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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414)화 (414/1,004)

414화 절대 간첩을 놓쳐선 안 된다

서생들은 관졸들에게 가로막혀 현장에서 미처 도망치지 못했다. 그들은 금군의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우리는 거인(舉人)이다. 주나라의 거인이란 말이다. 우리는 북요의 간첩이 아니다. 지금 우리를 능멸하는 게냐!”

하지만 보군사의 사람은 그 말을 듣지도 않았다. 육이가 명령하자, 바로 혼란스러운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소란을 피우는 서생들을 손쉽게 하나하나 잇달아 제압했다.

금군은 그 서생들의 얼굴을 바로 땅에 눌러 버렸다. 체면을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

“선비에 대한 모욕이오! 이 무슨 치욕이란 말인가!”

국자감의 좨주들은 화가 나서 얼굴을 붉히며 씩씩거렸다. 땅에 눌린 서생도 화가 나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육이는 옆에 서서 냉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너희가 북요 간첩이 아니면 왜 자기의 이름을 말하지 못하느냐? 왜 자기가 어느 해의 거인인지 밝히지 못하고? 또 왜 관졸을 보자마자 도망치는 것이냐?”

지금 구경하는 백성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문관과 입씨름하는 건 꼴사납다고 생각했지만, 그들 대장군의 명성은 반드시 지켜야 했다.

육이는 한걸음 물러서더니 우렁차게 외쳤다.

“어제, 북요의 황태자가 기루에서 소란을 피우길래 우리 대장군께 내던져 버리셨다. 그런데 오늘 너희가 그 기루 여인들 때문에 공원에 와서 소란을 피웠다. 보아하니 너희가 북요의 간첩이 아니라 해도 북요인들에게 매수된 것이 틀림없다.”

“아니다, 우리는 아니다! 우리는 무슨 북요인을 알지도 못한다. 우리는 주나라의 거인이지 간첩이 아니다.”

제압당한 서생들은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들은 목청이 떠나가라 외쳤다.

공원에서 정좌하고, 조정의 불공평을 항의하고, 조정 관리를 모욕하는 것은 큰일이 아니었다. 제대로만 한다면 기개 있는 행동으로 보였을 것이다.

이 서생들은 육장봉을 화나게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유칙 같은 조정 관리에게 밉보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주나라에서는 선비의 지위가 매우 높았다. 또 이들은 절개를 중요시했다. 일단 의지가 굳세고,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명성이 생긴다면, 앞으로 조정에 들어가 벼슬을 하지 않더라도 명사(名士)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면 어느 정도 발언권도 갖게 되었다. 세상 사람들에게도 추앙을 받을 수 있었다.

그들이 공원에 와서 소란을 피운 것은 미래를 위한 정치 자본을 노린 것이었다. 그런데 북요인과 접촉이 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면, 명성은커녕 목숨도 부지하기 힘들었다.

지금 이 순간, 서생들은 진심으로 당황스러웠다. 하나같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변명하기에 급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육이는 듣지도 않고 위엄을 풍기며 말했다.

“너희는 북요인들에게 매수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 말해 봐라. 왜 북요의 황태자가 다른 기루도 아닌, 너희 약혼녀들이 있는 기루에 갔느냐? 북요의 대황자가 어제 기루에 들어가서 우리 장군에게 얻어맞고 나왔다. 그러자 너희가 오늘 공원 입구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았느냐?

설마 북요인들에게 우리 주나라의 선비들이 얼마나 치정에 빠져 있길래, 백성을 위해서 간청하는 게 아니라 기루의 기녀들을 위해 간청하는지 보여 주고 싶은 것이냐?”

“아니, 그게 아니라 우리는…….”

잡힌 몇몇 지식인이 서둘러 변명에 나섰다. 육이는 그들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사람들을 끌고 가서 자세히 심문하거라. 반드시 서생들 사이에 숨어 있는 간첩을 찾아내야 한다. 명심해라! 오늘 여기 앉아서 소란을 피운 서생들을 모조리 찾아내라. 한 명도 빠트리지 마라. 절대 간첩을 놓쳐선 안 된다.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보군사의 사람들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들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사람들 사이에서 백성 하나가 흥분해서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여기……. 나리, 제가 도망치려는 사람을 잡았습니다. 간첩이 맞는지 한번 살펴보세요.”

