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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7)화 (7/1,004)

7화 참 절묘한 수법이군

육장봉은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 짐짓 시치미를 떼고 물어보았다.

“월령안의 능력과 절 이혼시키는 계획이 무슨 관련이라도 있습니까?”

월령안의 능력은 너무 뛰어나 황제의 경계심을 살 정도였다.

육장봉은 병권을 장악한 대장군이다. 황제는 그의 곁에 십만 대군을 먹여 살릴 능력을 갖춘 아내를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황제는 그에게 입성하자마자 월령안을 내쫓으라고 했다. 그냥 내쫓는 정도가 아니라 그녀가 그를 증오하고, 적으로 돌아서길 바랐다. 그래야만 황제가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육장봉은 입성하기 전까지만 해도, 월령안이 지난 삼 년간 어떤 일을 했는지, 무슨 능력이 있는지도 전혀 몰랐다. 그가 황제의 뜻에 따르지 않자 기다리다 못한 황제가 직접 손을 썼다. 이미 모든 것을 정해 놓고, 월령안이 그를 증오하게 했다.

‘참 절묘한 수법이군.’

월령안이 정말로 조계안의 말만큼 똑똑하다면, 성문 입구에서 벌어졌던 소동은 단순한 화풀이가 아닐 것이다. 그녀가 일부러 연출한 것이리라.

‘정말 총명한 여인이었군!’

그러니 황제가 육장봉 곁에 그녀를 두려 하지 않는 것이다.

“하는 수 없지. 월령안은 너무 뛰어나. 그녀는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할 거야.”

육장봉에게 이혼하라고 압력을 넣고, 월령안과의 사이를 틀어지게 한 것은 그를 방어하기 위한 황제의 계략이었다.

물론 조계안은 육장봉에게 진실을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대신 다른 핑계를 댔다.

“청주 범씨 가문의 일은 너도 알고 있겠지. 월령안은 월씨 가문 사람이야. 난 범씨 가문을 대적하기 위해 그녀가 필요해.”

“알겠다.”

육장봉은 머리를 끄덕이고 더는 묻지 않았다. 더 물었다가는 군신 관계는 물론, 지금의 교분(交分)마저 지키지 못할 것 같았다.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자, 황제는 기뻐하는 와중에도 육장봉을 경계하고 있었다. 월령안 사건은 황제가 내린 경고였다.

육장봉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감정의 기복도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잘 알고 있는 황제는 그가 화가 났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황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해명에 나섰다.

“장봉, 이 일에 대해 짐은 전혀 알지 못했단다. 네게는 사모하는 여인이 있고, 월령안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계안이 말하더구나. 네가 이혼할 계획이라기에 이혼하도록 한 것이었다.”

황제는 그렇게 말하면서 몰래 조계안을 노려봤다. 이번 일은 조계안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이러면 장봉이가 내가 자기를 경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군.’

설령 사실이라 해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알게 할 필요는 없었다. 군신으로서의 정뿐만 아니라 형제로서의 우애도 상하게 하는 일이었다.

“신은 언젠가 이혼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그게 언제든 딱히 중요하지 않습니다.”

월령안은 자신이 월씨라서 황실에 도움이 되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그녀의 돈 버는 재주와 육장봉의 아내라는 신분만 가지고도 백번은 더 죽었을 것이다.

어쨌든 결론은 육장봉의 곁에 이처럼 능력 있는 여인이 있다는 사실을 황제가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조계안은 손뼉을 치면서 기뻐했다.

“황형, 보십시오. 장봉이가 화내지 않을 거라고 했잖습니까. 형제간에 이런 사소한 것으로 꼬투리 잡지 않을 거라고요.”

“그 입 다물라!”

황제는 조계안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

“네네네, 제가 입을 다물지요.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전부 제 탓만 하면 그만 아닙니까.”

조계안은 전혀 겁을 먹지 않고 건들거리며 말했다.

육장봉은 그를 흘깃 보았다. 눈빛이 유달리 차가웠다. 조계안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도발적인 웃음을 지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육장봉이 제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가 있더라도 엎지른 물을 도로 담을 수는 없다.

