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화 이건 자신감이라고 하는 거예요
육장봉이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월령안은 예를 들면서 설명했다.
“대장군, 생각해 보세요. 무림 제일 고수라는 칭호를 따내는 건 장원 급제하는 것과 똑같아요. 하루아침에 신분이 상승하고 성공한 셈이죠. 사람들이 설레지 않겠어요? 무림 제일 고수가 된다면, 순식간에 벼락부자가 되는 거예요. 심지어 공주를 아내로 맞이할 기회도 있어요. 청년 인재들이 열광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이 조건들은 반드시 조정만이 제공할 수 있었다.
‘육 대장군, 이익의 오 할을 차지하고 싶다고요? 좋아요. 그러면 그만큼 투자를 해야죠!’
그리고 그녀가 들은 소문에 의하면 조정은 강호인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선비들은 과거를 보아 벼슬자리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강호인들은 신분 상승의 기회가 전혀 없었다.
강호인들이 자유를 중요시하고, 조정의 제약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렇지는 않으리라고 믿었다. 강호인 중에도 예외가 있을 것이다. 권세를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 있으리라.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고, 지위와 권세를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면, 많은 강호인이 조정을 위해 일을 할 것이다.
육장봉은 덤덤하게 말했다.
“조정에는 무과(武科)가 있소.”
강호인들이 부귀와 권세를 원한다면 얼마든지 참가할 수 있었다.
조정에서는 강호인들이 무과를 보는 것을 금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단지 그들이 무과를 보는 것이 수치라고 여겼을 뿐이었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지극히 고상하다고 생각했다.
“무과를 보면 벼슬을 따내겠지만, 강호 순위에 들면 명성을 날릴 수 있어요. 대장군, 세상에는 권력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이익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요. 하지만 명예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요?”
월령안은 육장봉이 거절할까 두려운 게 아니라, 협상을 거부할까 두려울 뿐이었다.
육장봉이 입만 연다면, 그녀에게 입을 열 기회를 주기만 하면 된다. 그녀는 육장봉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
“음.”
육장봉은 대답만 하고, 다른 의사는 드러내지 않았다.
월령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육장봉이 계속 듣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더 말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말했다.
“대장군, 제가 듣기로 강호의 여러 문파 중, 주검산장에서만 철로 병기를 만들 자격이 있대요. 가능하다면, 전 조정에서 우리 무림맹에게 같은 자격을 부여하기를 바라요. 우리도 병기를 제조하는 거예요. 물론, 우리는 주검산장과 달라요. 우리는 조정의 감시를 기꺼이 받아들일 거예요.”
육장봉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당신, 병기를 제조하는 자격을 원한다는 말이오?”
‘월령안이 감히 이런 요구를 하다니.’
아니, 월령안은 감히 요구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월령안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군, 우리 모두 알다시피 독점 사업은 아주 잘 될 거예요. 하지만 조정의 입장에서는 한 사업체가 독점하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에요.
조정에서 주검산장에만 병기를 제조하는 자격을 주었죠. 그래서 주검산장은 경쟁 상대가 전혀 없어요. 지위도 아주 높고, 가격도 높게 부를 수 있죠. 그리고 병기를 판다는 명목으로 강호의 호걸들과 친분도 쌓을 수 있어요. 심지어 조정을 두려워하지도 않죠. 만약 경쟁자가 나타난다면, 주검산장은 절대로 지금처럼 교만하게 행동하지 못할 거예요.”
“당신이 그 경쟁자 노릇을 잘 해낼 거라고 확신하시오?”
육장봉은 몸을 돌려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병기를 제조하는 권리를 가지고 싶다고? 월령안은 도대체 뭘 원하는 거지? 자신이 아직도 철광산을 가지고 있다고 의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나?’
그녀는 황제에게 대놓고 병기의 제조 및 판매 권한을 요구하고 있었다. 게다가 먼저 조정에서 사람을 파견하여 관리하라고까지 했다.
