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351)화 (351/1,004)

351화 유언비어의 근원

육장봉은 황궁을 나가자마자 말을 타고 장군부로 돌아왔다.

길거리를 지날 때 백성들이 육씨 가문 넷째 집안에서 소씨 가문에 예물을 보낸 일을 떠드는 것을 들었다. 간간이 월령안의 이름이 섞여 있자, 육장봉은 저도 모르게 속도를 늦추었다.

그들이 떠드는 말을 듣고 있노라니 저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지금 무슨 이야기를 떠드는 거지? 그렇게 할 일이 없나?’

육장봉은 말을 세우더니, 육이에게 다가오라는 손짓을 했다.

“가서 저놈들에게 사람답게 말하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육이는 그 명령을 처음 들었을 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때마침 길거리에서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육 노태군은 원래 육 장군의 신붓감으로 소씨 가문의 그 낭자를 점찍었었대. 육씨 가문에서 소씨 가문 낭자를 맞이하지 못하니 마지못해 월씨를 들였던 거라나.”

“나였다면 빙금을 많이 줘서라도 자손들에게는 명문가의 귀족 여식을 맞이하게 할 거야. 여자 상인이 뭐가 대단하다고?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 내 눈에는 안 차.”

“육씨 가문에서 소씨 가문을 이렇게 중시하는 걸 보니, 소 승상이 곧 복직하겠는데?”

“잘난 사위가 있으니 좋구먼. 먼젓번에 소 승상이 사직하고 소 공자가 다리를 절게 되어서 소씨 가문이 몰락했다고 했잖아. 그런데 지금 봐봐, 잘난 사위를 맞이해서 든든한 사돈댁이 생겼잖아. 육씨 가문에서 이토록 소 낭자를 중요시하는 걸 보니, 육 대장군도 분명 소 승상을 돕겠구먼.”

“두고 봐, 소씨 가문은 분명 더 잘될 거니까.”

아까 육이는 자세히 듣지 못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이들의 말을 듣자, 저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거 아무래도 좀 이상한데…….’

육이는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사람들을 꾸짖었다. 그리고 바로 육장봉을 따라잡아 이 일을 보고했다.

“장군, 소문이 좀 이상합니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유도하는 것 같습니다. 소씨 가문을 대단히 치켜세우는 게, 이후에 의도적으로 추락시키려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누가 퍼뜨렸는지 알아봐라.”

육장봉의 청력은 육이보다 좋았다. 그도 가는 길 내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이 일은 확실히 어딘가 이상하군.’

길거리에 퍼진 유언비어는 월령안을 짓밟고 소함연을 추어올리는 정도가 아니었다. 소씨 가문을 대단히 치켜세우고 있었다. 소 승상이 당장이라도 복직할 것처럼, 심지어 더욱 번창할 것처럼 떠들었다.

이런 시기에 이런 소문이 도는 건, 겉으로는 소씨 가문을 띄워 주는 척하며 짓밟으려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육장봉의 직감은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닐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네, 장군.”

육이는 엄숙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는 일행에서 빠져나와 소문을 조사하러 갔다.

* * *

육장봉은 장군부에 도착하자마자 육삼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에게 알려라. 내일은 전원 야외 훈련을 나간다. 너희가 그동안 훈련한 성과를 봐야겠다.”

명분은 야외 훈련이었지만, 육장봉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산 기러기가 없었다고? 그깟 산 기러기 한 쌍이 뭐가 대수라고.’

그는 내일 산 기러기를 사냥할 셈이었다. 우선 열여덟 쌍을 잡을 것이다. 월령안이 태어났을 때를 기준으로 해마다 한 쌍씩 계산해서 벌충할 생각이었다.

육씨 가문에서 월령안에게 예물을 보낼 때 산 기러기가 없었으니까 그녀를 중요시하지 않은 거라는 헛소리를 누가 감히 지껄이는지 두고 볼 셈이었다.

‘누가 감히 변경 백성들에게 유언비어를 퍼트리는지 봐야겠군.’

“집사는?”

육장봉은 육삼에게 명령을 마친 뒤, 한번 휙 둘러보았다. 집사가 나와 맞이하지 않았음을 알아차리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대장군.”

