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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182)화 (182/1,004)

182화 현상금 황금 이십만 냥

그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말투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돈 문제는 쉽습니다. 다만……. 성 밖의 좋은 밭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이번에 호원들이 많이 죽었다 보니, 우리 손에 있는 밭으로는 모자랄 것 같습니다.

집사는 월령안의 명령에 전혀 토를 달지 않고, 잽싸게 기록했다.

“성 밖의 좋은 밭이 모자라면, 그다음 등급의 밭을 배로 주게. 아무튼, 나를 지키느라 다친 호원 중 누구도 실망하게 해서는 안 돼. 그들 가족도 손해를 보게 해서는 안 되네.”

주인을 지키다 죽은 하인에게 월씨 가문이 주는 위로금은 보통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양이었다.

변경에서 실력이 조금 좋은 호원을 고용하려면, 한 달에 은자 한 냥이면 충분했다. 월씨 가문에서 주는 봉급은 높은 편이지만, 그것도 두 냥밖에 안 되었다.

하지만 월씨 가문에서는 하인이든, 호원이든 위기에 빠진 주인을 지키다가 죽으면, 그 가족은 백은 천 냥을 배상금으로 받았다. 게다가 성 밖의 좋은 밭 열 묘(畝), 농가 다섯 채, 한 달에 최소 동전 오백 닢을 받을 수 있는 일거리를 얻을 수 있었다.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그들이 열네 살이 될 때까지 매달 식량을 공급했다.

월씨 가문에서 주는 배상금은 넉넉했다. 이것이 어젯밤 월씨 가문 호원들이 북요 사사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누구 하나 물러서지 않고 죽기 살기로 저항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월씨 가문의 호원들 사이에서는 주인을 위해 죽을 때가 가장 몸값이 비쌀 때라는 말이 오가기도 했다.

주인을 보호하느라 죽은 호원은 많은 배상금을 받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불구가 되거나 중상을 입은 호원도 위로금을 적지 않게 받았다.

불구가 된 이의 위로금은 백은 오백 냥, 좋은 밭 세 묘, 농가 세 채, 한 달에 최소 동전 삼백 닢을 벌 수 있는 일거리를 받았다.

중상을 입은 호원은 월씨 가문에서 상처가 나을 때까지 보살폈다. 그와 동시에 백은 이백 냥을 배상해 주었다. 부상이 나으면 다른 일을 맡겨, 평생 먹고 살 걱정이 없게 해 주었다.

그러다 보니 월씨 가문 호원들에게는 어젯밤 같은 일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적어도 월씨 가문의 주인은 그들의 공로를 기억해 주었다.

월령안은 노인의 처소로 걸어갔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노 의원이 나오기를 밖에서 기다렸다.

노 의원을 기다리는 사이에도 한가하게 있지는 않았다. 그녀가 잠든 뒤 생긴 일에 대한 집사의 보고를 들었다.

“어젯밤, 육 장군이 우리 집에 늦게 도착한 금군을 처벌했습니다. 오늘 금군에서 은자 열 냥을 배상금으로 보내왔습니다. 제가 대신 받아 두었습니다.

금군 보군사의 추 부도지휘사가 어젯밤 보군사 안에서 죽었습니다. 이제 보군사는 오합지졸이 되어 아직 책임자가 없습니다. 전전사의 엽 부도지휘사는 정직 처분을 받고 조사 받는 중입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저희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어젯밤 저희 저택에서 생긴 일이 너무 크다 보니, 관아에서도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북요는 언급하지 않고, 강호 도적의 짓이라고만 했습니다.

오늘, 성문 출입을 엄하게 조사하긴 했습니다만, 성을 봉쇄하지는 않았습니다.

또 관아에서는 어젯밤 도적 소굴을 소탕했다고 합니다. 그 도적 소굴은 적국 정탐꾼들의 소굴로, 일전에 성 밖에서 아가씨를 습격했던 놈들과 한패라고 합니다.

관아에서 그들이 심씨 가문과 왕래가 있었다는 증거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상황은 대외적으로 공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순천부에서 아침 일찍 저희를 찾아왔습니다. 이 안건을 빨리 마무리하도록, 아가씨께서 한 번 관아에 와 주셨으면 한답니다.

