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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398)화 (398/1,004)

398화 이게 무엇입니까?

사실 황제가 사전에 월 삼낭이 월령안의 언니임을 몰랐다면, 이 두 사람이 자매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두 사람은 모든 면에서 전혀 달랐다. 그뿐만 아니라 월 삼낭은 월령안보다 몇 살 더 어려 보였다. 아주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어, 그녀가 열다섯, 여섯 살이라고 해도 믿었으리라.

황제가 사람을 살펴볼 때는 전혀 거리낄 필요가 없었다. 그는 월 삼낭을 거침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월 삼낭은 황제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 태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렇게 좋은 아가씨를 누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

태후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좌우로 황제와 월 삼낭의 부축을 받으며 식당으로 걸어가서 상석에 앉았다.

“폐하도 앉으십시오.”

태후는 기분 좋게 황제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리고 다른 궁녀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영수만 있으면 된다. 너희는 물러가거라. 나와 폐하는 가족끼리 한 끼 하려는 것뿐이니, 이렇게 많은 사람이 시중들 필요는 없다.”

태후는 그렇게 말하고 황제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폐하께서도 괜찮으시지요?”

“모후 말씀이 맞습니다. 우리 모자가 함께 한 끼 먹으려는 것뿐이니, 편한 게 좋습니다.”

황제가 이런 사소한 일로 태후의 체면을 무시할 리가 없었다. 당연히 태후가 좋다면 그만이었다.

“좋아요. 참 좋습니다.”

역시 태후는 기뻐했다. 식탁 위에 있는 음식을 가리키며 황제에게 말했다.

“폐하, 이 모든 걸 삼낭 이 아이가 만들었답니다. 이 요리는 입에 막 넣었을 때는 불을 지른 듯이 화끈하지만, 두어 입 더 먹어 보면 별미로 느껴진답니다. 아주 입맛을 돋우더군요.”

“이게 다 무엇입니까? 온통 빨갛게 물들어 그런가, 경사스러워 보입니다.”

황제는 식탁 위에 가득 차려진 요리를 보고 짐짓 놀란 척하며 말했다.

사실 그는 맛있는 걸 탐할 나이가 한참 지났다. 어릴 적에는 먹는 걸 좋아했지만, 그것도 맛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맛있는 게 있더라도 먹는 걸 아까워했다. 남겨서 조계안에게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황제가 되었는데, 무슨 별미인들 못 보았겠는가. 태후가 말하는 신기한 음식에도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단지 태후의 체면을 세워주느라 맞장구를 쳤을 뿐이다.

“이건…….”

태후는 빙그레 웃으며 뜸을 들였다. 그러더니 월 삼낭의 손을 잡아당겨 황제 앞으로 떠밀었다.

“삼낭, 이리 오너라. 네가 와서 폐하께 말씀드리거라.”

“네, 태후 마마.”

월 삼낭은 무릎을 굽혀 예를 올리고는 과감하게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식탁 위에 놓인 빨간 음식을 가리키며 말했다.

“폐하, 이 요리는 마파두부(麻婆豆腐)입니다. 이 붉은 색깔은 고추를 사용해서 낸 것입니다.”

“고추? 정말 신기하군.”

황제는 적당히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눈빛은 아주 담담했고, 젓가락도 대지 않았다. 흥미를 느끼지 않는 게 분명했다.

월 삼낭은 조금 실망했지만, 곧 기운을 차렸다. 재료를 채 썰어 만든 요리를 가리켰다.

“폐하, 이건 감자라고 하며, 해외에서 온 종자입니다.”

월 삼낭은 요리를 소개하는 한편, 황제의 반응을 자세히 살폈다. 하지만 황제는 해외의 종자라고 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한마디 덧붙였다.

“폐하, 감자는 주식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 묘당 천 근 이상 수확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묘당 수확이 천 근이라? 확실한 것이냐?”

월 삼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황제는 흥분해서 말을 중단시키고 서둘러 캐물었다.

황제의 반응을 보자, 월 삼낭의 미소는 주체할 수 없이 커졌다.

‘걸려들었군!’

월 삼낭은 마음속으로 기뻐했지만, 겉으로는 담담했다. 조심스러운 태도로 우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요령껏 황제 앞에서 자신의 어여쁜 옆얼굴을 드러냈다.

