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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407)화 (407/1,004)

407화 시도는 해 봐야지

황제가 천궁각의 존재를 모르고 있으리라는 걸, 육장봉은 알고 있었다.

천궁각은 늘 신중하게 일을 처리했다. 그래서 육장봉도 천궁각에 대해서는 예전에 들어 알고 있었지만, 천궁각의 사람과 교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또한, 천궁각의 사람을 신경 쓴 적도 없었다.

월씨 저택에서 월령안이 천궁각에서 설치한 장치를 이용해 황성사 시위를 일방적으로 도살하는 광경을 보고야, 그도 천궁각이 감춘 실력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실력은 그의 상상보다 훨씬 강했다.

하지만 천궁각의 사람들은 경계심이 매우 강했다. 또 외부의 것은 심하게 배척했다. 잘 아는 사람의 소개가 없다면, 기본적으로 모르는 사람의 일을 받지 않았다. 설령 받는다고 해도 진짜 실력을 드러내지 않았다.

“월령안이 명월산장의 배나무 숲에서 춤춘 것은 네가 안고 날아다닌 게 아니냐?”

황제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육장봉은 대충 이유를 둘러댔다.

“폐하, 그것은 북요인에게 천궁각의 장치를 들키지 않으려고 그런 겁니다.”

“그래, 짐이 널 오해했구나.”

황제는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육장봉의 말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이미 지나간 일을 따진다 해도 의미가 없었다. 그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천궁각의 사람이 장치를 설치할 줄 아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 혹시 시합 전에 숲에 장치를 설치하자는 것은 아니겠지? 그건 좀 아닌 것 같구나. 시합 전에 양국에서 모두 현장을 검사할 것이다. 만약 북요인들에게 들키면, 우리가 더욱 체면을 잃는 게 아니냐?”

“시합하는 숲에 장치를 설치하려는 게 아닙니다. 병기에 설치하려 합니다.”

육장봉의 눈에 날카롭고 섬뜩한 기운이 번쩍 스쳐 지나갔다.

“병기에 장치를 설치한다고?”

황제는 사색에 잠겼다.

육장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은 사뭇 엄숙했다.

“폐하, 천궁각 사람들은 장치를 제작하는 데 능합니다. 공부의 사람은 병기를 제조하는 데 능하지요. 만약 장치와 병기를 결합하면 어떻겠습니까? 북요에서는 칠연발 쇠뇌를 만들었지만, 우리가 짧은 시간에 그만한 걸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공부의 사람과 천궁각의 사람이 연합하여, 원래 있던 병기를 개조하여 연사하는 장치를 설치하게 할 수는 있습니다.”

“그게 가능하겠느냐?”

황제의 마음이 움직였다.

양국 비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단지 육장봉이 위험을 무릅쓰는 게 싫어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 것이었다.

“어쨌든 한 번은 겨루어야 합니다. 이대로 앉아서 죽기만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일전에 폐하께서 월령안이 변방에 보낸 병기를 검사하도록 조 선생과 유 선생을 변경으로 부르신 적이 있습니다. 그들이 도착했습니다. 그들은 병기의 제작에도 정통하고, 북요의 병기에 대해서도 잘 압니다. 그들에게 공부의 사람을 데리고 천궁각과 함께 시도해 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가능할 게 뻔했다. 육장봉은 이미 월씨 저택에서 사람이 조작하지 않아도 연사되는 쇠뇌를 보았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황제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우리에게는 고작 이틀밖에 없다. 가능하겠느냐?”

황제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결정을 내린 뒤였다. 만분의 일 밖에 안 되는 가능성이라도 시도를 해봐야 했다.

“어차피 시도해 본들 상황이 나빠지지는 않을 겁니다.”

육장봉은 황제에게 장담하지 않았다. 감히 장담할 수도 없었다. 그가 지나치게 확신하는 모습을 보이면, 황제의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

“네 말이 맞다. 시도는 해 봐야지. 이 일은 네가 맡아라. 짐이 나서야 하는 것이 있다면 마음껏 말해 보아라.”

황제도 잘 알았다. 전투나 병기에 대해서라면 자기보다는 육장봉이 더 잘 알았다.

