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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181)화 (181/1,004)

181화 서로 힘껏 쳐라

“소인은……. 장군께서 벌을 내려 주십시오.”

두위는 억울하기만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변명이나 하지 말걸.’

“먼저 곤봉으로 오십 대를 쳐라. 당장 여기서 서로 치도록.”

육장봉이 담담하게 말했다.

“네. 대장군.”

두위는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대답하는 목소리도 한층 높아졌다.

‘대장군이 그래도 너그러우시군. 우리끼리 서로 치라고 하는 건 우리를 봐주겠다는 얘기잖아?’

하지만 두위가 한시름 놓는 순간, 육 대장군의 말이 이어졌다.

“즉시 두 열로 나누어 있는 힘껏 쳐라! 한쪽의 상처가 가벼우면, 다른 한쪽이 힘껏 치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그때는 내가 직접 손을 쓸 것이다.”

“대, 대장군…….”

두위는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이건 우리더러 죽도록 치라는 얘기잖아?

그리고 쌍방이 서로 치다 보면, 양쪽의 매질 정도가 똑같을 수 없는 게 뻔한데. 이, 이건…… 우리더러 목숨을 내놓으라는 뜻이 아닌가?’

“멍하니 뭣들 하는 거냐? 어서 치지 못할까!”

육장봉은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싸늘하게 재촉했다.

“네, 대장군!”

두위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고, 감히 말할 수도 없었다. 육 대장군의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두위는 반사적으로 한쪽에 섰다. 그리고 부하들에게 즉시 두 열로 나누어 서라고 명령했다.

척!

눈 깜짝할 사이 거의 백 명의 부하가 두 열로 나누어 섰다. 속도가 어찌나 빨랐는지, 두위는 자신이 거느리던 병사들이 맞는지 눈을 의심했다.

그렇지만 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들은 형을 집행해야 했다.

두위 등 몇몇은 곤봉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육장봉에게 어찌해야 할지 물으려고 했다.

두위는 고개를 돌려 육 대장군의 싸늘한 얼굴을 본 순간, 겁에 질려 단 한 글자도 묻지 못했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사람을 시켜 월씨 저택 하인 방의 침상 밑판을 들어내게 했다. 침상의 밑판을 하나하나 뜯어내어, 곤장으로 쓰게 했다.

형을 집행할 곤장이 생겼으니, 치기도 훨씬 쉬워졌다.

공평함을 위해, 두위는 두 열의 사람들이 일대일로 돌아가며 치게 했다. 한 사람이 한 대씩 치고 나면, 다시 상대방이 한 대씩 치게 했다.

한 대씩 치게 되면 쌍방 모두 크게 손해 볼 수도, 크게 이익 볼 수도 없었다.

명령을 내리고 난 두위는 육장봉을 흘끔 바라보았다. 그의 의견을 물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육장봉은 한 번 쳐다보지도 않았다. 냉담하게 서 있을 뿐, 두위에게 아무 의견도 주지 않았다.

두위는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더는 지체할 수가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부하들에게 시작하라고 명령했다.

물론 그 자신도 곤장 오십 대를 면할 수 없었다.

퍽! 퍽!

곤장이 엉덩이를 가격하자,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금군 병사들의 소리 죽인 비명도 함께 들려왔다.

매를 맞은 병사들은 아파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육장봉이 한쪽에 서 있는 바람에 큰 소리를 지르지도 못했다. 그저 비명을 삼키고, 끙끙 앓는 소리만 냈다.

매를 맞은 병사들은 가까스로 기어 일어났다. 자신을 때린 동료를 불만스럽게 쏘아보고는 상대방의 손에서 곤장을 넘겨받았다. 그리고 상대방을 힘껏 내리쳤다.

퍽!

둔탁한 소리를 들어 보면, 복수 같기도 하고 기 싸움 같기도 했다. 매를 맞았던 병사는 상대방을 더 힘껏 때렸다. 매를 맞는 병사는 아픈 나머지 소리를 내질렀다.

다시 차례가 바뀌었다. 아까 형을 집행한 사람은 형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인정사정없이 내리쳤다.

