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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159)화 (159/1,004)

159화 돈을 적게 버는 것은 곧 손해를 보는 것

“무림대회를 강호에서 제일가는 대회로 만들려고 월령안과 자네가 협력하는 게 아닌가. 강호 고수들의 등수를 매겨 강호 협객과 여러 문파에 돈을 벌 기회를 만들어 주려고 한 게 아니었나? 이 일은 내가 결정할 거다. 자네들이 이 대회를 열 수 있도록 허락하지. 대신 이익의 오 할을 조정에 바치면 되네.”

육장봉은 찻잔을 들어 여유롭게 한 모금 마셨다.

‘명전 용정차로군. 월령안이 신경을 많이 썼어.’

수횡천이 미간을 찌푸렸다.

“오 할…….”

“육 대장군께서는 어디서 그 소식을 들으셨나요?”

월령안은 굳어진 얼굴로 육장봉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가 수횡천과 이 일을 의논할 때는 그들 몇 사람밖에 없었다. 그 뒤에도 대외적으로 말한 적이 없었다.

‘육장봉이 어떻게 알았을까? 내 옆에 또 사람을 심어 놓은 건가? 누구지?’

“내가 알려고 하는 일을, 당신 능력으로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내가 보낸 호위병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군. 소용없는 짓이야.’

그가 알아내려고만 하면, 어떻게 해서든 알아낼 수 있었다. 월령안은 아무것도 숨길 수가 없었다.

“육 대장군, 참 신통하시네요. 그저 탄복할 따름입니다.”

월령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잖아!’

그에게 무슨 일이든 감출 생각을 하지 마라. 그녀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에 대해 알 수 있는 경로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소란은 그만 피우고 조용히 있으시오.”

육장봉이 경고하듯 말했다.

‘조계안이 심어 놓은 사람을 내가 보낸 호위병에게 시집보내려 한다니. 이런 몹쓸 수를 어떻게 생각해 냈는지 모르겠군. 이 세상에 원수 같은 한 쌍이 아직도 모자란다고 생각하나? 육비우와 소함연을 하나로 묶더니, 그것도 모자라 몇 쌍을 더 만들어야 속이 시원한가?’

월령안은 사나운 눈으로 육장봉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옆에 육장봉의 사람이 있는지 정말 궁금했다.

하지만 그녀가 물어봤자, 육장봉이 말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조사해서 나올 거였다면, 진작 찾아냈겠지. 오늘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겠어.’

월령안은 심호흡을 했다. 마음속의 분노를 누그러트리고 냉정하게 말했다.

“육 대장군, 저와 수 맹주의 거래에 조정도 참여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조정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고작 허락한다는 한마디에 오 할이나 되는 이익을 가져가겠다니요. 그러면 이 장사는 시작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그녀와 수횡천의 대화를 누가 육장봉에게 전해 주었는지를 조사할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육장봉과 담판을 지어, 그녀와 수횡천의 이익을 확보해야만 했다.

“못 할 거 같다면 하지 마시오.”

육장봉은 가볍게 대답했다. 월령안에게 협상의 여지를 전혀 주지 않았다.

월령안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그럼 이 거래는 성사되지 못하겠군요. 육 대장군 또 다른 용건이 있으신지요? 없다면, 저는 이만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하지 말라는 소리로 나를 위협해? 내가 정말 두려워할 줄 아나?’

그녀는 강호의 은원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하지만 육장봉과 수횡천의 대화로 미루어 보아, 육장봉이 잠한성을 대적하려면 수횡천의 힘을 빌려야 했다. 그것도 아주 큰 힘을 빌려야 했다.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입장이면서, 육 대장군은 너무나 거만했다.

월령안은 수횡천이 방해할까 걱정됐다. 그래서 몸을 일으킬 때 티 나지 않게 살짝 옆으로 비켜서며, 수횡천에게 서두르지 말라고 몰래 손짓을 해 보였다.

수횡천은 입을 열어 중재하려던 참이었다. 월령안의 암시를 받자, 당장 그 자리에 앉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장사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래도 월령안이 자기를 함정에 빠뜨리지 않을 거라 믿었다.

“실례하겠다고?”

