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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접근하는 이유-33화 (33/95)

# 33화

33.

기말고사가 끝이 나고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다. 시간은 12월 말로 올 한해가 다 끝나가고 있었다.

그록은 조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연말 선물이에요.]

후원자 베스 노옐은 편지에 적힌 문장 하나하나에서도 부드러움과 우아함이 보이는 사람이었다.

[실험이 아닌 다른 필요한 곳에 요긴하게 쓰시길 바라며 조금 보냅니다.]

그록은 편지와 함께 전달된 봉투를 바라봤다.

“조금이라기엔 많은데.”

생각보다 큰 돈이었다. 이 돈을 어쩌면 좋을까.

시계를 본 그록은 잠시 고민을 뒤로 미루고 실험실을 벗어났다.

그는 이번 방학에도 저택으로 돌아가 치료를 받는 블란을 배웅하러 남 우드로 향했다.

‘진로를 정했으면 집에 가서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와야 하지 않겠나?’

염려 가득한 그레이 교수의 말이 그록의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그레이 교수는 그록의 집안에 대해서 알았기 때문에 하는 말이었다. 이미 약초학 쪽에서는 아주 유명했다.

그록의 집안인 바서 집안 자체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그 높디 높은 자존심으로.

‘그래야 네 마음이 편할 것 같은데.’

그런 아버지이니만큼, 연구를 등한시한다고 알려진 교수라는 직업을 쉬이 허락해줄 리 만무했다.

쓰게 웃던 그레이 교수의 얼굴이 떠올랐다.

“블란 양.”

“아, 그록 씨!”

블란이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그록은 블란 옆에 선 비서에게 인사를 했다. 그는 자신을 모르겠지만 그록은 과거에 레온을 옆에서 보필하던 이 비서를 기억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그록 바서입니다.”

“어?!”

음?

하지만 반응이 그록이 기대하던 것과 좀 달랐다. 비서는 눈을 크게 뜨며 놀라더니 곧,

“하하하, 반가워요! 하하하. 전 펠입니다!”

어색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블란은 수줍어하면서 비서 펠에게 그록을 소개했다.

“그, 그, 치, 친한 친구분이세요.”

“친구요?”

“네에.”

펠은 자신이 되묻는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블란을 보다가 그록을 바라봤다.

무뚝뚝한 얼굴이 보였다.

하긴, 친구는 친구지.

남자친구.

펠은 이 자리에 레온이 없음을 다행으로 여겼다.

“블란 양. 무사히 집에 잘 도착하기를 바랍니다.”

“그, 그록 씨도 집에 돌아가신다고 했죠? 잘 다녀오시길 바라요.”

허이구. 아주 닭털이 그냥 날라다니네.

펠은 조곤조곤 서로를 걱정하는 둘을 보며 얼굴을 구겼다.

그런 그의 눈에 남 우드 앞을 지나가는 학생들이 블란과 그록 두 사람을 보며 ‘또 저러냐?’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젓는 것이 보였다.

펠은 갑자기 옆구리가 시렸다.

“그럼 편지하겠습니다.”

“저, 저도 할게요!”

그록은 떠나는 블란에게 인사를 건네곤 서 우드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서 그록은 하늘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이내 빠르게 기숙사로 들어갔다. 짐을 챙긴 그는 입학한 이후 처음으로 학교를 떠나 고향으로 향했다.

며칠 후 그록은 고향에 도착했다.

수도인 네디린에서 조금 떨어진 도시. 그곳이 그록의 고향이었다. 수도와 가깝기에 활기찬 도시였지만.

“……변한 게 없군.”

집 앞에 서자 여전히 똑같은 모습에 그록은 한숨처럼 말을 내뱉었다.

기억 속처럼 여전히 어딘가 그늘지고 추워 보이는 집이었다.

‘내가 지금 돈을 못 벌어다온다고 지금 이딴 식으로 구는 건가? 어?’

‘여보. 제가 언제, 어떻게 했다고 그래요. 그냥, 여기 이곳이 실험도 하면서 일하기에도 좋다고 그래서, 혹시나 해서.’

그록은 집을 보는 순간 잊혔던 기억들이 덮치듯 떠올랐다.

‘그게 그 소리지! 지금 연구자한테 연구 말고 일을 하라고? 그게 할 말이야? 어? 아무리 배운 게 없다지만!’

