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름을 비추는 새벽-16화 (16/25)

16. 시집가는 날

대비는 근정전에서 있었던 소란 때문에 골머리가 아팠다. 저녁 내내 이마를 받치고 고민하다, 결국 저녁 수라를 마치고 직접 도운의 침소를 찾았다. 갑작스런 대비의 방문 이유를 알고 있는 도운은 아무 말 없이 모후를 똑바로 마주 봤다.

“이 몸이 이 시각에 주상을 왜 찾았는지 알고 계시지요? 오늘 근정전에서 있었던 일을 들었습니다.”

“알고 있사옵니다. 대비마마께서도 알고 계시고, 중전도 이미 들었겠지요. 두 분께서 저의 처소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찌 모르시겠습니까? 상선과 지밀상궁이 열심히 물어다 주고 있는 것을 모르지 않사옵니다.”

“주상이 이 어미와 중전을 통 찾지 않으시니 그러는 것이 아닙니까. 어미가 자식의 일을 알고자 함이 잘못은 아니지 않소.”

서운함이 묻어 있는 대비의 말에도 도운의 반응은 싸늘했다.

“다행이지 않으시옵니까? 소자의 추문이 사실이 아니니. 무엇이 염려되어 이 늦은 시각에 찾아오셨습니까?”

“추문이 사실이 아닌 것은 다행이오. 허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주상이 후궁으로 맞이하려는 여인의 신분이며, 그간의 행적에 다소 모자람이 있는 것은 사실이오.”

“…….”

“주상의 뜻이 그리 확고하다니, 그런 여인을 후궁으로 맞이하는 것까지는 내 말리지 않겠어요. 허나, 빈으로 삼고 가례까지 치를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친영(親迎)이라니요. 친영이란 오직 왕비에게만 허락된 성스러운 의식입니다. 허니 그 여인을 직접 주상이 맞이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궁내 법도가 그러합니다. 간택을 통해 들어오는 사대부가의 여식이 아닌 이상, 승은을 입은 궁녀의 경우 숙원의 첩지를 받는 것이 원칙이요, 후에 자식이라도 생산하거든 그 품계를 소원이나 숙용 정도로 올려 주는 것이 궐의 법도입니다. 이를 무시하는 것은 궁의 내명부뿐이 아니라 외명부의 질서까지 어지럽히는 일입니다.”

질서를 따지는 대비의 말에 도운은 한숨을 내쉬었다. 갑갑했다. 서로가 은애하는 남녀 사이의 혼인에 이토록 복잡한 법도와 야심들이 판을 치는 현실이 갑갑했다.

“대비마마께서는 소자를 아들로 생각하신 적이 있으시옵니까? 왕이나 의경 세자의 분신으로 보시는 것 말고, 진정 소자를 아들로 생각하신 적이 있으시옵니까?”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주상, 어찌 그런 말씀으로 이 어미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것입니까? 어찌 이 몸이 주상을 아들로 생각지 아니할 수가 있소? 설마 지난 세월, 주상을 홀로 산에 버려둔 일 때문에 이러시는 것이오? 그때는 영이와 종묘사직을 위해 그것이 최선이었소. 비록 선왕의 추상같은 명이 있어 주상을 한번 찾아보는 것이 힘들었으나, 내 마음으로는 주상을 잊어 본 적이 없습니다.”

밀려드는 섭섭함에 대비의 목소리가 떨렸다.

“소자, 산으로 쫓겨나 단 한 번도 배부르게 먹어 본 적이 없었사옵니다. 유모가 소자를 보필하는 데 있어 그 정성을 다하지 않았다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옵니다. 산 생활을 이어가기에 유모는 너무 늙은 여인이었고, 무지했습니다. 평생을 궁에 살며 각심이들이 해 주는 밥을 떠먹고 산 유모입니다. 궁녀들의 수발을 받고 살던 유모입니다. 그이가 산에서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사옵니다. 게다가 소자는…… 소자는 너무 어렸사옵니다.”

대비를 바라보던 도운은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 듯 시선을 돌렸다.

“치기 어린 한심한 놈이었습니다. 부정한 존재로 태어나 태생을 부정당한 소자에게 남은 것이라곤 왕족이라는 허울뿐인 혈통뿐이라, 그 얄팍한 껍질을 뒤집어쓰고 참으로 교만하고 건방지게 굴었사옵니다. 그마저도 없으면…… 비참한 처지를 견디지 못하고 정녕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았사옵니다. 그리하여 그곳에 갇혀서도 고작 혈통 따위가 무어라고, 체통이나 지키며 늙은 유모만 부려먹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사옵니다.”

황량하기만 하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도운은 괴로운 듯 미간을 좁혔다.

“늙은 유모가 피를 토하며 죽은 후에는 하루에 한 끼, 그것도 생쌀을 씹었습니다. 하염없이 내린 눈에 산으로 오는 길이 모다 막히니, 하루 내내 굶은 적도 많았사옵니다. 하여 혼자 사냥한 짐승들을 통째로 구워 먹으며 겨울을 보냈습니다. 아무도 없는 산에서…… 그 오랜 시간, 말을 건넬 이도 대답하는 이도 하나 없는 적막한 생활이었지요. 외롭고, 쓸쓸하고, 너무 추웠습니다. 그곳에서 아는 사람이라곤, 수면에 비치는 얼굴 없는 검은 사내뿐이었습니다.”

“주상…….”

“청조가 산에 오르기 전, 소자는 아무것도 아닌 그저 얼굴 없는 사내였습니다.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사내였습니다. 그 괴리감을 안고 살아가는 소자의 마음이 늘 허하고 괴로우니, 성정이 어찌나 비뚤어졌는지 참으로 못난 사내였습니다. 허나, 청조가 알려 주었지요. 얼굴이 없어도, 존재하지 않아도 나는 나였습니다.”

자식의 속내를 처음 듣는 대비의 마음이 슬픔으로 떨렸다.

“나는 나입니다. 말할 수 없을 만큼 한 여인을 은애하는 사내일 뿐이옵니다. 소자가 왕이라서, 내명부의 질서 때문에 또는 여인의 신분이 낮아서, 소자가 청조를 온전한 내자로 맞을 수 없다면.”

도운은 잠시 말을 멈추고 대비를 바라봤다. 불안한 눈으로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문득 낯설었다.