육장봉이 냉소했다.

“내가 가도 된다고 했소? 자리에 앉으시오.”

육장봉은 손에 들었던 찻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힘차게 탁자를 내리치며 위엄을 드러냈다.

월령안은 반 발짝 물러섰으나 여전히 앉지는 않았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육 대장군, 용건이 있으면 말씀하시죠.”

그날, 다루에서 조계안과 담판을 지었을 때, 그가 위엄을 한껏 드러내자 거대한 압박감을 느꼈었다.

그리고 지금 육장봉이 위압감을 드러내자, 그녀는 그제야 진짜 거대한 압박감이라는 게 어떤 건지 알았다.

탁자 위를 손으로 짚고 지탱하고 있었으니 망정이었다. 육장봉이 탁자를 내리치는 순간, 다리가 풀려 무릎을 꿇을 뻔했다.

“한마디라도 수틀리면 바로 언짢아하면서 사람을 버려두고 가는군. 월씨 가문 가주는 이런 식으로 거래를 하시오?”

애당초 육장봉은 입성할 때부터 월령안의 고집을 알아보았다.

지금도 월령안은 다리를 떨 정도로 무서워했다. 그런데도 물러서려 하지 않는 모습을 보자, 골치가 아팠다.

평소에는 그렇게 융통성이 있더니, 고집을 피우기 시작하면 황소고집이 따로 없었다.

‘양보하는 말 한마디 없이, 이 거래를 어떻게 하자는 거지? 월령안이 여태껏 어떻게 그렇게 큰 장사를 했는지 알 수가 없군.’

“물론 평소에는 이런 식으로 거래를 하지 않죠. 하지만 육 대장군과의 이 거래는 정말로 할 수가 없네요.”

그녀는 일부러 이러고 있었다.

육장봉과 거래를 하는 게 처음이 아니었다. 당연히 그가 얼마나 까다로운 상대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와 거래를 하려면, 반드시 그녀가 규칙을 장악하고 있어야 했다. 만약 그에게 끌려가기 시작하면, 결국에는 공짜로 일해 주는 꼴이 될 것이다.

“나는 오 할의 이익만 요구했소. 나머지 오 할의 이익에서 당신도 이익을 얻을 수 있소. 왜 거래를 하지 않으려고 하시오?”

애초에 월령안은 수횡천과 이야기할 때는 자신이 구 할의 이익을 차지하겠다고 했었다. 그에 비하면 육장봉은 양심적인 편이었다.

“육 대장군, 거래는 이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이익이 난다고 해서 모든 장사를 하는 건 아니에요. 장사도 골라서 해야죠. 생각해 보세요. 제가 전심전력을 기울였는데도 오 할, 아니 그보다 더 적은 이익을 얻게 된다니요. 그러면 제가 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해야 하나요? 그 시간과 정력을 다른 장사에 들이면, 십 할 내지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말이에요.”

많은 이가 시간과 정력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보통 백성들은 하루에 열 푼만 벌 수 있으면 달갑게 일했다. 어차피 다른 일도 없으니, 벌리는 만큼만 벌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니었다.

그녀의 시간과 정력은 어떤 의미에서는 곧 돈이었다.

시간과 정력을 소모했는데, 이상적인 수익을 얻을 수 없다. 그러면 꼭 그 장사를 할 이유가 없었다. 다른 장사를 선택할 수도 있다.

상인은 이익을 좇는다. 동등한 조건에서라면, 시간과 정력을 수익이 더 높은 장사에 쓸 수밖에 없었다.

충분한 이익을 얻지 못한다면, 그녀의 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뿐이었다.

월령안은 육장봉을 똑바로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

“육 대장군, 제가 대장군과 이 거래를 하면 손해를 보지는 않겠지만, 전혀 벌이가 되지도 않습니다. 제게는 돈을 적게 버는 것은 손해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저는…… 손해를 보는 장사를 하지 않거든요.”

수횡천은 아래쪽에 앉은 채였다. 육장봉의 말을 들었을 때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익을 조정에서 오 할이나 가져가긴 하지만, 우리도 벌 수 있잖아?’