‘여보. 저도 일을 하잖아요. 그록도 이제 아카데미를 다녀야 하고,’

‘그래서? 지금 네가 일을 하니까 나보고 자존심도, 명예도, 긍지도 다 버리라고? 어? 어디서 그딴 소리를 지껄여? 감히!’

달칵.

더 이상 떠오르는 기억들이 싫어 그록은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냉기가 몸을 감쌌다. 겨울이면 늘 이 집은 더욱더 추워졌다. 아직 어머니는 일터에서 돌아오지 않으신 것 같았다.

그록은 천천히 한 방문 앞에 섰다.

아버지의 실험실이었다. 분명 아버지는 여기 계실 거다.

돈도 없는데 뭔 실험을 한다고. 아니, 그래서 실험을 못 하지. 그런데도 저렇게 연구실에 아버지는 계셨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연구실에 늘 있었다.

마치 그곳에 있어야 자신이 사는 것마냥 굴었다.

그록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에게 실험할 돈을 마련해서 가져다주는 어머니의 모습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 자신한테 쓰시지, 왜 다 아버지한테-

목구멍이 답답해져왔다.

똑똑똑!

늘 그래왔듯이 그록은 짧게 노크를 했고.

달칵.

문을 살짝 열었다. 따뜻한 공기가 작은 방문 틈새로 흘러나왔다. 어머니는 늘 여기만큼은 따뜻하게 해두었다. 집 안이 모두 추워도 여기만은 따뜻했다.

빌어먹을.

그록은 입에서 욕이 맴돌았다.

문을 열었지만 여전히 조용한 방 안에 대고 그록은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크흠!”

다른 답 없이 저 소리만이 안에서 들려왔다. 입학 전과 똑같았다. 아버지는 늘 저랬다. 그록은 입술을 꾹 깨물며,

달칵.

문을 다시 닫았다. 그는 빠르게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는 갑갑한 마음에 세게 교복 넥타이를 풀었다. 알 수 없는 욕이 입안에 맴돌았다.

그록은 차가운 자신의 방 안에서 가만히 마음속의 열을 식혔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되었을 때.

“오랜만이구나. 정말 많이 컸네, 우리 아들.”

일을 끝내고 돌아온 어머니의 얼굴을 마주한 그록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거의 20년 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어제 도착한다는 편지를 받아서, 엄마가 준비를 많이 못 했네. 미리 연락했으면 맛있는 거라도 해뒀을 텐데.”

과거 블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며 아카데미를 다닐 때 집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돈도 구할 길이 없는 그 집에 가봤자 뭐하나 싶었다.

그 이후에는 아버지에 의해 가문에서 쫓겨나 갈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20년 만에 봤기 때문인지.

과거로 돌아왔음에도 어머니의 얼굴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분명 입학 전에는 흰머리가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보였다. 하지만 입고 있는 옷은 색이 바랬지만 입학 전,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와 같았다.

그록은 손을 목에 가져다 대었다. 넥타이가 없는데, 무언가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

그는 가만히 서서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봤다.

“왜 그리 말없이 서 있어? 응? 춥게. 뭔 할 말 있니?”

“……아닙니다.”

겨우 입을 뗀 그록은 난로 옆에 가 앉았다.

“우리 아들이 얼마나 잘해내는지 엄마가 들을 때마다 얼마나 신났는지 알아?”

어머니 루린은 들뜬 목소리로 그록에게 말을 붙였다. 그럴 때마다 그록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지만 루린은 그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90점대라니! 천재라니!

편지로, 그리고 가끔씩 남편을 만나러오는 이들에게서 소식을 들을 때마다 루린은 어깨가 절로 펴졌다.

“아버지가 너 얼마나 보고 싶어 하셨는지 아니? 너 온다고 편지 도착하자마자 나한테 고기 사두라고 채근했다니까?”

“……그렇습니까?”

그록은 루린의 말에 정말인가 싶으면서도 괜히 쑥스러워 무뚝뚝하게 답했다.

그에 루린이 그록을 보며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록은 그런 어머니의 미소보다도 갈색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흰머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들뜬 루린의 목소리와 그녀의 웃음소리.

어딘가 멍한 그록의 얼굴. 그리고 그의 꽉 쥔 주먹. 루린의 뒷모습을 따라가는 그록의 눈동자.