“만약 그러하다면, 소자는 미련 없이 왕의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그리고 청조와 둘이서 다시 산으로 들어갈 것이옵니다. 은애하는 이에게 합당한 지어미의 자리조차 줄 수 없는 무능력한 왕이 다 무슨 소용이겠사옵니까? 왕으로 살지 않고, 은애하는 내 지어미의 지아비로만 살 것이옵니다. 우리의 산으로 들어가 평생을 사모하는 이와 더불어 행복하게 살 것입니다. 청조도 기꺼이 소자를 따를 테지요. 그런 여인이옵니다. 그 여인에게 중요한 것은 첩지 따위가 아니라 소자와 함께하는 일상, 소자를 위해 정성으로 짓는 밥 한 공기, 그런 평범한 것입니다. 그러니 그까짓 첩지, 아니 주셔도 되옵니다.”

“주상, 어찌 그런 말씀을 하는 것이오.”

“소자가 그렇듯, 청조에게 소자는 그저 은애하는 사내일 뿐이란 말입니다. 혈육의 목숨을 빼앗은 패륜아도 아니고, 혈육에게서 왕의 자리를 빼앗은 반역자도 아닙니다. 그저 함께하고픈 지아비일 뿐이란 말씀입니다.”

“주상, 이 어미가 그리 말한 것은…….”

“형님의 자리를 탐낸 적, 왕의 자리를 탐낸 적, 맹세코 단 한 순간도 없었사옵니다. 형님께서 돌아가시기를 바란 적, 단 한 번도 없사옵니다. 그저 저의 존재를 찾고 싶었을 뿐이옵니다.”

아들의 속내를 들은 대비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흐르더니 점차 쉬지 않고 흘렀다. 어미로서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그동안 아들에게 주었던 상처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어미가 되어서 자식을 패륜아라 부르고, 반역자라 불렀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무서워만 하였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냐고 물은 적이 없었다. 산에서의 생활이 고되었을 거라 측은하게 생각만 했지, 어찌 고되었느냐 물어보지 않았다. 곁을 안 내어 준다 야속하게만 생각했지, 왜 곁을 안 내어 주는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이 어미가 미안하오, 주상.”

눈물을 쏟으며 사죄하는 대비를 보던 도운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소자, 혼례를 올리면 아침마다 그이의 손을 잡고 함께 대비마마의 처소에 문안 인사를 올리러 갈 것입니다. 그이에게 부디 잘하여 주시옵소서. 소자의 간절한 청이옵니다. 부디 그 사람을 어여삐 여겨 주시고, 힘이 되어 주시옵소서…… 어마마마.”

잠시 망설이던 도운이 마침내 자신을 어마마마라 부르자, 대비는 격한 감정에 눈물을 흘렸다. 차마 대답도 못 하고 가만히 고개만 끄덕이며 울었다.

“그리고 소자가 들거든 생과방에 일러 유밀과와 수정과는 내오지 말라 해 주십시오. 소자, 형님과는 달라 단것과 계피는 질색이옵니다. 소자는 다식과 식혜를 좋아하옵니다. 그중 송홧가루로 만든 다식을 가장 좋아합니다. 청조가 산에서 소자를 위해 만들어 주던 것들이옵니다. 모다 소자가 즐기던 것들이옵니다.”

도운의 말에 대비는 또다시 오열했다. 울음을 토해내는 소리 중간중간 ‘미안하오.’ 라는 말만 간간히 흘러나왔다.

* * *

도운의 명대로 가례는 거하고 화려하게 치러졌다. 갑자기 몰려든 궁녀들에 의해 단장을 하게 된 청조는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전날 밤, 잠시 들른 서방님께서 ‘내일 날씨가 맑거든, 우리 혼례나 치르자.’ 하고 떠나실 때도 그저 농인 줄만 알았다. 한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열두 폭짜리 대란치마에 화려한 원삼을 입고 있었다.

움직이기도 불편할 만큼의 의복들이 차례로 걸쳐진 후, 머리에는 가체와 오동나무로 만든 떠구지가 올려졌다. 머리를 누르는 가체와 장식이 주는 무게가 어마어마했다. 이제껏 가벼운 목비녀만 착용해 본 청조는 자칫하면 가체가 머리에서 떨어질까 고개도 제대도 돌리지 못했다. 그때 방으로 들어선 막녀를 보자 그나마 긴장이 풀렸다.

“이게 다 무슨 일이요?”

“마마, 어서 납시셔야 합니다. 전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마마라니. 나를 보고 하는 소리요?”

“예, 마마. 이제 곧 첩지가 내려질 것입니다. 곧 내명부 정일품 빈 마마가 되실 것입니다.”

“그게 무슨…….”

어리둥절하기만 한 청조는 자신을 재촉하는 막녀의 성화에 결국 방을 나섰다. 입구를 굳게 걸어 닫았던 수련재의 문이 근 반년 만에 활짝 열렸다.

친영 의식에 따라 도운은 청조를 맞이하러 수련재로 향하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힘차게 걸어가던 도운이 상선을 불렀다.

“상선.”

“예, 전하.”

“잘하였다.”

“예? 그것이 어인 말씀이시옵니까?”

“네가 잘하였다고 말하는 것이다.”

“예? 화, 황공하옵니다, 전하.”

무엇을 잘하였다 말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상선은 그저 황공하다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어리둥절해 하는 상선을 보던 도운이 더욱 크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에 부쩍 높아진 푸른 하늘로 새들이 푸드덕 날아올랐다.

아무렴, 상선이 참으로 잘하였다. 쥐새끼마냥 저의 행적을 중궁전에 물어다 바치니 참으로 잘하였다. 자신이 수련재를 들락거리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둔치인 주제에 중궁전의 끄나풀 노릇이나 하고 있다니. 눈치 없는 내시 놈을 위해 도운은 밤마다 아예 대놓고 수련재를 들락거렸다. 생각대로 추문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곧 대신들이 꼬투리를 잡고 자신을 공격해 올 것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

생각대로 움직여주는 상선이나, 중전, 늙은 대신들이 참으로 가소롭고 우스워 웃음이 나버렸다. 그중에서 상선이 제일 우스웠다. 그러니 응당 치하를 해 주어야지.

“네가 가장 큰 공을 세웠구나.”

계속해서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왕의 모습에 상선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멍청한 내관을 비웃던 도운은 청조를 맞으러 가는 이 기꺼운 순간을 마음껏 만끽했다. 저 멀리 어느새 활짝 열려 있는 문이 보였다.