하지만 지금 월령안의 말을 듣고 보니, 그녀의 말이 더욱 타당해 보였다. 심지어 저도 모르게 자기반성까지 시작했다.

‘나는 왜 바쁠수록 더 가난해졌지? 늘 시간과 정력을 수익이 높지 않은 일에 소모했구나. 그럼 그게 고생은 실컷 해놓고 정작 돈을 벌 수 없었던 이유인가?’

“그렇다면 이 거래는 성사될 수 없다는 말인가?”

육장봉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나보고 양보하라는 건가? 그건 안 돼. 내가 오 할이라고 했으면 오 할이지. 절대 양보는 못 해.’

“어떻게 그러겠어요. 장사에는 항상 협상의 여지라는 게 있는 법이에요. 육 대장군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조정에서 오 할의 이익을 가져가는 게 안 될 건 없죠.”

월령안은 슬그머니 자리에 도로 앉았다. 그리고 사근사근하게 말했다.

“육 대장군, 무림맹이라는 이 장사는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운영 방법이 달라요. 일전에는 저와 수 맹주뿐이었으니, 저희는 작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 당연히 이윤도 한계가 있죠. 지금 조정에서 참여한다면 조정에서 오 할의 이익을 가져가도 괜찮아요. 우리가 이 장사를 더욱 크게 해서 이익을 확대하면, 우리 모두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크게 할 거요?”

육장봉은 인정할 수 없었지만, 그는 월령안의 말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크게 하는 것도 여러 가지가 있어요. 우선 말 그대로 규모를 확대하는 거예요. 무림맹은 몇백 묘(畝 – 고대 토지 면적 단위, 1묘는 667제곱미터)의 땅밖에 없어서 크게 운영할 수가 없어요. 장사를 크게 하고 싶다면, 조정에서 제게 땅을 몇 뙈기 더 떼어 주면 돼요. 그리고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면, 사람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게 그곳까지 가는 길을 닦아야 해요.

조정에서 해마다 길을 닦잖아요. 무림맹으로 가는 길을 먼저 닦으면 어떤가요? 만약 길 몇 갈래를 더 닦아 무림맹으로 가는 길이 사방팔방으로 쫙 통하면 더 좋고요.”

월령안은 시험 삼아 두 가지 요구를 제시했다. 그러고는 육장봉을 바라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요구는 그 두 가지뿐이오?”

육장봉은 잠깐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고 여겨졌다. 월령안이 제출한 요구는 합리적이었다. 그렇게까지 터무니없는 요구는 아니었다.

돌아가서 황제에게 제안한다면, 분명 동의할 것이다.

황제는 항상 강호 세력을 수중에 장악하려고 했다. 만약 월령안, 수횡천과의 이 거래가 성사된다면, 무림인들에게도, 조정에게도 일종의 기회였다.

그리고 최후의 승자가 과연 누구일지는, 누가 한 수 위인가에 달려 있었다.

월령안은 머릿속으로 두 가지 일을 함께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입을 떼야 조정에서 힘을 최대로 쓰게 할지 빠른 속도로 머리를 굴리면서, 동시에 육장봉의 안색을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육장봉의 표정은 담담했다.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도 마음을 놓고 대담하게 말했다.

“대장군, 이건 단지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사업을 크게 벌이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에요. 크게 벌이되 잘하려면, 남이 해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사업을 해야 해요."

이 이야기가 갑자기 나오는 바람에, 육장봉 쪽에서는 조금도 속을 드러내지 않았다.

월령안은 하는 수 없이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놓치지 않고 자세히 말하려고 노력했다.

“먼젓번에 제가 수 맹주와 상의할 때, 무림맹의 명의로 강호 청년 준걸들이 순위 명단을 만들려고 했어요. 지금 조정에서도 참여한다면, 조정은 우리에게만 있는 가장 유리한 간판이에요. 조정에서 이 순위를 인정하고, 그들에게 상을 내린다면 더 좋을 거예요.”

사실 조정의 인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상이 중요했다.

사람은 재물 때문에 죽고, 새는 먹이 때문에 죽는다. 그 강호 협객들은 어찌 되었건 일 위를 두고 경쟁하는 처지였다. 조정에서 상을 준다는 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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