“간첩이 맞을 거야. 간첩이 아니면 도망은 왜 가겠어? 이분이 말씀하신 게 맞아. 선비들은 관리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아도 되잖아. 진짜 선비라면 관졸을 보자마자 왜 도망쳤겠어? 지식인들은 관리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그깟 관졸을 두려워하겠어?”

“나도 잡았어. 이놈이 수상하게 도망치려고 하잖아. 분명 간첩일 거야. 북요인에게 매수된 게 확실해.”

“북요인이 어제 대장군한테 얻어맞으니까, 저놈들이 오늘 소란을 피운 거잖아. 이 나리는 분명 서생들에게 누명을 씌운 게 아닐 거야. 이 서생 놈들이 분명 간첩일 거야. 그놈들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대장군을 모욕했잖아. 대장군은 북요인을 물리친 영웅이신데, 이 선비라는 놈들이 대장군을 모욕하다니. 간첩이 아니더라도 역심을 품은 게 분명해.”

백성, 특히 평범한 백성들은 가끔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훤히 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꿰고 있는 이치란 것은, 늘 다른 사람이 그들에게 알려 주고 싶어 하는 것뿐이었다.

그들의 의견은 늘 갈대 같았다. 마치 지금처럼 말이다.

그들은 육이의 말이 타당하다고 느껴지자, 너도나도 선비들을 손가락질했다. 조금 전까지 이들에게 갈채를 보냈던 것조차 완전히 잊어버렸다.

그러나 백성들의 이런 순진한 면이 사랑스럽다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백성들의 도움으로, 보군사는 도망치려고 했던 서생 열몇 명을 또 체포했다.

육이의 차갑고 딱딱한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는 현장에서 구경하고 있던 백성들에게 공수하며 감사를 표했다.

“여러분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대장군께서는 늘 공정하게 처리하셨습니다. 이번 일은 공개 심리를 하겠습니다. 우리 대장군께서는 북요 간첩이라면 하나도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죄 없는 사람이 누명을 쓰지도 않을 겁니다.”

“나리, 별말씀을요. 이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는 대장군을 믿습니다. 전 어제 대장군께서 그 무슨 북요 황자라는 작자를 기루에서 내던지는 것도 봤거든요. 대장군은 좋은 분이세요. 절대 그 누구도 억울하게 하지 않으실 겁니다. 안 그래도 아까부터 이 서생들이 좀 이상해 보이더라니까요. 멀쩡한 거인 나리의 약혼녀가 어떻게 기루에 있겠어요? 생각해 보니 정말 이상하네.”

“그러게 말이야. 벼슬을 할 거인 나리들이 왜 기루의 기녀를 정실로 맞이하겠어. 벼슬을 하지 않을 우리들도 흠이 될까 무서워서 하지 않을 일인데. 이 거인들은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해. 대장군께서 괜히 의심한 게 아니었어.”

누군가 서두를 떼자, 구경하던 백성들은 너나없이 이 서생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본 육이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

공원의 소란은 바로 가라앉았고, 또 백성의 지지도 받았다. 문관들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육이의 생각은 너무 안일했다.

* * *

육장봉은 막 궁문에 도착했을 때였다. 이반반이 바쁜 걸음으로 다가왔다.

“대장군, 큰일 났습니다!”

이반반은 육장봉을 보자 서둘러 맞이했다.

“대리시 시경 안 대인과 순천부윤 유 대인 모두 난각에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대장군이 개인 이익 때문에 세력을 휘둘러 남을 괴롭히고, 대리시와 순천부의 사무에 개입했으며, 군공을 믿고 동료를 억누른다고 고발했습니다. 또 길가에서 서생들을 때리고 모욕했으며, 공원 입구에서 분쟁을 일으켰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반반은 단숨에 말하고 숨을 들이쉬더니, 또 말을 이었다.

