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원고가 피고로
안건 심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밖의 구경꾼들은 이미 모두 월령안의 편이 되었다.
사건이 마무리되면, 자신의 제과점이 얼마나 잘나갈지 상상할 수 있었다. 가게는 곧 남의 것이 되겠지만, 여전히 기뻤다.
심혈을 기울여 증거를 정리하고 증인까지 청해 온 목적은, 단지 제과점 하나를 널리 알리려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월령안은 성품이 훌륭하고 덕이 있는 상인이라는 인상을 심어 주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었다.
‘덕으로 천하를 누빈다고 했다! 덕이 있어야 세상 사람들의 존중을 받을 수 있어.’
고작 상인일지라도, 월령안은 그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가장 존경받는 상인이 되고 싶었다.
월령안이 바라던 효과는 이미 얻었다. 그러니 유 대인이 곽삼석을 어찌 심사하는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한쪽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제 유 대인은 곽삼석을 죄인 취급하고 있었다. 그에게 간식의 출처, 그의 어머니가 죽기 전 사소한 부분까지 소상하게 캐물었다.
월령안은 지난 이레 동안 판매한 간식을 모조리 기록했다. 모든 제품을 누가 구매했는지 알 수 있었다. 곽삼석 수중의 간식은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게 확 드러났다.
“곽삼석, 다시 한번 기회를 주마. 정확히 언제 가게에서 간식을 샀다고?”
“이, 이레(약 7일) 전입니다. 대인, 제가 이레 전에 샀습니다!”
곽삼석은 대답하고 싶지 않았지만, 유 대인이 거듭 캐물었다. 그에게는 대답하지 않을 권리가 전혀 없었다.
“곽삼석, 확신하느냐?”
유 대인이 재차 확인했다.
“소인, 소인은……!”
곽삼석은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
그가 월령안을 고발할 때는 사흘 전에 샀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녀가 지난 이레 동안 간식을 구매한 손님들을 모두 찾아낼 줄이야. 그 기록에는 곽삼석의 존재가 없었다.
부잣집에서 받은 것이라고 하고 싶지만, 그전에 분명 자기가 산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인제 와서 말을 바꾸려고 해도 기회가 없었다. 설령 남이 줬다고 할 수 있다 해도 그 사람의 이름을 댈 수가 없었다.
유 대인의 질문을 받자, 곽삼석은 당장 울고만 싶었다. 반면 유 대인은 질문할수록 그에게 모순이 생긴다는 것을 발견했다. 심지어 어떤 대답은 따져 볼 필요도 없이 허술함이 바로 드러났다.
이제 더는 곽삼석이 월령안을 고발하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유 대인이 곽삼석을 놓아주느냐 아니냐가 문제였다.
유 대인은 의심이 생기자 곽삼석을 원고가 아닌 죄인으로 재판했다. 심문의 기교를 발휘해, 곽삼석에게 어머니가 죽었을 때의 세세한 부분을 반복적으로 질문했다.
그전에는 이 모든 것을 곽삼석 본인이 스스로 나서서 말했었다.
매번 어머니의 참혹한 죽음을 거론할 때마다, 눈물 콧물 흘리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켜보던 사람들도 그런 그를 대신해 분노하고, 그를 거들어 악덕 상인 월령안을 욕했다. 사건의 경위에 대해서는 전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유 대인도 마찬가지였다. 전에 들었을 때는 곽삼석이 아주 효자라고 생각했다. 어머니에게 맛있는 간식을 드리려고 일 년간 힘들게 돈을 모았지만, 악덕 상인을 만나 곰팡이가 핀 간식을 잘못 사는 바람에 어머니를 죽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월령안이 제공한 각종 증거와 대조한 결과, 유 대인은 곽삼석의 진술에는 곳곳에 허점이 수두룩함을 발견했다.
게다가 그가 어머니의 죽음을 이야기할 때마다, 묘사하는 순서마저도 늘 똑같았다.
몇 년간의 재판 경험을 가진 유 대인이었다. 전에는 선입견에 빠져 곽삼석을 피해자로 단정 짓고, 그 어머니의 죽음을 동정했기에 기만당했다. 지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문제점이 훤히 보였다.
이자의 증언은 모두 사전에 외운 것이었다. 모든 말이 월령안을 작정하고 겨냥하고 있다.