육장봉에 비하면 황제는 문외한이었다. 이 일을 전적으로 육장봉에게 맡기는 편이, 그가 무턱대고 지휘하는 것보다 백 배 나았다.

육장봉은 황제의 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폐하, 천궁각의 사람들은 줄곧 외부인과 협력하지 않았습니다. 외부인과 협력한다 해도 실력을 모조리 드러내지 않습니다. 만약 천궁각의 사람들이 숨기고 감춘다면 우리가 죽음으로 협박해도 소용없습니다. 천궁각이 최선을 다하게 하려면 한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월령안은 아니겠지?”

황제는 눈살을 찌푸리고 불쾌한 얼굴을 했다.

육장봉은 원래 말하려던 이름을 삼키고, 다른 사람의 이름을 댔다.

“수횡천입니다.”

“수횡천이라고?”

황제는 눈살을 더욱 찌푸렸다.

‘잠한성이 길들인 사사들을 아직 다 찾지 못했다. 그런데 수횡천을 내보내 줬다가, 만약 수횡천이 그들을 전부 구하면 어쩌지?’

그들이 죽지 않는 한, 결국 화근이 될 것이다.

육장봉은 황제의 걱정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또 황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는 시선을 내리깔아 눈 속의 날카로움을 숨기고는 여유롭게 말했다.

“폐하, 지금은 양국 비무가 가장 중요합니다. 수횡천은 무림맹주입니다. 천궁각의 사람들이 우리는 믿지 않더라도 수횡천은 믿을 겁니다. 수횡천이 나선다면 일이 훨씬 쉬워질 겁니다.”

지금은 수횡천에게 득이 되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수횡천이 무공은 뛰어났다. 그를 먼저 명월산장으로 보내서 월령안을 보호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육장봉은 황제가 안심할 수 있도록 더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고 말했다.

“폐하, 우리 쪽에서는 잠한성의 고향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잠한성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놈이 도대체 수횡천에게 뭐라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수횡천을 먼저 내보내면, 그가 우리에게 길을 안내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무림 비무가 코앞인데 우리가 수횡천을 계속 가두어 둘 수는 없습니다. 그가 먼저 얼굴을 드러내게 해서, 강호의 여러 문파를 안정시켜야 합니다.”

황제의 얼굴에 머뭇거리는 기색이 나타났다.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육장봉은 또 은근하게 바람을 넣었다. 그러면서도 황제가 물러날 여유를 충분히 주었다.

“폐하, 동산파(峒山派)의 사람이 변경에 나타났습니다. 우리가 수횡천을 가둔 사실이 더는 비밀이 아닙니다. 북요인이 이 일을 이용하여 강호와 조정의 분쟁을 일으킨다면, 우리는 끌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황제의 안색이 변했다. 이제 더는 머뭇거리지 않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네가 말한 대로 하자. 수횡천이 나서서 천궁각의 사람과 교섭하게 해라.”

하지만 수횡천을 이렇게 풀어 주자니, 황제는 썩 내키지 않았다. 또 한마디 덧붙였다.

“만약 천궁각의 사람이 이틀 안에 북요의 칠연발 쇠뇌와 맞먹을 무기를 개조해 낸다면, 짐은 과거의 잘못을 묻지 않고 수횡천을 용서하겠다. 그러지 못하면, 이번 일과 예전의 일을 더하여 죄를 물을 것이다.”

“신의 뜻도 그러합니다.”

육장봉 역시 수횡천을 고분고분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그에게서 이득을 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육장봉은 잠시 멈췄다가 또 말했다.

“폐하, 일차전에서도 싸워 볼 만할 겁니다.”

육장봉은 북요인이 일차전과 삼차전에서 이기게 해 줄 마음이 없었다. 그러나 대국의 품격을 생각해, 이차전을 북요인에게 양보할 수는 있었다. 북요인이 이득을 보게 해서, 그들이 너무 처참하게 지지 않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다.

“뭐라고? 일차전도 이길 수 있다고? 장봉아, 네게 무슨 수가 있느냐?”

황제는 흥분한 기색으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육장봉에게 부담을 줄까 봐 애써 흥분을 억눌렀다.

