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2화 네 녀석을 반드시 죽일 것이다!
그 순간, 육장봉이 갑자기 끼어들어 북요 병사들을 가로막고 육칠과 육팔에게 명령을 내렸다.
“철수하라!”
육칠과 육팔은 육장봉이 말한 즉시 밀림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육장봉도 싸움에 연연하지 않았다. 사냥개 한 마리를 죽인 후, 그 피를 땅바닥에 흩뿌리고는 뒤돌아 밀림 속으로 뛰어들었다.
“쫓아!”
소영화는 육장봉이 달아나는 모습을 보고 눈을 번뜩였다. 손을 흔들어 사람을 거느리고 뒤쫓아갔다. 부상을 입은 병사 한 명을 남겨 두어 제자리에서 신호를 보내게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신호는 소식을 받고 서둘러 사람과 사냥개를 거느리고 달려왔다. 그는 육장봉이 달아났다는 말에 신호는 험상궂은 미소를 떠올렸다.
“애송이 자식, 감히 도망쳤겠다? 이 어르신께 물어보지도 않고 말이야.”
신호는 이 순간 오직 육장봉을 죽이겠단 생각뿐이었다. 육장봉의 종적을 알게 되자 다른 주나라 병사들은 본체만체했다. 수하의 사람을 즉각 모이게 하고는 사냥개를 이끌고 육장봉을 찾으러 떠났다.
사냥개는 사람을 찾는 데 능했다. 사람이라면 밀림 속에 흔적과 냄새를 남기기 마련이었다. 그 냄새를 따라 사람을 찾는 건 사냥개에게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 시진 뒤, 신호는 육장봉의 모습을 목격했다. 하지만 육장봉은 사냥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순식간에 도망쳐 버렸다.
“애송이 자식이 도망은 잘 치는군.”
신호는 육장봉을 보자 흥분한 나머지 사냥개를 내버려두고 혼자 그를 쫓아갔다.
하지만 그의 속도는 육장봉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게다가 밀림 속에는 장애물이 많았다. 신호는 얼마 안 되어 육장봉을 놓치고 말았다.
신호는 화가 났지만 하는 수 없었다. 소영화가 사냥개를 데리고 오기를 기다렸다가 사냥개를 이용해 육장봉을 찾기로 했다.
신호 일행은 밀림 속에서 두 시진을 달렸다. 그들은 해가 저물 무렵이 되서야 또다시 육장봉의 발자취를 발견했다. 하지만 전과 마찬가지로 육장봉은 신호가 쫓아가려 하면 또다시 도망쳐 버렸다.
신호는 점점 더 이 사냥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육장봉은 부상을 심하게 입은 게 분명했다. 그 부상 때문에 감히 그와 맞붙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육장봉이라면 그의 원수인 신호를 이렇게까지 피할 리가 없었다. 굳이 힘들게 밀림 속에서 뛰어다닐 필요가 없었다.
신호는 지치지도 않고 사냥개를 이끌고 계속하여 밀림 속에서 육장봉을 뒤쫓았다.
이 추격전은 하루가 넘게 지속되었다.
추격 하는 사이, 신호는 육장봉의 종적을 수없이 발견했다. 그의 동작이 갈수록 느려지는 것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매번 거의 따라잡으려 할 때마다 육장봉은 매번 도망쳐 버렸다.
밀림 속에서 하루 밤낮을 육장봉에게 끌려다니니, 이제는 모두 육장봉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영화는 체력 소모를 멈추라고 신호를 설득했다.
하지만 신호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마지막 한 번이다. 이번에도 따라잡을 수 없다면 포기하겠다.”
육장봉을 죽일 기회가 바로 코앞이었다. 신호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육장봉을 잡고 싶은 건 비단 신호뿐만이 아니었다. 소영화도 육장봉을 잡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대주에 도착한 후 그들은 육장봉에게 여러 번 수모를 당했다. 그는 신호보다 더 육장봉을 죽이고 싶었다. 신호의 말을 듣고 소영화는 잠깐 생각을 거친 후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 추격전은 이차전이 끝날 무렵 북소리가 울릴 때까지도 지속되었다. 그들은 육장봉을 따라잡지 못했다. 오히려 밀림 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설상가상 정해진 시간 안에 밀림에서 나오지 못할 뻔했다. 결국 잡았던 사냥감을 반 이상 버리고 나서야 겨우 시간을 맞추어 도착할 수 있었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주나라의 수렵대는 일찍이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당했군!”
