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457)화 (457/1,004)

457화 마땅히 받아야 할 벌

조계안은 바람을 일으킬 정도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취조실 밖을 지키고 있던 육삼을 보자, 조금도 봐주지 않고 발로 걷어찼다.

육삼은 감히 반항하지 못했다.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조계안의 발에 걷어차였다.

“으윽…….”

육삼은 걷어차여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과장되게 배를 움켜잡고 신음을 냈다.

취조실 안에 있던 육장봉은 그 소리를 듣고 소리쳤다.

“조계안, 한 번만 더 때려 봐. 내가 너를 반병신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조계안은 울화통이 터졌다. 그는 손가락으로 육삼의 이마를 찌르며 이를 갈았다.

“너…… 이 자식, 잘났구나!”

그는 고작 이 할의 힘밖에 쓰지 않았다. 이렇게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었다. 육삼이 괜히 아픈 척하는 것이 분명했다.

“전하, 용서하십시오!”

조계안이 단번에 알아차린 것 같자 육삼은 더는 꾀병을 부리지 못하고 손을 뗐다. 그리고 바로 고개를 숙여 잘못을 인정했다.

“다음에 또 한 번 이따위 짓을 했다가, 내가 너를 걷어차 죽이고 말 거다.”

조계안은 육삼의 이마가 빨갛게 될 때까지 찌르고 나서야 손을 거두고, 취조실에 들어갔다.

육삼은 이마를 문지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번에는 정말 아팠다. 하지만 더는 소리도 내지 못했다. 육이는 세심하게도 취조실의 거의 다 떨어져 나갈 듯한 문을 닫아 주었다.

“일어나! 여긴 내 황성사야!”

조계안은 어수선한 취조실을 보았다. 아까 겪은 낭패함을 떠올리자, 그의 얼굴빛이 더욱 안 좋아졌다.

지금 잔뜩 화가 나서 난폭해진 조계안에게는 무엇을 보든지 마뜩잖았다. 발을 들어 바닥 위에 뒹구는 나무토막을 육장봉 쪽으로 걷어찼다.

육장봉은 그걸 받아내더니 조계안에게 도로 내던졌다.

“누가 네게 월령안을 심문하라고 했지?”

“황성사를 주관하는 건 바로 이 몸이다. 이 몸이 누굴 심문하든지 네가 무슨 상관이냐?”

조계안은 오만방자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이번에는 육장봉을 노리고 바닥 위의 돌을 걷어찼다.

“이 몸?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을 하는 거지?”

육장봉의 목소리는 서슬이 퍼런 칼날 같았다. 그는 조계안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조계안에게 주먹을 날렸다.

“말끝마다 기고만장하게 구는데, 네가 정말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도 되는 줄 아나!”

“육장봉, 네가 정말 미쳤구나!”

조계안은 분노하여 고함을 질렀다. 당장 육장봉에게 주먹을 날려 반격했다.

“정신 나간 건 네놈이다! 네가 칠 년 전의 일을 조사하는 건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왜 월령안에게 대답을 강요했냐는 거다! 월령안이 그걸 말하기 싫어했는데도!”

육장봉은 온종일 참았던 화를 그제야 전부 토해냈다.

조금 전에 흑곰 굴을 들쑤시거나 사람을 거느리고 북요인을 사냥한 것은 약간의 화풀이일 뿐이었다. 그는 제대로 된 대상을 보자 진짜 분노를 터뜨렸다.

“칠 년 전의 일은 너도 조사하고 있으니 잘 알 거 아니야. 월령안이 입을 열지 않으면, 우린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어!”

조계안은 육장봉에게 얻어맞은 분을 토해냈다. 또한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육장봉보다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렇다고 해도 월령안에게 대답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월령안은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말하기 싫어했다고, 알겠어?”

육장봉의 주먹은 조계안의 가면을 날려 버렸다. 그 바람에 가면의 가장자리가 그의 얼굴을 긁고 핏자국을 남겼다.

조계안은 손을 들어 상처를 쓸었다. 그리고 손등에 묻어 나온 피를 보고 격노했다.

“예전에는 말하기 싫었지만, 이제는 말하고 싶다고 했어. 육장봉, 월령안이 왜 이제야 말하겠다고 했는지 알아? 왜냐하면…….”

“입 닥쳐!”

육장봉은 조계안을 발로 걷어찼다. 조계안은 두 발짝 뒤로 물러섰지만, 의기양양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육장봉, 눈 가리고 아웅 하면 재밌나? 월령안은 이제…….”