황제는 당연히 육장봉을 믿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지금 이틀의 시간밖에 없었다. 실로 너무 촉박했다.

게다가 예전에는 천궁각과 교류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천궁각의 실력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천궁각이 이틀 사이에 칠연발 쇠뇌에 못지않은 무기를 개조해 내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도 일단 수횡천을 풀어주는 걸 승낙한 이유는, 도저히 다른 수가 없어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에 한 번 시도해 보는 것일 뿐이었다.

만약 육장봉이 일차전에서도 자신이 있다면, 그들도 삼차전에 모든 희망을 걸 필요가 없었다.

“약왕곡의 손불사입니다.”

육장봉도 황제기 갑자기 북요에서 온 소식을 듣고 양국 비무의 일을 지나치게 걱정하느라 더없이 당황한 걸 알았다. 그래서 마음이 불안하고 머리가 복잡해 당장은 손불사를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침착해지고 난 다음이라면 떠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구나. 짐이 어쩌다 손 신의를 잊었을까? 손 신의의 의술이라면 분명 문제가 없을 거다.”

황제는 크게 기뻐하며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눈에 드리워졌던 걱정도 많이 사라졌다. 심지어 투덜거릴 여유도 생겼다.

“짐이 어젯밤에 손 신의를 떠올렸더라면, 한숨도 못 잘 정도로 걱정하지는 않았을 텐데. 이게 다 너와 계안이 때문이 아니냐. 어젯밤에는 어느 한 놈 찾을 수가 없었지. 그래서 병부의 몇몇 노장과 대책을 상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는 이길 수 없다, 절대 이길 기회가 없다는 말만 잔뜩 늘어놓고, 짐에게 손실을 최소로 줄일 방법이나 생각하라더구나. 그 바람에 자신감이 전부 사라져서, 어떻게 손실을 최소로 줄일지만 궁리하고 있었다. 이기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

육장봉은 시선이 차가워졌다.

“인제 보니 병부의 몇몇 노장이 폐하 앞에서 헛소리를 늘어놓아 폐하의 결단에 지장을 주었군요. 폐하, 비무에서 승리를 거두고 나거든, 일이 생기면 타협할 줄밖에 모르는, 기개라고는 조금도 없는 장수들을 다스리셔야 합니다.”

‘어쩐지 폐하께서 북요의 비장의 무기를 알아낸 다음에는, 대책부터 생각하지 않고 포기할 생각만 하시더라니.’

이건 병부의 그 늙은이들이 한 짓이 분명했다.

황제는 한숨을 내쉬고 승낙했다.

“짐도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 이 일은 병부 사람들만 탓할 게 아니었다. 주나라 사람들 마음속에 북요인의 강함이 깊이 박혀 있었다.

그들이라고 예전부터 기개가 없었던 게 아니다. 목숨을 걸고 한 판 붙어, 북요를 철저히 꺾을 생각을 안 해 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양측의 실력 차이가 너무 현저했다. 그들이 전쟁에 나갈 때마다 마지막에는 늘 처참한 패배로 막을 내렸다. 그 뒤에는 더욱 큰 대가를 치러야만 북요의 분노를 달랠 수 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고종 황제가 재위했을 때만 보아도 그랬다. 고종 황제는 야심만만하게 북요와 전쟁을 치르고 재위 중에 큰 공적을 세우려고 했다.

고종 황제는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직접 전쟁터에 나갔지만, 도리어 북요에게 생포 당할 뻔했다. 결국 막대한 재물로 배상한 것은 물론, 공주를 멀리 시집보내 화친할 수밖에 없었다.

고종 황제는 청희 장공주가 북요에 가서 고생할 거를 딱하게 여겼다. 그래서 현음 공주를 대신 희생했다.

말년에 이르러서, 고종 황제는 또 한 번 야심을 불태워 북요와 전쟁을 치르러 나갔다. 그 전쟁에서 진 것은 물론이고, 백성들은 안심하고 살 수가 없게 되었다. 그 이후 백성들이 겪은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고종 황제는 전쟁에서 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선황에게 골칫거리를 가득 남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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