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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364)화 (364/1,004)

364화 앞으로는 대장군을 멀리해야지

성안으로 돌아오자, 길거리의 백성 모두가 대장군이 월 낭자에게 선물을 보낸 일을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육이는 갑자기 뭔가를 깨우친 듯,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대장군께서 왜 살려 주라고 하셨는지, 왜 조왕 전하께 보내라고 하셨는지 드디어 알겠구나. 대장군께선 역시 영리하시군.”

육이는 얼굴에 떠오른 기쁨을 억누르고 수하에게 분부했다.

“이들을 황성사의 감옥으로 보내거라.”

그는 명령을 내린 다음 조금도 지체하지 않았다. 바로 조왕 전하를 만나러 입궁했다.

“육이 장군, 마침 잘 오셨습니다. 조왕 전하께서는 방금 일어나셨습니다.”

내관이 통보를 듣고 나오더니, 육이를 조계안에게 데리고 갔다.

“이거 너무 잘 됐는데.”

육이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제어하지 못할 뻔했다.

‘우리 대장군은 역시 영리하고 신통한 분이시라니까. 시간마저 이렇게 딱 맞출 줄이야.’

조계안이 일어난 다음, 육장봉이 지금 야외에서 월령안에게 선물할 기러기를 찾고 있는 걸 알게 되면 훼방을 놓을지도 몰랐다.

‘이젠 괜찮아. 조왕 전하께서는 앞으로 바빠지실 거니까.’

가는 내내 육이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아래로 내려 엄숙한 표정을 하려 애썼다. 그래서 조계안을 만났을 때쯤에는 전혀 티를 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는 대장군이 병사들을 데리고 야외로 훈련을 나갔다가, 잠한성이 비밀리에 키운 사사를 찾았다고만 말했다.

조계안은 코웃음을 치더니 언짢은 티를 내면서 말했다.

“육장봉이 왜 갑자기 사람을 데리고 야외로 훈련을 가나 싶었지. 인제 보니 잠한성이 길러낸 사사에 대해 알아낸 거였군. 미리 말을 좀 하면 안 된다더냐? 내가 뭐 자기 공로를 빼앗기라도 한다던?”

육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올라간 입꼬리를 조계안에게 들킬까 걱정되었다. 이 일의 실상은 절대 솔직히 밝힐 수 없었다.

“네가 가서 황형께 함께 식사할 시간이 없다고 전해라. 나는 황성사에 다녀와야겠다.”

조계안은 옆에 있는 내관에게 분부했다. 그리고 육이를 데리고 황궁을 나갔다.

궁문을 나섰는데도 육이는 여전히 그를 따르고 있었다. 조계안은 육이를 흘겨보며 말했다.

“나를 감시하는 것이냐?”

“전하, 오해하셨습니다. 대장군께서 이쪽 소식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감히 소홀히 할 수 없어 그럽니다.”

그는 꼭 조계안을 따라가야만 했다. 만약 따라가지 않았다가 누군가가 조계안 앞에서 말실수라도 한다면 매우 곤란했다.

“황성사는 중요한 곳이다. 아무나 드나들 수는 없어.”

조계안은 피식 웃고는 말에 올라탔다. 육이를 전혀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육장봉의 부하가 따라오고 싶다면 따라와도 상관은 없었다. 그러나 그에게서 대접을 받을 생각은 말아야 했다.

“저는 밖에서 지키면 됩니다.”

육이도 서둘러 말을 타고 쫓아갔다.

육이는 조계안을 따라 황성사에 도착했다.

조계안은 자기 뒤에 달라붙은 꼬리를 보자,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는 황성사에 들어서며 문지기에게 손짓했다. 문지기가 당장 앞으로 다가와 육이를 막아섰다.

“황성사는 중요한 곳이니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들어갈 수 없다.”

육이는 양쪽의 머릿수를 가늠해 보았다. 그리고 묵묵히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나는 밖에서 기다리겠다.”

조계안은 황성사에 들어섰지만, 육이의 행동이 생각할수록 이상하게 느껴졌다. 저놈이 꼭 무언가를 감추는 것만 같았다.

그는 뒤에 있는 사람에게 손가락을 튕겼다.

“육장봉이 성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봐라.”

“네. 대인.”

조계안의 수하는 명령을 받들고 성 밖으로 나갔다.

* * *

이때 황제는 난각에서 공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조계안이 황궁에서 나가는 바람에 함께 저녁 식사를 할 수 없다는 이반반의 보고를 듣자, 바로 실망감이 들었다.