‘폐하께서 안심하도록 일부러 이러는 건가?
아니면 손에 아직 남은 철 재고를 이 기회에 소진하려는 건가?’
“저한테 돈, 사람, 그리고 조정의 지지가 있는데 잘하지 못할 이유가 있나요?”
월령안이 되물었다.
“건방지군!”
육장봉은 말은 험하게 했지만, 눈에는 웃음을 담고 있었다.
‘대담하고, 제멋대로고, 도전에 두려움이 없군.’
그는 월령안의 눈에서 반짝이는 빛을 보았다. 아주 눈부시고, 매력적이었다.
“대장군, 이건 자신감이라고 하는 거예요.”
월령안은 육장봉이 별다른 불만을 표하지 않자, 웃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육장봉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말투는 어느새 부드러워졌다.
“요구는 이것뿐이오?”
월령안의 두 눈이 더욱 반짝거렸다.
“더 얘기해도 되나요?”
육장봉이 그녀에게 부탁하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대화가 통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내가 이 기회를 잘 잡지 않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미안한 노릇인걸.’
육장봉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더 얘기해 보시오.”
하지만 허락할지, 말지는 그의 마음이었다.
“조정에서 땅을 좀 내줄 수 있을까요? 변경과 강남은 나라에서 제일 풍족한 곳이에요. 무림맹은 이 두 곳과 모두 멀리 떨어져 있죠. 만약 조정에서 우리에게 땅을 내준다면, 그 두 곳에 무림맹의 분부(分部)을 세울 거예요. 그렇게 된다면 더 좋겠네요.”
땅이야 그녀가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넓은 면적을, 그것도 두 곳이 한데 이어진 땅을 사려면 무척이나 힘들었다. 비싼 것은 물론이고, 살 수 있다 해도 조정에서 무림맹 분부를 세우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면 소용없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조정이 땅을 내주고, 그녀가 돈과 힘을 보태어 세우는 것이었다.
“요구가 이렇게 많으면서 조정이 겨우 오 할의 이익밖에 못 가진다니. 손해 보는 장사로군!”
육장봉은 때때로 책상을 두드리며 말했다.
월령안은 그 모습을 힐끔 보았다. 자신을 가리키다 또 수횡천을 가리켰다.
“제가 돈을 내고, 수 맹주가 힘을 쓰죠. 저와 수 맹주가 각각 이 할 반만 가지는데요. 저희도 많은 것은 아니잖아요.”
“이 할 반이라고?”
‘월령안이 지난번에는 나한테 일이 할밖에 주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 조정이 개입하여 월령안의 구상대로 무림맹을 더욱 키울 예정이다. 당연히 이익도 더욱 많아질 텐데, 월령안이 수횡천에게 이 할 반을 준다니.
‘령안이가 무슨 생각이지?’
수횡천이 말했다.
“령안아, 지난번에…….”
월령안은 손가락을 내밀고 수횡천 앞에서 흔들었다.
“수 오라버니, 이 할 반은 제 한계예요. 더 많이 드리면 저도 정말 남는 게 없어요.”
“그래.”
월령안을 바라보는 수횡천의 두 눈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그래도 더 묻지 않았다.
‘령안이가 말하는 대로 받는 거지. 난 돈만 벌 수 있다면 다 괜찮아.’
“내 앞에서 감히 수작을 부리다니. 간도 크군.”
‘내가 둘의 협상 조건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월령안이 잊은 건가?’
“대장군, 오해하셨어요. 제가 수 맹주께 드리는 이 할 반에서 무림맹의 할당은 일 할뿐이에요. 나머지 일 할 반은 여러 문파의 몫이에요. 전 모두가 전심전력으로 일을 하기 바라요. 그러려면 돈을 내서 고용하는 거로는 안 돼요. 서로 이익이 일치해야만 큰 힘을 내게 할 수 있어요. 무림의 일을 잘 해내려면 그 사람들이 저희 배에 타야 해요. 같은 배에 타야 함께 가는 거죠.”