“폐하, 소녀가 사람들에게 시험 삼아 재배하게 해 보았습니다. 확실히 묘당 천 근의 수확이 날 뿐만 아니라 주식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어디에서 시험 재배를 했느냐?”

황제의 눈에서 희열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 모습을 본 월 삼낭도 긴장이 조금 풀렸다.

“남쪽에서 시험 재배했습니다.”

“남쪽? 청주 말인가?”

황제가 또 물었다. 월 삼낭을 보는 눈빛이 한층 더 열렬했다.

월 삼낭은 이 문제에 대답하기 싫었다. 그러나 대답하지 않을 수는 없어,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와 청주의 관계는 그렇게 쉽게 바꿀 수는 없었다. 부인하려 해도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황제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그렇다면 이 식탁의 신기한 것들은 모두 네가 청주에서 가지고 온 것이냐?”

매년 각지에서 수많은 상주서가 올라왔다. 묘당 수확량이 천 근, 만 근이요, 하늘에서 상서로운 징조가 내려왔다느니, 하늘에서 선과(仙果)가 내려왔다느니 등등…….

황제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애초에 별다르게 여기지도 않았다. 게다가 이것들은 모두 월 삼낭이 내놓은 것이니만큼, 경솔하게 믿을 수도 없었다.

“네, 제가 가져왔습니다.”

황제의 표정이 싸늘해지자, 월 삼낭도 얼굴의 미소를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폐하께서 왜 저러시지? 왜 갑자기 안색이 변했을까?’

하지만 그녀가 더 생각하기도 전에 황제가 또 물었다.

“너는 이것들이 모두 해외의 것이라 했다. 그럼 너희 배가 출항했다는 말이냐? 언제 출항했느냐? 시박사(市舶司 - 해외 출입 선박 및 무역 등을 관리하는 부서)에 등록은 했느냐? 항해하는 배가 항구를 드나들면 무엇을 실어 가고 무엇을 실어 오든 반드시 시박사에 등록해야 한다. 이 묘당 천 근이나 나는 것을 시박사에 등록은 했느냐?”

“폐하, 소, 소녀는…….”

월 삼낭은 황제가 묘당 천 근이 나는 종자를 주목하지 않고, 어째서 이런 세세한 부분을 물고 늘어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일이 이미 자신이 수습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음을 깨달았다.

월 삼낭은 순간 온몸에서 식은땀이 쫙 났다. 그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무릎을 꿇었다.

황제의 반응은 그녀의 예상과 사뭇 달랐다.

한쪽에 앉아 있던 태후도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 그녀는 입을 벌려 뭐라고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황제의 엄숙한 얼굴을 보자, 결국 맥없이 도로 앉아야 했다.

황제는 태후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차가운 얼굴로 계속 다그쳤다.

“이 해외의 것들은 누가 황궁에 가지고 왔느냐? 어의가 검사한 적은 있느냐?”

“폐하…….”

이번에 태후는 참지 못하고 말문을 열었다.

밖에서 물건을 들여오는 것은 월 삼낭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것이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태후 그리고 유씨 가문의 연줄 때문이었다.

월 삼낭은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머리를 잽싸게 굴려 잠깐 머뭇거린 뒤 거짓말을 섞어서 말했다.

“폐하, 이 감자와 고추는 원래 소녀의 아버지가 출항하셨다가 가져온 겁니다. 월씨 가문에서는 줄곧 사사로이 배를 출항시켰습니다. 이 일은 지금 월령안도 하고 있을 겁니다. 폐하께서 믿기 어려우시면 월령안에게 물어보셔도 됩니다.”

“네 말대로라면, 십 년 전에 가져온 종자를 인제 와서야 짐에게 알리는 것이냐?”

황제는 월씨 가문에서 사사로이 배를 출항시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월 삼낭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월 삼낭이 월령안을 끌어들이려는 속셈이 너무 티가 났다.

월 삼낭은 허둥지둥 고개를 저었다. 아름다운 두 눈에 눈물을 머금고 황제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아닙니다……. 폐하, 그, 그건 청주 쪽에서 수십 년에 걸쳐 재배 방법을 알아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이것을 무엇에 쓰는지 몰랐습니다. 소녀는 이것이 묘당 수확량이 천 근이 되는 걸 알고, 폐하께 바치려고 감히 청주에서 훔쳐냈습니다.

