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2화 월 낭자의 말만 들어야 합니다
조(曹) 대인은 자기의 말을 증명하고, 육 대장군에게 자기의 성의를 알리기 위해 말을 더했다.
“대장군, 소 승상과 영녕후는 확실히 사적으로 교류가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밀접한 관계입니다. 소 승상의 아들 소여방과 영녕후의 차남은 친구였습니다. 둘은 자주 함께 놀았지요. 하지만 칠 년 전부터 둘의 교제가 갑자기 끊겼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두 소년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만 보였습니다. 그리고 두 가문은…….”
“칠 년 전이라고?”
육장봉은 조 대인의 말을 믿지 못한 게 아니었다. 조 대인이 말한 일들이 너무 평범한 것이라서 중시할 만한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조 대인이 드디어 중요한 이야기를 꺼냈다.
조 대인은 한참 말한 끝에 육장봉의 대답을 듣게 되자, 순간 흥분했다.
“네, 칠 년 전입니다! 칠 년 전, 소씨 가문의 대공자와 영녕후의 이공자가 무슨 이유인지 교제를 끊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소 승상과 영녕후부도 점차 멀어졌지요. 가끔은 서로를 공격한 적도 있습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들 두 가문의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여겼지요.”
조 대인은 흥분이 가라앉자 순간 침착해졌다.
‘육 대장군이 내 말에 반응했을 뿐인데, 난 왜 갑자기 흥분했을까?’
하지만 그가 더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육장봉은 탁자를 가볍게 두드리며 그의 주의를 끌었다.
“칠 년 전, 소씨 가문과 영녕후가 무슨 계기로 교제가 끊겼는지 아는가?”
“그건…… 소관은 정말 모릅니다.”
조 대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얼굴에는 머뭇거리는 기색이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보면 무언가 아는 게 분명했다. 단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었다.
“오늘 일은 자네와 나만 아는 거네.”
육장봉은 조 대인이 안심할 수 있게 확신을 주었다. 육장봉이 그렇게 말하자 조 대인은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사실 조 대인도 이 일을 아주 숨길 생각은 아니었다. 그게 아니면 그도 육장봉에게 그런 일을 안다고 암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무거운 얼굴로 말했다.
“구체적인 것은 저도 모릅니다. 저는 단지 소씨 대공자와 영녕후의 이공자가 사이좋게 지낸 몇 년 동안, 이런 신고가 자주 있었다는 것만 압니다. 집안의 시녀가 실족하여 물에 빠져 죽었다는 둥, 어린 시녀가 병이 걸려 죽었다는 둥, 그리고 몇몇 가문의 서녀(庶女)들이 죽었다거나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절교하자, 여러 집에서 시녀와 어린 소녀들이 돌연사하는 사건이 사라졌습니다.”
조 대인은 분명 무언가 의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 바람에 너무 많은 허점이 드러났고, 자기 목적까지 드러내고 말았다.
“조 대인은 내게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조 대인은 자기 속셈이 육장봉에게 바로 까발려지자, 불편한 기색을 했다.
“대장군을 속이지 못할 줄은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원래 이 일까지는 꺼낼 생각이 없었습니다. 대장군께서 갑자기 칠 년 전의 일을 물으시는 바람에, 저도 순간적으로 참지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습니다.”
조 대인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사실, 그때 갑자기 죽은 소녀 중 한 아이는 제 친한 친구의 딸입니다. 제 친구는 외성(外城)에 살고 있었습니다. 재주는 뛰어났지만, 몸이 허약해서 과거를 치르지 못했지요. 신분도 단지 수재(秀才 – 과거 응시자)에 그쳤습니다.
칠 년 전, 그 친구가 병이 위중해 죽기 전에 제게 편지를 썼습니다. 자기 아내와 딸을 보살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마침 저는 북요에 사신으로 가 있느라, 돌아와서야 그 편지를 보았습니다. 그때 그 친구의 부모와 형이 이미 그 모녀를 영녕후부에 팔아 버린 뒤였습니다.
