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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377)화 (377/1,004)

377화 빈부 격차를 줄일 수 있어요

처음만 해도 황제는 조금은 기꺼워하며 물어봤다.

하지만 이반반이 소 승상이 고발한 월령안의 여덟 가지 죄목을 일일이 말하자, 더는 웃을 수가 없었다.

“관리를 매수하고, 치안을 담당하는 무장에게 뇌물을 먹이고, 병기를 소장하고 있다고……. 월령안의 재간이 정말 대단하구나.”

민심을 매수하고, 윗사람을 거역하고, 양가의 여인을 핍박하여 기녀를 만들고, 사사로이 기루를 운영하는 따위의 일은 신경이 쓰이지도 않았다. 그 몇 가지 죄명은 소씨 가문이 고의로 부풀린 게 분명했다.

월령안에게 돈이 많다지만, 민심을 매수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아닐 것이다. 돈을 뿌려 민심을 매수할 수 있다면, 월령안보다 부유한 강남의 소금 상인들은 얼마나 더 위험할지 몰랐다.

“폐하, 월령안이 병기를 소장하고 있는 건 아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월씨 저택이 잇달아 두 번이나 습격을 받았잖습니까. 월령안이 방어하는 것도 정상적인 거지요. 그리고 관리를 매수했다는 건에 대해서는 저도 아는 바가 있습니다.”

이반반은 월령안의 편을 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와 동본(同本) 조카가 월령안이 갖고 있던 좋은 가게를 헐값에 몇 군데나 샀다. 그렇게 치면 그도 월령안에게 매수된 셈이었다.

“너도 안단 말이냐?”

황제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너도 월령안의 가게를 샀느냐?”

이반반은 깜짝 놀라 안색이 창백해졌다. 당장 무릎을 꿇었다.

“폐하, 내관인 제가 가게를 사서 무엇에 쓰겠습니까?”

황제의 얼굴빛이 조금 나아졌다. 이반반에게 일어나라 하고는 물었다.

“짐에게 말해 보아라. 어찌 된 일이냐?”

“폐하, 사실은 이렇습니다. 육비우 공자가 월령안을 육씨 가문에서 내쫓았잖습니까. 그때 월령안은 육씨 가문의 비호를 잃으면 자기가 가진 사업을 보전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신속하게 행동한 겁니다. 자기가 쫓겨났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전에 그날로 갖고 있던 사업을 태반 팔아 버렸습니다.

그 가게들이 시세보다 몇 할 더 싸게 팔린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당시 월령안은 서둘러 팔아야 했고, 그렇게 많은 가게를 한꺼번에 정리해야 했으니 가격을 깎는 건 정상이지요.”

이반반은 여기까지 말하고 잠깐 생각을 더듬은 후 덧붙였다.

“변경에 세도가들이 많다지만, 당장 거금을 내고 월령안이 가진 가게를 살 수 있는 사람은 몇몇뿐입니다. 월령안은 소 승상과 원한이 있다 보니, 소 승상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가게를 사려고 해도 모두 거절했습니다. 대신 다른 사람들에게는 돈만 가지고 가면, 신분과 지위를 불문하고 모두 팔았습니다.

월령안도 아주 영리하게 처신했지요. 급하게 처분했지만, 사업을 해체하여 한 사람당 한두 곳만 살 수 있게 하고, 이익도 크게 보지는 못하게 했습니다.

그 가게를 산 사람들은 조정 관리의 가족이 대부분이고, 그들이 이익을 본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익을 본 사람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 누구도 월령안이 자기를 특별히 챙겨주었다고 여기거나, 자기가 매수당했다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물론 월령안에게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고요.”

황제는 듣고 나서 냉소를 지었다.

“월령안을 이렇게 감싸면서, 아직도 이득을 보지 않았다고 하느냐?”

이반반은 다시 털썩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

“폐하, 현명하십니다. 제 조카가 눈치가 빨라 성 밖의 온천 장원과 잡화점을 사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로 월령안에게 매수되지 않았다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믿으실 수 없다면 사람을 보내 조사해 보십시오.