온기가 피어오르는 부엌에서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갔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에게서 그록이 눈을 떼었을 때, 그는 부엌 한편에 놓인 그녀의 외투가 눈에 담겼다.

그록은 어머니와 닮은 그 외투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그와 함께 맛있는 향으로 집이 가득 차 갔다.

“여보. 그록이 이번에도 1등을 했대요!”

“크흠. 그 정도는 해야지.”

오랜만에 세 식구가 앉아 시작한 저녁 식사는 생각보다도 푸짐했다. 하지만 아카데미와 블란의 저택에서 살았던 그록에게는 빈약했다.

“어때? 오랜만에 엄마가 힘써봤는데, 맛있니?”

“네.”

하지만 맛있었다.

그록의 담담한 답에 루린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 많이 먹어. 우리 천재 아드님!”

“크흠, 천재는.”

“에이, 당신도 놀랬으면서 그래요?”

그록은 순간 아버지 레간과 눈이 마주쳤다. 레간은 그런 그록의 눈을 피하며 헛기침을 했다.

“크흠. 놀라긴, 공부는 그 정도는 해야지.”

“어휴, 그록. 너희 아버지 좀 봐. 좋으면서 그래.”

“좋기는! 바서 집안의 장손으로서! 연구자로서 그건 당연하지!”

레간은 그록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험 조금 잘 봤다고 자만하지 마라. 연구자로서 당연한 거다. 더욱더 연구를 열심히 하도록.”

연구를 더욱더 열심히 해라.

그 말에 그록은 다시 목이 답답해졌지만 목소리는 나왔다.

“네. 아버지.”

“그래, 집엔 왜 왔지?”

“에이, 집에 이유가 있어서 오겠어요? 쉬려고 온 거겠죠.”

“쉬기는 뭘 쉬어! 연구자가 연구할 생각이나 해야지!”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록의 담담한 목소리에 레간과 루린은 그를 바라봤다. 그록은 레간을 바라봤다. 예전에는 이 얼굴을 보는 것도 어려웠고 특히 핏대를 세우며 벌게진 얼굴로 어머니를 바라볼 때면 무서웠다.

그리고 화가 났다.

그록은 아버지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교수가 되고,”

순간 루린의 얼굴 위의 미소가 사라졌다.

“싶습니다.”

그녀는 그록에게서 황급히 시선을 돌려 레간을 바라봤다.

레간의 미간이 찌푸려져 있었다.

“뭐?”

교수.

연구자들 사이에서 교수는 연구를 하지 않고 다른 권력이나 명예를 탐한다고 하여 좋게 보지 않았다.

물론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유해져서 대놓고 티를 내지는 않지만.

레간 같은 정통파 연구자에게 교수는 연구를 버리고 다른 일을 하는 치욕스러운 직업이었다.

“교수가 되고 싶습니다. 이 말씀 드리려고 왔습니다.”

그록의 목소리는 평온했고 담담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똑바로 레간을 향해 있었다. 레간은 자신을 바라보며 말하는 그록의 모습에, 점점 더 얼굴이 벌게져갔다.

“무슨 되먹지도 않은 소리를! 교수, 그딴 게 뭔지 알고 하는 소리냐?”

“교수가 꼭 되고 싶습니다.”

“이놈이!”

탁!

스푼을 테이블 위에 던지듯 내려놓으며 레간은 입을 열었다. 그의 큰 목소리가 그록을 향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교수라니! 평생 연구를 해도 모자랄 판에 그딴, 연구는 등한시하는 교수 같은 게 된다고? 이놈이! 아카데미를 가더니 썩어빠진 정신을 배워가지고 왔어!”

“여, 여보…….”

루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듯 레간은 그록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목에 핏대가 서 있었고 눈이 시뻘게져 있었다.

“연구자로서 긍지나 자존심 같은 건 다 팔아먹으라고 아카데미에서 가르치디? 너 가르친 교수가 누구야? 어? 교수라니! 이 바서 집안에서 교수라니!”

묵묵히 듣고 있던 그록은 아버지를 바라봤다. 입학 후 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한 얼굴에서 그 고집이 보였고 새것으로 보이는 두툼한 옷이 보였다.

순간 2년 전과 같은 낡은 어머니의 외투가 떠올랐다.

“그렇게 연구자의 자긍심에 대해서 가르쳤더니, 뭐? 교수? 연구는 안 하고 설설 기면서 밥줄 이어가는 그 교수? 하! 그런 썩은 아카데미를 보내는 게 아닌데! 도대체 뭘 배운 거야? 어?”