폐하, 소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바치는 것이라고 하니 물건은 짐이 받아 두겠다.”

황제는 월 삼낭의 마지막 말을 무시했다. 그리고 이반반에게 손짓했다.

“남은 이것들, 뭐냐, 감자와 고추라고 했던가. 이것들을 모두 남의 손을 타지 않게 보관해라. 농업사(農業司 – 농업을 담당한 관청)와 태의원에서 보고 난 다음 의논하겠다.”

“폐하, 소녀는…….”

월 삼낭은 황제의 말에 당황했다. 황제는 물건만 가져가고, 그녀를 보호해 줄 뜻이 없었다.

“이반반, 데리고 가서 자세히 심문하거라.”

황제는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바로 손을 들어 이반반에게 사람을 끌고 가게 했다. 그다음에는 태후에게 사과했다.

“모후, 월 삼낭의 내력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짐이 데리고 가서 물어볼 게 있습니다. 부디 언짢아하지 말아 주십시오.”

태후는 눈을 감고 힘없이 일어섰다.

“나도 많이 늙은 모양입니다.”

태후는 월 삼낭이 영리하니, 예쁜 얼굴과 뛰어난 수완으로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렇게 무용지물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태후는 황제에게 그녀의 표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를 흘끔 바라보고는 몸을 돌려 버렸다. 그녀의 등은 약간 굽어 있었고, 내딛는 걸음마다 무겁기 그지없었다.

“모후.”

황제는 마음속으로 탄식했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태후를 부축하며 상냥하게 위로했다.

“모후, 북요 사절단이 변경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짐이 당분간은 찾아뵙지 못할 듯합니다. 유씨 가문 낭자를 황궁에 불러들여 모후께 말벗이라도 해 드리라고 하면 어떻습니까?”

그가 태후 옆의 사람을 데리고 갔으니 대신할 사람을 붙여 주어야 했다. 태후는 늘 유씨 가문 사람을 좋아했다. 그렇다면 유씨 가문에서 다른 아가씨를 보내어 태후를 모시게 하면 될 것이다.

“폐하의 뜻대로 하시지요.”

태후는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황제를 보는 눈빛에도 친근함이 돌았다.

월 삼낭은 큰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황제가 허락하였으니, 유씨 가문 낭자를 황궁으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되었다.

유씨 가문 낭자가 입궁하면 어떻게든 비로 맞아 들도록 황제의 허락을 받아 낼 것이다. 유씨 가문의 여인이 황자를 낳으면, 유씨 가문 삼대까지의 부귀영화는 보장할 수 있었다.

그녀가 유씨 가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었다.

태후는 눈을 지그시 감고, 눈 속의 계략을 숨겼다.

* * *

황제는 태후를 달랜 뒤, 곧바로 난각으로 돌아가면서 명령을 내렸다.

“장봉이와 계안이를 찾아오거라.”

육장봉은 추밀원에 있었고, 조계안은 황궁을 떠나지 않았다. 반 시진 뒤, 두 사람은 차례대로 황궁에 도착했다.

“황형,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조계안은 여전히 건들건들한 태도로 난각에 들어섰다. 그리고 탁자 위의 과일을 아무렇게나 집어서는 위아래로 던지며 놀았다.

“폐하.”

육장봉은 들어서자 황제에게 포권하여 예를 올렸다.

황제는 손을 들어 두 사람더러 앉으라 했다. 그러고는 이반반에게 태후의 궁에서 가져온 감자, 고추 등을 두 사람 앞에 내놓으라고 했다.

“이게 무엇입니까?”

조계안은 힐끗 쳐다보고 물었다.

“월 삼낭은 이것들을 청주에서 훔쳐 온 종자라고 했다. 이 흙덩어리 같은 것은 감자라고 하는데 묘당 수확량이 천 근이나 된다고 했다. 청주에서는 이미 시험 재배에 성공했다고 하더구나. 빨간 것은 특별한 게 없어. 그냥 산수유 같은 조미료였다.”

황제는 벌써 태의원의 사람에게 검사하게 했다. 두 가지 모두 독이 없었다.

“묘당 수확량이 천 근에 달한다고요? 그렇게 대단하다니요?”

조계안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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