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황 (70)화 (70/1,004)

70화 형제의 화해

이혼장을 받고 육비우에게 쫓겨나던 그 날만 해도 그랬다.

만약 그를 미친 듯이 사랑했다면, 그런 상황에서 냉정하게 이해득실을 따질 수 있었을까. 성안 모든 백성 앞에서 그와 이혼의 조건을 흥정할 수 있었을까.

그를 진정으로 깊이 사랑했다면, 칠출삼불거(七出三不去 - 칠출은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일곱 가지 이유, 삼불거는 아내를 내쫓을 수 없는 세 가지 이유를 가리킴. 즉, 돌아갈 곳이 없는 경우, 삼년상을 치른 경우, 가난하다 부유해진 경우)를 구실로 모든 백성 앞에서 이혼장을 거두어들이게 했을 것이다. 계속 육장봉의 부인 노릇을 하며, 그의 곁을 계속 맴돌아야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월령안은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냉정했다. 자신의 득실을 계산하고, 어떻게 해야만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을지를 계산했다. 그러한 냉정함은 전혀 사랑에 빠진 여인 같지 않았다.

주변 사람 모두가 입을 모아 월령안이 그를 좋아하고, 그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 많은 걸 희생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 보이는 것과 귀로 들은 것은 천지 차이였다.

그래서 줄곧 월령안에게 위화감을 느꼈다. 그녀가 위선적이라고 여겼다. 혼인을 두고도 이해득실을 따질 수 있는 여인이었다. 그런데 무슨 진정한 사랑을 안단 말인가.

그러나 지금 조계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진실로 믿게 되었다. 월령안은 그를 정말로 좋아했다. 그를 위해 거의 미친 짓이나 다름없는 짓을 저지를 수 있을 정도 말이다.

그를 위해 그만큼 큰 위험을 감수하다니. 확실히 그가 알던 월령안답지 않았다.

늘 냉정함을 유지하며, 냉혹할 정도로 이성적이고, 이해득실을 분명히 따졌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신속하게 득실을 계산할 수 있는 월령안이, 그를 위해 이처럼 큰 위험을 감수했다고 한다.

이는 그가 본 월령안이 아니라, 옆 사람들이 말해 주던 월령안의 모습과 부합했다.

이제야 월령안이라는 인물이 그의 머릿속에 입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월령안의 진정한 모습을 알게 되었다고 느껴졌다.

그의 앞에서 월령안은 실제 성격을 한 번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조계안 앞에서는 단 한 번도 실제 성격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육장봉은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눈빛으로 조계안을 바라보았다.

“뭐 하자는 거야?”

조계안은 위험에 대해서는 거의 동물적인 직감을 느꼈다. 육장봉이 자신을 바라보자마자 경각심을 가졌다.

그는 육장봉을 경계하며 말했다.

“육장봉. 말해 두는데, 네가 진심으로 공격해도 두렵지 않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육장봉은 조계안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폐하께서 이번 일에서 손을 떼게 해서, 월령안에게 어머니의 시신을 돌려주려는 것 아닌가?”

“방법이 있나?”

조계안의 귀가 번쩍 띄었다.

“따라 나와. 내가 폐하께 아뢰겠다.”

육장봉이 조계안에게 눈짓했다.

“황형께 뭐라고 할 건데?”

조계안은 어쩐지 불안했다. 왠지 육장봉에게 당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일어섰다.

육장봉은 어릴 적부터 자기주장이 강했다.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냈다. 어린 시절에는 함께 어울려 나쁜 일도 적잖게 저질렀다.

남들 눈에 비친 육장봉은 줄곧 옆집 아이처럼 품성이 훌륭하고, 어린 나이에도 침착하고 냉정하게 보였다. 그래서 매번 못된 일을 저지르고 나면 벌을 받는 쪽은 늘 조계안이었다.

황형은 조계안이 육장봉에게 나쁜 물을 들인다며 나무랐다. 이 억울함은 하늘만이 알 것이다. 매번 못된 짓을 할 때마다 꾀를 내는 쪽은 사실 육장봉이었다.

조계안이 아무리 말해도 황형은 믿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동생이 바른 사람이 되지 못했다며 한스러워했다.

육장봉이 능동적으로 나서, 조계안에게 시킨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해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매번 육장봉이 잘못을 인정할 때마다, 황형은 ‘장봉아, 네가 고생이 많다’라는 표정을 짓곤 했다.