“더 맞고 싶은가 보지?”

육장봉이 조계안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리려고 했다. 조계안은 서둘러 피했다.

“사람을 때려도 얼굴은 때리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난 또 가면을 써야 한단 말이야. 얼굴이 부으면 가면을 어떻게 쓰라고!”

“사람을 때려도 얼굴을 때리지 않는다고? 아는 놈이 그딴 짓을 해?”

‘월령안에게 강요할 때는 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육장봉, 진정해. 이미 끝난 일이다! 그리고 나도 그럴 생각은 없었어. 칠 년 전에 월령안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았겠냐고!”

사실은 조계안도 무척이나 후회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런 사연이 있는 걸 진작 알았더라면, 월령안에게 사람들 앞에서 말하게 강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몰래 조사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다가, 월령안을 위해 몰래 복수했을 것이다.

“너 같은 놈은 알고 지내지 말았어야 했다!”

육장봉은 주먹을 거두었다. 조계안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한기가 서려 있었다.

“하! 네 놈은 일 처리를 똑바로 한 적이 한 번도 없잖아.”

조계안은 입가의 피를 거칠게 훔치더니 싸늘하게 웃었다.

“위선적이긴. 말은 똑바로 해라, 육장봉. 너도 조사하고 있었잖아. 너도 알고 싶었잖아! 그래, 내가 월령안에게 말하라고 강요했어. 나만 악당이고, 너희는 다 좋은 사람이지!”

“네 사부는 널 그렇게 가르쳤나? 그런 수단으로 사건 조사를 하라고 했나?”

육장봉은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을 지었다. 다만 어두컴컴한 취조실에서 그 웃음은 험상궂고 살기가 넘쳐 보였다.

조계안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두 눈이 갑자기 빛을 반짝였다.

“역시 그분이…… 황숙, 황숙인 거지?”

“벌 받을 준비나 하시지.”

육장봉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때 일은 황숙께서 직접 숨긴 거였으니까.”

조계안은 갑자기 굳어 버리고 말았다.

“황숙이…….”

“네가 알아서 해!”

육장봉은 조계안을 전혀 동정하지 않았다.

“나에게 명단을 넘겨.”

“무슨 명단?”

조계안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육장봉은 시치미를 뗄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때 관련된 사람들의 명단! 조사하지 못했다고 하지는 마라. 네가 조사한 걸 다 아니까.”

“조사했어. 그런데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냐? 그놈들은 내가 알아서 깨끗하게 처리할 건데.”

조계안은 오만하게 코웃음을 쳤다.

“월령안을 기쁘게 해 주고, 월령안의 환심을 사고 싶은가 본데, 그럴 재주 있으면 직접 조사해. 월령안은 너를 두려워하지만, 나는 네가 무섭지 않거든.”

“안 줄 거냐?”

육장봉이 집요하게 따져 물었다.

조계안은 확고하게 말했다.

“안 줄 거다!”

“좋아!”

육장봉은 땅에 뒹굴던 부러진 걸상을 움켜쥐더니 조계안을 향해 휘둘렀다.

* * *

취조실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밖, 육삼을 비롯한 몇몇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 냉담하게 서 있었다.

일각이 지난 뒤 취조실 문이 열렸다. 육장봉이 깔끔한 차림새로 걸어 나왔다.

그는 한 손에 종이 한 장을 들고 있었다.

“안에 있는 의자를 가져가.”

육장봉은 입구에서 한 걸음 멈추고 육삼에게 말했다.

육삼은 명을 받고 취조실에 들어갔다. 조계안은 대자로 쓰러져 있었다. 본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멍들어서는 마치 죽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너무 비참하군!’

육삼은 힐끗 살펴보고 묵묵히 시선을 거두어들였다. 취조실에 유일하게 멀쩡한 의자를 등에 메고 나갔다.

“육장봉, 기억하고 있는 게 좋을 거야!”

기척을 느끼고 다시 정신을 차린 조계안은 분해서 욕설부터 퍼붓다가 그만 입가의 상처를 건드리고 말았다.

“육장봉, 이 나쁜 자식! 얼굴만 계속 노려서 쳤지! 품위라곤 없는 놈! 네놈이 어떻게 대장군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너 같은 놈은 월령안에게 미움을 받는 게 당연한 거다! 육장봉, 평생 장가가지 못하길 빈다. 월령안에게 평생 미움이나 받으라고!”