당시 월령안이 가게를 파는 바람에 매우 큰 소란이 있었는데, 가게를 사들인 여러 집에서는 모두 월령안에 대해 불만이 많았습니다. 월령안이 그들에게 모든 가게를 한꺼번에 팔지 않은 건 그들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 거라고 말입니다.

월령안이 정말 가게로 조정의 관리들을 매수하려 했다면, 굳이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 팔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황제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말투는 여전히 엄격했다.

“조정의 관리에게 가게를 헐값에 팔아 매수한 일은 짐이 따지지 않겠다. 그렇다면 치안을 담당한 관리에게 뇌물을 먹여서 저지선을 뚫고 길거리에서 장봉이를 가로막았던 일은 어찌 된 일이냐?”

“그건…….”

이반반은 울상을 하고 말았다. 이건 월령안의 편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건 월령안이 정말로 저지른 일이었기 때문이다.

* * *

육장봉이 승리를 거두고 변경으로 돌아온 날, 월령안은 자기가 소박맞으리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육장봉이 한시도 기다리지 않고, 돌아온 그 날 당장 쫓아내리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다.

당시 그녀는 육씨 저택에서 육장봉을 맞이할 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마음속으로는 육장봉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육장봉을 만났을 때 처음 무슨 말을 할지, 앞으로 육장봉과 어떻게 지낼지, 그들 부부가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날이 육 부인으로서의 마지막 날임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육비우의 손에 떠밀려 육씨 가문에서 쫓겨났을 때, 아무리 그녀라 해도 놀라고 당황해서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제아무리 최대한 빨리 냉정함을 되찾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했다고는 해도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다.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모든 일을 빈틈없이 생각할 수도, 실수 없이 원만하게 처리할 수도 없었다.

당시 그녀는 많은 돈을 들여 수도의 치안을 책임진 정서 장군을 매수했다. 그러나 그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지는 못했다. 나중에 실수를 메우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꼬투리를 잡히고 말았다.

단 한 번의 소홀함으로 줄곧 그녀를 주시하던 소 승상에게 약점을 잡힌 것이다.

그러나 월령안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뇌물을 주었을 뿐이다. 정말 두려워해야 할 쪽은 뇌물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녀가 아니라 정서 장군이야말로 가장 당황해야 할 사람이었다.

월령안은 순천부에 끌려와서도 매우 담담했다. 감옥에 갇혀도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태연자약했다.

심지어 감옥에 갇힌 뒤에도 한가하게 간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이 돈을 내어 사람을 가두는 감옥을 보수할 수 있을지 의논한 것이다.

“감옥이 너무 낡았네요. 썩은 곰팡이 냄새가 나잖아요. 이런 곳에서는 잠깐만 있어도 병이 날지도 몰라요. 여기 수감 중인 사람은 용의자일 뿐이에요.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다른 문제고요. 여러분도 용의자와 진짜 범인을 똑같게 대하면 안 되잖아요? 나중에 제 결백이 밝혀진다면, 저는 억울하게 고생한 게 되는 거고요.

모든 용의자가 진짜로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꼭 감옥에 와서 고생할 필요는 없잖아요. 가서 부윤 대인께 말씀드려 보세요.

여러분보고 돈을 내라는 게 아니에요. 제가 돈을 내서 보수할 거니까, 그냥 제게 장소를 바꿔 주기만 하면 돼요. 이곳에 오래 있다가는 유 대인이 공당으로 부르기도 전에 병으로 드러누울 거 같아요. 감옥에서 병으로 죽게 되면 결국 결백이 밝혀져도 소용없잖아요.

나리, 생각해 보세요. 제가 용의자를 가두는 감옥을 보수하는 것도 백성에게는 좋은 일이잖아요. 나중에 여러분이 단칸방 몇 개를 정리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정하세요.

앞으로 용의자가 감옥 환경이 좋지 않아서, 돈을 내고 좋은 데로 가겠다고 하면, 얼마든지 가격을 매겨 돈을 받을 수 있잖아요. 이렇게 되면 관아의 수입도 올릴 수 있을 것이고 나리들도…… 꺼리실 이유가 없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여러분은 한마음으로 백성들을 위해 일하고, 백성을 협박하고 착취한 적이 한 번도 없잖아요. 게다가 힘들고 더러운 일들을 다 해야 하죠. 그 수고는 말로 다 할 수도 없는데, 녹봉은 형편없이 적잖아요.