덕분에 그 무렵의 조계안은 자신이 주워온 아이고, 황형과 육장봉이 친형제 간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했었다.

그래서 육장봉이 방법이 있다고 하니, 직감적으로 자신이 당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가 보면 알게 될 거야.”

육장봉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조계안이 뒤따라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조계안은 잠시 멈칫했지만, 결국에는 뒤따르고 말았다.

계속 밀실에 있을 수는 없었다. 황형이 육장봉을 불러온 것은 그에게 물러날 길을 터 준 셈이었다. 이 길을 따라 물러나지 않으면, 결국 자신이 고생하게 될 터였다.

또한, 육장봉이 생각이 있다고 했으니, 다시 한번 믿어 보기로 했다.

조계안은 육장봉을 뒤따라 밀실을 나섰다. 밀실을 나서면서 조계안은 가면을 도로 썼다. 누구에게도 맨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밖에 있던 황제가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재빨리 걸어 들어왔다. 조계안의 모습이 보이자, 황제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그의 앞으로 다가가 손을 잡았다.

“계안아, 괜찮으냐?”

“황궁인데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황형께서 쓸데없는 걱정을 하셨습니다.”

조계안은 냉랭하게 황제의 손을 뿌리치더니 몸을 돌려 뒤통수만 보였다. 온몸으로는 언짢다는 기색을 내뿜었다.

황제는 한숨을 내쉬고는 살살 달랬다.

“계안아, 이번 일은 네가 억울하다는 거 안다. 그런데 너도 잘 알지 않느냐……. 이 황형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었겠느냐? 너는 곧 청주로 가야 할 텐데, 청주 사람들은 하나같이 법이라고는 안중에 없는 자들이다. 짐도 네가 걱정되어 그런 게 아니냐. 네가 그들에게 치일까 봐, 쓸 만한 패 하나라도 더해 주려는 것뿐이야.”

“하!”

조계안은 차가운 조소만 남긴 체, 여전히 황제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계안아……!”

황제가 달래듯 불렀다. 조계안은 여전히 못 본 체했다.

황제는 하는 수 없이 한발 물러섰다.

“아니면…… 짐이 소여방에게 사생아를 인정하라는 조서를 내릴까?”

“사람이 없는데! 무슨 인정을 한단 말입니까?”

겨우 조계안이 황제와 정면으로 마주했다. 눈에는 싸늘함만 감돌았다.

“보상을 해 주시려면, 좀 성의를 보이시죠? 좀 유용한 패를 내놓으시던가요?”

조계안이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황제는 웃음꽃을 활짝 피웠다.

“그럼 이렇게 하자꾸나. 소여방의 일은…… 짐이 약속하마. 네 마음대로 처리하거라. 짐은 간섭하지 않겠다. 이러면 되겠느냐?”

월령안이 한발 앞서 소여방의 첩과 자식을 빼돌린 사실은 황제도 알고 있었다.

“흥!”

조계안은 콧방귀를 뀌었지만, 어조가 저도 모르게 밝아졌다. 속이 풀리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황제는 이를 보고 한시름 놓았다.

한편 육장봉은 자신이 입을 열 때가 되었음을 알아차렸다. 황제가 터 준 길을 따라 조계안이 한 발 물러났다. 이제는 자신의 차례였다.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공수하면서 말했다.

“폐하, 월령안이 측근 둘을 비밀리에 북요로 보냈습니다. 폐하께서 마음이 놓이지 않으신다면, 조왕을 파견해서 확인하는 게 어떻습니까?”

황제가 서둘러 물었다.

“그 둘의 목적지가 북요가 확실한가?”

조계안이 바로 머리를 저었다.

“왜 내가? 난 변방으로 가지 않을 거야!”

황제와 조계안이 차례대로 입을 열었다. 전자는 의혹에 찼고, 후자는 불만에 찼다.

육장봉은 조계안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황제에게 말했다.

“그 두 사람은 여러 길을 거쳤으며 목적지가 분명치 않습니다. 신은 월령안이 했던 몇 마디를 토대로, 그들의 목적지가 분명히 북요일 거로 추정했습니다.”

“계안아, 수고스럽겠지만 네가 한번 다녀와야겠다.”

황제는 깊이 탄식하더니 조계안에게 말했다.

