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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지는 밤-23화 (2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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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서 그렇게 친절하게 우리 내부 계획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 그러니까 나한테 이 꼴을 당하잖아요. 사장님.”

“내가 잘못했어. 그분 한 번만 만나게 해주게.”

“그분이 무슨 동네 강아진가 부르면 오게. 자자 우리 사장님 딸도 이쁘장하니 돈 될 것 같고 사모님도 아직은 늙다리 아저씨들한테 먹힐 만큼 반반하고 돈 벌기 쉽네.”

“잘못했어. 한 번만 용서해줘. 내가 잘못했어.”

쾌쾌한 곰팡이 냄새가 가득한 좁은 방안에 녹슨 철문이 키이익 열렸다. 희미한 백열전구가 깜박이는 어두운 실내가 그 소리에 더 을씨년스러워 소름이 끼쳤다.

“반반하게 생겼네. 우리 사장님이 이런 딸이 있는 줄 알았으면 이렇게 어렵게 안 풀렸을 텐데 내가 속상하네.”

심장이 존재를 알리듯 터질 듯 뛰기 시작했다. 축축한 벽에 붙어 봐도 도망칠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렇게 앙칼지게 보니까 더 이쁘네! 후후.”

“…….”

구석으로 도망쳐도 남자의 손은 벗어날 수 없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몸부림쳐도 소용없었다.

남자가 잡은 어깨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경직되었다.

“헉, 헉.”

몸부림을 치던 가현이 침대에서 겨우 눈을 떴다. 머릿속은 울리고 숨은 턱까지 차올랐다.

눈을 떴을 땐 먹구름에 가려 달도 없는 어두운 밤이었다.

축축한 촉감과 또렷한 소리가 아직도 가현에게 생생해 트라우마로 힘겨운 숨은 줄어들지 않았다.

악몽 속조차 트라우마는 고개를 쳐들었다. 악몽으로 눈앞이 흐려질 정도로 머리가 아팠다.

이불 속을 나와 걸으려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납골당에 간 교진은 내일 아침에나 도착한다고 했다.

이 넓은 저택에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하니 더 두려웠다.

이불을 틀어쥐고 뛰는 심장을 억제하지 못하고 더 불안했다.

문득 차지한이 생각났다. 이 저택에 자신 외에 남은 사람.

가현은 반사적으로 문을 열고 그를 찾아 나섰다. 그가 생활하는 건물로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무리 방문을 두드려도 그는 나오지 않았다. 그의 허락도 받지 않고 방문을 열었지만, 그는 없었다.

“없…… 어.”

좀 전보다 더 초조해져 입술이 덜덜 떨렸다.

가현은 이 집에 그가 없다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가 있을지 모를 장소를 다 찾아보았지만, 어느 곳에도 없었다.

거실 바닥에 쪼그려 앉은 가현은 머리를 틀어잡았다. 문득, 별채가 생각났다.

얇은 잠옷 차림으로 맨발로 현관문을 열고 정원을 뛰어갔다.

한파경보라 바깥 온도는 차갑다 못해 아려왔다. 발을 뗄 때마다 이슬을 머금은 차가운 잔디가 발을 가르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별채 앞 대리석 계단에서 숨을 몰아쉬었다. 문을 열자 안쪽에서 환한 빛이 새어 나왔다.

갑작스러운 밝은 빛에 눈을 감았다 떴다. 별채의 따뜻한 온기가 겨우 적응이 되고서야 그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온실 쪽으로 발을 옮겨 들어섰다.

봄날 같은 온기가 온몸을 이완시켰다.

인기척을 느낀 지한이 푸른 온실에 서 있었다. 그가 이곳에 있어 안심되었다.

가현은 반가웠지만 지한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노려보았다. 차가운 시선에도 가현은 그를 보자 살 것 같았다.

가현은 휘청이며 다가가 단단한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는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떼어내지도 적극적으로 안지도 않았다. 자신이 끌어안아 긴장한 그의 근육을 스킨십으로 느낄 수 있었다.

“뭐 하는 거지?”

지한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차분했다. 상대를 배려할 여유가 없는 가현의 목소리는 다급하기만 했다.

“대표님이… 필요해요. 저, 저를 안아주세요.”

지한이 가슴을 울리며 얕게 웃었다.

“정가현, 이제는 스킨십이 너무 자연스럽군. 난 내 몸에 손대라고 허락한 적이 없는데.”

“뭐라고 해도 좋아요. 트라우마만 사라지게 해주세요.”

지한은 매달리는 가현을 거칠게 떼어내었다.

“내가 널 도우면 넌 뭘 줄 수 있지? 줄 것도 없는 널 왜 도와야 할까?”

생각해보면 가진 것 없는 자신이 차고 넘치게 많은 그에게 줄 것이 없었다.

“저를 가지세요.”

“…….”

가현은 그의 고약한 행동에도 밀어내지 못하고 매달렸다.

“나에게 길들여지면 벗어나기 힘들어.”

“……괜찮아요. 원해요.”

그가 거칠게 입술을 겹쳐 숨을 불어넣었다. 다디단 사탕을 머금듯 그의 키스를 받아냈다.

