는 이르지 못했다. 이반반은 황제의 뜻을 알고 있었다.

대황자의 죽음으로 황제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황제는 지금 후궁의 여인을 믿지 않았다. 황제가 지금 믿을 수 있는 궁 내부의 여인은 월령안밖에 없었다.

황제는 숙 태비의 명의를 빌려 월령안더러 나서서 청주의 사람들과 싸우게 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반반은 황제의 뜻을 알아챘지만 다른 사람은 알 리가 없었다.

* * *

주나라와 북요의 삼차전 비무는 이박 삼일 동안 지속되었다.

넷째 날 저녁 무렵, 주나라의 장사들은 수백 개의 머리를 든 채로 말을 타고 밀림에서 나왔다.

그들은 밀림 속에서 사흘 동안 서로 싸우고 죽였다. 하나같이 몸에서 피 냄새가 진동했다.

피비린내와 땀 냄새, 시체가 썩는 냄새가 한데 섞여 그 냄새는 멀리서 구경하고 있는 양국의 관원들도 맡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 냄새는 참…… 고약하군.”

주나라의 관리는 나온 사람들이 주나라의 군복을 입은 것을 알아보고 하나같이 싱글벙글하여 입을 다물 줄 몰랐다.

그들은 비록 말로 싫은 척했지만 몸은 성실하게 일어서서 일제히 밀림 앞의 공지로 걸어갔다.

그들은 주나라의 영웅을 맞이하러 갔다.

“냄새가 나는 영웅들일세.”

조 대인은 육 대장군 수하의 병사들과 친하다고 여겨 웃으면서 한마디 농담을 건넸다. 다른 사람들은 그 말에 박장대소했다.

그와 반대로, 주나라의 장사들이 나오자 북요의 사신들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제자리에 굳은 채로 앉아서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패배했다.

그들 북요 용사의 머리는 주나라인의 전리품이 되어 말 등에 걸려 있었다. 이는 그들 북요인의 수치였다.

“대장군, 저희는 다행히 대장군께서 명하신 임무를 모두 무사히 완수하였습니다!”

주나라의 삼백 명 장사는 육이를 위수로 하고 있었다. 그들은 일제히 말에서 내려 앞으로 다가와 육장봉에게 예를 올렸다.

삼백 명은 정연하게 줄을 서서 의기양양하게 육장봉 앞에 서 있었다.

그들은 모두 몸에 피가 묻어 있었고 상처가 있었다. 하나같이 때로 얼룩져 원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아무도 죽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기적이었다!

육장봉은 그들을 바라보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너희들, 아주 훌륭하다!”

육장봉이 몸에 입고 있는 것은 삼 일 전의 광명갑(光明甲)이었다!

지금 이 순간, 삼백 명이 한 명도 빼놓지 않고 그의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노라니 육장봉은 지나온 모든 시간들이 가치가 있었다고 여겨졌다.

“대장군, 우리의 영웅이 돌아왔습니다!”

종실 친왕을 위시한 주나라의 관리들도 걸어왔다. 그들은 더없이 흥분하며 말했다.

“대장군,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돌아가서 반드시 솔직하게 폐하께 보고드리겠습니다. 폐하께서 여러 장사들의 용맹함을 알려서 장사들을 위해 공을 청하겠습니다.”

“하나, 둘, 셋…… 스물 여덟, 스물 아홉, 서른! 서른 줄이구나! 대장군, 한 명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조 대인은 사람들에게 밀려 한쪽으로 물러났다. 그는 앞으로 비집고 가려고 시도해 봤으나 비집을 수가 없자 다른 방법을 찾았다. 죽은 인수를 센 것이었다. 하지만 세어 보자 조 대인은 깜짝 놀라 흥분한 듯이 펄쩍, 뛰었다.

“대장군, 우리 군대에 사망자가 없습니다! 우리의 장병들이 한 명도 줄지 않았습니다!”

“뭐? 한 명도 줄지 않아? 사망자가 없어? 그럴 리가?”

조 대인은 순간 사람들의 이목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주나라의 관리들은 일제히 조 대인을 바라보았다.

조 대인은 기쁜 나머지 미칠 지경이었다.

“정말입니다! 정말 사망자가 없습니다. 제가 세어 보았습니다. 서른 줄, 매 줄마다 열 명, 한 사람도 줄지 않았습니다. 삼백 명, 삼백 명 모두 있습니다! 한 명도 적지 않습니다! 한 명도 죽지 않았다고요!”

“우리 주나라의 장사들이 너무 용맹한걸. 북요의 수백 머리를 자르고도 한 명도 죽지 않았다니. 너무 대단해. 이는 기적의 군대야. 하늘이 내린 군대라고. 난 지금 이 광경으로 글을 지어야겠어. 이 영웅들을 위해 글을 지어야겠다!

아니, 아니, 아니, 먼저 봉호를 청하는 상주서를 써야겠어. 난 이들을 위해 봉호를 청할 거야. 이들은 하늘이 내린 사람들이고 제왕의 오른팔이야!”

조 대인은 횡설수설했다. 그는 말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나중에는 울기까지 했다.“내 이 평생! 내 이 한 평생이 가치가 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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