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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421)화 (421/1,004)

421화 드디어 널 찾았구나!

월령안이 생각이 있는 것을 보고, 최일도 더는 묻지 않았다. 그녀가 최일에게 더 알려 주지 않는 것은 그 자신을 위해서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가 모르고 있으면, 다른 사람의 질문도 두려워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있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알지 못한다면 명성에 해가 될까 봐 일부러 모르는 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월령안, 이 사람은 참…….’

월령안이 일단 누군가를 진심으로 대한다면, 그녀의 호의를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일은 때때로 육장봉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런 월령안을 삼 년이나 거절하다니. 그 의지만 보아도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감탄은 감탄일 뿐이다. 최일은 육장봉처럼 잃고 나서야 후회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최일은 흔쾌히 월령안의 선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묵묵히 마음에 새겼다.

그는 화제를 돌려 다른 말을 꺼냈다.

“폐하께서 소함연의 사건을 빨리 마무리 지으라고 암시하셨어요. 무슨 뜻인지 아세요?”

“저는 원래 소함연을 고발할 생각은 없었어요. 소씨 가문에서 먼저 손을 쓰지 않았더라면, 저도 소함연을 물고 늘어지지는 않았을 거예요. 소함연에게는 소씨 가문이 몰락하고, 육비우에게 순조롭게 시집가서 육장봉과 인척이 되는 게 가장 큰 벌이에요.”

월령안은 소여방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된 후, 소씨 가문이든 소함연이든 모두 무사하리라고 짐작했다.

황제는 늘 인자했다. 소 승상이 수십 년 동안 조정에서 전전긍긍하면서 지냈으니, 공로는 없더라도 고생은 인정해 줄 것이다. 황제는 소 승상의 체면을 봐서라도 절대 소씨 가문을 멸할 리가 없었다.

최일은 쓴웃음을 지으며 민망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당신의 사건은 아직도 심리해야 해요. 폐하께서 아직 말씀이 없으셨거든요.”

월령안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정하게 심사해 주시면 됩니다. 저도 전력으로 협조할 거예요.”

노인 쪽에서는 이미 장부를 넘긴 뒤였다. 정서가 날뛸 날도 며칠 남지 않았다. 그 사건이 터진다면, 소 승상이든, 장 부승상이든 그녀를 감시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월령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한마디 덧붙였다.

“물론, 시간을 조금 더 끌어 주신다면 더욱 좋을 거예요. 지금 부족한 것은 시간이니까요.”

정씨 가문의 그 노부인이 넘겨준 장부는 새로 베낀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는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없었다. 노인의 사람이 그 장부를 손에 넣는다면, 증거를 수색하려 할 게 뻔했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고 그녀의 사건이 판결이 난 다음, 정서의 일을 터뜨린다면 그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최일은 무언가 눈치챈 듯했지만, 여전히 캐묻지 않고 이렇게만 말했다.

“제가 순천부의 일을 이제야 맡았으니, 쌓여 있는 사건을 처리할 여유가 없는 것도 당연하죠. 북요인이 떠나기 전까지, 저는 당신의 사건을 심사할 시간이 없겠군요.”

월령안은 최일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 찬사를 보냈다.

“대인께서 순천부윤을 맡으시니 정말 너무 좋아요. 폐하께서 드디어 제대로 된 일을 하셨네요!”

최일은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제 기분은 생각해 봤나요? 순천부윤은 사직률이 가장 높은 직책이에요. 게다가 역대 승상 중에 순천부윤 출신은 한 명도 없다고요.”

순천부윤이라는 자리는 미움을 사기가 너무 쉬웠다. 순천부윤은 한 번 하고 나면, 변경 귀족 대부분에게 미움을 받았다.

만약 귀족들의 미움을 사기 싫다면, 그들의 앞잡이가 되어서 함께 나쁜 짓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이 어떨지는 몰라도, 최일은 절대 그 누군가의 앞잡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이 순천부윤 자리에 앉게 되었으니, 고생할 것이 뻔했다.

최일은 서둘러 성으로 돌아가야 해서, 명월산장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이야기를 끝내고, 또 월씨 저택 화재 사건이 어느 정도 진척되었는지를 알려 주고는 바로 떠났다.

최일은 성문이 닫히기 일각 전에 성에 들어갔다. 성안에 들어온 뒤, 마차는 최씨 저택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절반쯤 갔을 때, 최일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행화루로 가자.”

