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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441)화 (441/1,004)

441화 난 월령안을 도와 원수를 갚은 거야

소 승상은 궁문이 봉쇄되고 장 부승상 등이 황궁에 갇혔다는 정보를 가장 빨리 입수했다.

그의 정보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상세했다. 그는 조왕이 황성사 시위를 거느리고 대리시에 가서 사람을 잡아 온 것도 알고 있었다.

소 승상은 홀로 서재에 앉아 있었다. 그는 손에 바둑알 여러 개를 들고 탁자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받은 정보를 연결해 자세히 따져보았다.

“조왕이 황성사의 시위를 움직였다. 장 부승상과 육부의 상서가 입궁하고, 곧이어 황궁에 금지령을 내려 그들을 황궁에 억류했다. 조왕이 시위를 움직여 정서를 사로잡은 건 절대 월령안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정서는…… 허허!”

소 승상은 바둑알을 탁자 위에 탁 내려놓았다.

“조왕이 시위를 움직이면 폐하께서 황성사를 다시 쓰시려 하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된다. 황성사는 조정의 대신들을 마음대로 감독하고, 체포할 수 있는 기구이다. 이는 폐하의 손에 들린 무기로, 폐하께서 조정의 대신들을 상대할 수 있는 무기다. 예전에 황성사에서 죽은 대신이 얼마이고, 황성사 때문에 망한 명문가가 몇이던가. 황성사가 부활하면 조정의 모든 대신은 편할 날이 없을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니만큼, 문관뿐만 아니라 무장들도 협력하여 폐하께서 황성사를 다시 가동하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겠지. 신하들이 연합하여 막으면, 폐하께서 황성사를 다시 쓸 가능성은 없다. 황성사가 중용될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 설령 황성사가 큰 사건, 중요한 사건을 처리했다 해도 말이지. 하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소 승상은 바둑판을 바라보며 모골이 송연하게 웃었다.

“조왕이 시위를 움직여 사람을 잡아들였다는 것을 누가 신경이나 쓰겠나? 황성사가 출동한 걸 누가 기억이나 하겠나? 폐하와 조왕이 정말 절묘한 수를 두었군!”

소 승상은 한참을 웃었다가 갑자기 웃음을 그쳤다. 얼굴도 일그러졌다.

“안타깝게도 월령안을 해치우지는 못했군. 지금은 황성사에 있으니 손을 댄다는 건 더욱 불가능하겠고.”

황성사는 다른 사람에게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생지옥이다. 그러나 월령안에게는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

소 승상은 한참이나 탄식했다. 하지만 얼굴의 미소는 감출 수 없었다. 상황이 혼란해질수록 그에게는 더욱 유리했다.

그때 소 집사가 서재 밖에서 문을 두어 번 가볍게 두드리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나리, 곽(郭)씨 가문에서 뵙고 싶어 합니다.”

“어느 곽씨 가문이냐?”

소 승상은 냉랭하게 한마디 물었다.

집사가 문을 사이에 두고 대답했다.

“황후의 친정입니다.”

“멍청한 것들, 물러라!”

소 승상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곽씨 가문은 장씨 가문에서 며칠간 오냐오냐해 주었더니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듯 했다. 정말 자기 집안에서 배출한 황후가 유 태후처럼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줄, 자기들도 유씨 가문처럼 위세를 부릴 수 있을 줄 아는 모양이었다.

곽 황후 슬하의 쥐방울만 한 황자가 과연 그 자리를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생각이나 해 봤는지 모르겠다.

오늘 밤 곽씨 가문은 많은 관리의 집을 방문했다. 소씨 저택이 첫 집은 아니었다. 심지어 육 장군부까지 찾아갔으나, 예외 없이 모두 거절당했다. 오직 육씨 가문 넷째 집안에서만 만나 주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변경의 모두가 육씨 가문의 넷째 집안은 육 대장군도 포기하여 철저히 무너졌음을 다 알고 있었다. 내쫓긴 육씨 가문 사부인이 곽씨 가문에 들러붙으려 했지만, 곽씨 가문에서는 그녀가 눈에 차지 않았다.