청조는 나인들의 부액을 받으며 방을 나섰다. 조심스럽게 섬돌을 내려와 나인들이 인도하는 대로 대문을 향해 걸었다. 바로 그곳에, 활짝 열린 대문 너머로 자신을 마중 나온 도운이 보였다. 흑색 면복을 갖춰 입은 그의 모습이 어찌나 늠름하고 빛이 나는지 가슴이 심하게 동당거렸다. 머리에 쓴 면류관에서부터 하늘하늘 늘어진 아홉 개의 줄 사이로 늘 꿈속에서 그리던 서방님의 얼굴이 보였다.

저를 향해 다가오는 그의 몸짓에 따라 아홉 개의 줄에 꿰어진 형형색색 구슬들이 찰랑거렸다. 구슬들의 찰랑거림만큼이나 산뜻한 걸음으로 그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손목을 감추느라 길게 늘어뜨린 한삼을 걷어낸 청조는 기쁨으로 가늘게 떨리는 손을 들어 도운의 손을 잡았다.

자신의 손에 맞닿는 작은 손을 꽉 그러잡은 도운이 청조를 이끌었다. 예법에 따라 두 사람 다 두 손에 옥규를 들어야 했지만, 도운은 이를 무시하고 청조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걸었다.

화창한 날씨였다. 한창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지나가니, 가을로 넘어가는 날씨가 선선하고 맑았다. 서방님의 손을 잡고 근정전에 준비된 초례청에 들어서니, 의관을 정제한 여러 문무 대신들과 궁인들이 청조를 향하여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예를 갖추었다. 엄숙하고 떨리는 순간이었다. 예를 다한 대신들이 고개를 들자 풍악이 널리 울려 퍼졌다.

정해진 예법에 따라 국혼을 선포하고 이를 천지신명께 고했다. 마지막으로 황금용이 그려진 붉은 촛대와 술잔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서로 배례를 하고 술잔을 나누어 마셨다.

화창한 날이었고 하늘이 정말 맑은 날이었다. 술잔을 나누어 마시던 청조는 눈물을 꾹 참았다. 자신이 혼례를 올리고 있었다. 정녕 혼례를 치르고 있었다. 저를 걱정하던 어머니의 얼굴, 목비녀를 내밀며 눈물을 흘리던 아우들의 얼굴이 술잔 안에 비추는 듯했다. 그 얼굴들을 가슴에 묻고, 손이 곱을 정도로 매섭던 추위에 산을 오르던 그 날이 떠올랐다.

두려움과 불안함이 어찌 없었을까. 함자도, 나이도,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는 서방님만을 의지하여, 팔리듯 그 험준한 산길을 오르는 마음이 어찌 무섭지 않았을까. 혼례조차 올리지 못하고 첩으로 들어앉은 마음에 어찌 서글픔이 없었을까. 이제 와 건너편에 마주 앉아 저를 보며 웃고 있는 서방님의 모습에 눈물이 날 듯하였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저를 위하여 굳이 애쓰는 서방님의 마음을 알기에 더욱 감사했다.

힘들고 어렵기만 하던 예식이 끝이 나고 서쪽 하늘 자락에서부터 밤이 내려왔다. 동뢰를 치를 신방으로 술상이 들어오고, 도운은 직접 깨진 박에 술을 따라 청조와 함께 나눠 마셨다.

“부인.”

“예?”

저를 부인이라 부르는 호칭에 이제껏 고개를 숙이고 있던 청조가 얼굴을 번쩍 들었다. 동그랗게 뜬 눈과 어리둥절하게 벌어진 입술이 무척이나 귀여워 도운은 소리 내어 웃었다.

“이제 우리가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으니, 내 너를 부인이라 불러야 하지 않느냐? 부인, 마누라. 이리 좀 와 보시오.”

포로롱, 파랑새가 지저귀는 듯 청조가 맑게 웃자 도운도 따라 맑게 웃었다. 곱게 미소 짓는 청조의 뺨을 보듬어 주다, 이제껏 무거운 가체를 올리고 있던 머리에 손을 뻗었다. 화려하고 커다란 비녀를 뽑고, 떨잠을 하나씩 뽑아 주었다. 동백기름으로 곱게 빗어 넘긴 청조의 머리에선 반짝반짝 윤이 흐르고 있었다.

“청조야.”

“예, 서방님.”

“내가 너를 많이 은애한다. 꼭 기억하거라.”

“예, 소첩도 서방님을 진심으로 은애합니다. 소첩의 마음을 절대 잊으시면 아니 되시어요.”

아무렴, 죽어도 잊지 않을 것이다. 달콤하게 속삭이던 도운은 청조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오늘 우리가 혼례를 치렀으니, 오늘 밤이 진정 우리의 첫날밤이다. 그리 기억해 주겠느냐?”

“예, 그리 기억하겠습니다.”

서방님께서 왜 굳이 혼례를 치렀는지, 왜 굳이 첫날밤을 오늘로 하자고 하시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청조는 더욱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이었다. 청조의 마음을 아는지 도운은 청조를 품에 꼭 안고 다독거렸다. 꼭 혼례를 올려 주고 싶었다. 청조의 괴로움을 달래 줄 수만 있다면, 이것도 모자랐다. 그날 청조의 괴로워하던 모습이 다시금 생각나 마음이 심히 괴로웠다.

* * *

궁에 들어와 수련재에서 처음으로 함께 밤을 보낸 새벽, 청조는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눈을 뜨자마자 보였던 사내의 단단한 품에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거친 숨을 내쉬는 귓가에 예전 서방님께서 저에게 쏟아내었던 잔인한 말들이 울렸다.

‘볼일 끝났으니 어서 그 더러운 몸뚱이를 치워라. 욕정받이, 욕구 해소용 암캐.’

몸이 또 추워지기 시작하였다. 아니, 이제 아니다. 이제 저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서방님의 마음을 믿는다. 저를 은애한다는 서방님의 고백을 믿으면서도 자꾸만 몸이 추웠다. 자신이 왜 이러는 것인지, 스스로 자괴감이 들어 슬프고 괴로웠다. 예전 같으면 도망치듯 자리를 떠나 따뜻한 아궁이 앞으로 달려갔을 테지만, 이제 이곳에 자신이 도망갈 곳은 없었다.

자꾸만 들리는 환청에 청조는 귀를 막았다. 추위에 몸이 떨리기 시작하자 청조는 막았던 귀에서 손을 떼고 두 팔로 몸을 감싸 안았다. 그때 갑작스런 도운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그러느냐?”