전 그때 오품(五品) 관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영녕후부의 대문조차 들어갈 수 없었지요. 그래서 연줄이 있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수소문해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친구의 아내와 딸을 속량할 수 있을까 알아보았지요. 하지만 알아보니 그 모녀가 죽은 지 보름이나 되었더군요. 갑작스럽게 병에 걸려 죽었고, 시체는 불에 태웠다고 했습니다.
전 당연히 이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제 친구의 아내와 딸은 아주 건강했습니다. 그때 성안에 무슨 역병 같은 게 돌지도 않았으니,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죽을 리가 없었습니다. 마침 제 고향 친구 중에 순천부 관아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를 통해 알아보게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해 병으로 죽거나 사고로 죽은 소녀가 무려 수십 명이었습니다. 사고로 죽었다는 성인 시녀도 수십 명에 달했습니다.
높으신 분들 저택 안에서 해마다 갑자기 죽는 시녀가 적지는 않지요. 사실 이건 별일 아닙니다. 단지 저는 우연히 그해, 시녀들이 가장 많이 죽은 곳이 바로 소씨 저택과 영녕후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 대공자와 영녕후 이공자가 교제를 끊은 뒤로, 사고로 죽은 시녀의 숫자가 갑자기 줄어들었습니다. 이 두 가지 일 사이에 연관이 없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입니다.”
조 대인은 말을 마치고, 육장봉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육장봉이 무언가를 말해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육장봉은 단지 고개만 끄덕이고 찻잔을 들었다.
“조 대인, 고맙네. 잘 알았소이다.”
‘이게 다라고?’
조 대인은 멍한 얼굴로 육장봉을 바라보았다. 육장봉의 이토록 평온한 반응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대장군…….”
“조 대인, 또 다른 용건이라도?”
육장봉은 찻잔을 들고 있을 뿐, 마시지 않았다. 손님을 보내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조 대인은 육장봉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육장봉이 자기 말을 믿지 않는다고 여기고, 재차 사실임을 강조했다.
“대장군, 저는 소씨 가문과 영녕후가 아직도 교류한다고 확신합니다. 단지 대놓고 만나지 않을 뿐이지 사적으로는 반드시 교류가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알겠네.”
육장봉은 찻잔을 내려놓고 조 대인의 말을 끊었다.
“만약 다른 용건이 없다면, 배웅하지는 않겠소.”
조 대인은 억울했다. 이렇게 많이 말했는데도 아무 결과도 없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대장군, 전 또 소 승상이 월 낭자를 아주 미워한다는 것도 압니다. 소 승상은 장군께서 성안에 없는 틈을 타서 월 낭자에게 손을 쓸 것입니다. 만약 제가 들은 소식이 틀리지 않았다면, 지금쯤 대리시의 사람들이 월 낭자를 잡아들이러 갔을 겁니다.”
탁자 위에 올려 둔 육장봉의 손가락이 잠깐 멈칫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알겠소. 육이, 손님 배웅해라.”
“조 대인, 가시지요.”
육이가 앞으로 다가와 조 대인의 앞을 가로막았다. 더는 조 대인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조 대인은 하는 수 없이 풀이 죽어 떠나갔다. 속으로 여전히 내키지 않았지만, 감히 티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조 대인은 자기가 떠나자마자 육 대장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육일!”
“부르셨습니까.”
어두운 곳에 숨어 있던 육일이 소리 없이 나타났다.
육장봉은 허리춤의 영패를 끌러 육일에게 던져 주었다.
“바로 성으로 들어가라. 눈치 볼 거 없이 처리해라!”
“알겠습니다. 대장군, 걱정하지 마십시오.”
육일은 영패를 받아 들고 정중하게 대답했다.
육장봉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누구라도 손을 대지 못하게 해라. 알겠느냐?”
‘소 승상이 시기를 제대로 골랐군. 전부 기억해 두겠다.’
* * *
육일은 육장봉의 영패를 들고 군영에서 소리 없이 벗어났다.
그는 군영에서 벗어나자 군영 밖을 지키고 있던 암위와 연락했다. 하지만 암위는 아무 정보도 듣지 못했다.
육일은 그 조씨가 아무렇게나 지껄인 말이 아닌지 의심했다. 하지만 장군이 긴장하던 모습을 떠올리자 가볍게 여길 수도 없었다.