참, 수 맹주께서는 오늘 아침 일찍 외출하셨습니다. 강호의 친구들을 찾아, 야율제의 정보를 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집사는 조리 있게 하나하나 월령안에게 보고했다.

그때 노 의원이 밖으로 나왔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세.”

월령안을 손을 들어 집사의 말을 중단시켰다.

집사는 대답하고, 월령안의 등 뒤로 물러섰다.

월령안은 노 의원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서둘러 물었다.

“노 의원, 어르신은 어떤가요?”

노인의 몸이 너무나 걱정되었다.

노인은 원체 몸이 좋지 못했다. 어젯밤 또 그렇게 심한 상처를 입었으니, 수명에 영향을 주었을까 걱정이었다.

노 의원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제가 나오기 전에 어르신께서는 낭자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하셨지요. 어떻게 물어도 그냥 회복이 잘 되고 있다고 대답하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낭자, 제가 어떻게 대답하면 좋겠습니까?”

“사실대로 얘기해 주세요.”

월령안은 가슴이 철렁했다. 한쪽에 내려뜨린 손이 살짝 떨렸다.

‘영감님의 상태가 썩 좋지 못한 모양이야.’

“어르신의 분부를 거역할 수가 없는데요.”

노 의원이 난감해하며 말했다.

월령안은 물러서지 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돈 주는 사람의 말을 들어야죠. 노 의원, 잊지 마세요. 매달 봉급을 주는 사람은 나예요.”

노 의원은 또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어르신은 외상만 입어 상세가 심하지는 않습니다. 한 반년 잘 요양하면 회복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노 의원은 숨을 고른 다음 힘없이 말을 이었다.

“어르신의 몸 상태는 낭자도 알고 있겠지요. 흥분하셔도 안 되고, 무력을 사용하시는 건 더더욱 안 됩니다. 어젯밤 어르신은 크게 화를 내시는 바람에 오장육부의 기운이 쇠약해졌습니다. 신묘한 의술이 없는 한, 어르신은 올해 겨울을 나기 힘들 거 같습니다.”

“올해 겨울을 나기 어렵다고?”

월령안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 큰 충격을 받은 듯 휘청거리며 몇 발짝이나 뒷걸음질했다. 집사가 제때 잡아 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노 의원은 어두운 낯빛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반년밖에 못 사신단 말인가요?”

월령안의 입술이 하얗게 질렸다. 목소리가 떨려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길어야 반년입니다.”

노 의원이 강조했다.

월령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아, 알겠어요. 어, 어르신께는 제가 알고 있다고 하지 마세요.”

“낭자, 걱정하지 마십시오. 알고 있습니다.”

노 의원은 또 한 번 한숨을 쉬었다.

‘어르신이고 월 낭자고, 이 사제 간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구먼.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이 다 알고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서로 숨기려 드니. 참……. 일하는 사람들만 힘들게 하는군.’

월령안은 심호흡을 몇 번 하고서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 어르신을 잘 보살펴 주세요. 무슨 약이든, 뭐든 필요한 게 있든 말씀만 해 주세요. 제가 못 구할까 봐 걱정하지 마시고요. 제가 다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노 의원이 대답했다.

“낭자, 걱정하지 마시지요.”

월 낭자가 그에게 주는 봉급을 봐서라도, 어르신을 성심성의껏 보살필 것이다. 어르신이 오래 살수록 그도 돈을 더 많이 벌었다.

월령안은 눈을 감고서 가볍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

노 의원은 잠깐 생각한 끝에 한마디 덧붙였다.

“낭자, 어르신을 뵙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깨어 계시고, 기운도 많이 차리셨습니다.”

“아니요. 어르신이 잘 쉬게 해 주세요.”

월령안은 이를 악물고 머리를 저었다.

노인의 몸 상태가 얼마나 나쁜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는 억지로 기운을 내서 그녀를 속이려 들 게 뻔했다.

‘고집불통 영감탱이 같으니, 정말 너무하셔. 날 속이지 못할 걸 뻔히 알면서도 계속 속이려 한다니까.’

수명이 고작 반년밖에 남지 않았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시치미를 뗄 게 뻔했다.