어느새 몸을 일으킨 도운이 걱정스런 얼굴로 청조를 보고 있었다.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혹여 소첩 때문에 기침하신 것이옵니까?”

“아니다. 돌아가야 할 때라 일어난 것뿐이다.”

“아직 밖이 어둡습니다. 벌써 가셔야 하는 것이옵니까?”

“그래, 내 너를 보러 금세 다시 올 것이다.”

도운은 초를 밝히고 의관을 입는 것을 돕는 청조의 부산스런 몸짓을 살폈다. 평소와 다름없는 말간 얼굴이었다. 허나 밖으로 나온 도운은 어두컴컴한 길을 걸으며 홀로 깨어 앉아 있던 청조를 생각했다. 청조는 아무것도 아니라 했지만,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산에서의 생활 중, 함께 밤을 보낸 청조가 새벽녘에 깨어 홀로 아궁이 앞에 몸을 움츠리고 앉아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청조를 잡아먹을 듯, 혀를 날름거리며 활활 타오르는 불더미 속으로 무엇이 부족한지 청조는 계속해서 마른 장작을 밀어 넣고 있었다. 그 불꽃을 바라보던 청조의 공허한 표정, 화기 앞에서도 추위에 떠는 듯 몸을 움츠리던 그 모습이 조금 전 보았던 청조와 닮아 있었다.

청조에겐 아무리 물어도 답이 안 나올 것은 자명한 일. 아직도 저의 잘못을 다 용서하지 못하여 그런 것은 아닐까, 아직은 숨어 지내야 하는 제 처지가 서러워 그런 것은 아닐까. 고민에 고민이 깊어졌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사모하고 은애하는 한 여인의 앞에서 왕이란 신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여인의 복잡한 마음조차 헤아리지 못하는 우둔한 사내일 뿐이었다. 우둔한 사내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땀이 차오르는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 도운은 더 이상 청조의 상태를 방관할 수가 없었다. 청조는 자신의 품에 안겨 잠이 든 날은 여지없이 새벽에 홀로 앉아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불과 얼마 전, 잠을 자던 청조가 자지러지게 놀라며 몸을 떨었었다. 그것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었다.

왜 그러느냐, 무서운 흉몽을 꾸었느냐 걱정스럽게 묻는 저에게 청조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흔들었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답을 하지 않자, 도운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그치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할 뿐이었다.

결국, 다그침을 이기지 못하고 청조가 꺼낸 말에 도운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목소리가…… 목소리가 들립니다. 귀를 막아도 자꾸 들립니다. 소첩을 괴롭힙니다.”

“목소리? 도대체 누구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느냐?”

“……서방님의 목소리가…….”

“내 목소리?”

겨우 고개를 끄덕인 청조는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몸을 들썩거렸다.

“내가 너에게 뭐라 하느냐?”

“…….”

“말을 해 보거라. 청조야, 괜찮으니 말을 해 보아라. 응?”

“서방님께서…… 보, 볼일이 끝났으니…… 어서 더러운 몸뚱이를…….”

그 말을 듣는 순간 도운은 충격으로 눈앞이 깜깜할 정도로 어지러웠다. 겨우 정신을 차린 도운은 고통에 찬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또, 또 내가 뭐라 하느냐?”

“……암캐…….”

도운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꽉 끌어안은 청조의 몸 위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하늘님. 처음으로 하늘을 찾았다. 제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이렇듯 몇 배나 큰 고통으로 돌아올 줄 정녕 몰랐다. 청조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도운의 마음은 더욱 갈기갈기 찢어졌다.

“잘못했다, 내가 잘못했다. 청조야, 내가 잘못했다.”

“아닙니다. 서방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저 소첩이…… 소첩이 못나 그럽니다. 마음에 두지 않습니다. 정말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정말 마음에 두지 않는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소첩이 왜 이러는 것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목 놓아 우는 청조에게 잘못했다, 잘못했다 끝없이 말했지만 아무리 말해도 모자랐다. 저의 잘못을 빌기에는 평생을 빌어도 모자랐다. 그 이후, 청조를 안을 수가 없었다. 그저 수련재에 들어 청조의 얼굴을 바라보다 작은 몸을 끌어안고 보듬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만 나누었다. 그렇게 지내다 새벽이 오기 전 수련재를 빠져나왔었다.

* * *

도운은 겹겹이 걸친 자원삼과 머리 장식을 모두 벗겨준 후 청조의 손을 잡아끌었다.

“잠시 산보나 나가자.”

“지금 말씀이셔요?”

“그래.”

지금쯤 꽃잠을 주무셔야 할 두 분 마마가 갑자기 처소 밖으로 나오자 밖을 지키던 궁인들과 금군들이 당황하며 뒤를 따랐다.

“이십 보, 아니 오십 보씩 뒤로 물러나라.”

뒤를 따르던 이들에게 엄히 명한 도운은 청조의 손을 잡고 애류당의 뒤뜰로 향했다. 뜰에 도착할 때쯤, 작은 연못에서 올라오는 물비린내가 코로 훅 끼쳐 들어왔다.

“보거라.”

밤바람에 노란 금불초가 한가득 살랑대고 있었다. 드넓게 펼쳐진 금불초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놀란 청조는 입만 벙긋거렸다. 도운은 청조를 끌고 금불초가 널리 퍼진 꽃밭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내가 뭐라 하였느냐? 여름이 오면 한가득 따다 주겠다 하지 않았느냐.”

“이것들이 다…….”

“널 위해 심은 것이다. 너와 헤어진 그해부터, 너를 생각하며 심었다. 언젠가 너를 찾으면 보여 주려 했지.”

“저를 위해 말이십니까?”

“약조를 하지 않았느냐. 여름이 오면 한가득 따다 준다고.”

청조는 달빛을 받아 더욱 황금빛으로 물결치는 꽃밭을 바라보다, 저를 바라보는 도운을 바라보았다. 꽃도 아름답지만, 그 속에 서 계신 서방님의 모습이 더욱 아름다웠다. 가을이 몰고 오는 밤바람이 벌써 여름의 끝자락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었다. 여름이 끝나가고 있었지만, 자신의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순간, 지금부터가 진정한 여름의 시작이었다.

“너무 아름답습니다, 서방님. 소첩이 이리 아름다운 광경을 처음 봅니다. 평생을 마음에 담아 아끼며 살 것입니다.”