여러분은 한마음으로 주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한 몸을 바치죠. 하지만 사람인 만큼,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가족이 잘 살기를 바라잖아요. 합리적, 합법적으로 수입을 올릴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좋은 일을 하지 않아요?

‘부자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을 구제한다’라는 말 아시죠? 우리가 지금 하려는 일이 바로 그거에요. 대협이 하는 일처럼, 부자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는 거죠. 다만 우리는 강호 협객보다 한 수 위죠. 우리는 주먹을 쓸 필요가 없어요. 머리를 써서 빈부 격차를 줄일 수 있어요.

어떻게 줄이냐고요? 복잡하다면 복잡하고, 간단하다면 간단하기도 해요. 복잡한 방법은 조정이 상인과 부자에게서 높은 세금을 거둬 빈부의 균형을 맞추는 거예요.

간단한 방법은, 일단 용의자를 가두는 감옥을 예로 들어 말해 보면…….”

육이는 감옥으로 가는 내내 놀란 월령안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고민했다.

막상 감옥에 도착해 보니, 월령안은 땅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감옥을 지키는 관졸과 열을 올리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말로는 감옥의 환경이 엉망이라 싫다고 했다. 정작 땅바닥에 앉아 간수와 한담을 하는 모습은 누구보다도 편안해서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관졸은 육이를 뒤따르다가 다급하게 해명했다.

“육이 장군, 저희는 평소에…….”

“괜찮다.”

육이는 손을 들어 관졸의 말을 제지하고 월령안의 말을 계속하여 들으려 했다.

하급 관졸은 힘을 많이 쓰고 돈을 적게 받았다. 그리고 군대의 장병이라고 해서 관졸보다 더 나은 상황인 것도 아니었다.

육이도 부하들의 수입을 더 올려 주고 싶었다. 월 낭자, 이 재신의 딸이 그들에게 어떤 방법을 알려 주는지 듣고 싶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육이가 제지했지만 그들의 인기척에 월령안과 간수가 놀라고 말았다.

“대, 대인…….”

월령안과 한창 열을 올리며 이야기하던 간수는 후다닥 일어났다. 그는 놀란 얼굴로 육이 뒤에 서 있는 관졸을 바라보았다. 그 관졸은 그들의 우두머리였다.

육이가 언짢아하지 않자, 우두머리 관졸은 손을 저었다.

“됐네. 불쌍한 척은 집어치우게.”

간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구석으로 물러서서 들킬까 두렵다는 듯 몸을 움츠렸다.

“육이 장군.”

그에 비해 월령안은 여유롭게 일어나더니 육이에게 예를 올렸다.

“월 낭자.”

육이는 얼른 답례하면서 친절하게 물었다.

“월 낭자, 힘든 건 없습니까?”

“유 대인께서는 백성을 자식처럼 아끼시네요. 전 아주 좋아요.”

월령안은 확실히 아무런 고생도 하지 않았다. 유 대인은 다만 그녀를 가두었을 뿐, 공당에 불러 심문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유 대인을 만나 보지도 못했다.

“월 낭자, 장군께서는 폐하의 처벌을 받아 당분간 외출하실 수 없습니다. 장군께서는 낭자께서 갇힌 걸 알고 매우 걱정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게 보증을 서고 낭자를 빼내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수속은 제가 다 했으니 월 낭자께서는 이제 가도 됩니다.”

육이는 어제 월령안과 육장봉이 왜 틀어졌는지는 몰랐다. 그래서 말을 너무 많이 하지는 못하고, 슬그머니 한마디 끼워 넣었다.

월령안은 고상한 척 거절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육이에게 읍을 했다.

“육이 장군, 감사드립니다.”

용의자를 가두는 감옥이라 할지라도 사람이 있을 만한 곳이 아니었다. 밖에 나갈 수만 있다면 더는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연약한 여자가 이런 곳에 있는 건 안전하지 않았다. 특히 여기서 밤을 보내는 건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밤에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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