그가 명월산장에서 떠날 때, 월령안이 집사에게 무언가 분부하는 모습을 본 듯했다.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월령안은 행화루 밖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서생 네 명과 관련된 일을 분부한 게 틀림없었다.

월령안은 최일이 말려드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최일도 그런 월령안의 배려를 감사히 받았지만, 그와 별개로 그녀가 무엇을 할지 아주 궁금했다.

최일은 아주 적절한 시각에 도착했다.

그는 마차에 앉아, 그 서생 네 명이 행화루 밖에 꿇어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머리를 한 번 조아릴 때마다 한마디 외쳤다.

“월 낭자, 제발 저희를 맺어 주십시오!”

이 네 명은 아주 약아빠졌다. 그들은 동시에 머리를 조아리지 않았다. 한 사람이 한 번씩 조아리고 한마디 외쳤다. 이런 식으로 네 명이 번갈아 하니, 모두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쉴 새 없이 소리를 지를 수 있었다.

멀쩡한 사람 넷이 행화루 밖에서 꿇어앉아 머리를 조아리며 소리를 지르니, 당연히 많은 구경꾼의 이목을 끌었다.

마차가 행인의 시선을 막을 수는 있어도, 소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최일은 마차에 앉아, 백성들이 그 네 명의 서생을 동정하는 소리를 들었다. 또한 월령안을 매정하고 이익에 눈이 멀어 매몰차게 구는 사람이라고 질책하는 소리도 들었다.

최일은 행인의 말을 듣고,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온화하던 그의 인상이 순간 날카롭게 변했다.

그는 이 서생 네 명을 바로 가두지 않았던 것이 조금 후회되었다. 하지만 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 네 명만 가두어 둔다고 무엇이 바뀌겠는가?’

만약 철저한 대책이 없이 이 네 명을 가둔다고 치자. 이들 배후에 있는 사람은 이런 서생들을 여덟 명이고 열 명이고,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다.

이들처럼 능력도 없으면서 벼락출세를 꿈꾸는 무능한 서생은 변경에서 넘쳐났다.

“월령안에게 이런 시정잡배를 상대할 방법이 있어야 할 텐데. 그게 아니라면…….”

최일은 자기의 두 손을 바라보다가 꽉 움켜쥐었다.

“내 이 두 손을 피로 물들이는 한이 있더라도 손을 쓸 테니까.”

최일의 눈에 차가운 웃음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눈을 살며시 감고 떠나가려고 했다.

바로 그때, 마차 밖에서 한 노부인이 하늘이 떠나가라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아들아! 내 아들아! 드디어 널 찾았구나! 이 어미는 널 찾느라 아주 힘들었다! 이 양심 없는 놈. 떠나려면 그냥 떠날 것이지 어떻게 집안의 재산을 전부 훔쳐 갔단 말이냐? 그건 네 형과 형수의 목숨을 살릴 돈이었단 말이다!”

최일은 소리를 듣고 차 문을 열었다. 온몸이 꾀죄죄한 거지 노파가 한 서생을 덮치더니 꽉 끌어안는 모습이 보였다.

“내 아들, 네가 집안의 돈을 훔쳐 간 뒤로, 네 형과 형수는 돈이 없어서 병으로 죽었단다. 너의 두 조카딸도 굶어 죽고, 이 노인 하나만 살아남았어. 우리 집은 너 때문에 쫄딱 망했단다! 아들아, 이 어미가 변경까지 구걸하면서 왔다. 너를 찾아 집으로 데려가려고 말이다.

네 형과 형수는 이미 비참하게 죽었단다. 죽을 때까지도 눈을 감지 못했어. 네가 그들의 목숨을 살릴 돈을 가지고 가는 바람에, 그들과 조카들이 죽은 거야. 점쟁이가 이게 모두 네 탓이라고 했어! 너는 그들 무덤 앞에 가서 잘못을 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네 형 일가는 죽어서도 구천을 맴돌 것이야.”

“누구요? 난 댁을 모르오. 댁은 내 어머니가 아니오. 난 모르는 사람이오.”

그 서생은 애를 쓰며 버둥거렸다. 힘껏 소리를 질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서생이라는 말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 서생은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거지 노파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의 목소리도 거지 노파의 울음소리에 묻혔다.