“지금부터 한가득 꺾어, 내 직접 화병에 꽂아 주마.”

도운의 말에 청조는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그러지 마시어요. 소첩이 종종 나와 이리 볼 것입니다. 서방님께서 주신 선물인데, 화병에 꽂아 죽어 버리면 너무 아까워 그럽니다.”

“그러겠느냐?”

“예.”

도운은 진심으로 기쁜 듯 미소 짓는 청조의 얼굴을 한번 보듬었다. 청조의 환한 미소가 참으로 어여뻤다.

“조만간 일이 마무리되면 네 어머니를 모셔오자.”

“어머니를요?”

“그래. 장모와 아우들까지 궁으로 초대하여 함께 바라보면 더욱 즐거울 것이니, 그리하자.”

도운은 기쁨에 환히 웃는 청조의 손을 꼭 그러잡고 금불초가 하늘거리는 뜰을 거닐었다. 밤공기가 선선하고 맑은 것이 걷기에는 참으로 좋은 날씨였다.

* * *

도운은 산책을 하는 동안 밤바람이 식혀 놓은 청조의 뺨에서 느껴지는 서늘함이 무척이나 좋았다. 노란 물결 사이를 정다이 거닐며 꼭 잡고 있던 손을 제외하고, 바람을 맞이하던 청조의 살갗은 시원함과 청량함을 담뿍 담고 있었다. 은은한 어둠 속에서, 잠자리 날개같이 투명하고 깔깔한 속적삼이 청조의 매끄러운 어깨에서부터 스르륵 흘러내렸다.

청조는 자신의 저고리를 벗기고, 이제 막 치마말기 끈을 잡고 있는 사내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반반한 이맛전을 시작으로 짙은 눈썹, 날렵한 콧대와 입술을 차례로 감상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검고 깊은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 단정히 매듭진 옷고름을 풀면서도, 단단히 여며진 치마말기 끈을 풀면서도, 도운의 시선은 줄곧 청조만을 향해 곧게 뻗어 있었다.

이제 서로가 몸에 걸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깃털처럼 가벼운 몸을 하고 두 사람은 계속해서 서로를 바라봤다. 서로를 향한 눈빛이 한없이 다정하고 부드러웠다. 이윽고 청조가 손을 들어 도운의 뺨을 어루만지자, 도운은 청조의 손을 겹쳐 잡고 작은 손바닥에 뺨을 비볐다.

“소첩이 이 밤 꽃신을 신고 꽃길을 걸었습니다. 소첩이 처음으로 길을 떠나던 날, 소첩의 어머니가 꿈을 꾸었다 하셨지요. 소첩의 발길이 닿는 모든 곳이 가시밭으로 변하니, 자리에서 제대로 일어나시지도 못하는 어머니가 소첩의 걱정으로 많이 불안해하셨지요.”

“그랬었느냐?”

“예, 하여 시댁에서 보내 주신 함에 꽃신이 들어 있었다 그리 말하였습니다. 모름지기 꿈은 반대이니 소첩이 그 꽃신을 신고 꽃밭을 거닐 모양이다, 그리 말하였지만, 소첩의 마음 또한 불안하였습니다.”

불안하였다 말을 하던 청조는 몸을 일으켜 도운에게 다가갔다. 도운 앞에 무릎을 굻은 청조는 그의 단단한 어깨를 잡고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두툼한 도운의 아랫입술을 물고 할짝거리며 녹이듯 지분거리자, 도운의 입술이 저절로 벌어졌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슬며시 들어온 작은 혀가 도운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핥으며 날름거렸다. 입안까지 들어오지 않고, 겉만 헛돌며 감질 거리는 말랑말랑한 작은 혀를 도운은 확 잡아채 자신의 입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입안에서 물고 빨며 한참 맛보던 살덩이를 놓아 주자, 청조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하아아’, 뜨겁게 내쉰 바람이 도운의 입술을 간질였다.

“한데 이 밤, 소첩이 진정으로 꽃길을 걸었습니다. 서방님께서 주신 꽃신 신고, 서방님께서 만들어 주신 꽃길을 걸었……습니다, 아.”

마지막 말은 도운의 입속으로 삼켜져 흩날렸다. 가느다란 몸을 으스러트릴 듯 안은 도운은 청조의 입안을 사납게 탐했다. 숨 쉴 틈도 없이 격하게 탐하는 사내의 단단한 품에 갇힌 채, 청조의 허리가 점점 뒤로 꺾였다. 이윽고 물고 있던 입술을 놔주자,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청조의 입술이 타액으로 번들거렸다.

탐스럽게 번들거리는 그것을 다시 한번 물고 끈질기게 희롱한 후 놓아주자, 청조의 입술 사이로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꿈을 꾸는 듯, 몽롱한 눈을 한 청조의 반질대는 입술을 길게 핥아준 도운의 얼굴에 관능적인 미소가 짙게 흘렀다.

“그럼 이번엔 나와 함께 꽃잠을 잘 차례구나.”

뱃속을 아릿하게 만드는 사내의 근사한 미소에 청조는 도운의 목에 팔을 두르고 입술을 맞대었다. 할짝거리며 입술을 부딪쳐오는 청조의 몸짓에 도운은 손으로 여인의 잘록한 허리를 감쌌다. 허리의 굴곡을 타고 갈비뼈를 비비듯 어루만지다, 이윽고 등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 포동포동한 살덩이 두 쪽을 꽉 움켜잡았다.

“아흡!”

커다란 손 가득 살덩이를 터트릴 듯 쥐어짜는 열 손가락의 강한 힘을 따라, 그 끝자락에 있는 엉덩이 살이 눌리며 푹푹 패었다. 사내의 강한 손아귀 힘이 주는 은밀한 쾌감에 청조는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휘었다. 벌써부터 달뜬 숨결을 불어내는 청조의 몸에 뜨끈하게 열이 오르고 있었다. 바람이 식혀 주었던 상쾌한 몸은 어느새 달아올라 아름다운 붉은 꽃으로 피어올랐다.

동그란 둔부를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온 손이 여인의 허벅지를 끌어올려 자신의 허벅지에 앉혔다. 이미 맑은 애액이 흐르기 시작한 여인의 비부가 도운의 뜨거운 기둥을 끈적끈적하게 적셔갔다. 아래가 밀착하자, 청조는 도운의 목에 둘렀던 팔을 더욱 강하게 조이며 맨 살갗을 부대꼈다. 빗근이 잘 발달된 사내의 딱딱한 가슴에 여인의 말캉한 젖가슴이 부드럽게 짓눌렸다.

