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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호흡이 올 때처럼 심장이 뛰었다. 표정이 보이지 않게 고개를 돌려 먼 사막풍경을 보는 척했다.
“기다리고 있잖아.”
“지한 씨…….”
그가 가현이 호명하는 이름을 두 번 더 기다렸다. 가현은 너무하다는 표정으로 빠르게 지한의 이름을 불렀다.
“지한 씨, 지한 씨.”
“잘하네. 앞으로는 호칭 정리 잘해주길 바라.”
기어코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은 듣고 만다. 욕심쟁이.
“이제 시작하나 보군. 해가 지기 전 하늘이 더 이글이글 타오르는 법이지.”
하늘에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의 말대로 해가 지기 전 태양은 뜨거운 열기를 전력을 다해 뿜어내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사막 한가운데 앉아 일몰을 감상했다. 사막은 산이나 바다보다 해가 일찍 졌다. 시간도 헷갈릴 정도로 오후의 일몰이 시작됐다.
해가 모래언덕 위로 내려앉고 있었다. 이글이글한 태양이 모래언덕에 걸려 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황금빛 모래언덕이 더 짙은 빛으로 붉게 물들었다.
“너무 아름다워요.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요.”
“내일 일출은 또 세상이 새롭게 시작하는 것 같겠지.”
모래언덕에 걸린 작은 조각까지 사라지고 어둠이 금세 주위를 뒤덮었다.
그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 해가 진 사막은 추워. 기온이 빨리 떨어질 거야.”
그의 손이 그가 말한 사막의 밤 기온을 연상케 했다. 잡은 손이 잡아당겨져 그의 품에 안겼다.
어색한 분위기에 가현은 몸을 떼려 했다.
“빨리 내려가요.”
“심장이 빨리 뛰는데, 내가 느껴질 만큼.”
“아니에요. 빨리 가요.”
가현은 그가 잡아당기는 손길에 올려다봤다. 그가 입술을 내려 가현의 코앞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그의 눈이 이렇게 휘게 웃을 수 있구나 라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과호흡은 아닌 것 같고 무슨 말에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걸까.”
“…….”
지한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다가왔다. 가현이 고개를 뒤로 빼며 피했지만, 그는 씩 웃으며 피하는 입술을 찾아들었다.
그의 부드러운 입술이 가현의 입술을 지그시 눌러 키스했다.
심장은 과호흡 상태처럼 뛰고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 모래언덕 위에 서서 하는 키스는 해가 지고 내려가는 기온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뜨거웠다.
무방비 상태로 키스하던 가현이 그를 밀어내고 모래언덕을 빠르게 내려갔다.
가현은 도망치듯 모래언덕을 뛰었다.
그와의 키스가 입안에 맴돌아 입술을 깨물었다.
천막으로 돌아오자 멋진 저녁이 준비되어 있었다. 쿠스쿠스와 타진 외에 물을 사용하지 않고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음식에 군침이 돌았다. 뒤따라온 지한은 음식 앞에 꽂힌 쪽지를 가현에게 주었다.
“모하메드 왕자가 보낸 거군.”
건네받은 쪽지에는 아랍어로 쓰여 있어 알 수 없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가현. 네가 우리와 일하게 된 차지한의 아내였다니 믿기지 않아. 결혼을 축하해. 너의 친구 아마드.”
“아마드와 함께 일해요?”
돌이켜보니 그와 두 번째, 세 번째 만나게 된 건 지한이 모로코와 일을 하게 되어서였다
“아마드, 그렇게 부르나? 기막힌 인맥이군.”
“대표님과 일하는 줄 몰랐어요.”
그가 묘한 표정으로 가현을 보더니, 팔을 끌어당겼다.
옆에 있던 그가 음식을 차리던 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가현의 목덜미를 끌어와 키스했다.
놀라 그의 가슴팍을 밀어냈지만. 키스가 깊어질 뿐이었다.
지한은 다른 손으로 허리를 감싸 안아 빠져나가지 못하게 키스했다. 옭아매듯 시작된 키스는 가현이 지치고 나서야 끝이 났다. 그의 가슴에 손을 얹고 숨을 몰아쉬었다.
지한이 불쾌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남편은 대표님인데 친구라고 부르는 한 나라의 왕자는 이름을 부르나?”
“처음에는 왕자인지 몰랐어요. 그 후에는 모로코 입찰 때문에 만나게 됐어요, 그때도 누군지 몰랐고요.”
처음도 지한에게 화가 나 시작한 일탈이었고, 그 후에도 지한이 만들어준 인연이었다.
“아마드를 만나게 된 건 대…… 지한 씨 때문에 알게 된 인연이었네요.”
“내가 괜한 짓을 했군.”
평소였다면 이 남자는 신경도 쓰지 않았을 텐데 오늘은 화를 내는 것 같았다.
“화나셨어요?”
“화가 났냐고?”
그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당신 친구가 보내준 만찬을 즐겨야지.”
그가 자리를 잡고 앉아 가현도 얼떨떨하게 옆자리에 앉았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과한 행동이 이상했다. 닭고기 한 점을 잘라 먹고는 다른 음식도 자연스럽게 맛을 보았다.