육장봉으로서는 억울했지만, 이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입성하자마자 이혼을 했다. 게다가 아내를 내쫓았다는 오명도 전부 뒤집어쓰게 되었다.

조계안은 기분이 아주 좋다는 듯 입을 열었다.

“참, 황형. 오늘 제가 월령안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월령안은 칠 월에 청주로 가서 범씨 가문과 겨루겠다고 승낙했습니다. 그 대가로 월씨 가문에게 자유를 주는 것 외에도, 두 가지 조건을 더 걸더군요.”

“무슨 조건 말이냐?”

황제는 육장봉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고 있었다. 때마침 조계안이 이야기를 꺼내자 바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삼 년 만에 보니 장봉의 기세가 더욱 날카로워졌군.’

아까 조정에 있던 문무백관도 모두 그의 기세에 눌려 찍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그가 황제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이는 더욱 없었다.

물론, 황제로서도 그가 잘못했다 생각하지 않았다.

황제 앞에서도 무릎을 꿇지 않는다. 이는 육장봉이 쌓은 공로로 얻은 영예였고, 황제가 허락한 것이기도 했다. 비록 조금 내키지 않기는 해도 자신의 체면을 생각해 더는 뭐라 할 수 없었다.

조계안이 말했다.

“하나는 소함연과 육비우에게 혼사를 내려달라는 것입니다. 또 소여방의 사생아를 소씨 가문에 정식으로 입적해 달라고 했습니다.”

“소여방에게 사생아가 있단 말이냐?”

황제는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소함연과 육비우가 누구인지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이 둘의 혼사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는 소여방의 일이 더 관심이 갔다.

소여방은 황제가 누이동생의 배필로 점찍어 둔 사람이었다. 일전에 소 승상에게도 공주를 소여방에게 시집보내겠다고 슬쩍 암시한 적이 있었다. 소 승상도 좋다고 승낙했는데 소여방이 밖에 사생아를 두었다니?

“하하하!”

조계안은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황형께서 깜짝 놀라실 줄 알았습니다. 황형, 월령안에게 이 이야기를 듣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월령안은 대체 어디서 이런 일들을 캐냈을까요? 제 부하들도 알아내지 못한 걸 월령안은 알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걸 두 해 동안이나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니, 참 대단하네요!”

조계안은 갑자기 신이 난 듯 흥분하며 말했다.

“황형, 월령안이 여인이라고 무시하지 마십시오. 이 여인은 정말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소씨 가문에 이런 타격을 입혔잖습니까. 그나마 저였기에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 저 대신 협상하러 갔다면 큰코다쳤을 겁니다.”

말을 마친 조계안은 육장봉을 비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장봉, 네가 여기서 화를 낼 동안 월령안은 기뻐하고 있을 수도 있어. 봐, 너한테 내쫓긴 대가로 이렇게 많은 이득을 얻었잖아. 이만한 이득을 어디 가서 얻겠어?”

육장봉이 월령안의 뛰어남을 알게 된다 해도, 지금의 조계안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어차피 월령안이 얼마나 뛰어나든 육장봉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똑똑한 그녀라면, 육장봉과 평생 이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는 받아들일 것이다.

월령안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육장봉에 대한 마음을 제때 접어 손해를 막는 것이다.

또한 육장봉의 비상한 머리로도 이 내막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육장봉이 야망을 품고 있다면, 북요를 멸망시키고 어머니를 모시고 올 생각이 있다면, 절대 월령안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

육장봉과 월령안의 능력은 너무 뛰어났다. 한 명은 군사를, 한 명은 돈을 가지고 있었다. 이 둘은 절대 함께 둘 수 없었다.

만약 그들이 함께한다면, 황제는 그간의 정을 보아서 육장봉을 어찌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월령안은 아무리 능력이 있더라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육장봉은 조계안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옅은 눈웃음으로 속마음을 감췄다. 겉으로는 무심해 보였지만, 사실 조계안의 말을 하나하나 귀담아듣고 있었다.

‘월령안!’

그의 아내, 서신에서만 나타났던 이름, 성문 입구에서 한 번 보았을 뿐인 그 여인이 점점 마음속에서 선명하게 살아났다. 이제 그녀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 단순한 이름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조계안은 일부러 육장봉을 도발했지만, 그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대신 황제가 크게 화냈다.