다른 세 서생은 이 광경을 보고, 다가가서 말리려고 했다. 바로 이때, 사람들 무리에서 거지 어린애 세 명이 나왔다. 그들은 그 세 사람의 다리를 붙잡고 울기 시작했다.

“아버지, 아버지…… 드디어 찾았네요. 아버지, 이아(二丫)를 버리지 마세요. 이아가 말을 잘 들을게요.”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난 네 아버지가 아니다. 난 혼인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애가 있겠느냐? 이 거지 새끼가! 얼른 놓지 못해!”

다리가 붙잡힌 서생은 놀라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자기에게 달라붙은 꼬마 거지를 기를 쓰고 떼어 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 꼬마 거지는 어떻게 들러붙은 건지, 아무리 힘을 써도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심지어 서생이 손을 쓰자 더욱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아버지, 아버지. 우리를 버리지 마세요. 어머니가 동생을 가졌어요. 어머니가 그랬어요. 아버지는 절대로 우리를 버리지 않으실 거래요.

아버지, 제발요. 저희를 버리지 마세요. 저와 어머니가 열심히 돈을 구걸해 와서 아버지가 글공부할 수 있게 할게요. 아버지…….”

다른 두 꼬마 거지도 지지 않았다. 그들은 서생을 붙잡고 서럽게 울면서도 기뻐했다.

“어머니, 어머니……. 어서 오세요. 제가 아버지를 찾았어요. 소호자(小虎子)가 한 말이 사실이었어요. 아버지께서 정말 여기에 계셔요.”

“어머니, 저도 아버지를 찾았어요. 어서 이리로 오세요!”

꼬마 거지 셋은 서생 셋의 허벅지를 부여잡고 서럽고도 구슬프게 울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눈에 기쁨을 담고 있었다. 오래 떨어진 가족을 다시 만났다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웃음이었다.

“인간쓰레기!”

“짐승만도 못한 놈!”

구경하던 행인들은 세 서생이 도움을 청하는 소리를 듣고 처음에는 다가가서 도와주려고 했다. 그러나 이 장면을 보고 나자, 바로 발걸음을 멈추고 더는 다가가지 않았다.

이 셋은 아내와 자식을 버린 쓰레기였다. 만약 그들을 돕는다면 사람을 해치는 꼴이었다.

“서방님, 서방님. 드디어 찾았네요.”

꼬마 거지 셋이 울며불며 서생들을 붙잡고 있을 때, 온몸이 꾀죄죄한 젊은 여자 거지들이 비틀거리면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그중 한 사람은 임산부였다.

세 여인은 서생들을 보더니 바로 달려들었다. 그녀들은 서생을 안고 울다가 또 웃었다.

“서방님, 삼 년이에요. 삼 년 만에 드디어 당신을 찾았네요. 서방님, 아주버님이 저와 이아를 팔았어요. 그게 서방님의 뜻이라고 했어요. 그렇지만 전 믿지 않았어요. 전 이아를 데리고 도망쳐 나와 구걸하면서 서방님을 찾으러 변경까지 왔어요. 서방님, 드디어 우리가 만났네요.”

“서방님이 새해 첫날 떠나고 난 뒤에야 임신한 걸 알았어요. 서방님, 이런 데 꿇어앉아 있지 마세요. 얼른 일어나세요. 제가 성 밖에 방 한 칸을 마련했어요. 우리 같이 가요.”

“그래요, 그래요. 서방님, 우리 집에 돌아가요. 서방님이 떠나간 뒤, 계속 찾아다녔답니다. 드디어 찾았네요.”

세 거지 여인은 분명 야위고 허약해 보였는데, 힘은 약하지 않았다. 조금 힘을 주었을 뿐인데도 세 서생을 일으켰다.

“아니, 아니……. 당신은 내 아내가 아니야. 난 아내를 맞이한 적이 없어. 당신 누구야? 이 거지 계집이, 날 해칠 셈이야?”

“놔, 놔, 넌 누구야? 내 아내는 너처럼 생기지 않았어.”

“놔 줘! 도와주시오! 이 여인들이 길에서 엄한 사람을 잡고 있소!”

세 서생은 당연히 달갑지 않았다. 그들은 기를 쓰며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그들이 소리를 지르자마자, 여인들과 꼬마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아버지, 저와 어머니를 버리지 마세요. 아버지…….”

“서방님, 어떻게 저를 모른 척하실 수 있어요? 서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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