육장봉의 걸음이 너무 빨랐던 탓이었다. 집사는 발걸음을 서둘렀지만, 한발 늦게 도착했다.

“장방에게 십이만팔천팔백 냥 어치 은표를 준비하라고 해라. 모두 새것으로!”

육장봉은 아무렇지도 않게 숫자를 불렀다. 육씨 가문의 재정 상황상 이만한 금액이 쉽사리 나올 만한 액수인지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월령안은 육씨 가문에서 지낸 삼 년간, 육씨 가문을 위해 많은 사업을 일구었다. 지금 육씨 가문이 모아 놓은 돈을 다 쓴다고 하더라도, 한 달만 버티면 또 돈이 모일 것이다.

장부상의 돈은 아무리 많아도 죽은 돈이었다. 아무리 큰돈이라도 언젠가는 다 써서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업은 달랐다. 사업만 있으면 수입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월령안이 육씨 가문에 남긴 현금은 많지 않은 대신 일구어 놓은 사업은 아주 많았다. 이 사업들만 있으면, 육씨 가문 모두가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먹고살 걱정이 없을 정도였다.

월령안은 진정 육씨 가문을 자기 집으로 여기고, 최선을 다해 가문 전체를 위했다.

육장봉은 여기까지 생각하자, 마음이 조금 복잡해졌다.

“네, 대장군.”

집사는 육 대장군이 왜 갑자기 이렇게 큰돈을 내놓으라고 하는지 영문을 몰랐다. 그러나 더는 묻지도 못하고 서둘러 대답했다.

한편, 속으로는 장부에 은표가 이만큼 있기는 한지, 혹시 물건을 저당 잡아 돈으로 바꿔야 할지 계산해 보았다.

그는 삼 년 전 마님, 아니, 월 낭자가 갓 시집왔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육씨 가문의 장부에는 고작 백 냥 남짓밖에 없었다.

월 낭자는 모두의 만류를 무릅쓰고 육씨 가문의 저택을 담보로 전당포에서 십만 냥을 바꿔왔다. 일 년 뒤 십일만 냥으로 되찾겠다는 계약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마련한 십만 냥을 사업 자금으로 썼다. 이 돈으로 육씨 가문이 지금 경영하는 사업을 일으킨 것이었다.

월령안의 수완을 파악하고 난 뒤, 집사는 그제야 깨달았다. 원래 돈은 푼돈을 한 푼, 두 푼씩 모아 버는 게 아니었다.

집사는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느라 육장봉이 멀리 간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장방으로 향했다.

육장봉은 중요한 일 두 가지를 마치자, 육일을 서재로 불렀다. 그리고 영녕후부의 일을 물었다.

어제, 월령안이 황궁에서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황제는 청희 장공주가 영녕후부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는 이유로 영녕후부의 사람을 전부 가두었다. 당연히 청희 장공주의 옆에 있던 시위와 상궁들도 모조리 끌려갔다.

황제는 그들을 죽이지는 않았다. 대신 고문하여 그동안 청희 장공주가 몰래 무슨 일을 했는지 캐물었다.

모든 대답이 예상대로였다. 이제 청희 장공주의 사람들은 살아도 산 게 아니었다. 그들은 더 이상 청희 장공주를 위해 일할 수 없게 되었다.

“장군, 공주부의 그자들은 모든 걸 자백했습니다. 여기서는 아무 문제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형부에서 영녕후를 심문하는 동안, 약간의 변고가 생겼습니다.”

육일은 장군이 반드시 영녕후에 관해 물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아침부터 일찌감치 사람을 보내 상황을 지켜보게 했다.

“청희 장공주는 폐하께 영녕후와 부하가 주고받은 서신을 바쳤습니다. 그 서신에는 대단히 불경한 언사가 적혀 있었습니다. 심지어 스스로 왕이 되겠다는 뜻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형부에서 영녕후를 심문할 때, 영녕후는 이 모든 걸 부정하며 청희 장공주가 자기를 음해하는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예전에 썼던 편지를 내놓고 형부의 사람에게 필적을 감정하라고 했습니다.