그는 말을 타고 바로 명월산장으로 갔다.
명월산장에 도착하자, 월령안이 대리시의 사람들에게 잡혀갔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육일의 안색이 확 변했다.
“월 낭자가 대리시의 사람들에게 잡혀갔는데 왜 장군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느냐? 왜 대장군께 알리지 않았느냐?”
“대인,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 월씨 가문은 일개 상인 집안일 뿐입니다. 어찌 감히 장군부에 알리겠습니까?”
명월산장의 집사는 뜨뜻미지근하게 육일의 말을 받아쳤다. 그의 굳은 얼굴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우리 아가씨가 왜 대리시의 사람들에게 잡혀가셨는데? 우리 월씨 가문 사람들더러 장군부에 도움을 청하라고? 꿈 깨시지!’
그는 육일에게 정 장군도 아가씨와 함께 갔다는 말을 해 줄 생각이 없었다. 정 장군이 있으니, 다른 건 몰라도 아가씨가 고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크흠…… 이건 소씨 가문이 꾸민 짓이다. 그놈들이 우리 장군께서 공무 때문에 당분간 몸을 뺄 수 없는 틈을 타서 일부러 월 낭자께 손을 뻗은 거다. 소씨 가문은 작정하고 수작을 부린 거다. 너희가 오기를 부리느라 장군부에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결국 손해를 보는 사람은 월 낭자겠지!”
육일은 화가 나서 옷소매를 떨치며 밖으로 걸어갔다.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월 낭자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웠다.
집사는 화가 나서 육일의 뒷모습에 대고 욕을 했다.
“장군부의 사람은 누구나 똑같은 성질머리군. 당신네 장군부가 아니었으면 우리 아가씨가 어쩌다 이런 시끄러운 일에 휘말렸겠나?”
육일은 뒤에서 울리는 말을 얼핏 듣기는 했지만, 자세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명월산장을 나선 그는 바로 말을 채찍질하며 성안으로 들어갔다. 성에 도착하자, 월령안 옆에 배치된 암위와 연락을 취했다.
“월 낭자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고생하시는 건 아니냐? 이렇게 큰일이 벌어졌는데 왜 신호를 보내지 않았느냐? 왜 소식을 전하지 않았지?”
암위는 깜짝 놀라 다급히 대답했다.
“대인, 월 낭자는 대리시 사람들에게 잡혀갔습니다. 정 장군이 월 낭자와 함께 갔습니다. 정 장군이 있는 한, 월 낭자는 지금 아주 안전합니다. 제가 소식을 전하지 않은 게 아니라, 월 낭자께서 전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멍청한 놈, 월 낭자가 뭐라고 했다고 그 말을 다 들어? 네 주인이 도대체 누구냐?”
육일은 암위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세게 밀어 빨갛게 만들었다.
암위는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소인이 월 낭자를 보호하는 동안에는 월 낭자의 말만 들어야 합니다.”
육일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암위의 말을 이해한 자신이 싫었다.
더는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바로 대리시로 향했다. 하지만 대리시 쪽에서는 진작 대비하고 있었다. 관졸 수백 명이 밖을 지키면서 누구도 들여보내지 않았다.
육일은 육장봉의 영패를 내밀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대장군의 명령을 받은 몸이다. 너희 소경(少卿 – 시경의 부관)을 만나야겠다.”
대리시 시경 안과는 파직되었고, 새 시경은 아직 임명되지 않았다. 현재 대리시의 모든 일은 소경이 담당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우리는 소경의 명령만 듣습니다.”
문을 지키던 관졸은 육일 손에 들린 영패를 보았다. 얼굴에 잠깐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바로 침착함을 되찾고, 꿋꿋하게 거절했다.
“간덩이가 부었구나!”
육일은 이들이 명령을 듣지 않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군에 너무 오래 있은 탓일까. 이렇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말을 거역하는 병사는 오랜만이었다.
관졸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대인, 왜 소인을 힘들게 하십니까? 소인도 명령을 받아 일하는 것입니다. 소인은 대리시의 관졸이지 병부 소속이 아닙니다. 소인은 소경의 명령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