신호와 소영화 일행은 밀림 속에서 꼬박 이틀을 해맸다. 더럽고 냄새까지 나니, 거지보다 더 볼썽사나웠다.
반면 주나라 쪽 사람들은 언제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말끔한 모습으로 둘러앉아 구운 고기를 먹고 있었다. 얼굴빛이 불그스름하고 혈색이 아주 좋았다. 전혀 밀림 속에서 사흘 밤낮을 보낸 사람들 같지 않았다.
신호는 화가 나서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그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손에 든 커다란 철추로 한쪽에 놓아둔 사냥감을 내리쳤다. 흑곰 한 마리가 철추에 맞아 납작해졌다.
소영화의 얼굴색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겨우 품위를 유지하고 한마디 했다.
“어쨌든 우리가 이겼군.”
그렇다. 북요가 이겼다.
그들이 가져온 사냥감은 많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승리했다. 주나라 군대는 사냥감을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사실 주나라 병사들도 사냥감을 가져왔지만, 이미 모두 구워 먹어 버렸다.
북요가 이겼다. 분명 실력으로 이겼다. 하지만 주나라 쪽 진영에 사냥감이 하나도 없으니, 마치 주나라가 양보하여 그들이 이긴 것 같았다.
‘열통이 터지잖아!’
신호와 소영화 뿐만 아니라 심판인 야율융진도 화가 치밀었지만 화풀이할 곳이 없었다.
해 질 무렵, 주나라 사람들이 빈손으로 평가 장소에 나타나자 그가 얼마나 울적했는지는 하늘만이 알 것이다.
이는 원래 북요의 계획이었다. 첫 비무에서 그들이 주나라에게서 완승을 얻어내고, 이차전 비무에서 ‘양보’하여 주나라가 이기게 하기로 했다. 주나라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북요가 양보했기에 가능하고, 북요가 양보하지 않으면 주나라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려 주려 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그들은 주나라의 ‘양보’로 승리할 수 있었다. 이겼지만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차전은 이미 끝났다. 아무리 불만이 있어도 말할 수 없었다. 그들은 이차전에서 승리해야만 삼차전 비무를 진행할 수 있었다.
북요인들이 이기고도 아무 말이 없자, 하는 수 없이 주나라의 관리가 일어서서 결과를 선포했다.
“이차전은 북요가 이겼습니다. 삼차전 비무는 이틀 후…….”
“내일! 우리 북요는 내일 삼차전을 하기를 요구한다!”
신호가 나서서 주나라 관리의 말을 끊었다.
그는 육장봉에게 상처를 치료할 시간을 주고 싶지 않았다.
“양국이 정한 규칙에 따르면 이틀을 휴식하고 다시 삼차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주나라의 관리는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영화가 나서서 신호를 위해 말했다.
“당신네 주나라에서 육장봉이 북요 장병을 폭행한 데 대해 보상을 한다고 하잖았습니까? 삼차전을 내일 진행하는 걸 보상으로 요구하겠소.”
육장봉이 일전에 사람을 때린 것은 이유가 있었다고는 하나, 잘못은 잘못이었다. 게다가 양국은 이미 교섭한 뒤였다. 삼차전에서 주나라가 병사 열 명을 더 적게 내보내기로 했던 것이다.
이미 끝난 이야기였음에도 북요인들은 지금 또 변덕을 부렸다.
이렇게 언행을 번복하는 것은 북요인들에게 있어 예삿일이었다. 하지만 주나라는 그들이 더는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주나라의 관리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육장봉을 바라보았다.
“싫다.”
육장봉은 한 글자도 더 보태지 않았다. 심지어 신호와 소영화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왜? 겁이 나나 보지?”
신호가 도발했다.
육장봉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차분하게 자리에 앉아 접시에 있는 구운 고기를 천천히 먹었다.
만약 월령안과 최일이 있었으면 육장봉이 또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신호는 쓸데없는 망언을 마구 지껄이며 주나라 전사들을 끊임없이 폄하했다. 어떻게 해서든 육장봉이 격노해 삼차전을 앞당기는 데 동의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신호가 아무리 도발해도, 육장봉은 요지부동이었다.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육장봉의 태도가 그러할수록 신호는 육장봉이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이제는 육장봉이 구운 고기를 먹는 모습조차 부상 때문에 느릿하고 어색한 듯 보였다.