소씨 가문에도 방문을 거절당하자, 곽씨 가문 사람은 화가 치밀어 입구에서 욕지거리를 몇 마디 퍼부었다. 그래도 감히 말썽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잠자코 떠나가고 말았다.

곽씨 가문의 일련의 행위는 모조리 조계안의 부하들을 통해 황제에게 사실대로 보고되었다.

황제는 보고를 듣고도 이상하게 평온했다. 하지만 조계안은 그의 눈가에 반짝이는 눈물을 보았다.

조계안은 그가 결국 상처를 받은 걸 알았다. 그것도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조계안은 황제를 위로하지 않았다. 대신 흥미진진하게 물었다.

“황형의 지금 모습은 육장봉에게 소박맞았다는 사실을 안 월령안의 모습과 똑같습니다. 황형, 황후를 용서해 주실 겁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황제는 워낙 기분이 나빴다. 그런데 조계안이 그 상처에 소금까지 뿌렸다. 친아우였기에 망정이지, 생각 같아서는 발로 확 걷어차고 싶었다.

‘이 자식은 도대체 무슨 심보야?’

“저는 그냥 월령안이 육장봉을 용서할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아직 모르시죠? 육장봉 그 웃기는 자식이 글쎄 육비우에게 형수는 어머니와 같다고 했다지요. 소함연을 맞아들이기 싫으면 형수를 찾아가서 나서 달라고 부탁하라고 했답니다.”

조계안은 하찮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황형, 말씀해 보십시오. 육장봉, 그 자식 낯짝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닙니까? 그 자식이 그렇게 뻔뻔하게 나오니까 저는 월령안이 그 공세를 막아내지 못할까 봐 겁이 납니다. 월령안이 워낙 육장봉을 좋아했었잖아요.”

황제가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

“육비우가 소함연을 맞아들이고 싶지 않다고 했나?”

조계안은 황제에게 눈을 흘겼다.

“황형이라면 그런 여자를 맞아들이겠나요?”

황제는 냉소했다.

“질책이든 포상이든 모두 황제가 베푼 은혜다. 그 혼사는 짐이 내린 것인데, 월령안에게 부탁해서 무슨 소용이 있느냐? 육비우가 월령안에게 부탁했다면, 짐은 반드시 육비우가 소함연을 맞아들이게 할 것이다.”

조계안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내가 육비우를 함정에 빠뜨린 꼴인가? 아니지, 난 월령안을 도와 원수를 갚은 거야. 월령안이 이 일을 알면 틀림없이 기뻐할 거야. 음, 조금 있다가 황궁에서 나가면 월령안을 보러 가야지. 간 김에 황성사에는 있을 만한지도 물어봐야겠군.’

* * *

월령안은 사건 조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이유로 황성사에 끌려갔다.

그녀가 황성사에 끌려온 뒤, 시위는 그녀를 곤란하게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해야 할 심문은 빠짐없이 다 했다.

그녀는 일찍 정서에게 뇌물을 먹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해서 정서가 자수했다. 황성사에서는 정서와 월령안을 데려왔으므로, 이 사건에 관해 물을 수밖에 없었다.

정서의 사건 외에도, 오늘 또 하급 관리 세 명이 대리시에 월령안을 고발했다. 그들이 모르게 그들 저택의 집사와 가족에게 큰 뇌물을 주었다고 했다.

원래 이런 사소한 일은 황성사에서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을 데려온 이상, 확실하게 심문해야 했다.

지금 황성사에 있는 시위는 모두 조계안 휘하 암부의 심복들이었다. 그들의 심문 수단은 대단히 노련했다.

그들은 사람을 취조실에 가두어 놓고 횃불을 지폈다. 그리고 그 불빛으로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로 사람을 비추었다.

죄인이 목이 바짝 마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다음에야 머리를 쓰지 않고도 대답할 수 있는 평범한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황성사 시위는 그래도 월령안에게는 사정을 봐 준 셈이었다. 불로 사람을 바싹 말리는 수작은 생략했다. 앉자마자 바로 심문하기 시작했다.

월령안은 황성사 특유의 시달림을 받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는 줄곧 맑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시위의 질문에도 여유롭게 대답했다. 시위가 어떻게 물어도 빈틈없이 대답해서, 어떤 꼬투리도 잡을 수 없게 했다.