유 대인은 오늘 사건에서 곽삼석이 원고라는 사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바로 곽삼석을 심문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빠뜨린 점이 없나 확인하려는 차원에서 곽삼석을 심문하려 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매우 악질적인 살인 사건을 심문하게 되었다.
유 대인은 심문 과정에서 곽삼석의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전에는 어머니가 월령안 가게의 간식을 먹고 중독으로 사망했다고 단언했었다.
지금 월령안은 가게의 간식에는 절대 문제가 없다고 증명했다. 그리고 곽삼석이 증거로 내놓은 간식은 겉으로만 보면 월령안 가게의 것이 확실했다. 그러나 언제, 어디에서 샀는지가 분명치 않았다.
심지어 곽삼석은 자기가 산 간식이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았음을, 월령안의 가게에서 사자마자 자기 어머니에게 드렸음을 증명하지도 못했다.
음식이란 것이 사람의 손을 거칠수록 말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곽삼석이 순천부에 제출한 간식은 곰팡이가 피긴 했으나, 겉에 부분적으로 독성이 있을 뿐, 속은 멀쩡했다.
곽삼석의 간식은 도대체 몇 사람의 손을 거쳤는지, 겉면의 독은 어디서 묻었는지 설명하기 어려웠다. 적어도 월씨 가게의 문제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월령안이 제공한 각종 증거에 따르면, 그 가게에서는 곰팡이가 핀 간식은커녕, 하루가 지난 간식조차 팔지 않았다. 설령 곽삼석이 내놓은 간식을 월씨 가게에서 샀다고 해도, 간식에 곰팡이가 핀 것은 가게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곽삼석 어머니의 사인(死因)은 음식물 섭취로 인한 중독이 아니었다.
하지만 또 문제가 있었다.
곽삼석의 어머니가 간식을 먹고 중독되어 죽은 게 아니라면, 도대체 무얼 먹고 중독되었는가?
유 대인도 처음에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곽삼석이 어머니의 사인을 제대로 몰라 오해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어머니가 죽은 후, 나쁜 마음을 먹고 그 시체를 이용해 월령안을 모함하고 사기를 치려 했던 것이 드러났다.
심문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원래 진술이 거짓임이 드러나자, 곽삼석도 사전에 외운 것들을 더는 쓸 수 없게 되었다. 다시 어머니의 사인을 묻자, 그는 얼버무리기 시작했다. 말머리를 돌리면서 유 대인의 물음에 제대로 대답하려 하지 않았다.
몇 년간의 재판 경력으로, 유 대인은 곽삼석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다시 한번 질문했다.
“곽삼석, 네 어미는 도대체 어떻게 죽은 거냐? 어서 빨리 실토하지 못할까!”
“소인, 소인은 모릅니다……. 소인이 발견했을 때는 이미 중독되어 있었습니다. 곁에는 간식 상자만 놓여 있었고요. 소인은 정말 모릅니다.”
곽삼석은 유 대인의 거듭되는 질문에 땀을 비 오듯 흘리고, 부들부들 떨며 감히 유 대인을 바라보지도 못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왜, 갑자기 나를 심문하는 거지? 내가 월씨 가게를 고발한 게 아니었던가? 그 가게에 문제가 없다면, 기껏해야 생사람 잡은 죄 아닌가? 나를 심문할 건 아니지 않나?’
유 대인은 곽삼석이 끝까지 버티자 노하여 호통쳤다.
“곽삼석, 아직도 우길 셈이냐! 네 어미의 시체가 의장에 있다. 어떻게 죽었는지는 관을 열고 검시하면 알 일이다!”
이미 오작이 부검하여 중독으로 인한 사망임을 밝혔다. 사실 다시 부검해도 의미가 없었다. 유 대인이 이렇게 말하는 건, 곽삼석을 떠보기 위해서였다.
월령안이었다면 속아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곽삼석은 식견이 없는 농사꾼이라 유 대인의 말에 당황하여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대인, 소인은 모릅니다. 소인은 진짜 모릅니다! 대인, 고발을 취소하겠습니다. 이제라도 고발을 하지 않는 것으로 하면 안 됩니까?”
곽삼석은 곧 겁에 질려 물러서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물러서고 싶다고 물러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유 대인이 허용하지 않았다.