형을 집행하는 사람과 형을 받는 사람, 두 배역이 수시로 바뀌며 서로를 번갈아 쳤다. 게다가 육 대장군의 명령이 있었다. 감히 서로를 봐줄 수도 없었다. 네가 힘껏 치면, 나는 더 힘껏 치기를 반복했다.

곧 쌍방은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매질이 점점 더 거세졌다.

평소 사이가 좋았든, 나빴든 상관없었다. 지금 두 열로 나뉜 금군은 서로에 대한 적대감만 남았다. 상대방을 때려눕힐 생각밖에 없었다.

퍽! 퍽! 퍽!

곤장이 엉덩이를 가격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땅바닥은 곧 피로 물들었다. 수십 대를 맞자, 땅에 엎드려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생겼다. 곤장을 휘둘러 형을 집행하는 쪽도 점점 힘에 부쳤다.

하지만 육장봉은 여전히 멈추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수횡천은 한쪽에 서서 이 광경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절로 떨렸다.

‘너무 지독하잖아! 육장봉 저놈은 사람이 아니야. 그야말로 마귀가 따로 없군! 자기 사람한테도 이렇게 지독하게 굴 수가 있다니!’

금군 병사들은 평소에 훈련하니, 체력이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체력이 아무리 좋다 해도, 이렇게 매를 맞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서로 스무 대를 친 뒤였다. 땅에 엎드려 형을 받던 병사가 죽기 살기로 몸부림쳤지만,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형을 집행하던 병사도 한 대 내려치고는 철퍼덕 땅바닥에 드러눕더니, 마찬가지로 일어서지 못했다.

‘아파 죽겠네!’

하지만 육장봉은 여전히 멈추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그들은 멈출 수가 없었다. 죽더라도 버텨야만 했다.

금군은 육장봉의 평소 성격을 알고 있는지라 사정하거나, 태만할 엄두를 못 냈다. 하나같이 다친 몸을 끌고 가까스로 기어 일어났다.

형을 받는 사람과 형을 집행하는 사람끼리 서로 도우며 한 대씩 쳤다. 다만 아까의 강타에 비해 지금은 내리쳐도 거의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신음은 커지기만 했다.

다른 게 아니라 엉덩이가 상처투성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곤장이 아니라 깃털이 내려앉아도 아플 정도였다.

병사들은 끙끙 신음을 울렸다. 육 대장군이 그들의 참혹한 모습을 보고, 자비를 베풀어 용서해 주기를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빌었다.

그들은 정말로 잘못을 뉘우쳤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육 대장군은 계속 말문을 꾹 닫은 채였다. 한쪽에 서서 그들의 신음을 들으며, 그들이 서로 매질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아무런 감정의 기복이 없이 차갑기만 했다.

병사들은 육 대장군이 매정한 성격인 것을 알면서도, 기대했다가 실망하길 반복했다.

이 장면은 육이가 친위대를 거느리고 내성으로 들어와 월씨 저택에 도착할 때까지 되풀이되었다.

육 대장군은 그제야 그들을 본 것처럼, 손을 들면서 말했다.

“됐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어휴!’

형을 받던 쪽이든, 형을 집행하던 쪽이든 모두 길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아픔을 가까스로 참으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감사합니다. 대장군!”

‘겨우 목숨을 건졌네.’

하지만 그들이 안도의 한숨을 다 내쉬기도 전이었다. 육 대장군의 냉혹한 명령이 다시 들려왔다.

“내일 계속한다!”

“내일?”

순간 두위를 필두로 한 병사들은 쓰러지고만 싶었다.

‘내일…….’

‘내일 일어날 수나 있을까?’

‘육 대장군이 우리 말을 들어줄까?’

당연히 어림도 없었다.

육 대장군은 그들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냉랭하게 명령했다.

“잊지 마라. 떠나기 전에 핏자국은 말끔하게 청소해야 한다. 그리고 너희가 망가뜨린 물건은 모두 복구해라. 복구가 안 되면, 원래 가격대로 배상해야 한다.”