“또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 반나절도 기다릴 수 없다더냐? 계안이는 왜 황제인 나보다 더 바쁘단 말이냐?”

“폐하, 대장군께서 성 밖에서 잠한성이 비밀리에 길러낸 사사를 찾았습니다. 지금 산 채로 몇을 잡아 황성사로 보냈답니다. 조왕 전하께서는 그놈들에게 건질 만한 것이 있는지 알아보러 가셨답니다.”

이반반은 황제에게 보고하러 오기 전에 모든 것을 자세히 물어보았다.

“장봉이가 잠한성이 길들인 사사를 찾았다고? 잠한성의 고향에 보낸 사람이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느냐? 아니면 수횡천이 입을 열었느냐?”

잠한성이 길들인 사사를 찾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일이었다. 이런 문제라면 황제도 이해할 수 있었다. 저녁 식사쯤은 언제든지 함께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사사는 너무 위험한 존재였다. 게다가 잠한성이 키운 사사는 하나같이 고수였다. 그들을 제거하지 않는 한, 황제는 하루도 편안하게 지낼 수 없었다.

“폐하, 대장군께서는 병사를 이끌고 야외 훈련을 갔다가 우연히 발견하셨답니다.”

이반반은 자기가 들은 대로 고스란히 황제에게 말했다.

이 말을 듣자, 황제는 웃음을 터뜨렸다.

“잠한성이 사사들을 그렇게 깊게 숨겼는데 장봉이가 어떻게 우연히 발견했겠느냐? 미리 정보를 알고 있었지만, 확신도 없고 경솔하게 행동할 수도 없었겠지.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이목을 속이느라, 병사를 거느리고 훈련을 나간다고 둘러댔을 것이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이반반은 황제의 말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길거리의 소문에 따르면, 육 대장군은 월령안에게 줄 기러기를 찾으러 병사를 데리고 산에서 하루 밤낮을 꼬박 있었다고 했다.

이를 떠올리자, 이반반은 육 대장군이 병사를 거느리고 산에 들어간 진짜 목적이 도대체 무엇인지 확신이 가지 않았다.

‘대장군이 하시는 일은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알 만한 것이 아니긴 하지. 나야 그저 아랫것들이 얼른 의서를 베껴서 대장군께 바치도록 감시나 해야겠구나. 그리고 앞으로는 대장군을 멀리해야지…….’

* * *

최일은 월씨 저택에서 점심까지 얻어먹고도 아직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정원으로 탁자를 옮기라고 하더니, 또 산에서 나는 샘물까지 가져오라고 했다. 그리고 월씨 저택의 정원에서 차를 우리고 책을 읽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월령안은 최일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두었다. 최일은 줄곧 그녀가 어찌할 바를 모를 때마다 슬그머니 일깨워 주고 있었다. 생각보다 도움이 되었던 탓이다.

‘최일도 육장봉이 보복할까 두려워하지 않는데, 내가 육장봉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겠지. 편하게 생각하자.’

최일이 함께 있다 보면 저절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꼬마 령안, 육 대장군이 기러기를 열여덟 쌍이나 찾을 수 있을까요?”

일각이 지나면 육장봉의 일곱 번째 선물이 도착할 시간이었다. 최일이 또 슬금슬금 장난을 걸었다.

월령안이 되물었다.

“내기하실래요?”

점심 식사를 마친 월령안은 기분이 많이 평온해졌다.

노인이 말한 것처럼 육장봉이 그녀를 좋아하는 것은 부담을 가질 일이 아니었다. 그녀가 기쁘다면 받아들이고, 기쁘지 않다면 신경 쓰지 않으면 될 일이었다.

그녀가 육장봉에게 요구한 일도 아니었다. 어차피 모든 것은 육장봉이 자처한 것이 아닌가. 마치 예전의 그녀가 그랬듯이 말이다.

“꼬마 령안, 도박은 좋은 버릇이 아니예요. 우리끼리는 도박하지 말자고요.”

월령안이야 사업도 잘되고 돈도 많아서 도박해도 되겠지만, 그는 가난했다.

“첫째, 저더러 꼬마 령안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듣기 거북해요. 둘째, 우리는 돈을 걸지 않아도 돼요. 다른 것을 걸죠.”

낙원이 범씨 가문 사람의 손에 있으니, 그녀로서는 사들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최원(崔園)이라면 도전해 볼 만했다.