그 모습에 그록은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

“그러면 뭘 배워야 됩니까?”

“……뭐?”

“그러면 뭐가 되어야 한단 말입니까?”

“이 자식이!”

담담하게 되묻는 말에 레간은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말도 안 되는 걸 묻고 있어! 연구자가 되어야지! 연구자는 연구를 해야 돼! 그런 쓸데없는 일을 한다니, 어디서 자존심도 없이!”

자존심이라.

그록은 아버지가 자신의 입으로 자존심에 대해서 말할 때면 속이 뒤틀렸다. 그 자존심을 남들이 얼마나 비웃는지 아는가?

처자식 굶기면서 챙기는 그 자존심을 사람들이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데.

그걸 정말 모를까?

그록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지 않으면 못 참을 것 같았다.

“이 레간의 아들이라는 놈이! 어? 바서 집안의 장손이! 연구는 안 하고 교수 따위나 한다고?”

“여, 여보. 진정 좀 하고.”

루린이 팔을 잡자, 레간을 이를 탁 쳐내며 말했다.

“어디서, 여자가 남자 말하는데 끼어들어? 당신은 입 닫고 있어!”

루린은 애써 어설프게 웃으며 다시 레간의 팔을 잡으며 그를 진정시키려 했다.

“여보, 우선 그록 말부터 듣고…….”

탁.

하지만 다시 한 번 더 내쳐졌다.

“아, 거참! 당신은 조용히 하래도! 어디서 남자가 말하는데! 나가 있어! 아니면 입 다물고 있거나!”

그 순간,

레간이 핏대를 세우며 루린에게 말하는 것을 본 순간,

루린이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모습을 본 순간,

내쳐진 어머니의 손이 허공에서 덜덜 떨리는 것을 본 순간,

그록은 눈이 뒤집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부글부글 끓던 것이, 목을 답답하게 하던 것이 일순간 터져버리는 것을 느꼈다.

벌떡.

그록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뭐, 뭐 하는 거야? 이 자식이! 당장 안 앉아?”

그록은 자신을 향해 목에 핏대를 세우는 레간을 보며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

“자식, 아내 굶어죽게 하는 연구자가 왜 되어야 합니까? 도대체 왜! 그걸 해야 합니까?”

처음으로,

그록은 아버지에게 날을 세웠다.

“뭐? 너 지금 뭐라고!”

그록은 분노에 가득 찬 레간과 마주하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계속 떨리고 있었고 주먹도 떨리고 있었다.

“저는 아버지한테서 연구자는 지독하게 이기적인 직업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아버지가 뭔데 어머니한테 목소리를 높인단 말인가!

실험만 하면서! 어머니 고생하시는 것 다 알면서!

그러면서도 외면하고 자기 일만 했으면서!

그 실험이 뭐라고! 그 연구가 뭐라고! 그것만 했으면서!

저렇게, 저렇게!

그록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할 말을 잃었었다.

정말로, 정말로.

화가 났다.

어머니를 외면했던 아버지와 과거의 자신에게.

그록은 레간을 향해, 그리고 과거의 자신을 향해 소리쳤다.

“자존심이라는!”

입학 전 너무나도 커 보이는 아버지가 무서워서, 아카데미에 가지 못할까 봐 그록은 늘 아버지에게 수그렸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다.

“그딴 도움도 안 되는 거 내세우다가 자기 가족 다! 굶어죽는 게! 가족들 희생시키는 게! 나 때문에 모두를 고생시키는 게!”

그록은 목소리가 떨려왔지만 외쳤다.

“더 바보 같은 짓, 더 해서는 안 되는 짓이라는 걸! 아카데미에서 배웠습니다!”

“그록!”

루린이 황급히 놀라며 그록을 불렀다. 하지만 그록은 말을 이었다. 그는 분노로 눈이 번들거리는 레간을 향해,

“그런, 그딴 연구자가 될 바에는 교수가 되는 게 백배! 천배!”

그록은 외쳤다.

“더 행복할 겁니다!”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그록의 눈가가 벌게진 채 떨리고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아버지를 향해 날을 세우며 말했다.

“전 꼭! 무조건! 교수가 될 겁니다! 아니,”

그는 절규하듯이 외쳤다.

“내 가족은 지키는 그런 사람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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