“하아, 서방님.”

서방님을 부르는 청조의 색정적인 목소리가 도운의 입안에서 부서지며 흩날렸다. 힘줄이 불끈 솟아오른 묵직한 팔로 여린 몸을 꽉 묶어 가두고는, 도운은 계속해서 숨이 막힐 듯 청조의 입술을 탐했다. 굳게 포갠 입술이 한 번씩 떨어졌다 다시 포개질 때마다 비스듬히 꺾였던 목의 각도가 바뀌었다. 입맞춤만으로도 성감이 놀랍도록 자극되어, 사내의 양물과 맞닿아 있는 여인의 비부가 점점 더 축축하고 습해졌다.

움찔거리며 도운의 허벅지에 자잘한 떨림을 전해 주던 청조의 엉덩이가 이내 하느작거리기 시작했다. 도운의 아랫도리와 꽉 맞물린 앙증맞은 살덩이 두 쪽이, 딱딱하리만치 단단한 한 사내의 허벅지에 비벼대는 몸짓을 따라 이리저리 뭉개지며 우그러졌다. 하늘하늘 흔들리는 둔부의 움직임에, 질척거리는 액이 도운의 아랫도리를 흠뻑 적시며 움직임을 더욱 매끄럽게 도왔다.

끈적거리는 유려한 움직임을 따라 부드럽고 음습한 기운이 중심을 따라 온몸으로 퍼졌다. 도운은 질척대며 뭉개지는 청조의 엉덩이를 다시 한번 터뜨릴 듯 움켜잡았다.

“흐음.”

터져 나오는 여인의 달큼한 교성이 도운의 목구멍으로 모다 먹혀 들어갔다. 손안에 가득 잡힌 엉덩이를 쥐어짜듯 주무르고 벌려대다, 도운은 곧 청조의 몸을 안고 금침 위로 쓰러졌다. 바닥에 누운 여인의 몸을 타고 마치 추삽질을 하듯, 강하게 허리를 추켜올리며 청조의 아랫도리에 비벼대고 짓문질렀다. 도운이 주는 미칠 듯한 성감에 청조의 풍만한 가슴이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동그랗게 부푼 그 정점에 꼿꼿이 선 다홍빛 젖꼭지가 단단하게 여물어갔다.

도운은 청조의 목덜미를 물고 핥아대다, 젖가슴을 물고 빨아댔다. 한참 동안 돌아가며 그것들을 희롱하다 몸을 일으키고는, 다시 허리를 돌리며 아래를 사납게 추어올렸다. 퍽, 퍽, 한 번씩 쳐올릴 때마다, 탱탱하게 부푼 청조의 젖가슴이 튕기듯 출렁거렸다. 그 색정적인 모습에 도운의 혀가 마른 입술을 빠르게 핥고 지나갔다.

더 이상 참지 못한 도운은 한껏 젖은 청조의 가랑이 사이를 잡아 벌렸다. 끈적이는 비문을 눌러대며 손가락으로 문지르다 성마르게 집어넣고는 빙글빙글 돌렸다. 그 움직임만으로도 자지러지던 청조가 급히 도운의 손목을 잡았다.

“하아, 하아, 서방님, 너무…… 아, 너무…….”

몸서리쳐지는 쾌감에 청조는 겨우 달뜬 숨만 빠르게 내쉬었다.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도운의 손등을 잡았지만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처음부터 사내의 손길을 막을 생각은 없었던 듯, 안을 휘젓는 사내의 손짓을 따라 청조의 손도 함께 힘없이 끌려다닐 뿐이었다. 이윽고 안에서 손가락을 뺀 도운은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던 청조의 손을 잡아끌어 손바닥에 입을 맞추었다. 손바닥에서 시작한 입맞춤이 팔목으로 번지고, 또다시 팔뚝으로 번지다 목덜미까지 번졌다.

“아느냐? 너는 나의 상전이다.”

어느새 다가온 도운의 입술이 청조의 귓가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곧 귓불을 입에 담고 둥글리더니 혀로 귓바퀴를 길게 핥아 올렸다.

“예? 하아, 무슨…… 말씀…….”

“너는 나의 왕, 나의 상전이니라.”

“아아……! 으응.”

꿈틀거리는 굵은 기둥이 예고도 없이 몸을 가르며 들어왔다.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은 뜨거운 기둥이 안을 조금씩, 그러나 터질 듯 가득 채워갔다. 한계까지 벌어진 비문을 찢어 버릴 듯,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그것의 적나라한 느낌에 청조는 숨이 콱 막혀왔다. 그렇게 꽉 맞물린 채로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양물의 부피에 뱃속이 출렁거리는 느낌이었다. 자신을 꿰뚫고 있는 사내가 주는 묵직한 쾌감에 청조의 허벅지가 바르르 떨려왔다.

이윽고 자신의 안에 가득 들어찬 굵은 기둥이 뱃속을 요란하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둥, 둥, 양물이 두드려대며 번지는 울림을 참지 못한 청조의 손이 금침을 휘감았다. 벌어진 여인의 허벅지를 팔에 걸친 채 무릎을 세운 도운은 격하게 흔들리는 청조의 나신을 위에서 내려다봤다. 위아래로 거세게 흔들리는 작은 몸, 쾌감에 달뜬 얼굴, 함부로 튀어대며 출렁이는 젖가슴, 오목하게 패인 배, 그리고 청조의 안을 빠르게 들락거리며 가득 채우는 저의 성난 양물까지 다 내려다보였다.

“나는 너의…… 허억, 영원한 충신이다…… 알았느냐?”

청조는 너무나도 격한 쾌락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사정없이 흔들리며 밀려 올라가는 속살의 마찰과 뱃속을 가득 채우는 뜨거운 압박감. ‘아으윽’, 굵고 단단한 양물이 계속해서 푹푹 찔러대는 쾌감에 터져 나오는 교성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찰진 두드림에 청조가 자지러질 듯 허리를 휘었다.

“알았느냐?”

그저 고개를 끄덕거렸다. 상상할 수 없는 자극에 흐느끼던 청조는 무의식중에 끄덕이다, 이내 참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었다. 고갯짓에 따라 땀에 절어 버린 머리카락이 금침과 부대끼며 색정적으로 흐트러졌다. 쾌락에 흐느끼는 청조와 쾌감에 신음하는 도운이 잠들지 못하는 동뢰의 밤이 깊어갔다.