시간이 지나자 지한의 거친 키스에 몸이 뒤로 밀려났다. 그렇게 한 걸음씩 뒤로 밀려 온실 속 유리 벽에 등이 닿았다.

그의 입술이 목덜미를 훑어내다 쇄골 언저리를 물었다. 가현이 움찔 통증에 진저리를 쳤지만 지한이 가현을 돌려세웠다. 눈앞에는 짚은 손 때문에 김이 서린 투명창에 물방울이 모여 온실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 손끝에 느껴지는 차가운 벽에 축축한 물기를 손가락 끝으로 문질렀다.

그의 입술이 여린 목덜미를 훑어 내렸다. 척추 끝자락에서 묘한 감각이 신경을 타고 머리끝까지 타고 올랐다. 쭈뼛한 느낌이 발뒤꿈치까지 들어 올릴 정도로 강렬했다.

입술을 타고 내린 입술 속 붉은 혀가 핥아 올리는 감각에 잇새로 새어 나오는 신음을 입술을 깨물어 참아 냈다. 목덜미를 타고 내린 입술이 척추뼈를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부욱

가현의 피부를 다 맛보려는 듯 원피스 형태의 잠옷을 거칠게 잡아당겨 앞에 채워진 단추가 튕겨 나가 찢어졌다.

흘러내린 잠옷이 팔에 걸려 가슴께까지 내려와 아슬아슬 걸쳐져 있었다.

온실 창을 짚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점점 창문으로 몸을 붙였다. 김이 서린 창이 옷을 적셔 봉긋한 정점이 도드라졌다.

젖은 옷과 차가운 유리 벽이 살갗에 닿아 작은 자극도 더 크게 느껴졌다.

그의 말캉한 혀가 척추뼈를 하나하나 훑어갈수록 몸이 휘어졌다. 유리 벽에 젖은 옷을 지한이 거세게 끌어내렸다.

그녀의 드러난 가슴을 터질 듯 움켜쥐고 뒤로는 훑어내던 부드러운 혀 대신 이로 잘끈 물었다.

“아앗.”

“이제 시작이야.”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그는 작정이라도 한 듯 가현을 몰아갔다.

그녀의 아픔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가현은 이 거친 손길에도 슬프게 다음을 자꾸 기대하게 되었다.

가슴을 아프게 틀어쥔 손이 가슴을 벗어나 납작한 배를 지나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 단추로 막힌 곳을 손으로 찢어내고는 잠옷 앞섶을 완전히 걷어냈다. 그의 손이 가현의 다리 사이를 거침없이 침범했다.

몸이 자극을 이기지 못하고 발끝으로 유리 벽을 의지했다. 숨이 차올라 가슴이 오르내려 차가운 유리 벽에 말캉한 정점이 닿았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그의 손끝이 가현도 알지 못한 곳을 찾아들었다 빠져나가길 반복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자극으로 그의 손이 가현으로 물들었다.

“되바라지고 야하기까지 해. 정가현.”

귓가에 대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조소가 섞여 있어도 여기서 멈출 수 없을 만큼 몸은 통제권을 벗어났다.

입술을 깨물어 참을수록 지한의 손은 거칠게 가현을 파고들었다.

“인정할 건 인정해. 그렇게 아닌 척하니 날 더 자극하잖아.”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지한에게 솔직하게 티가 났다.

가현은 참은 숨을 뱉어내며 신음을 흘렸다.

예고도 없이 기다랗고 섬세한 움직임에 가현의 몸이 속절없이 흔들렸다.

지한의 바지 버클이 열리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귀에 꽂혔다. 창피하게 왜 마른침은 삼키는지 자신이 바보스러워 아무 소리도 지르지 못하게 혀를 깨물고 견뎌냈다.

눈으로 볼 수 없으니 작은 소리에도 더 예민해졌다.

자극을 이기지 못한 몸이 그의 손끝에 야한 소리를 냈다.

그의 말려 올라간 입꼬리처럼 호선을 그리며 가현을 자극했다.

“느껴봐. 이게 내가 주는 자극에 반응한 결과야. 이렇게나 모범생처럼 착실하게 반응한 게 느껴져?”

놀려대는 목소리와 체액이 살결에 묻어 느껴지는 서늘함이 배가 되었다.

“그, 그만 해요.”

“정말 그만해?”

이럴 때는 어쩜 그렇게 말을 잘 듣는지 그만하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속을 가득 채우던 손을 걷어갔다.

그 손끝이 은밀한 다리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배회하며 가현의 반응을 기다렸다.

이미 뭉근하게 차오른 열기가 가현을 여기서 그만두지 못하게 했다. 놀려대는 말에 민망했던 가현은 그의 농밀한 손놀림에 신음을 흘리는 것 외엔 할 수 없었다.

가현은 그의 말이 원망스러워 입술을 깨물고 이마를 유리 벽에 기대고 최대한 이성을 찾으려 노력했다.

자신도 모르게 뒤로 빠진 엉덩이가 그의 손길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렸다. 노력은 그뿐이었다. 가현보다 자신의 몸을 더 잘 알고 있는 그가 망설이지 않고 자극점만 찾아 매만졌다.

“아앗.”

“몸은 그만하고 싶지 않다잖아. 솔직하게 말해봐.”

음습한 목소리가 대답을 재촉했다.

길들여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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