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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답을 얻기 전에는 멈추지 않을 그였다. 그는 지금까지 그녀가 느낀 감각은 무색하게 예민한 살점을 손톱으로 긁어댔다.
“아응.”
“더해 달라 이렇게 반응하잖아. 네 몸이.”
“해, 해주세요.”
지한은 자극하던 손길을 거두지 않은 채 가현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으니 불안해졌다.
지한은 가현의 몸을 세워 벽으로 밀어붙였다.
드러난 몸이 젖은 온실 벽에 붙어 시렸다.
그의 몸이 가현의 몸에 밀착했다.
가현의 아래 척추뼈에 밀착되는 묵직한 존재감에 가현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한번 시작하면 넌 그저 내가 하는 대로 따라야 해. 내가 만족할 때까지.”
가현의 대답은 중요치 않아 보였다. 어렴풋이 이 사람의 마지막 인내심을 자극한 것은 자신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오늘 이후로 많은 것이 변할지 모른다고 직감했다.
“잘 버텨 봐.”
왠지 위험한 경고 같았다.
지한의 두꺼운 팔이 가현의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렸다. 방만하게 벌어진 다리 사이가 서늘할 틈도 없었다.
몸에 닿았던 존재감만으로도 긴장시키던 그는 단번에 가현을 침범했다.
처음 느끼는 통증에 입이 벌어져 비명 같은 신음을 질렀다. 기억이 없으니 이것이 처음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그의 건장한 체격만큼 그의 존재감도 평범하지 않다는 건 알았다. 허리를 휘며 통증을 이겨내려 해도 쉽지 않았다.
예고되지 않은 침범은 좀처럼 적응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인데 이러면 곤란하지 야한 정가현.”
귓가에 더운 숨을 불어넣으며 하는 말에 숨을 더 헐떡였다.
“내가 인내심 있게 그 정도로 예열해줬으면 이 정도는 해내야지.”
“아읏.”
그는 한쪽 손으로 가현의 허리를 고정하고 다시 한번 거칠게 가현에게 파도가 치듯 밀려들었다.
배려했다 말하는 그가 야속했다. 이미 지쳐버린 가현은 그의 팔과 손에 들려 한 다리로 지탱하는 것만으로 힘겨웠다.
반복된 거친 그의 다그침이 있고 나서야 지한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힘을 빼.”
이제는 감각도 없이 지한에게 잡아 먹힐 먹잇감이 된 것 같았다. 몸속을 가득 채우는 부피감에 가현은 숨을 쉬는 것도 힘에 겨웠다. 그는 가현의 사정은 봐주지 않고 반복된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아픔이 점점 묘한 감각으로 변해갔다.
유리 벽은 가현과 지한이 내뱉는 더운 숨으로 뿌옇게 김이 서리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물길을 만들어 흘러내렸다.
구름에 가려 칠흑 같은 검은 밤이 물방울이 흘러내린 온실 벽을 거울처럼 비쳤다.
지한의 자극으로 열락에 들뜬 얼굴이 민망해 고개를 돌렸지만, 자신도 모르게 유리 벽에 비친 자신과 지한의 모습으로 다시 시선이 갔다.
입술을 반쯤 벌린 채 야한 표정으로 숨을 내뱉는 자신과 미간을 찌푸린 지한이 지금보다 더 흉포한 표정으로 자신을 다그치는 모습은 생경하면서도 낯설었다.
그렇게 넋을 놓은 사이 그가 닿은 곳은 가현도 생각지 못했다. 처음 느끼는 열락에 진저리를 쳤다.
그녀가 파르르 떨며 다리를 덜덜 떨었다.
“앗. 거기는.”
“후우, 애피타이저는 여기까지.”
“또… 한다고요?”
귀를 의심했다. 얼마나 힘겹게 버티고 있는데 민망하지만, 그의 표현으로는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니…….
가현은 머리끝까지 돋은 소름이 가시지 않아 숨을 고르기 바빴다.
그가 숨을 크게 쉬고는 기다려 주지 않고 온실 벽에 작은 몸을 밀어붙이고 속도를 높였다.
뒤에선 뜨거운 그의 열기가 가현을 녹아내리게 했고 앞에서는 차가운 유리 벽이 그의 손과 어우러져 차지한이란 남자로 얼려버렸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의 움직임에 혼자서는 생각지 못한 속도로 흔들렸다.
그와 맞물린 살결이 뜨겁다 못해 녹아내릴 것처럼 뜨거워졌다. 불에 덴 것처럼 뻐근한 통증에 진저리를 쳤다.
지한은 절정을 직감했는지 가현을 가를 듯 깊게 들어찼다.
고개를 젖힌 가현이 신음을 흘리며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 했다.
지한은 단번에 가현을 침범한 몸을 물리고 무너지는 가현을 지탱했다. 온실 안 넓은 소파에 가현을 눕히고 지한이 흐트러진 옷을 느리게 벗어냈다.
“이 정도로 정신을 잃는 건 용서 못 해. 내가 만족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해.”
정말 그랬다. 흐려진 눈으로 그가 옷을 벗는 모습을 보았다.
조금도 힘을 잃지 않은 흉흉한 기운을 뿜어내는 몸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시야가 차단된 채 보지 않고 받아들였던 것은 눈을 떼지 못할 정도였다.