새벽녘, 도운의 품에서 청조는 문득 잠이 깼다. 단단한 사내의 품이 보이자 몸이 가늘게 떨려왔다. 그 순간, 크고 따뜻한 손이 청조의 귀를 부드럽게 덮었다.

“듣지 말거라. 그것은 나의 목소리가 아니다. 너는 나의 하나밖에 없는 지어미, 나의 상전, 나의 왕이다. 이것이 진짜 내 목소리다. 그러니 이제 내 목소리만 듣거라.”

시선을 똑바로 마주 보며 도운이 속삭이자, 청조의 까만 눈이 금세 이지러졌다. 후두둑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을 흘리는 청조에게 입을 맞추고 도운은 청조의 몸을 품에 안았다. ‘내 목소리만 듣거라.’ 등을 토닥이는 손길에 도운의 품을 파고든 청조는 눈을 감았다.

* * *

패랭이를 쓰고 있는 사내 한 명이 멀리서 작은 기와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얀 밤송이마냥 동그랗고 포실포실한 목화송이 두 덩이가 양쪽으로 놓여 있는 패랭이였다. 그 곁에 짙푸른 비단 도포를 입은 행수가 보부상이 가리키는 집을 확인했다.

“그러니까 저 집이란 말이지.”

“예, 행수 어른. 소인이 분명 저 집에 그것들을 구해다 주었습니다. 허나, 따로 등촉을 만들어 파는 것 같지는 않던데요?”

“등촉을 파는 것도 아니면서 백랍과 주홍 안료를 그리 많이 구해다 달라 했다고.”

“예, 행수 어른.”

“전에도 구해 준 적이 있었고.”

“예, 소인이 몇 해 전까지 그것들을 구해다 주곤 하였습니다요.”

“그것이 언제인가?”

“그것이…… 한 여섯, 아니 일곱 해 전쯤인가? 그때부터 간간히 구해다 달라 했습니다. 그리고 두 해 전쯤을 마지막으로 더는 구해 달라는 말을 아니 했습니다요.”

“그래? 알았다. 수고했네.”

“예, 행수 어른. 소인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보부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행수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기와집으로 다가갔다. 대문 앞에 선 행수가 고갯짓을 하자 옆에 서 있던 청지기가 문을 두드렸다.

“뉘시오?”

“이 댁 주인을 잠시 뵐 수 있겠나? 내 우리 상단의 행수 나리를 모셔 왔는데, 우리 나리가 이 댁 주인어른과 나눌 이야기가 있다 하네만.”

“잠시 기다려 보십쇼.”

집안의 노비가 문 안으로 잠시 사라지더니 곧 다시 밖으로 나왔다.

“우리 주인 나리께서 지금 손님을 만나고 계시니 담에 오시라 이르랍니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다고 하시니, 다음에 다시 찾아와 보슈.”

“잠깐.”

문이 닫히려는 순간 상단의 행수가 노비를 불렀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 댁 주인이 혹 초를 만드는가?”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 알음알음 이곳을 찾아왔네. 이 집 주인이 예전에 등촉제작자였다는 말을 들었네만.”

“글쎄요, 쇤네는 그런 소린 처음 듣는뎁쇼?”

말하는 이의 표정을 보니 거짓은 아닌 듯했다. 하지만 너구리 같은 행수의 촉이 수상하다 말을 하고 있었다.

“자네는 이 집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되었나?”

“그건 왜 묻습니까?”

‘으흠’, 행수가 헛기침을 하며 신호를 주자 곁에 서 있던 청지기가 소맷부리에서 작은 꾸러미를 꺼냈다. 청지기는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 눈치를 쓱 한번 살피곤, 노비의 소맷부리로 안으로 주머니를 은밀히 넣어 주었다. 갑작스런 청지기의 행동에 인상을 쓰던 노비는 소매 안에서 묵직하게 짤랑대는 느낌에 깜짝 놀랐다. 놀란 마음에 얼른 주위를 살피고 재빨리 소매를 갈무리했다.

“두 해가 조금 안 되었습니다요.”

“그럼 이 집의 주인이 이 터에 자리를 잡은 것이 여섯 해 전쯤이 맞는가?”

“확실하게는 모르겠으나, 그쯤 되었다 들었습니다요.”

“이 집 주인이 만든 등촉의 질이 하 좋다 하여, 저자에 있는 내 객주에 물건을 좀 들이고 싶어 찾아왔네. 혹, 이 집 주인이 등촉을 만들 줄 아는가?”

“그것까진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래? 허면 다음에 다시 찾아오겠네. 혹시라도 자네 주인이 등촉을 만드는 낌새가 보이거들랑 내게만 살짝 귀띔을 해 주겠는가? 좋은 등촉을 나의 객주에서만 매점매석을 할 수 있을까 눈치를 보고 있는 중이니, 남에게는 알리지 않는 것이 좋겠지.”

행수는 직접 자신의 소맷부리에서 전냥을 조금 더 꺼내 노비의 손에 쥐여 주었다. 전냥을 건네받은 노비의 콧구멍이 크게 벌렁대며,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려 입을 오므리는 것이 보였다.

“암요, 암요. 쇤네 잘 압니다요.”

“마지막으로, 지금 안에 들어계시는 객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겠는가?”

“그것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고, 지체 높으신 양반분이신 것은 확실합니다요.”

“자주 오시는가?”

“아닙니다. 저도 오늘 처음 뵙는 분입니다요.”

행수가 잠시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이게 웬 횡재인가 싶어 자꾸만 소맷부리를 만지작거리는 노비의 모양새를 유심히 살폈다.

“잘 알겠네. 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입단속 잘하게나. 물론 자네의 주인한테도 오늘 일은 말하지 말고. 혹여 부담이라도 느끼면 큰일이 아닌가.”

“예, 암요. 이놈이 잘 알아들었습니다요. 살펴 가십시오, 행수 어른.”

문 앞을 떠나 길을 걷던 행수가 잠시 멈춰 서더니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행수 어른.”

“자네 말이야. 이곳을 지키고 서 있다 저 집에 든 양반이 누구인지 살펴보게. 잘 보고 누구인지 알아봐. 알겠는가?”

“예, 행수 어른.”

