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화 월씨 저택에는 뭐가 있는 거야?
금군 대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사람을 놓아주고, 부하들을 불러 불을 끄게 했다.
“집마다 찾아가서 저장해 두었던 물을 내달라고 해라. 협력하지 않는 집은 때려 부숴도 좋다!”
불꽃 아래에서 금군 대장은 칼을 뽑아 들고 살기등등함을 내뿜었다.
‘월씨 저택은 정말 이상하군. 한 달에 연속 세 번이나 화를 당하다니. 그것도 정도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잖아. 보통 집이면 그렇다 쳐도, 월씨 저택의 여주인과 육 대장군은 특별한 사이인데. 두 사람은…….’
물론, 육 대장군이 지금은 그들을 관리하지 않는다지만, 추밀사로서 모든 병마를 관리했다. 육 대장군이 금군의 일에 전혀 간섭하지는 않더라도 간접적으로는 그들의 상사라고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병사가 자기 상사의 여인조차 보호하지 못한다면, 육 대장군이 그들을 벌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 자신이 체면이 서지 않았다.
금군들은 공을 세워 죄를 갚겠다는 생각으로 팔이 시큰시큰 쑤시도록 나무통을 들고 집집을 누볐다. 결국 송취 골목의 모든 집의 물을 모조리 비우고 나서야 마침내 불길을 잡았다.
불길이 잦아드는 순간, 금군 대장은 가슴속의 갑갑한 기운이 쑥 빠져간 듯 후련함을 느꼈다.
그들은 최대한 빨리 월씨 저택의 화재를 진압했다. 불길이 번지지 못하게 했으며, 최선을 다해 월 가주의 재산 피해를 막았다.
‘육 대장군이 우리를 칭찬하지는 않더라도 벌을 주지는 않겠지?’
지금도 영녕후부 밖에 서서 한 걸음도 떠나지 못하고 있는 두위를 떠올리자, 금군 대장은 등이 아픈 것 같았다.
저번에 두위의 부대가 얻어맞는 것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중에 그들이 말하는 것만 들어도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속으로는 자기가 벌을 받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금군 대장은 여기까지 생각하고, 곧 다시 정신을 바싹 차렸다.
“들어가서 불이 난 원인을 찾아보고 월씨 가문의 피해를 점검해 보아라.”
그 무렵 저택 안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나고 드문드문 잔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금군도 빈손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한 사람당 물 한 통씩 들고 들어가, 불씨를 보면 물을 한 바가지씩 퍼부어 불을 철저하게 끄도록 했다.
월씨 저택은 그리 크지 않았다. 병사들은 재빨리 한 바퀴 돌아보고 대장에게 달려와 보고했다.
“대장, 조사했습니다. 발화점은 본채의 서재입니다. 기름 냄새가 나는 걸 보니, 누군가 일부러 불을 지른 것 같습니다.
본채가 가장 심하게 파손되었습니다. 전체가 타 버려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동쪽과 서쪽에 있는 건물에는 발화점이 없지만, 역시 거의 다 타 버렸습니다. 그냥 나무 골격만 남았습니다.
월씨 저택 화재에서는 불길이 줄곧 위로만 치솟았습니다. 오늘 밤은 바람이 그리 세지 않지만,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불길이 위로 치솟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좌우 양쪽으로도 번져야 하지요.
제 추측으로는 방화한 사람이 무슨 장치를 해서 불길이 위로만 치솟게 한 것 같습니다.”
“확실한 것이냐?”
금군 대장의 기름기 번지르르한 얼굴에 수심이 떠올랐다.
‘일이 좀 복잡하군. 설마 내가 무슨 큰일에 말려든 건 아니겠지?’
부하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신합니다.”
“날이 밝기 전까지 문서로 정리해서 제출해라.”
금군 대장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부하에게 폐허가 된 월씨 저택을 지키라고 분부했다.
“현장을 잘 보존해라. 내 명령 없이는 그 누구라도 들여보내서는 안 된다. 누구든 월씨 저택의 풀 한 포기, 물건 하나도 훼손해서는 안 된다. 누구도 안 된다! 알겠느냐?”
기왕 말려들었으니 혼자 빠져나오기는 글렀다. 이쪽저쪽 줄타기를 하는 건 더더욱 안 될 노릇이었다.
