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길들여지는 밤-64화 (64/67)

64

지한은 차오르는 감각을 이기지 못하고 거칠게 가현의 깊은 곳으로 밀어 올렸다.

그의 거친 움직임에 가현의 작은 몸이 밀려갔다.

가현의 눈을 가린 옷을 끌어 올려 바르작거려 느슨해진 팔을 더 단단히 결박했다.

갑자기 밝아져 눈을 뜨지 못하고 있던 가현이 가늘게 지한을 보았다.

한쪽 손은 소파 헤드를 잡고 거칠게 움직이는 그는 더 크게 보였다. 작은 몸을 삼킬 듯이 단단한 그가 쏘아보며 땀에 젖어 있었다.

불의 화신처럼 그는 가현의 깊숙한 한 지점을 건드렸다.

외마디 신음을 흘리며 가현이 파르르 떨었다. 지한은 가현을 들어 올려 자기 무릎에 앉혔다.

결박된 손목 안으로 그의 얼굴을 밀어 넣어 입술을 겹쳤다.

어느 곳 할 것 없이 빈틈없이 밀착되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너무 강해요.”

“다른 생각 안 하게 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지.”

한 번 더 딴생각했다가는 자신은 가루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했다.

“매일 밤 나 아니면 안 되게 만들 테니 각오해.”

지한은 마지막 절정을 향해 가현을 다그쳤다. 그의 무릎에 앉혀져 끝도 없이 내려 앉혀졌다.

다른 사람보다 월등히 발달한 그의 몸이 가현을 잠식해왔다.

틈 없이 밀착된 몸이 밀려들다 딸려가길 반복하며 마음도 파도처럼 술렁였다.

한번 시작한 정사는 끝나지도 않고 계속되었다.

소파에서 시작한 정사가 장소를 바꿔가며 가현을 다그쳤다.

창가에 세워진 가현은 그의 체력에 무섭기까지 했다. 그의 말에 헐떡이던 숨을 삼켰다.

“온실에서 할 걸 그랬어. 정가현 온실에서 정말 야하잖아.”

그가 첫 정사 때처럼 가현을 돌려세워 풍만한 살결을 움켜쥐고 귀가에 속삭였다.

“더는 못해요.”

“그러면서도 지금 이렇게 자극에 고스란히 반응하고 있잖아.”

읏.

“이게 마지막이야. 내일은 온실에서 해.”

내일을 예고하는 말이 꼭 경고 같았다.

금세 자리를 잡은 그가 가현을 다그쳐 절정으로 치달았다.

지한은 지치지도 않고 가현을 침범해 끝없이 나락으로 끌어갔다.

눈앞이 번쩍이는 감각에 가현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내리깔리는 몸이 그의 팔에 들렸다.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가 멀어졌다.

“잘했어. 가현아.”

***

가현의 마음을 알고 보내지 않기로 마음먹은 지한은 빠르게 움직였다.

가현이 일어나기도 전에 새벽같이 정장을 차려입고 침대에 잠들어 있는 가현의 이마에 입술을 찍었다. 작은 어깨가 입맞춤에 잠이 깨는지 흔들렸다.

흐트러져 잠든 가현의 쇄골에 남겨진 흔적들과 전날의 정사로 발그레 부풀어 오른 입술과 상기된 볼, 가슴께를 아슬아슬하게 가린 침대 시트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당장 침대 시트를 제치고 도톰한 살점을 깨물고 싶어졌다.

“오늘은 나가기 싫군.”

밖에서 기다리는 명 비서가 사용인들에게 가현이 온 것을 들었는지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그가 그녀가 돌아온 걸 모른다면 팔불출처럼 알리고 싶을 만큼 바보같이 들떴다.

‘자중해.’

속으로 자신을 다스려도 티가 났나 보다.

“대표님, 오늘 기분 좋으신가 봅니다. 대표님 미소를 아침부터 본 건 처음입니다.”

몹쓸 입꼬리가 주책맞게 올라갔는지 명 비서는 신이나 지한을 보고 맘씨 좋은 아저씨처럼 웃었다. 그의 말에 바로 입꼬리를 내려 무표정을 유지했다.

“회사가 아니라 제천으로 가.”

“사모님 어제 오셨는데 제천은 왜 가십니까?”

“가현이 어머님 모셔와야지.”

“아! 네 알겠습니다.”

명 비서가 직접 운전하겠다며 운전기사를 물렸다.

“사람 불러서 제천집 짐 옮겨 이곳으로.”

“기존 지내시던 집이 아니고요?”

“그건 정리해. 다른 생각할 빌미는 사전에 방지해야지.”

지한은 가현을 붙잡아 놓고 절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덫을 놓는 사람처럼 빠르게 일을 처리했다. 명 비서는 쏟아지는 지시에 제천으로 내려가는 동안 전화 통화를 여러 차례 했고 지한은 그의 통화에 군말도 하지 않았다.

가현의 엄마는 이미 출근해, 점심 손님이 밀려들기 전에 가게를 정리 중이었다.

“어서 오세요.”

키가 큰 지한이 가게로 들어섰다. 가현의 엄마는 지한을 보고 단번에 알아보았다.