“기억을 잃고 우연히 알게 되었지만 유일하게 생긴 친구예요. 우연히 세 번 마주친 친구지만요.”
“그 이야기는 그만해. 신혼여행에서 남사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듣고 싶지 않아.”
“……죄송해요.”
“오늘 제대로 먹지 않았잖아. 먹어.”
지한이 그녀 앞으로 음식을 밀어주었다. 두 사람이 먹기에 많은 양이라 다른 천막에 있던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두 사람의 결혼 이야기를 들었는지 다른 사람들이 환호하며 축하해주었다.
사막의 밤은 적막했다. 아무 소리도 없이 고요한 밤에 하늘만 요란했다.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사막의 밤하늘은 축제를 벌인 것 같았다.
별을 볼 수 없을 만큼 밝은 도심의 밤하늘에 익숙했다. 별이 아닌 인공위성 빛을 보고 소원을 빌었다.
하지만 사막 한가운데서 보는 하늘은 주위를 뒤덮은 모래보다 더 무거운 별들이 쏟아질 듯 수놓아져 있었다.
무엇으로도 담을 수 없는 장관에 입을 벌리고 하늘을 보다가 가현은 모랫바닥에 누워버렸다.
아직은 모래에 온기가 남아있었다.
사방이 트인 곳에 누워서 보는 하늘은 온종일 보아도 질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잠들면 얼어 죽어.”
지한이 하늘을 가리고 가현을 내려다봤다. 그가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가현은 오히려 지한을 잡아당겼다.
그가 가현의 하찮은 힘에 딸려왔다.
“여기 누워봐요, 별이 쏟아질 것 같아요.”
그가 옆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팔베개를 했다.
“그린란드에 가면 더 멋진 하늘을 볼 수 있어.”
“그린란드요? 처음 들어봐요. 이름만으로도 신비로운 느낌이 들어요.”
“영토가 얼음으로 뒤덮여 있고 숲은 그린란드 남단 끝에 딱 한 곳 존재해. 한 곳만 있다는 가치는 무시할 수 없지. 그곳에서 보는 하늘은 이곳과 또 다른 느낌이야.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데려가지.”
“어떤 별을 볼 수 있을지 저도 가보고 싶어요.”
“그곳은 극악할 정도로 추워 이곳의 살인적인 더위와 정반대지. 하지만 사막의 밤도 꽤 추워. 얼어 죽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지한이 몸을 돌려 가현과 몸을 겹쳤다.
그가 위에서 내려다보며 웃었다. 사람 가슴 떨리게.
“이러면 좀 괜찮으려나?”
“들어가요.”
가현이 그를 피해 일어나려 했지만, 육중한 몸이 가현을 누르고 지긋이 내려다보았다.
묘한 시선이 부담스러워 시선을 피했다.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당황하는 가현이 재미있는지 지한이 놀렸다.
“왜 눈을 피해?”
“피하긴 누가 피해요, 이렇게 있으니 민망해서 그래요.”
“내 앞에서 어떤 표정으로 더해달라 매달렸는데 그런 말을 해?”
그와 나누었던 정사가 생각나 입안이 말랐다.
가현은 억지로 그를 밀쳐내고 모랫바닥에서 빠져나왔다.
“추워요. 들어가요.”
차지한의 행동 하나에 쩔쩔매는 자신이 싫었다. 그의 앞에서 의연해지고 싶었지만 늘 그 다짐은 무너졌다.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지는 거라지만 왠지 억울했다.
천막 안으로 들어가니 따뜻한 온기에 그의 말처럼 추위를 느꼈다.
어제 입었던 모로코 전통결혼식 예복이 걸려있었다.
“가져오지 않았는데.”
다른 이를 시켰는지 잘 정돈되어 기둥에 걸려있었다.
한 여자가 들어와 가현에게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했지만, 어느 것도 알아듣지 못했다.
눈치로 가현이 보고 있던 옷 입는 걸 도와주겠다고 했다.
싫다고 말했지만, 여자는 알아듣지 못하고 옷 입는 걸 도우려 했다.
‘노’를 외치자 그제야 알아들었는지 행동을 멈췄다. 그녀가 방을 나가고 가현은 그 옷을 보고 한숨 쉬었다.
천막으로 지한이 들어왔다. 그는 머리에 둘러썼던 천을 벗어내고는 다가왔다.
“어제 잘 어울렸어.”
“난 이 옷 안 챙겼어요.”
“내가 챙기게 했어.”
지한이 가현의 뒤에서 젤라바를 들어 올렸다. 원피스로 된 옷은 무방비 상태로 벗겨졌다.
속옷 후크를 풀어 가슴께가 허전해졌다. 가현이 얼른 가슴께로 두 손을 올렸다. 그는 당황해 저지하지 못하는 그녀의 바지 후크까지 열었다. 펑퍼짐한 옷이 그대로 발목으로 흘러내렸다.
뒤에서 사그락사그락 옷을 벗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하는 행동에 할 말을 잃고 긴장되었다.
길들여지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