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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434)화 (434/1,004)

434화 일단 쓰러져야겠다!

대리시 소경은 장 부승상과 육부의 대인을 찾으러 정사당(政事堂)으로 갔다.

황성사가 활동을 재개했다. 이는 그들이 육장봉에게 함정을 파는 것보다 훨씬 중요했다.

황성사가 다시 일어난다는 것은 관리들의 머리에 형구를 씌우는 것과 같았다. 앞으로 그들은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반드시 재삼(再三) 고려해야만 했다.

오늘은 대조회가 없는 날이었다. 정사당에는 장 부승상과 육부의 상서 몇 명만 있을 뿐이었다.

“뭐라고? 조왕 전하가 황성사를 인수했다고?”

최근은 북요의 일을 제외하면 별다른 큰일이 없었다. 장 부승상과 육부의 상서들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들 몇은 느긋하게 상의하면서 손에 든 일을 하나하나 처리하고 있었다. 암묵적으로 협력이 아주 잘 이루어져 유쾌하게 지내고 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대리시 소경이 오자, 이들은 바로 우왕좌왕했다.

대리시 소경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힘겹게 말했다.

“조왕 전하께서 오늘 황성사의 사람을 데리고 대리시에 와서 정서와 월령안을 데려갔습니다.”

“정서와 월령안을 데려갔다고? 무슨 이유인지는 말을 하던가?”

이부상서(吏部尙書)는 책상 위에 올려놓은 손을 저도 모르게 꽉 움켜쥐었다. 그는 대리시 소경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놀라울 정도로 음침했다.

다른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나같이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아주 긴장한 상태였다.

황성사는 관리의 사건을 조사하는 곳이다. 황성사가 잡아들였다면, 절대 사소한 일일 리가 없었다.

‘정서 그놈이 사실 깨끗하지는 못하지.’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그들은 황성사에서 정확히 무슨 일로 정서를 잡아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대리시 소경은 마음이 불안했다. 또 여러 대신이 쳐다보자 더욱 당황스러웠다. 그는 침을 여러 번 삼키고 나서야 대답할 수 있었다.

“소관도 모릅니다. 조왕 전하는…… 여러분도 소문을 들어 아시다시피 상대하기 쉬운 분이 아닙니다. 그분이 사람들을 끌고 와서 바로 대리시의 문을 부수고, 궁수도 여러 명 다치게 했습니다. 들어온 다음에도 아무 말씀 없이, 정서의 신분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데려갔습니다. 아무 이유도 알리지 않고 말입니다.”

“조왕 전하가 대리시 관졸을 다치게 했다고?”

장 부승상은 여러 사람 중에서도 가장 침착한 사람이었다. 그는 눈을 치켜뜨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대리시 소경은 순간 눈앞이 확 트였다. 그는 장 부승상에게 크게 읍을 하고 비통하게 말했다.

“부승상, 육 대장군의 호위병이 장군의 세력을 빌어 사람을 괴롭힙니다. 대리시에 강제로 쳐들어와서 대리시가 사건 조사하는 데 간섭했습니다. 황성사 시위들은 이유도 없이 대리시 관졸들을 팼습니다. 조정의 체면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겁니다. 부승상께서 우리 대리시를 위해 나서 주십시오.”

장 부승상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하고 신랄하게 말했다.

“대리시는 조정의 대리시로, 조정의 체면을 대표하는 곳일세. 소경은 걱정하지 마시게. 내가 꼭 자네의 편이 되어 주겠네. 내가 지금 바로 폐하를 뵈어야겠구먼.”

“저희도 승상과 함께 폐하를 뵈러 가겠습니다.”

육부의 상서들은 모두 평소 자기만의 속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함께할 것을 선택했다.

황제가 황성사를 다시 쓰는 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했다. 절대 황성사에 사건을 조사할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되었다.

장 부승상은 고개를 끄덕이고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는 육부 상서와 함께 난각으로 황제를 만나러 움직였다.

난각 안에서 황제는 이반반이 성 밖의 비무 상황을 전달해 주는 것을 듣고 있었다. 조계안이 혼자의 힘으로 국면을 전환하고, 주나라의 첫 번째 승리를 따낸 부분을 듣고 있던 참이었다.