‘혹시 이게 기회가 될 수도 있어.’
금위 대장은 부하에게 분부한 다음, 잠시도 쉬지 않고 말을 몰아 장군부로 갔다. 장군부에 줄을 댈 수 있을지, 없을지는 이번 기회에 달렸다.
그는 멍청이 정서처럼 문신들의 손아귀에 조종당하는 꼭두각시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 * *
월씨 저택에 불이 났다.
육장봉은 금군이 월씨 저택으로 달려가 불을 끄기도 전에 그 소식을 접했다. 심지어 큰불이 그렇게 활활 타오른 데에는 그의 공로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그만 알고 있으면 됐지, 굳이 남에게 알릴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금군 대장이 월씨 저택에 불이 났으며 의도적인 방화로 의심된다고 보고했을 때, 육장봉은 눈꺼풀도 들지 않고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나는 성안의 치안을 책임지지 않았다. 앞으로 성안 치안에 관한 문제는 내게 보고할 필요가 없다.”
“네, 대장군.”
본래 금군 대장은 이번 일을 기회로 육 대장군에게 줄을 댈 수 있다고 여겼다. 뜻밖에 그가 이처럼 냉담하게 나오자 순간 불안에 떨었다.
‘내가 쓸데없는 짓을 했나? 잘못한 건가?’
다행히 육이가 그를 배웅하면서 한마디 해 주었다.
“금군의 일 처리가 전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계속 유지하시면 됩니다.”
금군 대장은 이 말을 듣자마자 바로 투지를 불태웠다. 촌각을 다투어 송취 골목으로 달려가면서도 전혀 피로를 느끼지 않았다.
그가 말에서 내리자마자 부하가 급히 달려왔다.
“대장, 마침 잘 오셨습니다……. 정서 그 개자식이 왔습니다. 말로는 저희를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애들이 막고는 있는데, 그 개자식이 사람을 꽤 데리고 왔습니다. 곧 막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정서, 그 개자식이! 지난번에 대장군께서 개선하실 적에 문신들의 입김으로 치안을 담당하더니, 이제는 내 머리 위로 기어오를 수 있을 줄 아는 모양이지! 가자. 내가 오늘 본때를 보여줘야겠다.”
육이의 말을 들었으니, 금군 대장은 조금도 기가 죽지 않았다. 삼품 수장(守將) 정서는 물론이고 무슨 국공(國公)이나 군왕이 와도 저택 안으로 절대 들이지 않을 것이다.
금군 대장은 잔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본인은 당장 달려가서 정서를 막는 동시에 부하에게는 사람을 더 부르라고 분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싸우게 되면 사람이 많아야 유리하지. 정서 그 개자식은 아무것도 따지지 않는 놈이니까.’
금군 대장이 정서를 잘 알고 미리 사람을 불렀기에 망정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정서가 정말 사람들을 끌고 월씨 저택으로 쳐들어갔을 수도 있었다.
정서가 어째서 월씨 저택에 들어가려 하는지는 금군 대장도 몰랐다. 그러나 정서가 월 가주와 적대관계면 곧 그들과도 적대관계였다. 그러니 정서가 하려는 일은 모두 저지할 것이다.
정서는 사람을 꽤 많이 데려왔다. 그러나 금군의 머릿수가 훨씬 많았다. 정서는 이길 수 없음을 알고 씩씩거리며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람을 데리고 와서 소동을 일으켰다고 처분을 받을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병부(兵部)의 사람이 날 보호해 줄 것이다. 월령안에게 뇌물을 받은 죄까지도 인정했는데 겁날 게 뭐가 있겠어.’
정서가 사람들을 데리고 거들먹거리며 떠나자, 금군은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정서의 뒤에는 장 부승상과 병부상서가 있었다. 그들도 정서를 어찌할 수가 없었다.
“죄를 지은 만큼 벌을 받을 거다. 저 개자식이 나쁜 짓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언젠가는 천벌을 받을 거야.”
금군 대장도 부하들이 화난 줄은 알았다. 하지만 아직은 정서를 건드릴 수 없었다. 그래서 부하들에게 위로를 몇 마디 던지는 김에 이런 약속까지 했다.