여기까지 생각한 월령안은 가슴이 미어졌다.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

입술을 달싹이며 몇 번이고 숨을 내쉬었다. 차오르는 눈물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한참 숨을 고르고서야 가까스로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노인의 방문을 애타게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노인의 몸이 이토록 엉망이 되었으니, 슬퍼할 시간이 없었다.

집사는 월령안의 뒤를 묵묵히 쫓아 서재까지 갔다.

월령안은 책상으로 다가가더니 서둘러 편지 한 통을 썼다. 먹물 자국이 마르기도 전에 편지를 봉했다.

“이 편지를 최대한 빨리 약왕곡에 보내게. 배달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직접 약왕 손불사의 손에 편지를 전해야 하고, 그분의 답장을 받아와야 한다고 하게.”

월령안은 엄숙한 표정으로 분부했다.

노 의원은 신묘한 의술이 없으면 노인이 반년밖에 살 수 없다고 했다. 그럼 신묘한 의술이 있으면 노인은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녀는 약왕 손불사가 신묘한 의술을 지니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이제 육장봉과 이혼했으니, 조정과 연관된 사람이 아니었다. 약왕 손불사가 요구하는 보수를 내기만 한다면, 반드시 그를 부를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네, 아가씨.”

월령안은 노인 때문에 의기소침해지지 않았다. 집사는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집사처럼 월씨 가문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은 주인 아가씨에게 노인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

월령안의 어머니가 소씨 가문에 시집간 뒤로는 노인이 그녀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였다.

그녀가 지금처럼 빼어나게 잘 자란 데에는 타고 난 면도 있지만, 노인의 가르침도 한몫했다.

월령안은 편지를 다 쓰고 나자, 노인의 수명이 얼마 안 남았다는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온몸에서는 투지가 넘쳐났다.

“절름발이 육을 찾아가서 어젯밤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 소상하게 알아내게. 그 배후가 추 부도지휘사, 엽 부도지휘사라는 걸 믿을 수는 없네. 그 둘에게는 야율제가 사사를 거느리고 감쪽같이 입성하게 할 능력이 없어.”

어젯밤 일을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야율제가 감히 그녀와 노인을 건드린 이상,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리고 강호에 현상금을 내걸게. 나 월령안이 황금 이십만 냥을 걸고 야율제의 수급을 원한다고. 누구든 야율제의 수급을 내 앞에 가져오면, 황금 이십만 냥을 준다고 하게.”

용에게는 역린이 있다. 이를 건드리는 자는 반드시 죽는다.

노인은 그녀의 역린이었다. 야율제 때문에 노인의 수명이 반년밖에 안 남았다.

‘내가 야율제를 이대로 살려 두면 성을 갈겠다!’

* * *

육장봉이 처소에 돌아오자, 암위가 서둘러 보고했다.

“대장군, 월 낭자가 황금 이십만 냥을 걸고 북요 남원대왕 야율제의 수급을 산다고 합니다.”

“황금 이십만 냥?”

육장봉은 잠깐 걸음을 멈추었다.

“언제 일이냐?”

“점심쯤 황금당(黃金堂)에서 현상금을 걸었습니다. 살수들 사이에서는 벌써 소문이 퍼졌습니다. 강호 문파들도 이 소식을 듣고 다들 욕심내고 있습니다. 일이 아주 크게 번졌습니다.”

암위가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황금당은 이름만 빛이 나지, 사실은 빛을 볼 수 없는 곳이었다.

황금당은 강호의 살수들이 거래하는 곳이었다. 돈을 내놓을 수만 있으면, 누구나 현상금을 내걸 수 있었다.

황금당은 살인 의뢰만 받았다. 그리고 오직 황금으로만 거래하기에 암암리에 황금당이라고 불렸다.

“알겠다.”

육장봉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으로 계속 걸어갔다.

“모든 인력을 동원하여 야율제의 행방을 전력으로 쫓고, 어젯밤의 진상을 밝혀내라.”

야율제는 어젯밤 월령안의 분노를 제대로 샀다.

육장봉도 그녀에게 ‘답’을 허투루 할 수 없었다. 늦어서는 더욱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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