“소씨 가문에서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느냐? 소 승상은 아들을 어찌 가르쳤기에 이리되었어?”

“소 승상은 명예를 얻기에 급급한 사람이죠. 위로 오르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사람이 자식 교육에 신경 쓸 겨를이나 있었겠습니까. 번거로우시겠지만 황형께서 소 승상을 대신해 그 두 아이를 잘 타이르셔야 할 듯합니다.”

조계안은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황제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다음 불길을 소 승상에게 돌렸다.

월령안은 지금 그의 사람이었다. 소 승상이 월령안과 원수 사이이니 자신과도 원수인 셈이다. 조계안으로서는 당연히 소 승상을 도와줄 수 없었다.

“짐이 나중에 소 승상을 불러들여 묻도록 하겠다.”

황제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황형, 성지를 내리는 걸 잊지 마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제가 신용 없는 놈이 될 겁니다. 월령안은 능력이 있는 만큼 성격도 드세거든요. 괜히 오해를 사고 싶지 않습니다.”

조계안은 은근히 월령안과의 친분을 내비치며 말했다. 그녀의 이름을 입에 올릴 때마다 육장봉을 슬쩍 바라보았다. 하지만 육장봉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곧 흥미를 잃었다.

‘육장봉 이놈은 갈수록 인간미가 없어지는군.’

“알았다. 잊지 않으마.”

황제는 승낙하더니 갑자기 주제를 바꾸어 물었다.

“참, 월령안 수중의 철광산이 어디 있는지 알아냈느냐?”

“황형, 지금 농이라도 하시는 겁니까? 철광산을 발견했는데 조정에 신고하지 않고 사사로이 채굴하는 것은 죽을죄입니다. 제가 묻는다고 월령안이 제대로 대답하겠습니까?”

월령안이 바보도 아니고, 이런 치명적인 약점을 고분고분 조계안의 손에 쥐여 줄 리가 만무했다.

“철광산?”

갑자기 육장봉이 물었다.

이 말을 들은 조계안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 듯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맞아, 철광산! 이 몇 년간 자네 부하들의 병기는 전부 월령안이 사적으로 제조해냈지. 그리고 소씨 가문의 돈을 빌려 조정의 명의로 전선에 조달한 것도 월령안일세. 월령안은 자네를 위해 목이 떨어질 위험을 무릅쓰고 은밀하게 철광을 채굴했네. 그것 때문에 소씨 가문에 약점을 잡힌 거고. 어떤가? 감동적이지 않은가?”

“그 여인에게 확실히 능력이 있다는 사실은 믿어지네.”

육장봉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삼 년간, 월령안은 암암리에 황제의 보호를 받으며 군사를 지원할 돈을 벌었을 것이다.

월령안은 황제의 눈앞에서 몰래 철광을 채굴하고 병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황제에게 철광의 소재지를 들키지도, 약점을 잡히지도 않은 것은 보통 능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육 부인의 자리와는 점점 멀어진다는 사실은 월령안 본인도 몰랐을 것이다.

“아쉽지만 늦었다네!”

조계안은 고소하다는 듯이 말했다.

월령안은 육장봉 때문에 마음을 다칠 대로 다쳤다. 설령 육장봉에게 정이 남았다 하더라도 그를 포기했을 것이다.

육장봉은 말이 없었다.

조계안은 번뜩 정신이 든 듯 말했다.

“황형, 저한테 좋은 수가 있습니다. 월령안 수중의 철광산을 순조롭게 얻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무슨 수냐?”

그 철광산은 황제 마음속에 걸린 가시 같은 존재였다.

철기는 조정이 관리하는 병기이다. 조정의 허가 없이는 민간에서 함부로 유통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월령안의 수중에는 황제도 모르는 철광산이 있었다. 심지어 이 삼 년간, 월령안이 그것으로 병기를 어느 만큼 만들어냈는지, 따로 숨겨둔 병기는 없는지 황제로서도 알 수가 없었다.

육장봉의 눈가가 미세하게 떨리더니 조계안을 흘긋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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