자기 몸을 가를 듯 침범한 실체를 보고 나니 상상조차 안 되어 긴장됐다.
소파 옆 협탁 서랍을 연 그가 작은 봉지를 꺼내어 가현이 누운 넓은 소파에 다가와 무심하게 던졌다.
그녀의 얼굴 옆으로 후두둑 떨어진 것은 콘돔이었다.
“만족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지.”
“이건!”
콘돔을 보는 그녀의 눈이 커다래졌다. 몇 개인지 알 수도 없는 개수가 흩어져 있었다.
이렇게 그에게 탐해지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이 위협적이었다.
지한은 지체하지 않고 그녀의 몸을 타고 올랐다.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그는 가현의 발목을 잡아 밀어 올렸다.
상체가 들린 그의 가슴께까지 무릎이 치켜 올라가 방만하게 다리가 벌어졌다.
그의 행동이 예상되지 않아 긴장되었다.
가현의 흔들리는 눈에 그가 시선을 고정한 채 미묘하게 변하는 표정을 감상하듯 내려다보았다.
그녀가 팔을 지탱해 일어나려 했다.
지한의 행동이 말보다 빨랐다. 그녀의 팔을 들어 올무처럼 한 손으로 두 손목을 움켜쥐고 눌렀다.
“그대도 있어. 묶어 버리기 전에.”
소파에 고정하듯 상반신이 그의 눈높이에 맞았다.
그의 시선이 얼굴에서 벗어나고 있어 더 난감했다. 여린 살점을 베어 문 통증에 신음이 흘렀다.
“아앗.”
얕은 통증이 쌓이고 쌓여 감각이 찌릿찌릿하게 머리끝까지 타고 올랐다. 그는 멈출 생각 없이 온몸을 잘근잘근 씹었다. 아프면서 묘한 감각은 좀 전 자극받은 몸을 더 달구었다.
이미 한번 느낀 감각은 아래를 더 뭉근하게 자극해왔다. 그의 손이 닿지 않아도 촉촉이 젖어 드는 몸이 당황스러웠다.
“발버둥 치면 여기 식물들처럼 묶어놓을 거야. 그런 줄 알아.”
강하게 잡힌 발목이 시큰할 정도로 아팠지만, 그의 말에 바짝 긴장했다.
정말 이 온실의 식물처럼 원하는 방식으로 자라게 묶여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라면 가능하다 짐작했다.
쇄골을 지나 배꼽 언저리 아래 치골까지 그가 물어 생긴 통증이 아릿했다.
그의 입술이 점점 아래를 향해 난감했다. 결국 그가 무릎까지 타고 내려가 무릎을 무는 것이 눈이 보였다.
그저 눈으로 아릿한 통증을 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얼굴 옆에 놓인 비닐봉지가 뜯기는 소리를 듣고 눈이 지금까지 본 중에 가장 커졌다.
그의 침범에 허리가 휘어들어 상반신이 반쯤 들렸다가 소파에 힘없이 늘어졌다.
“이제 시작이야.”
그의 경고가 시작이었을까 비닐봉지가 뜯기는 소리가 시작이었을까.
비닐봉지가 뜯기는 소리를 몇 번을 듣고 가현은 정신을 반쯤 놓고 숨을 헐떡였다.
그의 침범은 적응이 될 만도 한데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먹잇감이 된 것처럼 그는 가현을 먹어 치울 기세였다. 촉촉하게 젖은 몸이 푸딩처럼 말랑해지고는 다시 그의 침범에 단단하게 경직됐다.
“조금만 천천히.”
“평소라면 그런 요구는 들어줄 수 있어. 하지만 오늘처럼 날 자극하는 몸놀림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는 건 너야.”
지한은 지칠 줄도 모르고 가현의 몸을 파고들었다.
눈앞이 흐려지고 알 수 없는 눈물이 눈가를 타고 흘렀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온실 속 주광등 불빛 아래에서 지한과 가현은 새벽을 잊고 신음했다.
***
눈은 떠지지 않고 몸은 쇳덩이를 달아놓은 것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
손을 들어 올리려 했지만, 중력이 달라졌나 싶을 만큼 무겁기만 했다. 입안이 바짝 말라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목이 아팠다.
그제야 전날 밤이 떠올랐다.
정확히 말하면 오늘 새벽 몇 시간 전까지 끝없이 자신을 탐했던 그와의 정사가 사실이라 생각되니 이성을 찾은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눈을 더 꼭 감았다.
옆에 그가 있는 것은 아닌지 심장이 두근두근 대며 다시 긴장되었다.
눈을 뜨자 온실 속의 빛이 쏟아져 눈이 부셔 눈을 다시 감았다.
새벽까지 그와 했던 행위는 상상으로도 해본 적이 없었다.
가현은 눈을 감은 채 힘겹게 몸을 말아 누웠다.
“정가현 앞으로 어떻게 보려고 이 지경을 만들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그에게 매달렸던 자신을 탓했다. 한숨을 푹 쉰 가현은 한참을 쉬고서야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겨우 몸을 가누고 온실을 빠져나와 방으로 돌아가 누웠다. 온몸이 근육통으로 욱신거렸다. 그렇게 새벽까지 자지 못한 잠이 쏟아져 기절하듯 잠들어 버렸다.
똑똑
잠에 취해 있던 가현은 노크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깨었다.
길들여지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