지한은 고개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지한을 따라 가현의 엄마도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가게 한쪽에 앉은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앞에 놓인 하얀 종이컵에 담긴 커피 믹스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랐다.

“미안해요. 조금 있으면 장사 시작할 시간이라서 자리를 비울 수 없어요.”

“괜찮습니다.”

“어제 가현이가 찾아왔습니다.”

“그랬구나, 그렇게 가라고 말해도 안 듣더니 잘 됐어요.”

“감사합니다.”

“…….”

지한의 인사는 딱딱했지만, 힘이 있었다. 감사의 이유를 모르겠는지 그녀는 어색해했다.

“제게 감사할 일이 있나요?”

“말씀 낮추십시오. 어머님이 용서하시지 않았다면 허락할 수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무턱대고 용서하지 않았어요. 분명 가현이 아빠도 잘못한 게 많은 사람이었어요. 모든 사람은 실수를 하고요.”

지한은 말없이 듣기만 했다.

“차 대표님이 계기를 만들었지만 그게 모두 실수로 이어지지 않았어요. 100% 차 대표님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고요.”

“하지만 쉽게 용서할 수 없는 일이죠.”

“제가 제 친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는 것처럼 저는 가현이가 떠날 때 이해했습니다.”

“죽은 사람보다 난 산 내 새끼가 더 중요하니까 그것만 생각했을 뿐이에요.”

가현의 엄마는 앞에 놓인 종이컵을 만지작거리며 눈물을 참았다.

“저와 함께 올라가세요.”

“전 여기 있을게요. 가현이 잘 돌봐줘요.”

“가현이에게 약속했습니다. 벌은 아버님 만나 받고, 살아있는 동안에는 가현이와 어머님께 갚겠다고요.”

가현의 엄마는 얼굴을 돌리고 결국 눈물을 떨궜다.

“가현이는 어머니 여기 두고 있질 못할 겁니다. 저는 또 헤어지는 실수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어머님이 옆에 있어 주셔야 합니다. 제가 불편하시다면 따로 집을 마련하겠지만 저는 모시고 살고 싶습니다.”

“나까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저에게는 아버님에 대한 무게가 가현이만큼 어머니에게도 있습니다.”

그의 말에 목이 메여 앞치마에 눈물을 찍어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 말만으로도 난 그것만으로 됐어요.”

지한의 손을 잡으며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그 모습에 마음이 흔들렸던지 지한도 말이 없었다. 그의 표정에 설핏 슬픔이 겹쳤다.

지한은 가현의 어머니를 모시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가현은 저택에서 보는 엄마가 꿈만 같아 꼭 끌어안고 울었다.

“여기까지 같이 와줘서 고마워요. 엄마.”

“차 서방이 아니었으면 안 왔을 거야.”

“차 서방?”

옆에 있는 지한을 보고 가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하는 표정에 지한은 자신은 모른다는 표정을 보이곤 걸어갔다.

“엄마, 언제 봤다고 차 서방이야?”

“너랑 결혼했으면 내 사위잖아.”

“언제 이렇게 홀랑 넘어갔어.”

가현은 엄마가 금사빠인지 지한이 여자를 잘 홀리는 건지 어느 쪽이 맞는지 가늠하느라 심각한 표정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런 가현의 등짝을 때리며 엄마가 잔소리했다. 생각보다 강도가 세 가현은 몸을 비틀었다.

“엄마한테 ‘넘어가’ 가 뭐야? 너 차 서방 앞에서 조심해.”

“엄마가 넘어갔네.”

단번에 답이 나왔다. 생각해보면 자신도 차지한이라면 정신을 못 차렸으니 엄마 잘못이 아니었다.

요물 같은 남자 차지한의 웃음이 떠올랐다.

충분히 홀리고도 남을 얼굴이었다.

“그래 엄마 잘못이 아니야.”

당황한 가현 뒤에서 다가온 교진이 반갑게 가현의 엄마를 맞았다.

“오셨습니까. 가현이 어머님.”

“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정 실장님. 잘 지내셨어요. 저번엔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 하고 대접도 못 했어요.”

“두 분 만난 적 있으세요?”

가현은 생각지 못한 전개에 놀라 물었다.

두 사람은 대답해 줄 생각도 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갔다.

“가현이가 차 서방과 다시 잘 된 건 정 실장님 덕분입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두 사람이 서로 다시 만날 운명인 거죠.”

“잠시만요 아버지, 엄마. 아버지가 저희 둘이 다시 만나게 했다니요?”

“너한테 차 서방 어떻게 지내는지 말하면 너 차 서방이 다친 사고 때문에라도 가만 안 있을 거라고 실장님이 말씀하셨거든.”

자신은 잘 짜인 각본에 휩쓸렸다. 무언가 당한 거 같은 기분에 넋을 놨다.

“정말 두 분 저한테 이러실 수 있어요?”

“왜? 결과적으로 네가 행복해졌으면 엄마 계획은 성공했어.”

여기 남자들은 하나같이 사람을 들었다 놨다 했다.

거기다 엄마는 당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낀 자신은 안중에도 없었다.

“난 당한 거야. 사기잖아.”

두 사람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교진이 방까지 짐을 옮겨준다며 자리를 떠났다.

가현은 영 억울했다.

“다들 너무해.”

길들여지는 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