그러나 세 시진 동안 전혀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시위의 질문에 대답해야 했다. 입이 바싹 마르고 수분이 모자라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대답도 점점 더 신중해졌다.

특히 시위가 정서와의 원한 관계 및 그의 범죄 증거를 수집한 일을 실토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알아차리자, 월령안은 더욱 경계심을 높였다.

그녀는 시위가 묻는 이 질문이, 자신이 노인에게 건넨 증거물과 관계가 있음을 직감했다.

자세히 생각해 보면 바로 알 수 있었다. 조계안은 목표가 확실하지 않으면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런 그의 성격상 시위를 움직여 정서를 사로잡은 걸 보면, 정서를 단숨에 끝장낼 수 있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노인에게 가져다준 그 증거보다 더 유력한 증거는 없었다.

그녀는 노인이 어떤 경로를 통해 그 증거를 황성사에 넘겨준 게 틀림없다고 추측했다.

노인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월령안은 시위의 거듭되는 질문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시위가 되풀이해서 묻는 건 일정한 질문 몇십 개였다. 기껏해야 질문 방식만 바꾸었을 뿐이다.

그런 질문은 어렵지 않았다. 거의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대답하는 내용이 모두 진실이고, 조금도 숨김이 없다는 전제하에서였다. 질문 하나라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 바로 허점이 드러나서 빈틈을 잡혔다.

월령안이 한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그러나 속인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므로, 더욱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장장 세 시진 동안 몇백 번의 질문을 받았다. 심문하는 시위가 몇 번이나 바뀌어도, 그녀는 여전히 자유를 얻을 수 없었다. 심지어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다.

또 심문이 한 차례 끝났다. 월령안도 더는 자세를 유지하면서 의자에 단정하게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힘든 나머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쉬다가, 무의식적으로 마른 입술을 핥았다.

세 시진이나 말을 하고 나니, 목구멍에서는 단내가 났다.

같은 질문에 반복해서 수십 번을 대답했다. 아무리 단단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어도, 짜증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다.

조계안은 취조실 문을 열자마자 이 광경을 보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월 가주에게 물을 가져다주어라.”

“대인…….”

심문하던 시위는 저도 모르게 잠시 주춤했다.

황성사에서 심문하는 죄인에게 물을 준 전례가 없었다. 범인이 수분을 보충하고 체력을 회복하면, 그들이 이제까지 한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

조계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위를 싸늘하게 보았을 뿐이다.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시위는 더는 말할 엄두를 못 냈다. 즉시 월령안에게 물을 가져다주러 갔다.

“대인.”

월령안은 조계안의 목소리를 들었다. 겨우 똑바로 앉아 인사말을 건넸다.

“이젠 나와 이야기를 좀 해 보자.”

조계안은 월령안의 맞은편에 앉더니, 탁자 위를 제멋대로 두드렸다. 즉시 옆에 있던 시위가 심문한 기록부를 조계안에게 바쳤다.

조계안은 두어 장 훑어보더니 빙긋이 웃었다.

“대답이 빈틈없군. 훈련한 사람 못지않구나.”

월령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조계안은 이 시위들보다 훨씬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월 가주, 물 드시지요.”

물을 가지러 갔던 시위가 돌아왔다. 월령안에게 차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

아주 작은 잔이라, 겨우 목을 축일 수 있을 정도였다.

월령안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리고 잔을 받자마자 그 속의 물을 단숨에 마셔 버렸다.

조계안은 변덕이 심한 사람이었다. 그녀에게 물 한 모금을 주려다가도,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마시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잘 알고 있었다. 무엇이든 확실하게 입에 넣어야만 비로소 자신의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월령안은 물을 한입에 다 마시기는 했지만, 삼키지 않고 입에 물고 있었다. 그것으로 목구멍의 타는 듯한 느낌을 완화하려 했다.

월령안은 한참 머금은 물을 삼키고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조계안에게 모처럼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쩐지 소인배의 마음으로 군자의 마음을 헤아린 것 같았다. 오늘은 조계안이 아주 정상적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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