월령안은 두 눈을 반짝거리며 최일을 바라보았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최일은 이상하게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서둘러 똑바로 앉으며 엄숙하게 말했다.

“최씨 가문 자제들에게 도박은 금지되어 있답니다.”

“당신네 최씨 가문 자제도 시회(詩會)에서 상품을 걸던데요. 언제부터 금지했어요? 전 왜 몰랐죠?”

최일은 월령안이 아는 최씨 가문 자제가 적다고 대충 둘러대는 모양이었다.

“오늘부터는 상품도 안 걸 거예요. 최씨 가문에서 오늘 추가한 가문의 규칙이에요. 어떤가요?”

최일은 이제 월령안이 그의 ‘교활’한 모습을 알게 되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월령안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좋아요. 안 걸면 안 거는 거죠. 절 꼬마 령안이라고만 부르지 마세요.”

최일이 함정에 빠지지 않자, 그녀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당신은 아직 일곱 살도 되지 않았어요. 꼬마 령안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뭐라고 불러요?”

월령안이 포기한 것을 보자, 최일은 다시 몸의 긴장을 풀었다.

월령안은 이제 더는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아무튼, 최일은 뭐라고 말하든 다 그럴듯하게 들리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일각이 지나자, 육팔이 일곱 번째 생일선물을 가져왔다. 푸드덕거리는 기러기도 여전히 함께였다.

“월 낭자, 선물이 왔습니다. 마음에 드시기를 바랍니다.”

육팔은 손에 든 비단함을 월령안에게 바쳤다. 월령안이 받자, 그는 또 최일에게 음산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최 대인께서 아직 계셨군요. 우리 장군께서 특별히 대인께 안부 인사를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최 부인을 오랫동안 뵙지 못하셨다며, 나중에 꼭 방문하시겠답니다.”

최일처럼 뛰어난 아들을 둔 최 부인은 이제는 더 바랄 게 없었다. 오로지 그가 어서 혼인하여 손자를 안겨 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심지어 최 부인은 최일이 평민 집안의 여식을 맞이하는 것도 상관하지 않았다. 최일이 가정을 꾸리기만 한다면, 누구를 맞아들이든지 최씨 가문 전체는 다 허락할 것이다.

“우리 어머니께서 기뻐하시겠군.”

최일은 머리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 들었다. 얼굴에 걸린 미소도 굳어졌다.

‘나는 구경을 하고 싶은 것뿐인데 이럴 것까지는 없잖아?

육장봉도 참, 내가 옆에서 거들어 주지 않았더라면 월령안이 이렇게 쉽게 받아줬을 것 같나? 이렇게 배은망덕하게 나오면, 평생 월령안이 넘어가지 않게 만들어 줄 수도 있어.’

“최 대인, 나중에 뵙겠습니다.”

육팔은 최일에게 공수했다. 또 월령안에게도 작별 인사를 했다.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육팔을 보냈다. 그제야 최일에게 말했다.

“대인께서는 안 가세요?”

“괜찮겠습니까?”

최일이 이번에는 고집을 부리지 않고 되물었다.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일은 이상할 정도로 깔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편지를 보내세요.”

최일도 마지막 선물이 올 때까지 남아 있을 생각은 없었다.

생일선물이 무려 열여덟 개나 됐다. 진시부터 시작해서 반 시진마다 하나씩 보내고 있으니, 마지막 선물은 자시까지 기다려야 도착할 것이다.

그가 월씨 저택에서 하루 밤낮 꼬박 있을 수는 없었다. 소문이라도 나면 월령안의 명성에 누가 될 것이다.

그가 육장봉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무모하게 굴 수는 없었다.

이제까지 돌아가지 않은 것은 월령안이 걱정되어서였을 뿐이다. 그러는 김에 구경도 좀 하긴 했지만 말이다.

월령안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 모양이니, 그가 집에 돌아가서 이 상황을 지켜보더라도 똑같았다.

최일은 전혀 질척거리지 않았다. 심지어 육장봉이 월령안에게 준 일곱 번째 선물이 무엇인지 알아보지도 않았다.

그걸 보면 사실 최일은 말한 것처럼 궁금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순수하게 재미있다고 여겼을 뿐이었다.

“역시 사람은 겉을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군.”

최일은 그렇게 단순한 인물이 아니었다.

다행히도 그들은 적이 아니었다.

월령안은 웃고 이 일을 내려놓았다. 최일은 그녀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 다른 것은 그녀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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