행수의 말을 듣고 자리를 지키고 선 청지기는 마침내 대문을 열고 나오는 사내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랐다. 곁에 칼을 찬 무사를 대동한 젊은 사내는 바삐 걸음을 옮기더니,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옥류관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옥류관을 나선 사내의 옷차림이 달라져 있었다. 화려한 비단 도포를 입고 있었던 사내는 이제 붉은 관복에 관모를 쓰고 궁으로 향했다.

* * *

“싫습니다!”

“마마!”

“싫습니다! 싫습니다! 싫단 말입니다!”

“중전마마!”

“싫다고 했습니다, 오라버니! 제가 왜 그따위 창기 년에게 첩지를 내려야 한단 말입니까! 절대 싫습니다. 그리할 수 없습니다!”

서안을 탁탁 쳐대며 역정을 내는 누이동생을 익태는 측은한 듯 바라봤다. 당연히 싫을 것이다. 꽃같이 어여쁜 누이에게 이런 일을 시키는 자신의 속도 뭉크러졌다. 하지만 대를 위한 희생이었다.

“중전마마, 고정하시고 이 오라비의 말을 잘 들으세요. 이미 가례를 치렀습니다. 예식에 필요한 첩지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제 맘대로 가례를 치른 주상입니다. 가례에 맞춰 첩지를 내리지 않은 중전마마에게 그 어떤 해를 끼칠지, 이 오라비는 생각만으로도 숨이 넘어갈 것 같습니다.”

“흥, 해 보려면 해 보라 하세요. 어차피 첩지는 내명부 소관입니다. 제가 내리지 않겠다 하면 그만입니다. 평생 첩지도 없는 잉첩 따위를 끼고 살아보라 하세요.”

상처 입은 얼굴로 입술을 비트는 예화의 모습에 익태의 마음은 애가 탔다. 자신도 소중한 저의 누이에게 이런 일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서방에게 어여쁨 받으며 귀하게 대접받고 살기를 원하였다. 오직 그것 하나만을 바랐다. 부부끼리 서로를 은애하며 사는 것 하나만을. 하지만…….

“지금부터 이 오라비의 말을 잘 들으셔야 합니다, 중전마마. 그 여인이 수태를 해야만 합니다. 그러니 첩지를 내리세요.”

“지금 무슨!”

“제 말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익태의 엄한 말투에 예화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눈에는 불만이 넘쳐흘렀다.

“조만간 강녕전의 초가 바뀔 것입니다.”

“예? 초, 초가 바뀌다니요?”

“초가 바뀔 거란 말입니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마마도 대충 아실 것입니다.”

초가 바뀌다니. 낯빛이 하얗게 질린 예화가 가슴을 부여잡았다. 기실 자신은 정확히 아는 일이 아니었지만 그 뜻을 영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의경 세자가 죽은 이유가 초 때문이라는 것만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허나 어떤 연유인지, 어떤 원리인지 자신은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허, 허나, 그러면 소, 소녀는…….”

당황한 나머지 옛적 말투가 튀어나왔다. 머리를 올렸으니 더 이상 소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예화는 옛적 자신을 지칭하던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아니 저는, 저는 어찌합니까? 전하께서…….”

예화는 밖의 눈치를 살피며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었다.

“전하께서 아니 계시면 저는 어찌합니까, 오라버니. 평생을 지아비 없는 청상이 되는 것입니다. 이리 어린 누이를 청상이 되도록 만드시렵니까?”

“어차피 있으나 없으나 과부 신세인 것은 매한가지인 일이 아니십니까? 아직 첫날밤도 지내지 않으셨으니, 엄밀히 말하면 지아비도 아니시지요.”

“오라버니!”

익태는 격하게 뒤받는 예화를 엄히 쳐다보았다.

“잊으셨습니까?”

“뭐, 뭐를…….”

“방에 가득하던 소가죽 냄새 말입니다. 마마의 나이 어리셨다고는 하나, 정확히 기억하고 계실 것입니다.”

소가죽 냄새. 물론 기억하고 있었다. 제 나이 아직 어렸었다 하나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평생을 듣고 싶지도, 다시는 맡고 싶지도 않을 만큼 지독한 냄새였다.

“그때를 잊으신 것입니까? 저희에게 필요한 것은 왕위를 이을 아이입니다. 그 여인이 수태만 한다면. 원자만 있다면 모후가 되는 마마께서 수렴청정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 우리 가문에 의한 세도정치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천하가 마마의 발아래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하지만…… 수태를 한다 해도 만약 그것이 여자아이를 낳는다면, 그때는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습니까? 오라버니, 그러지 마시고 조금만 기다려 주셔요. 다른 여인의 아이는 싫습니다. 제가 할 수 있습니다. 전하께서도 곧 저를 바라봐 주실 것입니다. 그때까지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니, 그자는 평생 너를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예화야.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콕 찍어 사실을 말하며 자신을 타이르는 오라비의 말에 예화의 입술이 부들거렸다. 부들대는 입술을 꼭 깨물던 예화의 눈에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

“화야, 첩지를 내리거라. 이는 나뿐만이 아니라, 큰아버님의 뜻이다.”

체념한 듯 눈을 꼭 감는 예화의 눈에서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주먹을 꽉 쥐고는 소리 없이 우는 누이의 모습에, 익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속이 쓰렸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공주를 낳을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마. 아이는 틀림없이 원자가 될 것이니까요.”

오라비가 하는 말의 의도를 정확히 알아들은 예화가 눈을 치켜떴다. 그 여인이 어떤 아이를 낳게 되건 아이는 무조건 남자아이가 될 것이라는 말은, 결국 누구의 씨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자신의 자식으로 키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알겠습니다. 첩지를 내릴 것입니다. 허나, 초는! 초는 기다려 주셔요. 아직은 아니 됩니다, 아직은! 분명 저를 돌아봐 주실 것입니다. 무슨 수를 쓰든 강건하신 전하의 씨를 이 몸이 받을 것입니다. 그때까지만 기다려 주십시오.”

누이의 부탁이 애처로웠다. 허나 아무리 예화가 원한다 해도 도운은 절대 자신의 누이를 봐주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는 불쌍한 누이의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초를 들이는 것은 잠시 유보하겠습니다. 허나 마마의 결심과는 상관없이 준비는 진행될 것입니다. 허니 속히 마음을 다잡으소서. 소인, 이만 물러가옵니다.”

예화는 떠나는 오라비의 야속한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부릅뜬 두 눈에 미처 흐르지 못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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