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 부인 대신 영주님이 되겠습니다 (199)화 (199/214)

199화 

시간이 흐르면서 클라우드 열등감은 한없이 커져 갔다. 그는 더 큰 힘을 가지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정령사나 마법사와 같은 물리적인 힘을 가질 수 있을까 오랜 시간 고민했다.

그리고 그는 그 방법을 찾아냈다. 한 괴짜 마법사의 실패한 실험을 통해 우연히 힘을 추출해 내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누군가의 힘을 강제로 뺏는 것이 옳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는 당장 누군가의 힘을 빼앗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그 일을 바로 실행하지 못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힘을 추출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 둘째, 마법사와 정령사의 힘의 효율이 달랐고 정령사가 가진 힘이 마법보다 조금 더 높았는데, 혼자만의 힘으로는 그들을 제압할 수 없었다.

클라우드는 장기간이 되더라도 그들의 힘을 자신의 힘으로 만들고자 마음먹으며 생각했다.

‘마법사보다는 힘이 더 큰 정령사들을 위주로 하는 게 좋겠어. 게다가 그들과 계약을 맺은 정령의 힘까지 가질 수 있다면……!’

그는 괴짜 마법사를 설득해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그와 남몰래 수많은 실험을 거듭하며 클라우드는 늙지 않는 몸을 얻게 되었다.

덕분에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되어서도 20대 초반의 모습으로 젊고 건강했다.

그건 괴짜 마법사도 마찬가지였다. 마법사도 늙지 않는 몸과 영원한 삶에 대한 열망으로 더욱 연구와 실험에 매진했고, 그들과 함께하는 이들의 수도 점차 늘어났다.

반면에 정령사들의 수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클라우드의 나이가 100살 가까이 되었을 때쯤 진척이 없던 연구가 드디어 유의미한 결과를 맺게 되었다. 바로 정령에게서 직접 힘을 추출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정령사와 정령들을 발견하는 족족 자신의 힘으로 흡수했는데, 그 힘은 마력으로 치환되었다. 마침내 그는 단 몇 년 만에 대마법사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세상 사람들이 그의 발아래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그 황홀한 순간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만의 세력을 이루었다.

그렇게 꿈꾸던 힘과 권력, 모든 것을 다 가지게 되니 클라우드는 삶이 시시하고 무력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처럼 한 소녀가 그의 눈에 띄었다. 그 소녀는 어린 나이에 최상위 정령사에 올라 있었다. 외모 또한 빼어나서 대륙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요즘에는 정령사를 찾아보기가 참 힘든데 말이야. 용케도 이런 실력자가 아직 남아 있었다니!’

근 몇십 년 동안 정령사들의 씨가 마르게 된 주범이 그였지만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소녀가 가진 힘은 마법사로 치면 클라우드와 같은 반열인 대마법사와 같은 수준이었다. 몹시도 탐이 났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소녀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소녀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그가 사랑이라니! 클라우드 자신도 믿기지 않았지만 소녀의 앞에만 서면 심장이 마구 뛰었다.

소녀로 인해 오랜만에 외롭다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고, 살아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클라우드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자신만의 거대한 제국을 세우고 소녀를 자신의 옆에 당당히 세우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자신도 더 이상 외롭지 않고 행복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스텔라가 가진 힘은 빼앗아야겠지만 그녀에게도 그게 더 좋을 거야.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모습으로 최고의 권력과 부귀영화를 누리며 오래도록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그는 어떤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스텔라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이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클라우드를 친구처럼 여겼던 스텔라는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후 경악했다.

또한 그가 정령사와 정령을 해치는 주범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그의 이중성을 발견한 그녀는 치를 떨며 분노했다.

두 사람은 적이 되어 돌아섰고, 두 세력 사이에 전쟁에 버금가는 싸움이 벌어졌다.

클라우드는 자신의 힘과 권력을 지키며 그녀를 되찾기 위해, 스텔라는 그의 추악성을 세상에 고발하고 정령사와 정령들을 지키며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 위해 각자 가진 온 힘을 쏟아부었다.

그 와중에도 클라우드는 자신의 세력과 힘을 넓혀 나갔다. 전쟁 중 리온 제국을 건국했고, 정령 왕 중 한 명을 사로잡아 그 힘을 흡수했다.

그로 인해 그의 외모가 변했다. 갈색 머리와 갈색 눈 대신 정령 왕이 지녔던 은발과 자수정 안을 지니게 된 것이다.

몇 년에 걸친 두 사람의 전쟁의 결과로 클라우드는 거의 모든 힘을 잃게 되었다.

스텔라는 자신의 정령이 소멸될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 정령을 봉인했다. 그녀의 영혼까지 소멸되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말이다. 결국 그녀는 목숨을 잃었다.

한편 살아남은 클라우드에게는 천만다행스럽게도 그가 세운 제국과 권력이 건재했다. 이제 스텔라와 같이 그를 막아서는 세력이나 존재가 없다는 것도 한몫했다.

그는 더 이상 대마법사가 아니었지만 자신이 행했던 추악한 일들을 감추며 당당히 리온 제국의 시조로 거듭났다. 바로 그가 클라우드 마르퀴스 대제였다.