형부에서는 노선생 한 분을 모셔 감정했습니다. 청희 장공주가 폐하께 바친 서신의 글씨체가 영녕후의 필체와 대단히 비슷하긴 했지만, 영녕후의 필적은 아니었습니다.

형부에서는 또 비밀리에 영녕후와 서신 교류가 있던 사람들을 심문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전부 맹세코 그런 일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불경한 내용을 담은 편지를 영녕후와 주고받은 것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형부에서도 그들의 집에서 영녕후와 연관된 서신을 몇 통 찾아냈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영녕후가 다른 마음을 품었음을 증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 말고도, 청희 장공주는 영녕후가 자신을 더럽혔다고 말했지만, 영녕후는 전부 부인했습니다.”

청희 장공주는 정신을 차린 뒤, 자신의 얼굴이 망가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자기가 임신한 것도 기정사실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모든 상황을 안 그녀는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울면서 영녕후부에서 당한 서러움을 털어놓았다. 영녕후가 어떻게 그녀를 범했는지, 또 어떻게 협박했는지 토로했다.

청희 장공주의 직접적인 증언이 있었기에 황제도 남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영녕후를 손쉽게 잡아들인 것이었다.

원래는 이만한 확증이 있으니 영녕후를 처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여겼는데 이변이 일어났다.

“영녕후는 자신이 십 년 전에 그곳을 다쳐 여인을 임신시킬 수 없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제대로 쓸 수도 없답니다. 청희 장공주 배 속의 아이는 절대 자신과 연관이 없다고 했습니다.”

육일은 굳은 얼굴로 심각하게 입을 열었다.

“장군, 지금까지 청희 장공주가 한 영녕후에 관한 증언은 전부 사실이 아닙니다. 제공한 증거도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새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폐하께서도 영녕후를 어쩌지 못하실 겁니다.”

“전부 입증이 되었느냐?”

육장봉은 차가운 얼굴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물었다.

“제가 사람을 보내 알아보았습니다. 영녕후는 십 년 전에 확실히 진료를 받은 기록이 있었습니다. 만약 그때 당시의 진료가 거짓이 아니라면, 영녕후는 정말로 불능입니다. 청희 장공주가 영녕후를 고발한 내용도 전부 모함을 한 게 됩니다.”

단숨에 영녕후를 무너뜨리려던 황제의 계획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심지어 청희 장공주가 이렇게 소란을 피운 바람에 영녕후가 오히려 우세해졌다. 그가 주도권을 차지했고, 황제는 더욱 수동적인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계속해서 지켜봐라.”

육장봉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영녕후는 역시 늙은 여우였다. 그가 청희 장공주를 경계하고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청희 장공주가 영녕후와 그의 부하가 주고받은 ‘편지’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영녕후가 일부러 틈을 보인 듯했다.

청희 장공주는 이번에 크게 무너질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황제도 난감하게 되었다. 영녕후는 역시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월령안에게는 오히려 좋은 일인 셈이다. 황제가 영녕후의 일에 시달리는 동안은 그녀를 지켜볼 틈이 없을 테니.

* * *

육이의 일 처리는 대단히 빨랐다. 그날 저녁 당장 유언비어에 대해 속속들이 조사해 왔다.

“장군,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백성을 유도하여 소씨 가문을 치켜세운 사람은 청주 월씨와 관련이 있습니다.”

육이는 이 말을 하면서 속으로는 무척 조마조마했다. 장군이 자신을 무능하다 탓할까 두려웠다.

“청주 월씨라고?”

육장봉이 미간을 찌푸렸다.

“확실한 것이냐?”

‘월령안이 이렇게 멍청하지는 않을 텐데? 이런 시기에 손을 써 소씨 가문을 노리다니?’

“제가 되풀이해서 조사했습니다. 백성을 유도하여 소씨 가문을 치켜세운 사람에 관한 모든 단서가 우리 마님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육이는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

이 일은 월 낭자가 한 게 사실이든, 아니든 모두 그녀에게 불리했다.

그들이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청주 월씨가 한 일임을 알아낼 정도였다. 그렇다면 소씨 가문도, 황제도 알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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