육장봉에게는 이 일 할은 수횡천을 위해 이익을 꾀하는 것이라고 절대 알려줄 수 없었다.
수횡천은 지금 무림맹의 맹주였다. 그러나 이 맹주의 자리는 황위와는 확연히 달랐다. 평생 차지하고 있다가 대대손손 물려줄 수는 없었다.
조정과 그녀는 무림맹과 협력하는 것이었다. 수횡천이 맹주의 자리에서 물러나면, 무림맹의 사업은 수횡천과 상관이 없는 일이 되고 만다.
‘내가 그래도 오라버니를 챙겨 줘야 하지 않겠어?’
월령안은 이러한 속셈을 꽁꽁 감추고 있었다. 수횡천은 물론이고, 육장봉도 순간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육장봉은 불규칙적으로 상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머릿속으로는 월령안이 한 말을 되새겨 보았다.
월령안은 아주 영특했다. 무림맹이 돈을 버는 방법과 미래의 전망에 관한 이야기는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 단지 조정이 이로써 무림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은근하게 귀띔해 주었을 뿐이었다.
조정이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무림맹이 돈을 벌 수 있을지, 조정에게 돈을 얼마나 벌어 줄 수 있을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조정이 이로써 강호의 여러 문파를 더욱 통제할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했다.
이익이 묶여 있어야만 강호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조정이 여러 문파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해서, 그들이 조정에 의존하게 만들어 떠날 수 없게 한다.
무림의 여러 문파를 조정의 손바닥 안에 가둔다.
월령안이 말한 이 내용은 그와 황제의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은 그렇다 치고, 육장봉은 전혀 티를 내지 않고 월령안에게 말했다.
“그 계획을 보고서로 작성해서 내게 주시오.”
월령안은 대체적인 틀만 말했다. 실제로 실행하려면 절대 말처럼 쉬울 리가 없었다.
다른 문파의 사람들은 수횡천이 아니었다. 그들이 수횡천처럼 평화롭게 조정을 대하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심지어 조정의 개입으로 인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더라도, 육장봉은 월령안의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다.
강호의 여러 문파는 조정에 대한 경계심이 매우 강했고, 신임하지도 않았다. 월령안의 계획대로 실행한다면 조정과 그들 사이의 응어리를 풀고, 분위기를 크게 완화할 수 있었다.
조정은 강호와 대립하고 싶지 않았다. 이 이 년간, 황제는 줄곧 강호의 세력들과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상대방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
“대장군, 제 손이 불편한데, 이틀 정도 늦어도 될까요?”
월령안은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육장봉이 별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계획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정이 나서지 않고도 무림인들을 손바닥 안에서 감시할 수 있다. 이 좋은 일을 조정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별일이었다.
“좋소!”
육장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마친 그는 또 고개를 돌려 수횡천을 바라보았다.
“수 맹주의 뜻은 어떻소?”
“난 이의 없소.”
수횡천은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속으로 짙은 무력한 감을 느꼈다.
‘조정, 월령안, 무림맹……. 셋이 협력하는 데 가장 약한 게 우리 무림맹이지. 가장 발언권이 없기도 하고.’
생각할수록 서글픈 일이었다.
“수 맹주는 언제 시간이 되시오? 우리 함께 잠한성을 처단하는 일에 관해 상의하고 싶소.”
육장봉은 다시 한번 찾아온 목적을 밝혔다.
잠한성은 거듭 황실의 권위에 도전했다. 본때를 보여줄 시기가 되었다.
“육 대장군은 잠 선배의 행방을 아시오?”
수횡천이 물었다.
“그는 야율제와 함께 교외에 있소.”
육장봉은 수횡천이 전 맹주인 잠한성에게 아직 경외심을 품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수횡천이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최선을 다하게 해야 했다. 그러려면 육장봉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수횡천 마음속의 잠한성의 권위를 망가뜨리는 것이었다.
“잠 선배가 북요의 남원대왕 야율제와 함께 있다는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