월령안은 곽삼석을 힐끗 바라보고는 눈을 내리깔았다. 눈 속의 냉기를 감추고 앞으로 나아가 공수했다.
“유 대인, 이제 곽삼석 어머니의 죽음이 저희 가게와 아무 연관이 없다는 게 증명된 것이 맞습니까? 곽삼석이 저희를 무고한 게 맞죠?”
“그렇다!”
월령안은 증인, 증거를 모조리 갖추었다. 반면 곽삼석은 죽은 어머니 외에는 어떠한 유용한 증거도 내놓지 못했다.
곽삼석이 제출한 증거는 성립되는 게 없었다.
“그럼 지금, 저희가 곽삼석에게 배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까?”
월령안이 재차 물었다.
“배상을?”
유 대인은 살짝 당황했다.
“곽삼석이 저희 가게를 모조리 부숴 놓았습니다. 가게 안의 모든 장식품, 그날 만들어 놓았던 제품, 들여왔던 원재료까지 모두 망쳐 놓았어요. 대인께서도 보셨으니 저희 가게의 원재료가 얼마나 비싼지 아시잖습니까. 저희 손실이 이리 큰데, 저자가 배상해야 하지 않을까요?”
월령안이 기대에 찬 눈길로 유 대인을 바라보았다.
유 대인도 아니라는 말을 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배상해야 하네.”
여러모로 배상하는 것이 도리에 맞았다.
유 대인은 월령안이 금전적 배상을 요구할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육장봉은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육장봉은 월령안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손실에 대한 애석함만 가득할 뿐, 다른 표정은 없었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월령안은 오직 유 대인만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가게가 모함을 당하는 바람에 꼬박 이레를 장사를 못 했지만, 임대료는 빠짐없이 내야 했어요. 이 손실도 곽삼석이 배상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네!”
유 대인은 보기 드문 엄숙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월령안이 제출한 장부를 보았으니, 그 가게의 하루 순수익이 얼마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녀의 요구대로 배상하려면, 곽삼석은 평생 가도 갚지 못할 것이다.
뜻밖에도 월령안이 계속하여 말했다.
“모함으로 인해 명예가 훼손된 건 따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저자로서는 아마 평생 갚지 못할 테니까요.”
“월 낭자, 참 어질구려.”
유 대인은 월령안의 말을 듣자,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대인의 칭찬, 부끄럽습니다.”
월령안은 겸손하게 한마디하고 나서, 다시 곽삼석에게 물었다.
“곽삼석. 날 모함하고 내 가게에 큰 소실을 입혔는데, 돈으로 직접 배상하겠느냐, 아니면 나에게 고발을 당할 것이냐?”
월령안이 더는 자기 어머니의 사인을 묻지 않고 배상만 요구하자, 곽삼석은 한시름 놓고는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대인. 소인, 소인은…… 가게의 손실을 배상하겠습니다. 고발하지 않겠습니다. 더는 고발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월령안이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
“일개 농사꾼은 일 년에 은자 한 냥도 모으지 못할 텐데, 우리 가게 손실은 열 번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배상하지 못하겠지. 관두자…….”
월령안은 여기까지 말하고 잠깐 숨을 골랐다. 사람들은 그녀가 과감하게 배상을 포기하려는 줄 알았다.
“좋은 사람 노릇을 하려거든 끝까지 해야지! 너의 어머니가 중독으로 사망했다고 했지? 내가 송(宋) 오작을 찾아가 다시 부검해 달라고 부탁하마. 너를 도와 네 어머니를 해친 진범을 찾아주마. 진범을 찾아 응징하고, 겸사겸사 내 손실도 배상을 받아야겠다.”
“아니, 아니, 아닙니다. 전 그저 이 고발을 없던 일로 하고 싶습니다.”
월령안의 말을 듣고 난 곽삼석은 미칠 것만 같아 연신 머리를 저었다.
대신 유 대인은 반색하며 물었다.
“월 낭자, 아까 얘기한 그분은……. 혹시 선황(先皇)께서 불러들이셨다는 송 오작을 말하는 거요? 그분이 조사한 죽음에는 억울한 영혼이 절대 있을 수 없다고 하던데.”
“네. 바로 그분. 송 선생, 송 오작입니다.”
월령안이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