말을 마치자 육장봉은 잠시도 지체하지 않았다. 육삼, 육사, 육오를 남겨 월령안을 보호하게 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을 거느리고 떠나갔다.

이렇게 큰일이 생겼으니, 육장봉도 입궁하여 황제에게 해명해야 했다. 그리고 야율제가 내성에 잠입하도록 도운 자가 도대체 누구인지를 엄격하게 조사해야만 했다.

그는 월령안에게 답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부도지휘사 한 명이 죽은 것만으로는 오늘 밤 일을 수습할 수 없었다. 그 자신의 분노도 잠재울 수 없었다.

육장봉은 빠르게 떠나갔다.

남겨진 수횡천은 아수라장이 된 저택을 바라보았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현재 월씨 저택에는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난장판이 된 저택을 그대로 둘 수도 없었다. 수횡천은 하는 수 없이 자신이 나서서 저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 *

월령안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정오였다.

이 무렵 월씨 저택은 깔끔하게 정리를 마친 상태였고, 곳곳에 하인도 보충해 두었다.

월씨 저택은 다시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새로 바꾼 난간, 문, 창문 등이 낡은 것과 눈에 띄게 구분되지만 않았으면, 어젯밤에 격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게 수횡천의 덕분은 아니었다.

아침 일찍, 성 밖의 명월산장에 있던 집사가 월씨 저택이 한밤중에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즉시 사람을 데리고 돌아왔다.

집사가 돌아왔을 즈음에는 이미 수횡천이 육삼 등 몇을 거느리고 간단히 정리해 놓은 터였다. 땅 위의 핏자국도 말끔하게 닦았다. 의원을 불러 다친 호원도 치료했다. 그러자 그렇게까지 처참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집사는 월씨 저택에 들어서는 순간, 눈앞이 아찔해서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월령안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곧 월씨 가문의 일은 집사가 넘겨받았다. 그는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별장에서 하인을 데려와 저택을 깨끗하게 청소하게 했다. 그리고 사후 처리도 일일이 챙겼다.

월령안은 깨어난 뒤, 집사가 돌아와 집안일을 지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표정하게 알았다고만 대답했을 뿐,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임시로 온 하인의 시중을 받아 목욕하고 식사를 마쳤다.

한 시진 뒤, 월령안은 깔끔하게 단장을 마쳤다. 등허리를 곧게 펴고 평온한 얼굴로 건물을 나섰다.

미간에는 알아채기 힘든 예리함이 서려 있었다. 날렵하고 시원한 걸음걸이에는 은근한 살기가 실려 있었다.

그녀는 성큼성큼 걸으면서도 태연자약함을 잃지 않았다. 온몸에서 날카로운 기세가 뿜어져 나왔지만, 침착하고 여유로웠다.

그녀가 건물을 나서는 순간, 하늘이 갑자기 밝아졌다. 구름 뒤에 숨어 있던 태양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햇빛이 저 멀리 높은 곳에서부터 그녀의 몸으로 쏟아져 내렸다.

그 순간의 월령안은 칼집에서 나온 보검처럼 살기등등했다. 월씨 가문의 머리 위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를 단칼에 날려 버릴 기세였다.

“아가씨!”

집사가 앞뜰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월령안이 나온다는 말을 듣자마자 미리 정리해 둔 책자를 가져온 참이었다.

“말해 보게.”

월령안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대청으로 걸어갔다. 망설임 없고 침착한 발걸음이었다.

“어젯밤, 죽은 사람이 열두 명, 중상을 입고 불구가 된 사람이 여덟 명, 중상을 입은 사람은 열여섯 명입니다. 그중 육 대장군이 보내온 호위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불구가 되고, 두 명은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들에게도 우리 가문의 규칙대로 위로금을 내어 주어야 합니까?”

집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어젯밤의 사상자 현황 보고였다.

“내어 주게. 받고 안 받고는 그들 사정이야. 주고 안 주고는 우리 태도 문제고. 그들에게도 위로금을 줘서, 누구든지 이 월령안을 보호해 준 사람은 절대 홀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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