조계안은 악담을 퍼부었다. 육삼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하며 의자를 메고 취조실에서 나갔다.

육삼은 담담하게 거짓으로 조계안의 명령을 전해 밖에 서 있는 사위들을 모두 내보냈다.

‘조왕 전하께서 아직 장군을 욕하실 기운이 있으시군. 그깟 작은 상처는 아무 문제도 아니신 거지.’

육장봉은 황성사에서 나와 장군부로 돌아와 육삼이 메고 온 의자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친위대에게 야행복으로 갈아입으라고 명령했다.

일각 뒤, 친위대 아홉 명은 장군부의 앞에 모였다.

육장봉은 그들의 앞에 섰다.

육장봉은 종이 한 묶음을 꺼냈다. 종이 한 장마다 이름이 두세 개씩 적혀 있고 이름 뒤에는 간단하게 가문이 적혀 있어 식별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육장봉은 육삼에게 손에 든 종이를 건네면서 나눠 주라고 했다.

“날이 밝기 전에 이 놈들을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네, 대장군."

육삼을 비롯한 친위대들은 종이 위의 이름을 신속하게 기억한 뒤 종이를 거두고 각자 흩어졌다.

육장봉은 제자리에 선 채 품속에서 천천히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 종이에는 진왕 세자, 영녕후 차남, 장씨 가문 삼공자, 유씨 가문 대공자, 예부시랑 차남 등 여섯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마지막 한 사람은 강남총독(江南總督)의 아들이었다.

육장봉은 한 번 보더니 종이를 거두었다. 그러더니 그는 공중으로 뛰어올라 거리로 사라졌다.

반 시진 뒤, 진왕 세자의 처소.

“아악! 사람 살려, 사람 살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진왕 세자는 엄청난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깼다. 깨어나 보니 사지가 모두 사라지고, 사타구니에서도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진왕 세자는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아파서 땅바닥에 마구 뒹굴었다.

하인들은 소리를 듣고 서둘러 진왕 세자의 처소에 들어가 등불을 켰다. 그리고 하인들은 처소를 가득 물들인 피와 아무렇게나 버려진 손과 발들을 보고 너무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유독 겁이 많은 사람은 바로 기절해 버렸다.

* * *

비슷한 시각, 영녕후부.

영녕후는 앞서 형부에 끌려가 심문받았으나 증거가 부족하여 풀려났다. 그 후 황제는 영녕후가 눈치 빠르게 병권을 내놓은 것을 보고 더는 영녕후부를 추궁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녕후부는 여전히 숨을 죽이고 지냈다. 호원도 많이 줄인 상황이기에 전체적으로 많이 한산했다.

하지만 그날 밤 영녕후부는 평소와는 달리 크게 소란스러웠다.

앞뜰에서 처절한 울부짖음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영녕후부의 하인은 소리를 듣고 앞뜰로 몰려갔다. 그리고 거기에서 사지의 경맥이 끊긴 영녕후 차남이 개처럼 땅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그의 몸 아래와 입에서는 계속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하인은 용기를 내어 다가가 보고는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크, 큰일 났어요! 둘째 도련님께서…… 혀와 양물을 잃으셨습니다!”

영녕후부는 적자가 두 명밖에 없었다. 세자가 폐위된 후 영녕후 차남이 영녕후부의 후계자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 그 후계자가 불구가 되었다.

영녕후 부부는 소식을 듣고 달려와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꼴의 차남을 보고 깜짝 놀란 동시에 분노했다.

“조사해. 당장 조사해 내! 어떤 놈의 짓인지 밝혀내! 그 구족을 멸할 것이다!”

육장봉은 어두운 곳에서 영녕후 부부의 분노에 차 뒤틀린 얼굴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

조금 늦어졌을 뿐, 그들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받은 것이다.

진왕, 영녕후, 장씨 가문, 유씨 가문……. 그들은 서로 손을 잡고 증거를 없앨 수 있었다. 또한 모든 참가자의 흔적을 지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저지른 죄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그들이 받아야 할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씨 가문 삼공자, 유씨 가문 대공자, 예부시랑 차남……. 멀리 강남에 있는 총독의 아들을 제외하면 육장봉 명단의 사람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

다섯 사람은 모두 손발이 절단되고 음경이 잘렸다. 장씨 가문 삼공자는 영녕후의 차남과 마찬가지로 혀를 잘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