클라우드는 다시 힘을 되찾고자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하지만 전보다 일의 진행이 녹록지 않았다. 전쟁 중 괴짜 마법사를 비롯한 여러 수하를 잃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했다. 한번 맛본 힘은 중독성이 강했고, 끝을 모르는 열망과 끈기로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싸움의 여파로 세상에 극소수로 남아 있던 정령사와 정령들은 다시 그의 희생양이 되며 그 수가 더욱 극감했다. 넓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하나 찾는 것보다 더 어려울 정도였다.

그는 엇비슷한 힘을 지닌 마법사들에게 눈을 돌렸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의 실험에 발을 담근 소수의 마법사를 제외하고는 중급 이상의 마법사들이 남아나질 않았다.

다음 실험 대상으로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이종족들이 그 타깃이 되었다.

그때 즈음부터 클라우드의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부작용이 일어난 것이다.

왼쪽 눈이 다시 원래의 갈색으로 변해 가면서 지금의 오드 아이가 되었다.

게다가 아무리 육체에 많은 힘을 쏟아부어도 몸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며 서서히 망가져 갔다. 그로 인해 온몸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갔다.

더 늦기 전에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결국 그가 찾아낸 방법은 시간을 늦추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눅눅하고 컴컴한 이 동굴 안에 자신의 몸을 가두었다.

현재 그의 온몸을 감싼 거무튀튀한 바위는 그에게 힘을 빼앗긴 정령들과 그의 기운이 뒤섞여 만들어진 잔재였다.

아직까지 반짝이는 빛을 띠는 검은 돌들은 정령의 기운이 오염되기는 했지만 미약하게나마 여전히 그에게 힘을 전해 주며 생명을 연장해 주고 있었다. 그의 생명수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 * *

긴 회상에서 깨어난 클라우드가 들뜬 얼굴로 샤일리에게 말을 걸었다.

“이 오랜 기다림도 이제는 끝이야. 샤일리, 너도 궁금하지 않아? 그 여자와 정령이 얼마나 순수한 기운을 가지고 있을지 말이야.”

클라우드가 입이 찢어져라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령사와 정령이 가진 순수한 기운만이 그를 해방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명약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근 몇십 년 동안 정령사와 정령을 찾아 온 대륙을 이 잡듯이 뒤지며 찾아 헤맨 이유다.

‘어서 빨리 내 앞에 데려와야 할 텐데……. 더 독촉할 것을 그랬어.’

몇백 년을 기다려 왔으니 며칠 견디는 것 정도야 별거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바라던 현실이 눈앞에 다가오자 초조함에 속으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 * *

“찾았다!!”

지혜의 방에 들어간 지 3일째 되는 날 늦은 오후였다. 록사나가 그곳을 뛰쳐나왔다.

그녀의 뒤를 세 남자가 따랐다. 네 사람은 게이트를 통해 수도 아벨리오 남작저로 복귀했다.

록사나는 알렉의 도움을 받아 치료 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약이 완성되기까지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꼬박 하루가 걸렸다.

약이 완성되자마자 록사나는 원래 자신의 몸으로 돌아가기로 결정을 내린 렌시아를 치유하기 위해 그녀가 있는 별채로 향했다. 지혜의 방에 함께 갔던 이들이 그녀와 동행했다.

“이 약이 진짜 내 원래 몸으로 되돌려 줘요?”

“그럴 거야, 렌시아.”

불안에 떠는 렌시아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록사나가 확신에 가득한 눈빛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

“고서에 기록된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단 한 번도 검증하지 못했지만 확실해. 나와 벨루카는 물론이고 알렉과 피레아까지 꼼꼼하게 여러 번 확인했어.”

- 맞다, 꼬마. 이 벨루카 님을 믿어도 돼.

“나도 확인했어.”

에이글까지 나서며 렌시아의 두려움을 누그러뜨려 주기 위해 애를 했다.

용기를 얻은 렌시아가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좀 두렵기는 하지만 먹을게요. 두 분을 믿어요.”

“여기 물…….”

순식간이었다. 렌시아가 알렉의 손에 들려 있던 흰 알약을 덥석 집어 입 안으로 꿀꺽 삼켰다. 그녀의 곁에 서서 물잔을 들고 있던 아이린이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모두 긴장된 표정으로 렌시아를 살폈다.

“엄청 쓸 줄 알았는데 아무 맛도 안 나네요.”

그제야 굳어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풀렸다.

“음, 그런데 저 졸려요.”

“그래. 누워서 좀 자는 것도 괜찮아.”

록사나가 렌시아를 침대로 이끌었다. 몸을 뉘이자, 그녀에게 이불을 끌어다가 덮어 주었다.

아스테리온이 재빠르게 의자 하나를 대령했고, 록사나가 그 위에 앉았다. 이를 신호로 각자 의자를 끌고 온 알렉과 피레아도 자리를 잡았다. 가장 덩치가 큰 아스테리온과 마커스 경은 그 뒤에 섰다.

잠시 후, 렌시아에게서 낮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아무런 말도 없이 그녀만을 빤히 응시했다. 몸의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는 저희가 계속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그러니 두 분께서는 다른 볼일을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알렉의 배려에 록사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약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는지 제 두 눈으로 꼭 보고 싶어요.”

원래 몸으로 돌아온 후에는 부작용이 없을 거라고 장담하고 있었다. 하지만 약이 퍼지면서 나타날 변화 과정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확실히 알아야만 했다.

“제가 너무 성급했습니다.”

“아니에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