“그 두 대인 말고도 몇몇 어사(御史)들이 대전 밖에서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장군께서 율법을 안중에 두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한다며 탄핵하고 있습니다. 장군께서 변경으로 돌아오신 지 몇 달이 지나도록 병권을 내놓지 않고, 양국 비무 기간을 골라 일부러 공원 밖에서 소란을 피우셨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병권으로 자기 신분을 높이려는 걸 보니, 다른 마음을 품은 게 의심된다고 말입니다.”

이반반은 마지막 한마디를 말할 때 특별히 무겁게 말했다. 그는 말을 마치고도 육장봉을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 단지 묵묵히 옆으로 물러서서 육장봉에게 길을 내주었다.

“대장군, 저들은 좋은 뜻으로 온 게 아닙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주나라의 무장은 줄곧 문관의 감시와 규제를 받았다. 변방에 주둔하는 무장도 삼 년마다 한 번씩 바뀌었다. 게다가 조정에서는 문관을 파견하여 감시하도록 했다.

병사를 거느리고 출정한 장수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을 마치고 돌아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병권을 내놓는 것이었다.

그러나 육 대장군은 변경에 돌아온 지 두 달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병권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행동들은 문관의 비난을 받았다. 단지 황제가 줄곧 육장봉을 신임하고 있어, 문관도 기회를 찾지 못했던 것이었다. 육장봉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오자, 그들은 당연하게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 공공, 고맙네.”

육장봉은 이반반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의 발걸음은 평온했고, 시선은 침착했다. 어사의 탄핵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반반은 그 모습을 보자 조금 안심되었다. 보아하니, 대장군도 나름대로 대책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반반도 더는 말하지 않고 육장봉의 뒤를 묵묵히 따라갔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걸어 난각에 도착했다. 가까이 가자마자, 대리시 시경 안과의 비분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폐하,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습니다. 대장군께서 사심 없이 폐하께 충성하고 있다면, 왜 여태껏 병권을 내놓지 않겠습니까? 폐하, 폐하께서는 대장군을 믿으시는데, 대장군은 폐하를 믿고 있습니까? 대장군이 폐하를 믿는다면 왜 병권을 폐하께 돌려드리지 않는 겁니까? 폐하, 통촉하여 주십시오. 절대로 호랑이 새끼를 키우시면 안 됩니다!”

“병권의 일은 대장군과 상관없이, 짐의 뜻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경들도 더는 말하지 마라.”

황제는 울화를 억눌러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육장봉은 지금 황제의 기분이 아주 언짢음을 알 수 있었다. 단지 그의 언짢음이 누구 때문인지 모를 뿐이다.

“폐하, 공원의 일은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 대장군은 북요 간첩을 핑계로 보군사에게 명령해, 서생 수백 명을 잡아들였습니다. 대장군은 자기와 뜻이 다른 사람을 배척하려는 것뿐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무고한 거인들에게 간첩이라는 죄를 뒤집어씌웠습니다. 그 무심한 한마디로 거인들의 앞날을 망쳤습니다.

저희가 대장군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날에는, 대장군이 저희까지 간첩이라고 몰지 않겠습니까?”

유칙은 안과보다 말을 아꼈다. 또 그는 안과보다 황제를 더욱 잘 이해했다.

그래서 유칙은 육장봉이 병권을 내놓지 않는 일을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대신 육장봉이 공원 밖에서 소란을 피운 일로 물고 늘어졌다.

“폐하, 그 서생들은 단지 공원 밖에서 정좌만 했을 뿐, 소란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신과 국자감의 선생들이 서생들을 잘 달래는 중이었는데, 대장군이 갑자기 끼어들었습니다. 대장군은 호위병이 서생들을 모욕하고 구타하도록 방관했습니다.

그 서생 중에서는 결백을 증명하느라, 공원 밖 벽에 부딪혀 자결한 사람도 있습니다. 만약 이 일이 소문 난다면, 천하의 선비들이 저희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유칙은 이상할 정도로 비분에 잠겼다. 그는 말을 마친 뒤 머리를 깊이 조아렸다. 그리고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신은 대장군을 엄벌하실 것을 간청드립니다.”

유칙이 입을, 열자 안과도 바로 유칙의 곁으로 와서 무릎을 꿇었다.

“신도 대장군을 엄벌하실 것을 간청드립니다. 이로써 일벌백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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