지금 이 시기에 월령안이 북요로 사람을 보냈다면, 철광산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월령안은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육장봉이 내놓은 증거도 그녀에게 철광산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황제는 여전히 월령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월령안은 지나치게 교활하고 신중했다.

황제는 월령안에게 철광산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설령 철광산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철광산의 존재와 그 실마리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리라.

지금으로서는 월령안이 유일한 실마리였다. 황제로서는 엉뚱한 사람을 잡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놓칠 수 없었다.

“황형, 황형에게도 유능한 이가 그렇게 많은데, 아무 일에나 저더러 가라고 하지 마시죠? 제가 관장하는 암부에도 매일 처리할 일이 태산입니다. 정말로 시간이 없어요.”

조계안은 육장봉을 한껏 흘겨보고 나서야 황제에게 원망을 늘어놓았다.

조계안은 육장봉이 자신에게 한 방 먹이리라는 사실을 진작 알고 있었다. 갑자기 눈알을 굴리더니 말했다.

“황형, 장봉이더러 가라고 하세요. 저 녀석이 할 일이 없어서 한가하답니다.”

“폐하, 신이 갈 수 있습니다.”

육장봉이 흔쾌히 대답했으나, 황제가 머리를 저었다.

“안 돼. 지금은 북요와 화의하고 있다. 이런 때 장봉이가 국경으로 돌아가면, 북요인들은 우리가 도발한다고 여길 거다.”

“그럼 다른 사람을 파견하세요. 전 안 갈 겁니다.”

조계안은 거만하게 육장봉을 힐끗 바라보았다. 육장봉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잠깐 주저하다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월령안 어머니의 시신은 월령안에게 돌려주기로 했어요. 아무 조건도 내걸지 않을 겁니다.”

“그건 안 돼!”

황제는 단박에 거절했다. 조계안은 노기를 억지로 가라앉히고 말했다.

“황형, 억지 좀 그만 피우십시오. 시신은 제가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월령안은 이미 한 번 거절했어요. 황형 생각엔…… 월령안의 생각이 바뀔 것 같습니까? 철광산의 정보와 자기 어머니의 시신을 바꾸겠습니까?”

“계안아, 짐은 널 생각해 그러는 거다. 월령안은 용의주도하고, 하나를 보면 백을 내다보는 사람이다. 만약 이번에 아무 조건도 내걸지 않고 어머니의 시신을 돌려주어 보아라. 앞으로 너는 월령안에게 뼈도 못 추리게 당하게 될 거다.”

황제가 노파심에 거듭 설득했다.

조계안은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냉소를 지었다.

“그래봤자 월령안은 일개 여인 아닙니까. 제가 언제 월령안에게서 손해를 본 적이 있습니까? 황형, 절 너무 얕잡아보시는군요.”

“어제저녁…….”

황제가 일부러 운을 똈다.

“어제저녁 일이 누구 때문인데요? 황형이 아니었으면…… 제가 남한테 수모를 당할 리가 있겠습니까?”

어제저녁 사건을 들먹이자, 조계안은 분노가 폭발했다.

“짐이 생각건대, 어제저녁 수모를 당한 사람은 월령안이더구나.”

황제가 정곡을 찔렀다.

조계안은 속으로는 후회가 되었으나, 겉으로는 기고만장하게 말했다.

“물론이죠! 저 조계안이 언제 손해를 본 적이 있습니까!”

“그래, 그래. 넌 손해를 본 적이 없지.”

황제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조계안도 여전히 토라진 채였지만, 온몸의 난폭한 기운은 모두 사라졌다. 드디어 형제끼리 화해한 모양이었다.

육장봉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적절한 때를 봐서 다시 입을 열었다.

“폐하, 신이 생각하건대…… 이 일은 폐하께서 잘못하셨습니다!”

“짐은……!”

황제가 입을 열려 하자, 조계안이 선수를 쳤다.

“황형, 보세요. 저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장봉이도 저와 똑같이 생각하잖아요!”

육장봉은 조계안을 훑어보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 월령안의 어머니는 소 승상의 계실(繼室 – 남의 후처를 높여 이르는 말)입니다. 조왕이 터무니없이 남의 계실의 시신을 훔쳐냈으니, 그대로 눈감아 주셔서는 안 됩니다.”

또한, 훔쳐온 시신을 조건으로 내걸고, 조왕에게 월령안과 담판을 짓게 해서는 더더욱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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