신호는 육장봉에게 요양할 시간을 주지 않고 삼차전을 앞당겨 치르기로 마음을 굳혔다.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적이다.
신호는 육장봉의 오랜 적수였으니, 육장봉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현음 장공주!’
신호는 입술을 핥으며 악독하고 오만방자하게 입을 열었다.
“육장봉, 너희 주나라의 공…….”
“좋다!”
탁!
육장봉은 손에 들었던 구운 고기를 내려놓고 일어서서 신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일 삼차전을 시작하는 데 동의하지. 단, 조건이 있다. 내일 비무 때 너희 북요에서 열 명을 적게 내보내는 것이다. 응한다면 내일 진시에 비무를 시작하고 대답하지 않으면 충분히 휴식하고 시작하는 것으로 하겠다.”
육장봉은 말을 마치자마자 뒤돌아서 가 버렸다. 북요가 그들과 담판할 여지조차 남겨 주지 않은 몸짓이었다.
육장봉의 움직임에 따라 옷자락이 등 뒤로 휘날렸다.
병사들은 모두 손에 든 구운 고기를 던져 버리고 신속하게 일어나 육장봉의 뒤를 따랐다. 그 대형은 가지런하고 정연했다. 걸음이 당당한 모습은 예리하고 용맹스러우며 살기가 등등했다.
이것이 바로 육장봉이 이끄는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기품이 훌륭하고 용맹하며 싸움에 능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육장봉의 명령에 충성스럽게 따른다는 점이었다.
신호는 육장봉이 휘하의 병사들에게 에워싸여 떠나가는 것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어 눈이 튀어 나올 지경이었다.
육장봉이 내건 조건은 그들이 북요 병사들을 때린 것에 대한 보상으로 의논했던 조건과 같았다. 그들은 육장봉이 북요인을 때린 일에 대한 보상으로 삼차전에는 주나라에서 열 명 감원하여 대응하길 원했었다.
하지만 지금 육장봉은 그들에게 그 조건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이 반격은 방금 전 주나라 사람들이 빈손으로 밀림에서 나와 이차전 비무에 대한 승패를 그들에게 ‘양보’했던 것과 똑같은 아픔이었다.
신호는 험상궂은 표정이 되었다. 소영화는 잠깐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대원수, 꼭 앞당겨야 합니까? 지금 주나라 관리들이 재촉하고 있습니다.”
“황태자가 주 책임자잖느냐. 황태자께 물어보거라!”
신호는 철추를 휘두르더니 씩씩거리며 자리를 떴다.
신호는 의사 결정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 절대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다. 책임을 떠넘길 수 있으면 떠넘기려 했다.
소영화는 하는 수 없이 야율융진을 찾아갔다.
야율융진은 냉소했다.
“소 상장군은 내가 생각이 없는 거로 보이나? 삼차전을 내가 앞당기려 했는가? 책임은 앞당기려고 한 사람이 해야지.”
야율융진도 마찬가지로 소매를 뿌리치고 자리를 떴다. 소영화를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이차전 비무에서 이겼지만, 신호는 체면도 깎이고 많은 군사를 잃었다. 군대에서 신호의 위신도 크게 떨어졌으므로 야율융진은 신호의 체면을 봐줄 필요가 전혀 없었다.
소영화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한창 난처해하고 있을 때였다. 주나라의 관리가 다가와 쌀쌀맞게 물었다.
“소 상장군, 북요는 도대체 어쩌고 싶으신 겁니까? 도대체 누가 책임자입니까? 우리도 바쁩니다. 당신들과 이리 소꿉놀이 하듯이 놀 시간이 없습니다.”
소영화는 화가 치밀어 이를 악물었다. 예전에는 주나라 관리들이 건방지게 말을 하면 그냥 따귀를 후려쳐 예의를 먼저 가르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소영화는 화를 참으며 대답했다.
“한 시진 뒤에 확답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소영화가 손을 쓴다면 육장봉이 그들에게 예의를 가르치려 들 것이다.
육장봉이 죽지 않는 한, 주나라의 기둥이 부러지지 않는 이상 그들이 참을 수밖에 없었다.
“좋소!”
주나라 관리는 도도하고 자부심이 넘치는 태도로 대답하고는 뒤돌아서 돌아갔다. 그 우아한 자태와 거만한 눈빛에 소영화는 하마터면 화가 나서 피를 토할 뻔했다.
‘육장봉, 네 녀석을 반드시 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