이반반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할 줄 알았다. 그는 비무의 과정을 아주 생생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황제도 한참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을 때였다.

어린 내관이 갑자기 와서 보고했다.

“폐하, 장 부승상과 육부 상서들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황제는 즐겁게 듣던 중에 흐름이 끊기자, 한순간 기분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내관의 말을 듣자, 아무리 불쾌해도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여러 대인이 우연히 마주친 거냐, 아니면 애초에 함께 찾아온 것이냐? 무슨 일인지 말은 하더냐?”

“폐하, 대인들께서는 함께 오셨습니다. 다들 안색이 좋지 못한데, 용건이 있어 폐하를 뵈어야 한다고만 하셨습니다.”

내관은 전전긍긍하며 대답했다. 속으로는 자신의 불운함을 탓하고 있었다.

황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조계안의 활약을 듣는 것도 잊고, 무거운 얼굴로 말했다.

“어서 들라 하라!”

이반반은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그의 안색도 불안해 보였다.

‘장 부승상과 육부 상서가 동시에 찾아온 걸 보니, 분명 작은 일이 아니겠구나. 제발 무슨 큰 재앙이 아니길 바라야지…….’

장 부승상과 육부 상서는 동시에 대전으로 들어와 일제히 황제에게 읍했다.

“신, 폐하를 뵙습니다.”

황제는 그들이 예를 마치기도 전에 서둘러 물었다.

“예를 거두게. 무슨 일로 함께 찾아왔는가? 혹시 큰일이라도 생긴 건가?”

장 부승상과 육부 상서는 바로 예를 거두지 않고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폐하, 신들은 사죄하러 왔습니다.”

“사죄라고? 무슨 일이 생겼기에?”

“신이 제대로 수하를 관리하지 못하여, 육 대장군께서 대리시에 불만을 갖고 직접 호위병을 보내 대리시에 쳐들어왔습니다.”

장 부승상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예를 올렸다. 그는 이마를 바닥에 붙인 채 한참이 지나도록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머리를 조아리는 예는 제사를 지낼 때나 행해졌다. 평소 대조회에서도 머리를 조아릴 필요가 없었다.

황제는 장 부승상의 이런 모습을 보자 바로 눈치챘다. 장 부승상은 용서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 고발하러 온 것이었다.

‘장봉이는 지금 성 밖에서 양국 비무를 주관하는데, 무슨 사달을 냈단 말인가? 장 부승상과 이들은 아마도 사소한 일을 크게 떠벌리려는 것 같군.’

황제는 이렇게 생각하자, 순간 홀가분해졌다.

눈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장 부승상을 비롯한 몇몇을 흘겨보는 황제의 눈에는 혐오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이 늙은이들은 어째 매번 이렇지. 무슨 일만 있으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울고불고, 이걸로 내게 압박을 넣고 타협하게 하려고 들지.’

만약 예전이었다면 황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들을 직접 부축해 일으켰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못 본 척했다. 의자에 기대어 앉아 귀찮다는 듯이 물었을 뿐이다.

“대장군의 호위병이 뭘 했나?”

장 부승상과 육부 상서는 황제가 예전처럼 자기들을 부축해 주지 않자 속으로 뜨끔했다. 그리고 황제가 황성사를 다시 쓰려는 생각을 없애 버려야겠다는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

황제는 지금도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만약 황성사를 다시 쓴다면, 황제는 마음껏 문무백관을 조사할 수 있다. 그러면 황제가 나중에 우리를 안중에 두기나 하겠는가.

황성사는 반드시 폐지해야만 했다.

장 부승상은 속으로 계획을 다 세워 두었다. 당황하지 않고 신중하게 말했다.

“폐하, 오늘 한 관리가 월씨가 뇌물로 준 물건을 가지고 대리시에 고발하러 갔습니다. 대리시에서는 규정대로 월씨를 불러들여 질문했습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월씨에게 뭐라고 묻기도 전에, 육 장군의 호위병 육일이 대리시에 쳐들어가 월씨를 내놓으라고 난동을 부렸습니다.