“월 가주는 통이 크다고 들었다. 우리가 제때 불을 끄고 불길이 번지는 것을 저지해 이번 화재로 이웃까지 다치는 일이 없게 했잖느냐. 월 가주는 우리에게 틀림없이 고마워할 것이다. 너희가 오늘 고생 좀 해라. 정신을 바싹 차리고 잘 지켜봐. 내일 취복루(聚福樓) 일등석에서 마음대로 먹게 한턱내마.”
“대장, 감사합니다!”
이 말을 들은 병사들은 정신을 바싹 차렸다. 하나같이 눈에 불을 켜고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정말로 월씨 저택으로 슬금슬금 들어가는 사람 둘을 붙잡았다.
“월씨 저택에는 도대체 뭐가 있는 거야? 이 지경으로 다 타 버려서 돈 되는 것도 없는데, 어떻게든 들어가려 하는 사람이 있다니?”
“누가 알아. 대장이 지키라고 했으니까 잘 지키기나 하자. 다른 일은 될수록 생각하지 말자고. 그러다 괜히 영문도 모르고 죽을지도 몰라.”
“그만 가서 한 바퀴 둘러보자고. 자세히 봐. 아무도 잠입해서는 안 돼.”
남몰래 들어가려는 사람을 둘이나 잡자, 금군도 어딘가 문제가 있음을 알아챘다. 모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순시했다. 그들의 눈앞에서 누구도 몰래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 * *
한편, 월씨 저택 근처에서는 흑의인 한 무리가 쉴 새 없이 오가는 금군을 보면서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그들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조용히 어둠 속에 몸을 감추고 적당한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나 날이 밝을 때까지도 그들은 적당한 기회를 찾지 못했다.
“어떡하지?”
날이 곧 밝을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월씨 저택에 잠입할 수 없었다. 흑의인들이 아무리 침착하다고 해도, 이제는 조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너희는 여기서 지키고 있어라. 내가 주인께 보고하겠다.”
우두머리가 일어나서 분부했다. 그는 바로 담벼락으로 뛰어오르더니 사람들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만약 육장봉이나 조계안이 있었더라면, 이 흑의인들의 몸놀림을 미루어 보아 이들이 잠한성이 키워낸 사사와 같은 스승에게 배웠음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흑의인의 우두머리는 오래지 않아 소씨 저택에 나타났다.
그는 소 승상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주인님, 월씨 저택에 갑자기 불이 나서 그 불이 꺼질 때까지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그 뒤로 금군이 줄곧 월씨 저택 문밖을 지키고 있어서, 안으로 잠입할 수가 없었습니다.”
“쓸모없는 놈!”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소 승상의 얼굴은 음침하고 쇠잔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흑의인은 흠칫 떨더니 고개를 더욱 푹 숙였다.
“하루를 주겠다. 하루 내에 절연장을 가져오지 못하면 너희 모두…… 스스로 벌을 받거라.”
소 승상은 이들 하나하나의 능력이 강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모두 죽어라’라는 말을 가까스로 삼켰다.
이 사사들은 청희 장공주가 그를 위해 훈련한 이들이었다. 그리고 소 승상의 마지막 비장의 무기였다. 소씨 가문이 다시 일어서는 데는 이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허투루 잃어서는 안 되었다.
흑의인은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했다. 명령을 받은 뒤, 다시 월씨 저택 맞은편에 나타나 자기 부하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간 순간, 골목에서 한바탕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흑의인의 안색이 돌변했다. 그는 재빨리 골목으로 달려갔다. 그의 부하 모두가 허리에 황금 장신구를 찬 살수의 손에 쓰러진 모습이 보였다.
“네놈들이……!”
흑의인들의 우두머리는 상대방의 차림새를 보고 크게 노해 소리쳤다.
“여기는 수도다. 여기에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
“허허!”
황금당의 살수는 골목에서 마지막 사사를 죽였다. 그리고 아무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흑의인에게 말했다.
“미안하군, 우리 황금당도 살기 힘들어서. 장사를 가려서 할 처지가 아니거든.”
황금당의 사람은 말을 마치더니, 검을 거두며 또 덧붙였다.
“너는 죽이지 않을 거다. 월령안이 네 주인에게 한마디 전하라고 했거든. 돌아가서 잊지 말고 전해라. 월령안은 돈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네 주인이 무엇을 하든지 끝까지 상대해 줄 거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