육일은 대리시 관졸이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묻기만 했을 뿐, 관졸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손을 썼습니다. 육일이 여러 사람을 다치게 하는 바람에, 대리시에서도 궁수를 동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황제는 원래 편안한 표정으로 옥좌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다 장 부승상의 말을 듣자, 저도 모르게 천천히 바로 앉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장 부승상이 말을 마쳤는데도 황제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속으로 황제의 육장봉에 대한 포용력이 그들의 예상보다 훨씬 위에 있음을 깨달았다.

육장봉을 억제해야 한다는 말이 맞았다. 육장봉이 계속 강해진다면 정말로 조야의 권력을 움켜쥘 수 있었다. 그런 때가 오면 그들 모두는 육장봉의 눈치를 살피며 일해야 할 수도 있었다.

장 부승상은 가슴이 섬뜩했다. 육장봉을 억눌러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단, 지금은 육장봉을 억누르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일이 있었다.

장 부승상은 바로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말했다.

“폐하, 육 대장군의 호위병이 대리시에 쳐들어간 것뿐이라면, 신도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누군들 소년 시절에 연정을 품은 적이 없겠습니까? 대장군께서는 오랫동안 변방에서 주둔하시느라 연모라는 감정도 잘 모르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월씨라는 교활한 여인을 만나자, 월씨가 공들여 꾸민 함정에 빠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월씨를 위하느라 이치를 무시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지요. 신도 그 시기를 거쳐 왔으니 대장군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장 부승상의 말을 들은 황제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단히 공감했다.

장 부승상의 이 말은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

황제가 보는 육장봉은 심사가 단순했다. 월령안을 만나기 전까지 여인과 교류를 한 적이 없다 보니, 사랑의 감정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것이리라.

육장봉은 변경이 돌아와 월령안이라는 교활한 여인을 만나자, 그녀의 술수에 빠진 것이다. 그러니 바로 혼이 빠져 월령안을 좋아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황제는 전혀 예상 밖이라고 여기지는 않았다. 그가 월령안을 아무리 싫어하는 것과 별개로, 그녀가 아주 매력적인 여인이라는 사실은 부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육장봉이 그의 앞에서 진심을 말하자, 화가 나기는 했지만 억지로 그 둘의 교류를 막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황제 자신도 그 시기를 거쳐 왔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진 소년은 늘 열정적이고 집착적이다. 이런 시기에 외부에서 억지로 그들을 갈라놓으려고 간섭한다면, 오히려 반항을 위한 반항을 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 반항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더욱 깊어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황제는 반대로, 둘을 막지 않고 외부에서 압박도 주지 않는 걸 선택했다. 그러면 육장봉의 총명함으로는 월령안의 진짜 모습을 알아차리라고 믿었다. 그녀가 그의 사랑을 받을 만큼 좋은 여인이 아님을 깨달을 것이다.

장 부승상은 여기까지 말하고는 잠시 멈췄다가, 흐름을 전환했다.

“하지만…….”

“하지만 뭔가?”

황제는 잠깐 기다렸지만, 장 부승상이 말을 하지 않자 재촉했다.

“폐하!”

장 부승상은 갑자기 비통하게 울부짖었다. 그 소리에 황제는 그만 깜짝 놀랐다.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무슨 일인지 물으려는 순간이었다. 원망으로 가득한 장 부승상의 목소리가 들렸다.

“폐하, 육 대장군께서는 월씨를 위하여 황성사 시위를 움직였습니다! 폐하, 황성사의 시위는 악명이 높습니다. 그 시위들은 미친개처럼 사람만 보면 물어뜯습니다. 예전에…….”

“뭐라 했느냐?”

황제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도 못했다.

‘장봉이가 황성사의 시위를 움직였다고? 지금?’

그는 황성사를 다시 쓰려고 한참 판을 짜는 중이었다. 그런데 육장봉이 월령안을 위해 먼저 황성사 사위를 움직였단다. 그래서 장 부승상 등에게 황제의 계획이 들통나고 말았다.

황제는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계획이 아직 무르익지도 않았는데 장 부승상에게 들통이 났다. 조정 문관들이 황성사를 꺼리는 걸 생각해 보면, 그들은 분명 죽음으로 황제를 협박해 황성사를 포기하게 할 것이다.

‘안 되겠다. 일단 쓰러져야겠다!’

황제는 전혀 망설임 없이 그 자리에서 충격을 받은 척, 쓰러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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